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

병법 노자

by Diligejy 2017. 9. 20.

p.16

<노자>에 기본적으로 깔린 정서는 '두려움'입니다. 세상과 세계의 변화무쌍함에 대한 두려움, 상실에 대한 두려움, 전쟁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나던 전국시대라는 현실이 주는 두려움 말입니다. 그 두려움이라는 것을 알아야 <노자>를 쓴 사람 또는 편집한 사람이 가졌던 주요한 문제의식을 알 수 있습니다.


p.21

노자 15장


옛날에 도를 잘 행한 사람은

미묘하고 그윽이 통달했으니

깊고 깊어 기록할 수 없었다.

오직 기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억지로 그를 형용하니

머뭇거림은 마치 겨울에 강을 건너는 것 같고,

망설임은 마치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엄숙하기는 마치 손님이 된 듯하고,

넉넉하기는 마치 얼음이 녹는 듯하며,

질박하고 두텁기는 마치 통나무와 같고,

흐릿하기는 마치 탁한 물과 같고,

드넓기는 마치 골짜기와 같다고 한다.

혼탁하면서도 움직여서 서서히 맑아지며,

편안해하면서도 움직여서 서서히 살아나니

이런 도를 간직한 사람은 채워짐을 원하지 않는다.

오직 채워짐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가리고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p.25

두려움이라는 정서와 감정, 궁중 사회와 전쟁터라는 배경 그리고 철저히 사적 욕망을 위한 책이라는 것, 이 세 가지를 분명히 기억하십시오. 너무나 두려운 전쟁과 궁중 사회의 암투에서 끝까지 살아남고자, 최후의 승자가 되고자 하는 강렬한 사적 욕망을 위한 책이라는 것, 반드시 기억해주시고요.


p.28

노자 7장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간다.

하늘과 땅이 길고 오래갈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삶을 도모하지 않기 때문이니 그 때문에 장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성인은 자신을 뒤로 하면서도 자신을 앞에 있게 하고

자신을 도외시하면서도 자신을 보존하게 되니

사적 욕망을 내세우지 않기 대문이다.

그러므로 결국 그 사적 욕망을 이룰 수 있다.


p.36

노자 69장


용병가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나는 감히 먼저 공격하기보다 공격을 기다리며

나는 한걸음 나아가기보다 두 걸음 물러선다.

이것을 두고 진 없는 진을 펴고 팔 없는 팔을 걷어붙이며

무기 없는 무기를 잡는다 하니 이에 적이 없게 된다.'


노자 69장


적을 가벼이 여기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적을 가벼이 여기면 나의 보배를 거의 잃게 된다.


노자 33장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스스로를 아는 사람은 밝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고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은 강하다.


p.42


노자 59장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 데

아끼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오직 아끼기 때문에 일찌감치 준비할 수 있으니

일찌감치 준비하는 것을 두텁게 덕을 쌓는다고 한다.

두텁게 덕을 쌓으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고,

이기지 못할 것이 없으면 막히는 곳을 알 수 없다.

막히는 곳을 알지 못할 정도라야 나라를 가질 수 있으니

나라의 어미가 있어야 장구할 수 있다.

이것을 흰 뿌리는 깊고 곧은 뿌리는 단단하다고 하니 

장생구시의 길이다.


p.49

덕이라 하면 그저 윤리와 도덕, 특히 인격의 완성자가 풍기는 인간적 매력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본래 덕은 힘이었습니다. 정치적 영향력과 지배력이었습니다. 군사력과 연관되는 것이었고요. 세상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는 영향력이었지요.


p.64~65

언제든 내가 가진 중요한 것을 상실할 수 있는데, 그것이 세상이고 인생이라면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요. 새옹의 지혜와 통찰력이 있어야겠지요.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눈앞의 사태를 보고 감정의 기복을 드러낼 것이 아니라, 한발 물러서서 어떤 일의 조짐인지 보려고 해야지요. 어떤 사태의 전조이고 복선일지 살펴야 합니다. 그 노인처럼 차분한 자세로요. 노인이 말을 잃었을 때는 말 한 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는 조짐을 읽었고, 말을 얻었을 때에는 아들에게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조짐을 읽었습니다. 또 아들이 다리를 잃고 불구가 되었을 때에도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다리를 잃은 사고에서, 재앙을 피하게 되는 일의 조짐을 읽었던 것이죠. 새옹이 말해주는 바는 이것이죠. 화는 단순히 그냥 화가 아니고, 또 복은 단순히 그냥 복이 아니다. 화는 복을 부르고, 복은 화를 부르며, 화에는 복의 조짐이, 복에는 화의 조짐이 숨어 있다. 그렇게 세상일에는 양면성과 가변성이 있으니 절대 눈앞의 일만으로 일희일비하지 마라. 숨어 있는 조건과 요소를 파악해내라, 어떤 사태의 조짐이고 복선인지 읽어라. 이런 것이 새옹이 하고 싶었던 말이고,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시사하는 바입니다.


p.67

눈앞에 닥친 일을 보고 일희일비하며 심적 동요를 보이고 감정 기복을 드러내는 지휘관을 어느 병사가 신뢰하겠습니까. 포커페이스, 언제든 평정심을 유지하는 자세는 조직의 리더, 특히 군대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닌가요. 그리고 지금 눈앞의 일을 통해 닥쳐올 사태가 무엇인지 보려는 자세 역시 지휘관이 꼭 갖춰야 할 자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적의 속임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거나 끌려다닐 것이고, 상대에 비해 유리한 위치와 조건으로 싸울 수 없게 되겠죠. 


p.109~110

섣불리 전투를 벌이진 않지만, 싸웠다 하면 이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세가 부쟁의 자세죠. 그 부쟁의 덕을 가지면 <노자> 22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누구도 그와 다투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최강자가 된다는 것이죠. 그렇게 누구도 그와 다툴 생각을 못하도록., 즉 최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함부로 싸움을 걸거나 섣불리 누굴 공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함부로 움직여 내 패와 의도, 허실을 보여주지 말라. 내가 적의 허실을 꿰차고 제대로 된 전략과 전술을 짜고 최대한 조건과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놓은 후 움직여라. 그런 것이죠. 무작정 참으라거나 고개를 숙이라는 게 아니라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조건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회를 엿보면서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적극적으로는 최대한 조건을 유리하게 하면서 소극적으로는 적이 빈틈을 보이고 나와 적을 둘러싼 환경이 변할 때가지 기다리면서요. 노자 철학의 부쟁은 이런 것입니다. 인내+ 준비죠.


p.114

싫은 상대가 있고 굴복시키고 싶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행동에 나서 힘을 겨룬다? 아닙니다. 기다려야 합니다. 심지어 수모를 감수하면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면서까지요. 상대의 비위를 맞춥니다. 그러면서 상대를 기고만장하게 만들고 방심하게 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원한을 사게 해 적을 많이 만들게 합니다. 그럴수록 나에게 유리한 상황과 조건이 만들어지겠죠. 물론 그런 모략은 앞에서 한 말처럼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되고 최대한 의뭉스럽게 진행해야 합니다. 싸움 자체에 신중해야 하지만, 싸우겠다고 마음먹엇다면 이렇게 기다리면서 준비해야 합니다. 적을 완전히 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요. 노자의 부쟁은 궁극적으로 거기까지 주문하는 것이죠. 노자는 참 많이도 인내를 주문하는데, 그가 말하는 인내는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닙니다. 기회를 기다려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가려고 준비에 준비를 다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것이죠.


p.116

노자 29장


장차 천하를 취하려 하는데 억지로 하려는 것

나는 그것이 불가능함을 안다.

무릇 천하는 신명스러운 그릇이니

억지로 도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

억지로 도모하려는 자는 패할 것이고

억지로 잡으려는 자는 나라를 잃을 것이네.


사물은 앞서가는 것도 있고 뒤따라가는 것도 있으며

뜨거운 것도 있고 차가운 것도 있으며

강한 것도 잇고 꺾이는 것도 있으며

길러주는 것도 있고 무너뜨리는 것도 있네.

그러므로 성인은 심함, 지나침, 사치함을 버리네.


p.119

노자 30장


도로써 군주를 보좌하는 사람은 전쟁으로 천하를 하려하지 않는다.

전쟁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기 마련,

군대가 머문 곳에는 가시나무만 생겨나네.

용병을 잘하는 사람은 그저 이기기만 할 따름이니

그것으로써 절대 강함을 앞세우지 않는다.

이기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이기면서도 거드름 피우지 말며

이기면서도 자랑하지 않고 이기면서도 부득이하게 싸운 것이다.

이것을 이기면서도 강하지 않게 이기는 것이라고 하는데

만물은 강하면 약해진다.

그것은 도에 어긋나는 것이네.

도에 합치되지 않으면 빨리 죽을 것이다.


p.145

퇴양을 알아야 합니다. 물러나는 것을 귀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앞서가고 승리할 수 있습니다. 퇴양의 전술, 귀후를 통한 승리 추구 전술, 그것을 이퇴위진以退爲進이라고 하지요.


p.148

적을 알고 나를 알고 누가 어디에서 상대적 우위가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 상대가 지칠 때까지 또는 적 안에서 갈등과 내분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면 단호히 명을 내려 상대를 부수고 도망가는 적을 악착같이 추격해 섬멸하는 집요함


p.157

노자 71장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다.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문제다.

그러므로 성인이 문제가 없는 것은

문제를 문제로 여기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p.171

이런 말이 있지요. "원앙새를 수놓아 보여주지만 바늘만은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지 마라." 바로 이 말이요. 노자와 손자의 저 말들을 묶어 정리해주는 말 같죠. 아주 명쾌하게 말입니다. 승리한 모습과 결과, 일이 다 끝난 후의 상황은 모두가 알아도 좋지만 그것을 만들어간 과정, 승리를 만들어간 내 책략과 작전은 아무도 모르게 하라는 말이죠.


p.172

승리와 성공은 분석의 대상이지 답습의 대상이 아닙니다. 영광의 기억은 연소시켜야 하지 재활용의 대상이 되면 안 되죠. 왜 그 상황에서 그 전술이 유용했는지, 무슨 요소와 원인으로 인해 그 전술이 먹힐 수 있었는지 당시 상황과 맥락 안으로 철저히 들어가 분석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대로 답습하지 않습니다. 


p.187

나를 이기게 해주는 길, 강해지고 지지 않게 해주는 길, 나를 승리로 인도하는 길은 결코 하나가 아니고 여럿입니다. 어제 걸었던 길 말고 다른 길이 없는지, 이 길 말고 다른 경로는 없는지 찾아봐야 하지요. 어제도 걸었던 길, 상대도 아는 길에는 어떤 함정과 복병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불편하더라도 새로운 길, 상대가 모르는 길을 찾아보고, 특히 은밀하게 그 길로 이동해 불시에 적을 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새로운 길, 적이 모르는 길을 찾으려는 것은 항상 명장들이 고민했던 바죠. 어제의 길을 버리고 새로운 길, 불편하고 낯선 길을 적극 찾아보려는 자세가 전략적 사고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리더는 그것을 키워야 합니다.


p.190

군대가 행군할 때는 편하고 빠른 길보다 어두운 길과 울퉁불퉁한 길, 물러서게 하는 길을 찾아봐야 합니다. 남들이 들으면 비웃고 무모하다고 할 정도로요. 그게 전략적 사고입니다. 편하고 안전해 보이는 길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케 하는 길을 찾으려 안간힘을 써보는 게 전략적 사고지요. 그런 노력을 통해 전략적 사고를 하는 신경망이 뇌 안에 생길 것인데요. 전략적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 길은 많습니다. 남들과 다른 전술지도를 가질 수 있고요. 반대로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하면 길이 고정되는데, 그러면 패망할 수밖에요.


p.232~233

지휘관은 늘 냉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전략적 사고를 제대로 할 수 있지요. 승리라는 목적을 위해 전략적 합리주의를 견지해야 하기에 온정과 감정에 휘말리면 절대 안 됩니다. 불인한 천지처럼 무심해야 합니다. 사람들을 짚으로 만든 강아지 취급하는 하늘처럼요. 군주와 장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성과 병사를 짚강아지처럼 여길 수 있어야 하죠. 부국강병을 위해, 눈앞의 승리를 위해 소모품으로도 쓸 수 있어야 이기는 장수가 될 수 있습니다.


p.236

노자 81장


믿음직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하지 않다.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않고

박식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선한 사람은 많지 않고

대다수는 선하지 않다.


p.245

자, 정말이지 속여야 합니다. 내 생각과 의도를 숨긴 채 사람들을 속여 승리하고 커다란 비용 소모 없이 목적을 달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든 속이고 숨기려면 우선은 달느 것을 떠나 말을 좀 줄여야겠지요. 말은 할수록 노출됩니다. 내 패와 의도가 드러나고 상대를 속일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노자는 다언삭궁多言數窮을 말했지요. 속이려면 우선 다언삭궁부터 명심해야 한다, 노자 생각은 그러했나 봅니다.


p.250

일할 시점에 기밀을 유지할 수 있으면 말하는 사이에 새어나올까 두려워해야 하고, 말할 때 기밀을 유지할 수 있으면 용모에서 드러날까 두려워해야 하며, 용모에서 기밀을 유지할 수 있으면 낯빛에서 드러날까 두려워해야 하고, 행동할 때는 그 실마리를 숨기고 사람을 등용할 때는 그 입을 막아야 한다. 


<<병경백자>> <비편>


p.303

노자가 23장에서 이런 말을 했죠. 회오리바람이 아침나절을 넘기지 못하고 폭우는 길어봤자 한나절 뿐이라고. 시련과 악조건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기다리면 됩니다. 망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전히 망하지 않는 것입니다. 져도 좋습니다. 하지만 죽으면 안 됩니다. 완전히 망하지 않고 살아 있는 한 패한 게 아닙니다. 언제든 일어설 수 있습니다. 일어서려 해야 하고요. 노자는 독한 사람입니다. 정말 지독한 사람이 불패 정신, 불굴의 인내를 말했던 거지요.


p.350~351

노자 64장


고요히 있을 때는 유지하기 쉽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은 도모하기 쉬우며

허약한 것은 쪼개기 쉽고

작은 것은 흐트러뜨리기 쉽다.

아직 있지 않을 때 그것을 위해 행동하고

아직 어렵지 않을 때 그것을 다스린다.

아름드리나무도 털끝 같은 싹에서 자라나고

아홉 층의 누대도 한 삼태기 흙에서 출발하며

백 길 높이도 발밑에서 시작하네.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간다  (0) 2020.11.03
여덟단어  (0) 2017.11.19
예수전  (0) 2017.07.17
심연  (0) 2017.04.27
고민하는 힘  (0) 2016.11.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