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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창업

창업가의 일

by Diligejy 2018. 5. 17.

p.16~17

창업가 자질 평가 (그렇다면 1 아니면 0)


- 나는 사업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 

- 나는 월급을 못 받아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 내가 그동안 모은 저축을 모두 사업자금으로 쓸 용의가 있다.

- 나는 늘 하던 일보다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즐겁다

- 나는 계획하는 것보다 실행하는 게 좋다.

- 나와 함께 창업할 친구나 동료가 한 명 이상 있다.

- 나는 학교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그리 좌절하지 않는다.

- 나는 남들에게 무시당해도 별로 실망하지 않는다.

- 나는 다른 사람들을 잘 관찰하고 의미를 찾는 편이다.

- 나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편이다.


자, 위 항목들에 답변했다면 점수를 합산해서 다음 결과를 보자.


9점 이상 : 지금 당장 창업하세요!


5~8점 : 창업동아리, 사내벤처, 또는 다른 스타트업에서 먼저 경험해보고 시작해도 늦지 않을 듯


5점 미만 : 창업은 다음 생에


p.21~22

심지어 아이디어가 없어도 된다. 시장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독특한 시각으로 문제를 파악하며, 창의적으로 문제해결을 하는 능력이 있다면 지금 당장은 아이디어가 없어도 된다. 여러 번의 실험과 개선으로 더 나은 아이디어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성공한 스타트업은 기존의 아이디어를 베끼거나 개선해서 성공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애플이 아이팟을 만들었을 때에는 이미 세상에 수백 종류의 MP3 플레이어가 있었다.


p.23~25

절약은 혁신을 부른다 (저자는 가난이라고 번역했지만 영어사전에선 절약, 검소라고 나옴)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Frugality drives innovation

Jeff Bezos, Founder of Amazon


창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창업을 못 했다는 말은 변명거리도 안 된다. 스티브 잡스는 열두 살 때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기 위해 HP 창업자인 빌 휴렛에게 전화해서 남는 부품을 달라고 했다. 잡스와 워즈니악이 처음 만든 애플1은 엄청난 투자를 받아서 큰 공장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어렵게 구한 부품들로 허름한 차고에서 손수 납땜질해서 만든 제품이었다.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은 골목 음식점들의 정보를 얻기 위해 웹에 있는 정보를 일일이 모바일에 옮겨 담았고, 역삼동 골목길을 다니며 버려진 전단지를 줍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타트업 A는 투자자들에게 피칭할 때 10억 원을 투자받으면 인재를 채용하고 마케팅비를 더 쓰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다른 경쟁사가 20억 원을 투자받아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스타트업 A는 곧 투자자에게 달려가 추가로 20억 원을 더 투자해주면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서 시장 1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얼마 후 대기업이 새로 시작한 100억 원짜리 마케팅 캠페인에 처참히 당하고 만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누가 돈을 더 많이 쓰느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더 많은 투자금, 더 많은 인원, 더 많은 마케팅 예산이 아니다. 만약 이런 요소들이 직접적으로 성공의 요인이 된다면 돈과 인력에서 앞서는 대기업이 무조건 시장에서 이겨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돈을 적게 쓰는 데에서 나온다. 경쟁사가 더 많은 인원과 더 많은 마케팅비로 당신 회사를 이기는 것은 쉽다. 하지만 당신 회사가 제조원가를 경쟁사의 1/10로 유지하고, 마케팅비로 0원을 쓰면서도 고객 획득에 성공한다면 경쟁사는 당신을 이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스타트업이 가져야 할 경쟁우위다.


레트리카Retrica는 많은 유사한 서비스가 존재하는 카메라 앱 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앱스토어를 보면 정말 많은 고만고만한 카메라 앱들이 경쟁하고 있다. 남들이 더 좋은 화질, 더 고급의 기능에 치중할 때, 레트리카는 오히려 저사양에서도 바로 필터를 적용해 찍을 수 있는 가벼운 앱을 개발했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사진을 찍기 전에 필터를 미리 적용해서 보여주는 것, 더구나 그것을 최신 스마트폰이 아닌 저사양 폰에서도 가볍게 잘 구동되도록 만드는 것은 쉬운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레트리카는 단 5명만으로 이런 앱을 개발했다. 더욱이 마케팅 비용을 거의 쓰지 않고도 브라질과 동남아 등 인구가 많은 국가들에서 수억 명이 쓰는 카메라 앱이 되었다.


자본이 없다는 것은 스타트업이 가진 가장 큰 축복이다. 한정된 자원은 창업가를 천재로 만든다.


p.27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다.


p.27~28

잘못된 점은 '창업이 위험하다'는 전제다.


물론 스타트업의 성공확률은 낮다. 스타트업이 상장이나 성공적인 M&A를 경험하는 확률은 3%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 스타트업들은 아주 미약한 성장을 하거나, 실패한다.


하지만 성공확률이 낮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기업을 다니거나 안정적인 공무원이라 해도, 전문직인 의사나 변호사라 하더라도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리스크란 '미래의 불확실성'이지, 암울한 미래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몇 달 뒤에 우리 회사 은행잔고가 바닥난다는 것을 아는 것은 리스크가 아니다. 당장 내일 망할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것이 리스크다. 오히려 여섯 달 뒤에 은행잔고가 바닥을 치고 우리 회사가 망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 복 받은 것이다. 최소한 그렇게 망하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대처방안을 세우고 뭐라도 할 수 있으니까. 진정한 리스크란 가까운 미래에 내가 속한 조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다.


p.31

정말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면, 책상에 앉아 수십 페이지짜리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보다 지금 당장 내 아이디어에 공감하고 더 발전적인 의견을 내줄 공동창업자를 찾으러 다니는 편이 훨씬 낫다.


p.33~35

1996년 닷컴 광풍이 한참일 때 웹밴이라는 스타트업이 나타났다. 온라인으로 신선한 식료품을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콰이어캐피털, 벤치마크캐피털, 소프트뱅크 등 유명한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이 4억 달러가 넘는 액수를 투자했고, 1999년에는 무려 5조 원이 넘는 가치로 상장까지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웹밴은 2001년 파산신청을 하며 실리콘밸리 닷컴버블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 웹밴이 상장하기에는 아직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것이 파산의 주된 이유였다. 미국에서는 2005년 즈음에야 인터넷 보급률이 50%를 넘어섰으므로, 1999년은 인터넷으로 신선한 식료품을 주문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때였다.


그 후로도 수많은 온라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가 나왔다 사라지곤 했다. (일부는 아직까지 서비스를 하고 있긴 하다.) 2007년 아마존은 아마존프레시AmazonFresh라는 온라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시애틀 일부 지역 등에 제한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천천히 서비스 가능지역을 늘려 2016년까지 미국 내 9개 주요 도시와 런던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다 아마존의 직원이었던 아푸바 메타Apoorva Mehta가 2012년 인스타카트Instacart라는 모바일 기반의 식료품 배달앱을 만들어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인스타카트의 성공은 스마트폰 보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이즈음에야 스마트폰 보급률과 공유경제, 전자상거래를 위한 데이터 및 편리한 모바일 결제 등 필요한 기술과 시장환경이 무르익었던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창업한 지 3년 만에 미국 내 15개 도시에서 서비스하며 기업가치 2조원이 넘는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스타트업의 성공에는 운과 때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때를 잘 맞추는 것도 실력이다. 단순히 기다리는 것을 넘어 그 타이밍이 언제 올지 예측하고, 때가 왔을 때 올라탈 수 있도록 항상 주위를 살피고, 스스로 통찰력을 기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계속된 실패에도 다시 시도할 수 있어야 하며, 마침내 모든 운이 내 주위로 모여들 때 남들보다 10배 더 전진할 수 있어야 한다.


p.39~40

창업가는 언제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자존감이 높으며 어떤 상황에도 세상을 위해 자신이 할 일 을 찾는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사무실에서 쓰레기 청소를 할 때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지?"라며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려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남을 위해 쓰레기 치우는 일쯤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일을 함으로써 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사람들이다.


p.41~42

창업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남들과 소통하기를 좋아한다. 성공한 창업가 중에 사업 아이디어를 자신의 수첩에만 적어두고 남들과 공유하지 않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들은 언제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토론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사무용 메신저 '슬랙Slack'으로 알려진 같은 이름의 스타트업은 무려 4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로 액셀파트너스Accel Partners, 구글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받았다. 하지만 슬랙이 처음부터 이 서비스로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글리치Glitch'라는 웹에서 즐기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원대한 계획과 달리 실패로 돌아갔다. 이 게임을 만든 '타이니스펙Tiny Speck(나중에 사명을 슬랙으로 바꾸었다)'의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는 게임을 접으면서 그동안 개발했던 소스코드와 그래픽 이미지들을 인터넷에 올려두고 모두에게 공개하는 통 큰 인심을 썼다. 비록 그가 만든 게임은 실패했지만, 개발과정에서 만들어진 높은 품질의 코드와 그래픽 이미지들은 전 세계 많은 개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슬랙은 원래 게임을 개발할 당시 사내에서 쓰려고 개발한 협업도구였다. 게임사업에 실패한 후, 자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스튜어트는 슬랙을 제품으로 만들어 세상에 공개했고, 많은 기업들이 사내 커뮤니케이션과 협업도구로 슬랙을 채택했다.


p.45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마케팅팀이나 디자인팀, 개발팀 등 다른 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성공적인 제품을 출시하거나 운영 경험을 쌓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서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인사부서가 인재 채용을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채용과정은 어떻고 왜 그렇게 정해졌는지 등에 대해서도 동료와 대화하면서 이해해두면 좋다. 홍보팀에서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경영진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나라면 어떻게 수습했을지 생각해보면서 나만의 학습을 할 수 있다. 특히 채용과 해고는 직접 경험할 기회가 적으므로 만약 이런 경험이 있는 창업가라면 복 받은 것이다.


p.47~48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흔히 갓 대학교에 들어간 스냅백 모자와 후드 차림의 어린 학생들이 모여서 이해하지 못할 제품을 개발하는 장면을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는 창업가의 많은 수가 30대 이상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30세에, 엘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31세에 창업했다. 링크드인을 창업한 리드 호프먼은 창업 당시 35세였다. 2016년 조사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스타트업 창업가 평균 연령은 36세였다. (30대 창업가가 50% 20대가 18%였다.) 대다수는 창업하기 전 평균 5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업무 경험을 쌓은 이들이었다.


흔히 창업가는 어느 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한 뒤 벼락성공을 한 영웅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매 순간의 경험ㅇ르 배움의 기회로 삼아 머릿속에서 정리하면서 끊임없이 주의 깊은 연습을 한 사람들이다. 이런 연습 기회가 많았거나 경험이 독특했던 사람들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


p.50

스타트업 창업가란, 성공하기 전에는 아무도 나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직업이다.


p.54~55

나는 2000년대 중반 온라인게임에 투자할 때 시장흐름을 알기 위해 PC방을 무던히 다녔다. 내 책상 위에는 유명 연구기고나에서 낸 다양한 시장조사 보고서가 있었지만, 내가 궁금한 것의 절반만 채워줄 뿐 미래를 내다볼 통찰력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나는 길을 가다가도 PC방이 보이면 무턱대고 문을 열고 들어가서 손님들이 하고 있는 게임을 관찰하고 숫자를 기록했다. FPS게임 몇 개, RPG게임 몇 개, 스포츠게임 몇 개, 남자 손님 몇 명, 여자 손님 몇 명, 나이대는 대략 어떤지 적어가는 식이었다. 이런 일을 일주일에도 몇 번씩 몇 년간 하다 보면 큰 흐름과 변화가 보이는 순간이 온다.


지금도 나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면서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유심히 관찰한다. 다들 휴대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도대체 그것으로 무엇을 하는지, 어떤 게임을 하는지, 어떤 메신저를 쓰는지, 페이스북이 많은지, 인스타그램이 많은지, 남녀/나이대별로는 어떻게 다른지 관찰하려 애쓴다. 예를 들면, 월요일 아침 출근시간에는 <SNL> 같은 주말에 놓친 영상을 보는 사람이 많은데, 수요일 이후에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것은 객관적인 연구보고서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지하철에서 오랜 기간 관찰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연구보고서는 좌뇌의 궁금증을 채우고, 관찰습관은 우뇌의 궁금증을 채운다.


p.56~57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IDEO의 공동창업자 톰 켈리는 창업가에게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칫솔회사 오랄비가 IDEO에 어린이용 칫솔 디자인을 해달라는 컨설팅 의뢰를 했을 때, IDEO의 팀은 어린이들이 어떻게 이를 닦는지 관찰해야겠다고 제안했다. "사람들이 칫솔질을 어떻게 하는지는 보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요?" 오랄비의 임원진은 의아해했다. 일부는 톰 켈리가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도 생각했다. 더구나 오랄비는 수십년 동안 칫솔만 연구해오던 회사 아닌가! 하지만 IDEO의 팀이 미국의 가정에서 평범한 어린이들이 칫솔질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손가락을 자유롭게 쓰는 어른들과 달리 어린이들은 가늘고 잘 미끄러지는 칫솔을 제대로 잡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어린이들은 손가락으로 칫솔을 잡는 대신, 주먹 쥐듯이 손바닥으로 칫솔을 움켜잡고 겨우 칫솔질을 했다. IDEO팀은 어린이들이 쥐고 움직이기 쉽도록 더 두껍고 잘 미끄러지지 않는 칫솔을 디자인했고, 크게 히트를 쳤다. (요즘 마트에 가면 보이는 어린이 칫솔은 대부분 이렇게 두껍고 쥐기 편하게 생겼다.)


스탠퍼드의 디스쿨에서도 제품개발의 첫 번째 순서는 사용자 관찰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창업에 관한 심오한 이론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잠재고객과 이야기하고 관찰하고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했느냐가 커리큘럼의 중요한 부분이다.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과 멘토들로 클래스를 구성한 뒤, 실제 고객들을 만나고 빠르게 시제품을 설계하고 만들고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다.


p.59

"문제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아냐. 문제를 대하는 네 태도가 문제인 거지."

-잭 스패로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중에서


p.61

아이디어를 검증받는 가장 빠르고 좋은 길은 직접 고객들에게 물어보고 관찰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 제품을 사용할 고객, 내 제품을 평가할 사람, 돈을 내줄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도록 하자. 나에게서 검증받으려 하지 말고, 고객에게 검증받아라.


p.62

"아이디어는 공공재다.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핵심경쟁력이다."

-마이클 델, 델 컴퓨터 창업자.

Ideas are commodity. Execution of them is not.

Michael Dell


p.77

회사의 비전이 무엇인지, 또는 지금 만드는 제품의 목적이 무엇인지처럼 미래를 고민할 때 내가 잘 쓰는 방법이 있다.


10년 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나 <테크크런치>도 상관없다. 자신이 즐겨보는 매체를 떠올려보자)의 1면에 우리 회사에 대한 기사가 어떻게 나오면 좋을지 실제 기사를 작성해보는 것이다. 팀과 함께 헤드라인을 써보자. '제품 출시 1년 후'처럼 성공을 이룰 수 있는 미래의 특정 시점을 잡아도 좋다. 당신은 어떤 헤드라인을 보고 싶은가?


p.90

사람들은 성공한 창업가의 멋진 이야기를 들으면 그 살마이 운이 좋았거나,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새 날리기 게임(?) '앵그리 버드'는 로비오가 52번째 만든 게임이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처음 만든 애플1은 겨우 200대 정도 팔렸을 뿐, 뼈아픈 실체로 돌아갔다.


브라질과 이탈리아에서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카메라 앱 '레트리카'를 만든 박상원도 레트리카 이전에 무려 30개가 넘는 카메라 앱을 만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 좋아하던 그는 무음 카메라, 사진편집 앱 등을 만들어서 앱스토어에 올린 후 사용자들의 행태를 관찰했다. 그는 수십 개가 넘는 앱들을 관찰해서 얻은 교훈을 레트리카에 반영했고, 마침내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이 사용하는 성공적인 카메라 앱을 얻었다.


시도를 많이 해야 성공이 나온다. 수십 번 실패해도 상관없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건 단 한번의 성공이다.


p.96~97

실제로 매출을 만드는 수익모델을 만들기란 무척 어렵다. 처음 창업가들은 가설만 가지고 이리저리 어려운 수익모델을 결합하면서 쉽게 매출을 낼 수 있을 걸로 희망 섞인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래해야 하는 상대방의 수에 따라 수익모델의 난이도는 거듭제곱의 법칙으로 올라간다. 처음에는 간단한 수익모델로 만들어라. 그리고 거래해야 하는 상대방을 하나씩 이해해가면서 조금 더 복잡한 (그리고 더 많은 매출을 가져오는) 수익모델을 테스트하라.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작동되는 생태계를 충분히 이해했을 때에야 멋지게 작동하는 수익모델을 완성할 수 있다.


p.99

버블이 꺼질 때에는 또 다른 창업의 기회가 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75년에 창업했다. 당시 미국의 실업률은 매우 높았고, 원유 가격도 올라서 큰 불황을 겪던 때였다. 애플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을 시작한 시점도 2001년 이후였다. 2001년은 실리콘밸리 인터넷 버블이 터져서 많은 IT 기업들이 문을 닫던 시기였다.


시장이 협곡의 바닥에 있을 때야말로 창업을 하기 좋은 시기다. 앞으로 시장은 올라가는 방향이 될 테니 자연스럽게 거기에 올라타면 된다. 남들이 사업하기 좋은 시장상황이라고 말할 때는 늦다. 그때는 창업하더라도 이미 기반을 닦아놓은 수많은 경쟁자들과 힘든 경쟁을 벌여야 한다. 시장상황이 어려워서 모두가 떠났을 때, 그때야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p.102~105

투자자들도 경쟁을 보고 싶어 한다. 경쟁사를 말해주어야 그 스타트업이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시장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또 투자자가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등을 상상하고 지원할 수 있다. 막연히 경쟁이 없다고 하면 도대체 이 스타트업이 뭘 하려지, 어떤 시장인지,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그들이 투자했을 때 어떤 사업이 전개되고, 어느 정도 성장할지, 어떤 경쟁구도를 가져가야 할지 상상하게 만드는 틀이 있어야 한다. 이때 경쟁자를 보여주면 이해시키기가 쉽다. 쿠팡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미국에서는 그루폰 등이 꽤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한국에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이해했다.


스타트업은 경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스냅챗이 시장에 나오고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무렵, 창업자 에반 스피겔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의 인수제안을 거절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 후 페이스북은 끊임없이 스냅챗과 유사한 기능을 페이스북 메신저에 넣었고, 스스로 스냅챗이 되고 싶어 했다. 스냅챗은 이런 덩치 큰 대기업들의 도전을 즐겁게 받아들였고, 마침내 2017년 초 240억 달러의 가치로 상장에 성공했다.


스냅챗뿐 아니라 작은 기업들이 대기업보다 훨씬 잘해낸 사레는 많다. 우버,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스퀘어, 스포티파이, 렌딩클럽, 고프로는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빠르게 성공을 만들어냈다. 반면 스냅챗에 대응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슬링샷이라는 앱을 개발했지만, 지금은 슬링샷이라는 게 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항상 스타트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들은 보이지 않는 경쟁을 경계해야 한다. 오래전 뉴욕의 신문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첨단기술 때문에 "곧 신문이 사라지고 기자들과 편집장들이 실직하는 사태가 올 것"이라며 경계와 하소연의 글을 싣기 바빴다. 그들이 말하던 첨단기술이란 인터넷이나 트위터가 아니었다. 그들이 두려워했던 첨단기술은 전기신호를 이용해 모스부호로 통신하던 텔레그래프였다. 1800년대 중반 미국 전역에 깔린 텔레그래프가 신문보다 더 빠르게 뉴스를 전달하기 시작하자, 신문사들은 일제히 이 첨단기술(지금 보깅는 구석기 유물 같은 기술이지만)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편집장들의 걱정과 달리 텔레그래프 기술은 그전까지만 해도 지역뉴스만 전달하던 신문에 전국, 전 세계의 뉴스를 더욱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게 하는 경쟁력을 선사했다. 정작 신문사에 위협을 준 사건은 약 100년 뒤인 1900년대 중반에 일어났다. 미국 가정에 막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신문사들은 텔레비전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문사들은 당시 유명햇던 잡지들을 귀찮은 경쟁자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시시콜콜한 드라마만 방영하던 텔레비전은 신문사 편집장들에게 경쟁거리도 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곧 텔레비전이 뉴스보도를 시작하자 독자들은 신문보다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었다. 신문사들은 그제서야 독자들의 시선을 텔레비전에서 신문으로 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아직도 내 스타트업의 경쟁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면 시장분석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p.107

어떤 사람들이 출장세차가 필요한지, 수요가 있는지, 실제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가 무엇인지,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을 알기 위해 앱이 필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고개들을 모으고, 문자나 메신저 앱으로 연락하고, 구글 문서도구 등을 활용해서도 충분히 사업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앱은 이런 가설들이 충분히 검증된 다음에 만들어도 늦지 않다. 실제 사업의 경쟁력은 앱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창업가가 생각하는 세차 서비스의 가치가 얼마나 실제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창업가가 해야 할 일은 MVP를 만들어서 핵심경쟁력을 검증하는 일이었다. (MVP가 반드시 어떤 앱이나 웹사이트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떄로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웹사이트처럼 만든 가짜 슬라이드 이미지로도 충분하다.)


p.108~109

아블라컴퍼니의 이창수는 서울 유명 식당들을 스마트폰 앱으로 찾아보고 예약할 수 있는 포잉을 개발했다. 고객들은 앱에 있는 예약버튼을 누르면 잠시 후 예약이 확인되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는데, 마치 자동으로 간편하게 예약까지 해주는 편리한 서비스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실은 가로수길에 있는 포잉 사무실 직원들이 웹사이트를 보고 있다가 누군가 예약버튼을 누르면 직접 해당 식당에 전화를 걸어 고객이 원하는 대로 예약해주는 매우 아날로그적인 방식이었다. 고객들로서는 예약버튼을 누르고 확인문자 오기까지 몇 분 동안 이렇게 직접 사람들이 움직이는지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고객들이 점차 예약버튼의 편리함을 좋아하게 되자, 포잉은 점점 이 과정을 자동화했다.


지금 개발하거나 개선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더 빠르고 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반드시 모든 기능이 들어간 완벽한 앱이나 기술, 데이터베이스, 완전한 형태의 웹사이트가 필요할까? 대부분의 경우는 내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그중 아주 일부만, 혹은 그럴싸하게 만든 이미지 몇 장만 필요할지도 모른다.


최소기능제품 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제품은 에릭리스가 쓴 <린 스타트업>이란 책에 의해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MVP는 초기 고객들이 원하는 핵심기능만 최소한으로 구현한 제품을 말한다. MVP는 제품이 원래 의도대로 아이디어가 제대로 구현되었는지,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얻어 다음 개선 사이클의 모델로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한다. MVP는 간단한 사이트일 수도 있고, 골판지로 만든 모형일 수도 있다. 때로는 유형의 제품이나 웹사이트, 앱이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세차예약이나 중고물품 거래와 같은 서비스 아이디어가 있다면 잘 만든 블로그와 스마트폰 메신저만으로도 비즈니스의 핵심모델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p.111

이처럼 광풍이 부는 시장에서는 많은 사업자가 뛰어들어도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꺼지고 나서도 살아남는 기업은 드물다. 지금 누가 새한정보통신을 기억하는가?) 뜨는 시장에 뛰어들 때는 치열하게 경쟁우위를 갖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성공했다고 해서 그것이 온전히 내 실력 때문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평소에는 날지 못하는 한 마리 돼지일 뿐이며 태풍에 휩쓸려 잠시 떠올랐던 것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p.115

"삶이 지칠 때는 뭘 해야 하는지 알아? 계속 헤엄치는 거야!"

- 도리, 영화 <니모를 찾아서>중에서


p.117

내가 창업가들에게 아이디어와 제품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도 비관주의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와 제품개발에 매진하는 팀은 오래 못 간다. 아이더와 제품은 실패하기 말녀이다. 그보다는 회사의 비전을 정의하고 실행하는 강력한 팀이 오래간다. 수십 번 실패를 견딜 수 있는 멘털로 무장해야 한다. 강력한 팀과 동기부여에 시간을 써야 더 오래가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


p.127

회사가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다음 성장을 위해 창업가는 재빨리 회사의 자원을 재배분하고 위임해야 한다. 내가 채용한 사람을 믿고 온전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때 제대로 효율이 나기 시작한다. (믿지 못할 사람이라면 애초 왜 채용했나?) 창업가가 할 일은 회사의 성장이 임계점에 다다랐는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p.129~130

혼동해서는 안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싫어하는 일을 그보다 10배는 더 해야 한다. 영수증 처리부터 고객불만 처리, 투자자의 압박을 견디는 일, 동료들의 하소연, 심지어 화장실 청소도 내 담당일지 모른다. 더구나 창업가라면 동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 나는 사업 초기에 동료들이 영수증 처리를 죽은 쥐 처리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보고 모든 영수증 처리를 도맡아 했다. 내 책상 위에는 큰 구두상자가 있어서 모두가 그 안에 회사 경비를 쓴 영수증을 던져넣었다. 그러면 내가 몇 주에 한 번씩 그 영수증을 종이에 붙이고 내역을 정리해서 회계사무실로 보냈다.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유튜브의 창업자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만들고 싶어 했다. 처음에 그들이 만든 것은 유저들이 소개영상을 올리면 그것을 보고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찾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고객들은 단지 데이트만을 위해 소개영상을 올리는 것을 지루해했고, 오히려 인기를 끌 만한 재미있는 동영상을 올리고 싶어 했다. 아이가 노래 부르는 영상, 귀여운 강아지가 재롱을 부리는 영상, 귀여운 강아지가 재롱을 부리는 영상, 온갖 웃긴 영상 등을 다 올리고 서로 보고 싶어 했다. 창업자 스티브 첸은 "데이트 따위는 잊어버려. 우린 그냥 아무 동영상이나 공유하는 서비스로 만들면 돼"라고 말하고는 지금의 유튜브 초기버전을 만들었다.


창업을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일 한 가지를 이루기 위해 10가지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마저 좋아하게 되는 것이 창업가의 삶이다.


p.131

"운명은 스스로 결정하는 거야. 단지 그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할 뿐이지."

-메리다 공주, 영화 <Brave>중에서


p.151~152

창업가의 삶은 바쁘다. 언제나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 도와줄 사람은 없고, 문제는 점점 꼬여만 간다. 내가 창업가로서 가장 후회스러운 결정을 한 때는 언제나 가장 바쁜 때였다. 너무 바쁘면 정신적 여유가 없고, 항상 그럴 때 잘못된 결정을 했다. '좀 더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면'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일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창업가는 항상 여유를 가져야 한다. 언제나 20% 정도는 다른 생각을 하거나, 쉬거나,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골치 아픈 문제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고? 내 경험으로는 그럴 때일수록 더 여유를 가지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느 순간 나를 괴롭히던 그 문제를 해결할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테니까.


창업가는 매일 같은 일만 반복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반복적인 일은 누군가에게 위임하거나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 창업가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조직은 정체되기 시작한다.


p.155

주주간 계약

공동창업자들 사이에는 반드시 주주간계약을 만들어두어야 한다. 처음에는 모두 같은 뜻으로 시작하지만 사업을 하다보면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 퇴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주간계약서에는 공동창업자들의 주식처분을 제한하고 먼저 다른 공동창업자가 매입할 수 있도록 하여 외부의 모르는 사람에게 회사 지분이 상당량 나가는 일을 막는 조항을 넣을 수 있다(주식처분의 제한). 기관투자자가 있을 경우에는 기관투자자가 이 권리를 먼저 가져가기도 한다. 또 주요 공동창업자가 퇴사할 경우, 미리 정해둔 양만큼 주식을 다시 반환하거나 다른 공동창업자 또는 투자자에게 매각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이런 조항은 초창기 스타트업이 리더십의 갈등을 겪을 때에도 안정적으로 경영이 이어지게끔 하는 장치가 된다. 주주간계약은 창업할 때나 초창기에 빨리 해두는 것이 좋다.


p.164

"대부분 사람들은 1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무리하게 계획하지만, 10년 계획에는 소극적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p.169~170

LG전자에서 스마트폰 개발을 하던 최혁재는 2012년 겨울,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창업헀다. 그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공유하면서 마음껏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였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충전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니, 차라리 충전해주기보다는 이미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해주자는 아이디어였다. 그는 LG전자를 그만두고 배터리 교환 서비스 '만땅'을 창업했다. 하지만 말이 창업이지, 동생과 함께 홍대 인근에 노점상을 차린 정도였다. 손으로 끄는 수레에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돌아다니는 게 일이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큰 인형탈을 쓰고 다니는 후배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창업자들은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아가며 사람들에게 스마트폰 배터리를 교환해준다고 외치고 다녀야 헀다. 그렇게 첫날에 두 개의 배터리를 교환했다. 그 후 살을 에는 추위와 노점상들의 텃세, 의심하는 고객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두 달 동안 3000개 분의 배터리를 교환해주고 500만 원을 벌었다.


본엔젤스의 강석흔 파트너는 어느 날 메일함을 확인하다 최혁재가 보낸 이메일을 발견했다. 그가 설명하는 사업 아이디어가 좀 의외였기 때문에 한 번 만나볼 필요는 있겠다 싶었다. 어느 겨울날 카페에서 만난 최혁재가 이미 홍대 길거리에서 수레를 끌고 다니며 배터리를 교환해주고 있다고 이야기했을 때, 강석흔 파트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걸 진짜로 하고 있다고요?"라고 되물었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의 눈빛은 다르다. 본엔젤스의 강석흔 파트너는 '만땅'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 최혁재라는 사람이 앞으로 계속할 사업에 투자했을 뿐이다. 만땅은 얼마 안 가 접었지만, 본엔젤스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의 초기기업 투자자인 500스타트업에서도 투자받았고, 그가 새로 만든 서비스인 '스푼'은 꽤 인기를 얻고 있다.


p.172~173

창업가는 제품이 아니라 비전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가?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이디어나 제품이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점은 없는가?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이런 비전이 분명하면 제품의 실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된다. 실패로부터 배우고 다음 피보팅을 준비할 수 있다. 팀이 도달해야 할 목표지점이 분명하면 팀은 열정으로 뭉치고 매일매일 전진한다.


p.178~179

보통 시장규모를 이야기할 때 쉽게 구할 수 있는 시장연구기관이나 기사에 나온 수치를 아무 생각없이 인용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투자자들이나 이 업을 오래 해온 사람은 이미 그런 수치들을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무런 인사이트나 고민 없이 베껴 넣은 숫자는 오히려 창업자의 무지를 드러내 공격당하기 쉽다. 대신 자신이 보는 시장은 무엇인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떤 기회가 있는지 창업가만의 통찰력을 담아야 한다. 넷플릭스를 창업한 리드 헤이스팅스는 당시 비디오 대여업을 분석하면서 소매점 없이 우편배달만으로 운영하고 연체료도 없는 시장을 발견했다. 아마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만 인용했다면 이런 시장은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1980년대 맥킨지컨설팅은 AT&T의 의뢰로 수행했던 시장분석 보고자료에서 2000년에도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은 100만 대도 안될 것이라 예측하며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실제로 2000년에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은 1억 대 이상으로 성장했고, 맥킨지의 예상은 100배 이상 차이로 틀렸음이 드러났다.


2007년 아이폰이 시장에 나온지 2년 후, 2009년 세계적 리서치기업 가트너는 2014년에도 여전히 심비안OS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모바일 OS일 것이라 예측했다. 안드로이드는 불과 14.5%의 시장점유율만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2012년 심비안은 시장에서 철수했고, 안드로이드는 2014년 10억 대 이상 출시되면서 시장 1위의 모바일 OS가 되었다.


시장조사기관의 연구는 과거와 현재를 토대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기술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는 미래를 예측하는데에는 부적절하다. 오히려 창업가의 경험과 특출한 통찰력이 만들어낸 예상이 훨신 잘 맞을 때가 많고, 이를 잘 설명해야 한다. 창업가와 벤처투자자는 바로 이런 특이점을 찾는 사람들이다.


p.181~182

회사소개서 더 빛나게 만들기


회사연혁

회사연혁 같은 부가정보는 모든 문서 가장 뒤에 나오는 첨부자료로 작성하라. 우리나라 회사들의 사업계획서 중 99%는 첫 페이지에 회사연혁부터 나오는데, 과연 이게 가장 먼저 나와야 하는 정보인지 한번 곰곰이 생각히볼 일이다. 굳이 백년 삼대 장인정신으로 시작하는 사업이 아니라면 연혁은 볼 필요도 없다. (사장님 말씀, 사훈, 조직도 등도 마찬가지. 사업계획서에 반드시 넣어야 할 게 아니라면 과감히 생략하라)


회사 로고

페이지마다 회사 로고와 상표를 넣어야 하는가? 과도한 로고와 브랜드 사용은 사업계획서를 광고판처럼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 뺄 수 있다면 각 페이지에서 회사 로고, 주석, 저작권 표시 등의 부가정보를 빼라. 앞표지나 뒤에 한 번 넣는 것으로 충분하다.


표지

표징는 날짜, 회사 이름, 담당자와 전화번호, 이메일 등의 정보만 포함되어야 한다. 보통 주목을 끌기 위해 표지를 예쁘고 독특하게 디자인하려고 신경쓰는데, 전문 디자이너의 도움이 없다면 오히려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그냥 차라리 흰색(혹은 검은색)으로 남겨두는 게 낫다.


피해야 할 의미없는 단어들

-월드베스트 : 무슨 근거로 월드베스트인지 구체적인 증거를 댈 수 없다면 이런 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글로벌리더 : 월드베스트와 마찬가지

-세계 최초, 세계 1등 : 구체적 근거를 대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1등 자전거'보다는 '2011년 판매 1위 자전거 브랜드'가 더 구체적으로 와 닿는다

-시너지 : 너무 추상적이다.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는 게 좋다

-원천기술 보유 : 무턱대고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기 전에,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자신들의 특허나 보유기술을 경쟁사 또는 세계 기술시장의 동향이나 비교지수 등과 비교함으로써,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이 정말 원천기술로 인정받을 만한 것인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 마지막, 허무하게 날리는 "Thank you" 메시지 역시 빼야 할 존재다.


맞춤법 검사와 영문 회사소개서

마지막으로 눅누가에게 보여줄 사업계획서라면 최소한 맞춤법 검사는 하자. 모국어도 제대로 못 쓰면 신뢰도가 10만 점 정도 깎인다. 영어로 쓸 때도 마찬가지다. 콩글리시로 도배한 사업계획서는 오히려 안 쓰는 것이 낫다. 영어로 쓸 거면 단순 번역이 아니라 여러 나라의 독자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써야 한다.


p.200

투자자가 배타적 협상권을 요구한다면 반드시 기한과 해지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예를 들면, 2개월만 해당 투자자와 협상하며, 만약 기한 내에 투자계약서 서명(혹은 미리 지정한 마일스톤)을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투자자와도 협상할 수 있도록 배타적 협상권을 해지한다는 식이다. 기한 내라 하더라도 특정 조건(예를 들어 제품출시라든지 비밀유지협약 위반 등)이 되면 배타적 협상권이 해지되도록 해놓아야 다른 투자자와 협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p.202

발행되었거나 발행계획이 있는 스톡옵션과 전환사채 등 추가로 주식 수를 변동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모두 포함한 지분증권표를 '완전희석기준 지분증권표Fully diluted captable'라 한다.


p.203~204

보통 투자협상을 할 때는 기업가치와 투자금액에 대한 협상보다 이런 디테일한 조항에서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다. 경영상 동의권을 잘 모르는 창업가는 투자자가 내민 경영상 동의권과 협의권을 무심히 보고 넘어가기도 하는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협의할 여지가 많고, 창업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조항도 많다. 동의권과 협의권에 들어있는 조항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고, 그렇지 않다면 동의권에 있는 조항들을 협의권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 이사의 수, 주주총회 안건의 상정, 주요채무, 주요자산의 매각 등 많은 조항들을 동의권에서 협의권으로 옮기면 창업가나 경영진이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범위가 좀 더 넓어진다. (투자자나 이사회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경영하라는 말이 아니다. 언제나 이사회에서 부여받은 범위 안에서 대표이사와 이사의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임으로 고발당하게 될 것이다.)


p.208

많은 창업가들이 쉽게 올리는 매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국가에서 주는 돈에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국민의 세금으로 쓰는 돈이기에 높은 책임과 공정성, 투명성을 요구한다. 그만큼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런데도 많은 창업가들이 회사가 추구하는 본질과 거리가 먼 국책과제를 맡는다거나, 쉬운 매출이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하느라 자신과 회사의 자원을 낭비한다. 가슴에 다시 물어보자. '과연 그것이 내가 창업할 때 꿈꿨던 그것인가?' 만약 조금이라도 의심이 든다면 당장 거절해야 한다. 거절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p.210

나는 창업가가 협상할 수 있는 카드는 기업가치나 투자금액이 아니라 오히려 협상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투자자가 협상기간의 주도권을 쥔다. 투자자는 당장 급할 것이 없으므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또 오래 기다릴수록 창업가는 돈이 떨어져가니 투자자가 협상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창업가를 향한 이 칼끝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창업가가 협상기간을 정하는 것이다. 미리 '5월말까지 투자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협상을 종료한다'는 식으로 투자자와 기한을 못 박아두는 것이다. 특히 벤처캐피털이 소유한 펀드의 만료시기나 최근 투자실적이 저조하다는 등의 약점을 파악해두면 이런 전략은 더욱 유효하다. 곧 투자기간의 만기가 돌아오거나 투자를 많이 하지 못한 펀드는 투자자에게 더 빨리 투자해야 한다는 일종의 동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협상을 이어가기보다는 이렇게 협상기간을 정해두고, 끝나면 다른 투자자와 협상하는 편이 낫다.


p.234~235

사용자들의 행동패턴 데이터분석

A/B 테스트는 두 가지 다른 모양이나 기능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테스트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기법이다. 예를 들면 앱 아이콘을 결정할 때 검은색 아이콘과 흰색 아이콘 두 가지를 준비해서 중복되지 않는 다수의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어느 그룹이 더 많이 앱을 다운로드 받는지 혹은 구매를 더 많이 하는지 등의 결과를 볼 수 있다. 이는 앱 아이콘뿐 아니라 꽤 다양한 범위에 쓰이는데, 버튼의 위치나 상품을 소개하는 문구, 쇼핑몰의 상품사진, 결제방법 등을 다르게 테스트해보고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는 안으로 채택한다. 스타트업은 끊임없이 A/B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어제보다 1%만 성장해도 1년 후면 3800% 성장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퍼널 분석(funnel analysis, 깔때기 분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첫 이용부터 충성고객으로 전환되는 비율을 자세히 살펴보는 분석기법이다. 가령 쇼핑몰을 하는 스타트업이라고 한다면 처음 웹페이지 방문, 회원가입, 로그인, 상품구경, 좋아요 누르기, 장바구니에 담기, 결제, 배송, 후기 남기기, 재구매까지 이어지는 각 단계마다 사용자들이 얼마나 이탈하지 않고 지속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장바구니 담기까지 성공했는데 결제단계로 넘어가는 유저의 비율이 10%라면,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10명 중 실제로 결제에 성공한 사람이 1명 뿐이라는 뜻이므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단계별로 10%씩만 이탈 고객을 줄여도 7단계 후에는 2배의 차이가 난다. (로그인에서 결제까지 7단계라고 가정한다면 각 단계별로 10%만 개선하면 매출이 2배가 된다는 이야기다.) 주의할 점은, 이런 퍼널의 단계는 딱 한 가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비스에 따라 여러 가지 퍼널을 모델로 만들어두고 다양한 가설을 실험해야 한다.


잔존율 분석retention analysis은 얼마나 자주 혹은 오래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보는 분석기법이다. 예를 들어 햄버거 가게 주인이라면, 전체 고객 중 지난 달에 왔는데 이번 달에 다시 와서 버거를 사 먹는 고객들의 비율에 관심이 있을지 모른다. 이는 단골고객, 혹은 충성고객의 수와 직접 관련되는 정보다. 한 달에 몇 번을 이용하는지, 한 달에 몇 번 이용하면 다음 달에 다시 방문할 확률이 몇 퍼센트가 되는지 등을 계산해볼 수 있다. 이는 충성고객 확보와 LTV Life Time Value를 에측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p.237

월요일도 중요한 결정을 하기에는 좋지 않다. 지난 주말까지 한 일에 대해 정보가 충분히 업데이트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현재 상황이 어떤지 살펴보고 최종점검하고 일할 시간이 필요하다. 월요일에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누군가 일요일에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월요일은 최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그 주에 완료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좋다.


뭔가 중요한 일은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에 해야 한다. 그래야 미리 준비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고, 일이 잘못되었을 때 복구할 시간이 확보된다. 보도자료도 월요일이나 금요일에는 배포하지 않는다. 화요일이나 수요일이 가장 좋은데, 그래야 보도 이후에 대응할 시간이 충분해지기 때문이다.


p.246

지금 작성하는 문서에 시간이 언급된다면 기계적으로 오름차순으로 쓰지 말고, 반드시 최신 순으로 정리하면 어떨까 하고 질문해보라.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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