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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우리는 왜 친절한 사람들에게 당하는가(2)

by Diligejy 2017. 7. 24.

p.105~106

우리 개개인은 은행도 사채업자도 아니다. 돈을 빌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런데도 돈을 빌려주는 일이 있다. 상대방과의 관계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돈을 빌릴 만큼 친한 관계일 수도 있고, 내 입장에서는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일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관계만을 생각하면서 큰돈을 빌려주는 경우, 당신이나 가족의 인생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

사업을 오래 한 사람들은 서로서로 대금을 늦춰주는 아량은 베풀지만,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어지간하면 돈을 빌려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 외상으로 주었다가 돈을 떼이는 경우는 있어도 돈을 직접 빌려주지는 않으려 한다. 이것이 어떤 의미이겠는가. 급전이 필요하다며 평소 돈거래가 없던 살마에게까지 돈을 빌리러 다닐 정도의 상태가 됐다는 것은 잠시 돈을 빌려 숨을 돌리더라도 결국 망할 가능성이 큰 상태임을 경험상 안다는 뜻이다. 특히 돈을 빌려달라는 말을 금기로 하는 업계에서는 말이다.

10여 년 전부터 법원에서는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것에 대해서 '민사 사건'일 뿐 형사적으로 사기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태도이지만, 그에 따라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이 '단순 채무불이행'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뭐가 단순하다는 걸까? 내가 보기에는 '단순하게 생각해서' 은행이나 사채업자가 아닌 이상 돈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마음먹는 것이 오늘날에는 가장 현명한 태도다.

p.129
프랜차이즈업체에 가맹하여 사업을 하라고 부추기는 사람들 중에 사기꾼 또는 사기꾼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컨설팅업자라는 사람들 중에서 특히 질 나쁜 사기꾼을 만나면 꼼짝없이 망할 수 밖에 없다. 커피나 빙수, 치킨 가게는 경쟁이 매우 심한 업종이 되어버렸기에 이제 함부로 투자했다가는 돈을 벌기보다 손해를 보기가 더 쉬운 일이 됐다. 그럼에도 일부 컨설팅업자는 높은 권리금을 감수해야 돈을 벌 수 있다면서 임대료가 높은 지역의 대형 매장을 권하곤 한다. 이런 컨설팅업자로서는 그 매장이 장사가 잘 되든 안 되든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니다. 다만, 그런 계약이 체결되었을 때 수천만 원의 컨설팅비를 가맹점주와 본사 양쪽에서 받기에 그 점이 중요할 뿐이다.

p.130
장사가 되지 않는 자리를 소개하고 소개료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챙긴 뒤, 그 자리의 권리금을 받아주겠다며 새로운 피해자를 상대로 또다른 사기를 친 것이다. 가게를 새로이 인수한 사람은 장사가 되지도 않는 곳에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인수한 사람들이 컨설팅업자에게 항의를 하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컨설팅업자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새로운 인수자에게 떠넘기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폭탄 돌리기'가 계속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으니, 마지막 인수자는 결국 완전히 돈을 날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컨설팅업자는 소개료와 자기 몫으로 뜯어낸 권리금을 계속해서 챙긴다. 그리고 협력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적당히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p.142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영업 중인 다단계 판매업체는 117곳이었다. 2011년에는 72곳이었는데 꽤 늘어난 숫자다. 판매원의 수입은 어떨까? 2013년도 1인당 연평균 지급액을 보면 상위 1% 판매원은 5,000만 원대로 그들이 얘기하듯 '환상적인' 금액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99% 판매원을 어땠을까? 이것이야말로 '환상적'이라 할 만하다. 연간 수입이 46만 9,000원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다단계 판매업체에 등록된 판매원 수는 415만 4,969명이었지만 이 중 실제 돈을 버는 판매원은 106만 1,389명뿐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실제로 돈을 받은 판매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인당 연평균 수당은 88만 8,000원이었다. 그나마 2010년보다 늘어난 것이 이 정도였다.

다단계업체에서 수당은 최상위 직급자들이 다 가져가는 구조였다. 1만 명 정도의 상위 1%가 전체 수당의 56.8%를 차지한다. 최상위 1%의 수당이 1인당 평균 5,000만원 대라고 했지만, 그 안에서도 사업 운영 주체들이 가져가는 걸 빼면 1% 안에 든다 한들 사실상 별것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상위 30~60%의 몫은 연간 9만 9,000원에 불과했다. 아무리 희망을 주고 용기를 복돋우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라고 한들, 다단계방식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뜻이다. 합법적인 업체가 이런 상황이니, 사기 업체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p.155
부동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화려한 사무실의 '컨설팅' 또는 '투자개발'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믿고 돈을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그런 부동산회사와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정상적인 거래가 아닐 가능성이 높고 일반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과 관련하여 '컨설팅'이란 이름이 들어간 곳은 그 회사 직원 대부분이 부동산중개와 관련하여 무자격자라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p.160~162
모텔에 같이 걸어갔는데 강간죄로 고소당하면 어떨까? 어떤 사람들은 "아니, 어떻게 같이 술 마시고 같이 모텔에 갔는데 강간이 성립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한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런 경우에도 강간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고소당한 남자는 분명 나이트클럽에서 부킹 후 마음이 맞아서 술도 더 마시고, 모텔에서 같이 자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하는데 준강간으로 기소까지 된 사건이 있었다. 술에 취해서 정신이 없는 여자를 데려가 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관계를 가지면 준강간죄로 처벌받는다. 여성이 성관계를 거절할 의사표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했다는 데 대해 처벌하는 것이다. 준강간은 강간과 동일하게 처벌된다.

이런 사건이 있었다. 사건기록을 보면 실제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자도 나이트클럽에서 상대방을 만나서 부킹을 했고, 마음이 맞아서 같이 나와 바에서 양주 한 병을 더 먹었다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성관계를 가질 생각은 없었는데 남자가 자신을 데리고 모텔에 데려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여자가 성관계를 가질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남자 입장에서는 술 마시고 모텔에 같이 갈 때까지 성관계에 대해 동의를 받은 것이 분명한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강간범이 된 셈이다.

물론 여성이 성관계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취한 상태를 이용해서 남자가 간음하는 경우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성이 동의를 해놓고 나중에 기억을 못 하는 경우조차 남성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텔에서 남자가 옷을 벗고 샤워하는 사이에 여자가 팬티 한 장 걸치지 않고 뛰쳐나간 사례도 있다.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할 뻔했다는 것이다. 모텔까지 같이 갔는데 강간이 되겠느냐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모텔에 같이 갔더라도 거기에서 성관계를 거부하는데 억지로 하려고 했다면 강간이 된다는 것이 법원 입장이다.

문제는 정말 강간을 당할까봐 옷을 벗고 뛰쳐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강간을 당헀다며 고소를 한 여성이 이렇게 주장한 경우가 있었다. "성관계 중에도 나는 가방을 메고 있었다. 만약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더라면 가방을 메고 있었을 리가 없다. 강간을 당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여성의 친구도 예전에 강간을 당했다며 고소를 한 적이 있고, 마찬가지로 가방을 메고 있었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강간이나 준강간 또는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하는 경우는 빠져나가기가 결코 쉽지 않다. 명백하게 거짓 고발임이 눈에 확 뜨이는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준강간인지 여부를 구별해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경우 변호사들도 무죄를 끝까지 다투라고 권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앞서의 모텔 사건과 관련해서 나이트클럽의 웨이터와 바의 사장도 마음이 맞아서 나갔다고 진술했다. 하짐나 결과적으로 '여자가 취해 있었던 것 같다'는 것이 이유가 되어 남자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가 됐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런 상황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걸리면 빠져나오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많이 취했다고 생각되면 절대로 성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 길을 걷다가 비틀거리거나 엘리베이터에서 벽을 기대고 있는 CCTV 영상이 바로 준강간의 증거가 된다. 그런 영상이 있다면, 빠져나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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