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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일본소설

십이국기 1 -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by Diligejy 2022. 10. 19.

p.247

죽고 싶지 않은 것은 분명 아니다. 살고 싶은 것도 아니니라. 요코는 포기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돌아간다. 반드시 그리은 곳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뭐가 기다릴지는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다. 돌아가기 위해서는 살아 있어야 하니까 내 몸을 지킨다.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다. 

 

p.271

제가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교사는 교사의 사정을 강요하고 친구는 친구의 사정을 강요하죠. 부모는 부모의 입장밖에 말하지 않아요. 다들 멋대로 이상적인 학생상을 만들고 억지로 그곳에 끼워 맞추려고 하죠. 이런 삼자의 의견이 일치하는 일은 없어요. 교사와 부모의 기대대로 행동한다면 아이들 보기에는 아니꼽겠죠. 누가 봐도 착한 아이였다는 말은 누구한테나 맞추고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겠죠. 나카지마는 누구하고나 원만하게 지낸 대신 누구와도 특별히 친하지 않았어요. 누구든 편한 상대였을 뿐이지 그 이상은 아니었던 거죠.

 

p.290-291

이 세계에 요코의 편은 없다. 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다. 자신이 얼마나 고독한지 깨달았다.

 

그래도 살아남아야 했다. 내 편, 머무를 곳 하나 없는 목숨이라서 진심으로 아까웠다. 이 세계 모든 것이 내 죽음을 바란다면 살아남겠다. 원래 있던 세상의 모든 것이 내 귀환을 바라지 않아도 돌아가주겠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살아남아서 게이키를 찾아 반드시 저쪽으로 돌아간다. 게이키가 적이든 같은 편이든 상관없다. 적이라면 위협해서라도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가겠다.

 

"돌아가서 어쩌려고."

 

"돌아간 다음에 생각할 거야."

 

"단숨에 죽는 것이 낫지 않아?"

 

"아무도 아까워하지 않는 목숨이니까 나만이라도 아까워하기로 했어."

 

p.329-330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위해 산다. 자선도 파고들면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일 뿐이다. 그러니까 라쿠슌의 말은 원망스럽게 여길 만한 일은 아니었다. 

 

요코는 생각했다. 아아, 인간은 결국 자신을 위해 사는 존재니까 배신하는 것이라고. 누구든 남을 위해 살 수는 없으니까.

 

p.352

궁지에 몰려 아무도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는다고 타인을 거부해도 되는가. 선의를 보이는 상대를 버릴 이유가 되는가. 절대적인 선의가 아니라면 믿을 수 없는가. 남에게 더할 나위 없는 극진한 대접을 받지 않으면 타인에게 상냥해질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잖아."

 

요코가 남을 믿는 것과 남이 요코를 배신하는 것은 아무 관계도 없다. 요코 자신이 상냥한 것과 타인이 요코에게 상냥한 것은 아무 관계도 없어야 한다. 

 

p.364-365

요코는 고국에서 남의 안색을 살피며 살았다. 누구한테도 미움을 사지 않도록, 모두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남과 대립하기가 두려웠다. 혼나는 것이 무서웠다. 지금 생각하면 뭘 그렇게 겁냈나 싶다.

 

어쩌면 겁쟁이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게을렀던 건지도 모른다.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보다 남이 하라는 대로 하는 편이 편했다. 남과 대립하면서까지 무언가를 고수하기보다 일단 주위에 맞춰 풍파를 일으키지 않는 편이 편했다. 타인의 사정에 잘 맞춰서 착한 아이를 연기하는 편이, 자기를 탐색하고 남과 날을 세워 싸우며 살아가기보다 편했던 것이다.

 

비겁하고 나태한 삶을 살았다. 그러니까 돌아가야 한다. 돌아간다면 삶을 다르게 살 수 있다. 노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p.481

다들 내게 기대하는 마음은 알아. 하지만 여기서 모두의 기대에 휩쓸려 내 삶을 결정한다면 나는 책임을 질 수 없어. 그러니까 제대로 판단하고 싶어. 그렇게 생각해.

 

p.507

사람은 어리석어. 괴로우면 더욱 어리석어지지.

 

p.512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면 옥좌에 올라 좋은 왕이 돼. 그것이 결국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 아닐까. 왕의 책임은 분명히 무거워. 괜찮지 않아? 무거운 책임으로 압박당하다 보면 금방 더 괜찮은 인간이 될 수 있을 거야."

 

"될 수 없다면?"

 

"나아지려는 마음이 있다면 싫어도 그렇게 될 거야. 기린과 백성이 네 선생이니까. 그렇게 많은 선생이 있는데 멍청하게 있을 수가 없겠지."

 

p.514 

"저기 말이야, 요코.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자신이 해야만 하는 쪽을 골라. 어느 쪽을 골라도 반드시 나중에 후회할 거야. 똑같이 후회할 거라면 조금이라도 가벼운 쪽이 좋잖아."

 

"응."

 

"해야 할 일을 골라두면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않았던 만큼 후회가 가벼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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