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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40
사랑이라는 화학적 충동과 유전학적 차이점이라는 매력에 이끌려 결혼하고 나면, 언제 그럤냐는 듯이 뜨거웠던 감정은 사라지고 서로 간의 차이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가뜩이나 서로 다르게 진화한 남녀가 개인적인 차이까지 맞닥뜨리면 극복하기 힘든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생물학적 배경을 알고 나면 이혼 사유로 가장 많이 제기되는 원인이 성격 차이라는 것도 놀랍지 않다. 그러나 자연선택의 관심 대상은 유전자의 성공적인 번식이지 개체의 행복한 삶이 아니다. 따라서 진화의 세계에서 오직 생물학적으로 건강하고 다양한 후손을 남길 수만 있다면 부부의 삶과 행복이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p.63~64
남성 중심의 사고에서 비롯된 진화생물학적 편견과 싸워온 페미니스트이자 저명한 인류학자인 세라 블래퍼 허디는 [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생물학이 인간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몹시 싫어한다. 그 결과가 여성에게 불리할 것을 짐작해 알기 때문이다." 이어서 허디는 인류 역사에 모계사회가 지배적인 시기가 있었다는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믿음이 인류학과 고고학의 증거들로 뒷받침되지 않는 환상일 뿐이라고 냉정하게 폭로한다. 여성 우월적인 모계사회는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현대사회에서도 생물학은 여전히 여성의 편이 아니다. 임신이 여성의 신체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기억력 감퇴와 인지 기능의 문제가 뒤따른다는 보고들도 많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임신 중에 사회적 인지를 담당하는 뇌 부위의 크기가 줄어드는데 이러한 뇌 구조의 변화가 출산 2년 뒤까지도 지속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뇌세포 연결망의 가지치기를 거치며 어머니의 뇌가 아이의 양육에만 특화되도록 바뀌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결국 생물학적 진화는 직업인으로서의 현대 여성들의 능력을 신체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인지 기능과 사회성의 측면에서 훼손시킴으로써 차등적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p.72
누군가는 인종, 성별, 장애 등 다른 혐오의 대상과는 달리 동성애의 경우 자연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성적 지향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동성애적 취향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는 차고도 넘친다. 우선 앞서 논의한 공격성과 마찬가지로, 동성애가 사회적, 문화적 현상이 아닌 생물학 현상이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바로 숨낳은 종류의 동물들 사이에도 동성애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19999년에 출판된 [생물학적 풍요]는 약 470종에 달하는 동물들의 동성애 행동을 상세히 기록한 백과사전이다. 현존하는 동물들 가운데 침팬지와 함께 인간과 가장 가까운 보노보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후 더 많은 종이 추가되어 곤충, 거미, 극피동물(성게, 불가사리, 해삼 등), 선형동물(회충, 편충, 선충 등)을 포함한 무척추동물과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 주요 척추동물들을 포함해 무려 1,500종에게서 동성 간 성행위가 발견되었다.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특히 유인원과 같이 사회를 이루어 살거나 폭력 행위가 빈번한 종들에서 동성애가 더욱 많이 관찰되는데, 이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동성 간의 성행위가 진화적 적응의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
p.93
생태학에서는 생물들 간에 자원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을 크게 간섭 경쟁과 착취 경쟁으로 분류한다. 간섭 경쟁이란 다른 개체들이 자신의 영역에 침입하거나 서식지 내의 자원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며 자원을 '독점'하는 경우다. 많은 조류들이 자신의 둥지 주변을 물리적으로 방어해 다른 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것이 간섭 경쟁의 대표적인 예다. 반면 착취 경쟁은 이러한 직접적인 상호작용은 없지만 일부 개체들이 제한된 자원을 '선점'함으로써 다른 개체들이 자원을 이용할 기회를 간접적으로 빼앗을 때 일어난다. 기본적으로 자연의 자원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착취 경쟁은 자연 곳곳에서 일어난다. 생태학에서 착취 경쟁의 대표적인 예로 언급되는 것이 높이 자라는 나무들이다. 나무들이 높이 자라는 이유는 우리에게 멋진 숲을 제공해 주기 위함이 아니라, 옆에 있는 나무들과 경쟁해 위쪽 공간을 선점해야 이웃들이 만드는 그늘에 가려지지 않으면서 더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곰들 사이에도 직접적인 간섭은 일어나지 않지만, 유리한 장소를 선점하고 거기서 과도한 사냥을 하는 곰은 같은 강을 따라 더 아래 쪽에 있는 다른 곰들에게 간접적인 손실을 끼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많은 동물이 차지하려는 유리한 위치는 다름 아닌 사회적 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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