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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산수업

by Diligejy 2017. 5. 27.

p.14

위기를 관리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p.28~29

내가 벌레가 되었다고 치자. 벌레로 변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그레고르는 가정의 '돈줄'에서 어느새 '혐오'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요구만 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달라고 이야기하지만, 거기에는 어떻게 보이기 바라는 자신의 모습이 이미 투영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도, 사회적 의무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가족에게조차 '벌레 같은 모습'은 보여주면 안 되는 것이다. 인간은 가족이기에 앞서 아주 이기적인 한 개인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가족 구성원의 바탕에는 사실 불행을 떠맡지 않고 싶은 개인의 이기심이 깔려 있다.


p.117

반성한다. 조금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키다리 아저씨'를 기대했음을. 반성한다. 경험이 전혀 없다고 해서 스스로 알아보지 않고 무턱대고 다른 사람이 '다 해줄 것'이라는 어설픈 기대감을 가졌음을. 반성한다. 현실의 냉혹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잘될 거야'를 외치면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았음을. 반성한다. 20년 지기 이웃을 통해 소개받았다고 해서,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고 해서, 조금의 의심도 없이 내 편에서 모든 걸 해결해 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났다고 착각했음을.


p.187

나는 지속적으로 되뇌었다. 사랑은 낭만이 아니라 용기라고.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을 토닥거리는 용기를 낼 테니 내 삶도 이 고통 속에서 붉은 동백꽃으로 다시 피어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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