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6
나는 2014년에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라는 책을 출간하며 다윈이 스펜서의 용어를 채용할 때 최상급이 아니라 비교급 표현으로 각색해 'Survival of the fitter'라고 했다면 인간성의 진화에 관한 우리의 생각이 지금같이 거칠게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잘 적응된 개체 하나만 살아남고 나머지 모두가 제거되는 게 아니라, 가장 적응하지 못한 자 혹은 가장 운이 나쁜 자가 도태되고 충분히 훌륭한, 그래서 서로 손잡고 서로에게 다정한 개체들이 살아남는 것이다.
p.17~19
카를로스의 반에서는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에 대한 수업이 진행되었다. 에런슨은 반을 여섯 모둠으로 나누었다. 카를로스가 속한 모둠원들은 각각 퓰리처의 일생 가운데 한 시기씩 맡아 공부했고, 지식나눔 시간을 진행하고 나서는 퓰리처 일생에 대해 시험을 보기로 했다. 카를로스는 퓰리처의 중년 시기를 맡았다. 발표할 차례가 된 카를로스가 평소처럼 말을 더듬자 다른 핛애들이 '멍청이'라고 부르면서 놀려댔다. 에런슨의 조수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런 말을 하고 싶으면 해도 돼요. 근데 그게 퓰리처의 중년에 대해 배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겠죠. 이제 20분 뒤에 퓰리처의 일생에 대해서 시험을 칠 거예요."
아이들은 카를로스가 경쟁자가 아니라는 사실, 카를로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카를로스를 긴장하게 했다가는 카를로스가 맡은 부분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질 뿐이었다. 아이들은 호의적인 질문자가 되어 카를로스가 공부한 내용을 차근차근 끄집어냈다. 같은 방식으로 몇 주에 걸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자 카를로스는 다른 아이들과 좀 더 편하게 지내는 듯했고, 이후에는 반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에런슨이 개발한 이 학습법을 '직소 모형jigsaw method'이라고 하는데, 한 모둠 내 각각의 구성원에게 정보 일부를 전달하고, 서로 협력하여 조각을 맞추는 방식으로 정보를 완성하는 상호의존적 수업 방법이다. 일주일에 단 몇 시간만 이 모형을 적용해 수업했을 뿐인데 겨우 6주가 지났을 무렵 엄청난 효과가 나타났다. 에런슨은 어린이들이 모두 인종에 상관없이 자신의 모둠원을 같은 반 다른 아이들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소모형 학습법을 경험한 어린이들은 달느 아이들의 상황에도 더 쉽게 공감했다. 아이들이 친구가 되고 나자, 더 표준화된 경쟁적 수업법을 다시 도입하는 것도 안전해졌다. 다른 인종의 어린이들은 모든 점에서 더 크게 개선되었다. 직소모형 학습법은 미국 전역 수천 개 교실에서 수많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었고, 비슷한 결과를 얻은 바 있다.
p.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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