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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한국소설46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파견자들 '나'라는 존재에 대해 묻는다고 이 책의 표지에는 광고하고 있지만, 나는 그런 고차원적인 것보다 단순하지만 어려운 '사랑'에 대한 질문으로 이 소설을 읽었다. 이제프의 사랑은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맞다면 왜 맞고 아니라면 왜 아닌 것일까?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마 이제프가 가진 순수성에 대해 말할 것이다. 그는 범람이 된 아이인 태린을 끝까지 보호했고, 태린이 정말 순수한 곳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걸 바친다. 심지어 태린에게 목숨까지 내준다.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이제프가 가진 순수성에 대해 말할 것이다. 그는 범람이 된 아이인 태린만을 끝까지 보호했고, 태린이 정말 순수한 곳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다른 범람된 사람들을 희생한다. 심지어 태린에게 살해된다. 같은 사실에 대해.. 2024. 1. 13.
이토록 평범한 미래 p.18~19 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이 바다에 파도가 일면 그 모습이 가려진다. 파도는 바다에서 비롯되지만 바다가 아니며, 결국에는 바다를 가린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 '정말 행복하구나'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으리라.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왜 불안해지는가? '행복'이라는 말이 실제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신한 언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그 뜻이 달라질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야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야기의 형식은 언어다. 따라서 인간의 정체성 역시 어떻게.. 2023. 8. 28.
마음에 달려있으니 - 퇴마록 국내편 1 전설처럼 회자되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퇴마록. 퇴마록이라는 3글자만으로 모든게 설명가능한 그 책. 이제야 읽었다. 그리고 놀라웠다. 이우혁이라는 작가는 도대체 무얼 하는 사람일까. 소설 속에 담긴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상상이상이었다.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았고 갖가지 이론을 다 가져다 썼다. 더구나 그는 인문학 전공자도 아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인데, 어떻게 이 정도의 깊은 지식을 알고 있는걸까. 물론 당연히 각 분야 전문가가 보기엔 허접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이 정도의 지식을 알 수 있을까 싶다. 무튼 퇴마록 국내편 1권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心이다.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지만, 그 속에서 계속 강조하는건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게걸스러.. 2023. 7. 3.
이국에서 p.35 노련한 정치가인 보스에게 상대방의 난처함은 동정할 이유가 아니라 이용할 기회이다. 측근이라고 다를 리 없다. p.38 보스가 정치의 영역으로 불렀을 때도 그는 어머니에게 조언을 구했다. 어머니가 그때 한 말을 그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일인지 생각해라. 너를 위한 일인지 생각하라는 말이 아니다. 남을 위해 일하더라도 네가 원하는 일을 하라는 뜻이다." 그는 그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자기가 그 일을 원하는지 생각했다. 그때 그는 원하는 것과 위하는 것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을 때 했던 고민이 사라지자 마침내 결단할 수 있었다. 그때 그는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선택했다. p.46 그렇다고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계.. 2023. 3. 15.
재수사 1권 p.25 팀장님 말씀이, 아니라는 거야. 범인은 경찰 조직 전체가 함께 잡는 거지, 형사 하나가 잡는 게 아니라고. 사건이 나면 신고를 받는 사람이 있고, 현장에 나가서 증거를 수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증거를 분석하는 사람도 있고, 목격자 찾아다니면서 진술 받는 사람도 있고, 용의자 몽타주를 그리는 사람도 있고, 수배 전단을 전국 곳곳에 붙이는 사람도 있다, 그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해서 범인을 잡는 거다, 그러시더라고. 뭐 말하자면 이게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거지, 수사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은 더 큰 시스템의 한 부분인 거야. 경찰은 수사를 하고, 검찰은 기소를 하고, 법원은 재판을 하고, 교도소에서 범인을 가두고 벌을 주지. 뭐, 이건 형사사법시스템이라고 불러야하나? 그 큰 시스템을 생각해보.. 2023. 3. 11.
지구 끝의 온실 p.77 "나도 어느 순간 깨달았지. 싫은 놈들이 망해버려야지. 세계가 다 망할 필요는 없다고. 그때부터 나는 오래 살아서, 절대 망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단다. 그 대신 싫은 놈들이 망하는 꼴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성공하셨나요?" "글쎄. 그런 것 같지는 않아. 그놈들도 아직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덕분에 살아가며 다른 좋은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지. 전부 망해버렸다면 아마도 못 봤을 것들이지." 아영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할래요. 다 끝나는 건 좋지 않다고요." p.165 "세상이 망해가는데, 어른들은 항상 쓸데없는 걸 우리한테 가르치려고 해."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왜 망해가는 세상에서 어른들은 굳이 학교 같은 것을 만든 걸까 .. 2023.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