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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발신제한 - 연기는 굳, 기획은 망, 경찰은 무엇

by Diligejy 2021. 7. 31.

 

발신제한은 조우진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펼쳐보인 영화다.

이미 조우진의 연기는 조연활동을 통해서도 검증되었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주연급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걸 완벽히 증명했다. 영화내용에 관계없이 그의 연기력은 몰입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영화는 정말 어이가 없는 수준이다.

라이너의 컬처쇼크에서 리뷰하는 내용과 98% 흡사한 생각을 영화를 보면서 했다.

이렇게 생각이 비슷한 경우는 드물었는데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7vD8lH1ivgs 

이런 스릴러에서 경찰이 어느정도 헛발질을 하는 설정을 한다는 건 이해한다. 

그렇지 않고 경찰이 완벽히 유능하다면 스릴러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을테니까.

 

그렇지만 이 영화의 경찰은 어느나라 경찰인가? 

 

검거도 못해, 신원확인도 안해, 가장 중요한 인질(딸)을 동생이라는 사람이 납치하도록 놔둬.

아무리 영화적 설정이라지만 이건 너무 허접하지 않은가.

 

조우진과 아역이 연기를 잘해서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정말 코미디 영화가 될뻔 했다.

 

하지만 라이너의 컬처쇼크와 생각이 다른게 있는데

라이너의 컬처쇼크는 이렇게 말한다.

"성규가 사기를 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성규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전부 다 '선량한' 피해자들인가요? 못 배우고, 잘 몰라서 순진하고 그래서 그런 이들의 돈을 해먹은 성규는 악당 중에 악당이고, 잘 배우고, 잘 알아서 돈도 많고 그런 이들의 돈을 빼앗으려는 범인은 정의의 심판이라도 내리는 중이다, 그런건가요? 

성규에게 돈을 맡긴 그 '선량해 보이는' 피해자들도 결국은 욕심을 부리다가 그렇게 된 겁니다.

저는 피해자 탓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 부분이 이상했다. 욕심을 부리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말했는데, 피해자 탓을 하려는 게 아니라니..

범인이 잘못했고, 성규가 횡령한 피해자도 범죄피해를 입은 피해자라는 것에 당연히 동의한다.

 

하지만 과거 성규에게 당한 사람들에게 욕심을 부리다가 그렇게 되었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피해자 탓을 하는 말이 아닌가?

 

이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을 비판하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단순한 개인 투자상품인거 같진 않다.

왜냐하면 첫째로 영화 후반부에 공장에 문을 닫는 장면들이 보여지며, 둘째로 성규의 회상장면에서는 '환율'로 인해서 손해를 보는 장면이 나오고, 셋째로 회상장면에서 범인의 아내가 공장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며 성규에게 사정하기 때문이다.

 

추측컨데 KIKO사태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닐까 싶은데, KIKO사태를 욕심탓이다? 라고 보기는 어렵다.

 

100번 양보해서 KIKO가 아니라고 치자. 그냥 달러 ELS든 뭐든 그냥 개인들이 가입하는 파생상품이라고 치자.

 

회상장면에 보면 성규의 상사가 '불완전판매'에 대한 내용을 언급한다. 그 말인즉슨 상품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과 위험고지 등 절차를 제대로 밟지도 않은 판매가 이뤄졌다는 소리다. 성규가 세절기를 돌리고 버리는 것도 그 때문이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선량해 보이는' 피해자들이 욕심을 부리다가 그렇게 된거라는 결론이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럼 이런 일 당하지 않기 위해 모두들 욕심부리지 말고 은행에다가 안전하게 저축하는 바른생활어린이가 되어야 하는걸까?

 

자본주의에서 과도한 탐욕은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악이라고 하지만, 적절한 욕망은 개인을 발전시키고 시장의 활력을 일으킨다고 그래서 공산주의와 다른거라고 경제관련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다들 하는 소리 아닌가.

 

라이너의 컬처쇼크의 리뷰 가운데 매우 조그마한 부분이지만, 이 부분은 내겐 크리티컬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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