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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협상

협상은 전쟁이다

by Diligejy 2018. 5. 4.

p.18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협상이 있는가 하면 절대로 성공해서는 안 되는 협상도 있다. '타결'이 아닌 '결렬'을 목표로 해야 하는 협상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협상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려, 결렬돼야 할 협상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타결할 때가 잇다. 이렇게 타결된 협상은 기대했던 만큼의 가치를 얻을 수 없음은 물론 때때로 커다란 재앙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협상을 위한 협상은 의미가 없다. 때문에 협상을 하기 전에는 분명한 목표를 세워야 하고, 만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협상을 결렬시킴으로써 처음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p.21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아는 것은 스스로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첫 단계다. 이를 위해서는 주관적인 판단이 아닌, 상대의 의도와 목표에 맞춘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야 한다.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 상대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도 없다. 강점과 약점은 상대적인 것이다. 스스로는 매우 큰 자부심이 원천이자 자신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는 그렇게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강점은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한다.


p.29

처칠이 이끄는 새 정부는 독일의 평화 제안들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독일에게 속고 또 협조하던 영국 정부가 갑자기 돌변해 모든 협상을 거부하고 독일과의 대결을 선택하자 히틀러는 무척 당황했다. 사실 히틀러는 영국이 아니라 러시아를 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독일과 영국이 힘을 합쳐 공동의 적인 공산주의 소련을 무너뜨려야 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그러나 히틀러는 영국을 너무 가볍게 봤다. 영국은 역사상 한 번도 침략자와 타협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히틀러는 영국의 이런 전통을 잘 알기 못했기 때문에 1945년 전쟁의 종말과 함께 파멸하고 말았다.


p.33

제2차 세계 대전 초기에 독일이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자 그동안 관망하고 있던 루마니아, 헝가리, 이탈리아, 불가리아 등 유럽의 많은 정부들은 앞다퉈 독일 쪽에 합세했다. 그러나 전쟁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면서 이들은 엄청난 책임을 지거나 비참한 종말을 맞아야 했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냉철한 판단과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


p.34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악마조차 성경을 인용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p.34~35

로마 교황청은 이탈리아 로마 시의 한 귀퉁이에 있었기 때문에 독립 국가가 되어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이 꿈이었다. 고대 로마 제국이 무너진 이후에도 오랫동안 독립 국가가 되지 못한 로마 교황청은 이탈리아에서 정권을 잡은 파시스트의 지도자 무솔리니와 1929년에 타협함으로써 드디어 그 꿈을 이뤘다.


교황청은 무신론을 주장하는 공산주의가 유럽에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파시스트들의 집권을 도왔고 제2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에는 엄격하게 중립을 유지했다. 보수적 전통적인 면에서 입장을 같이했던 파시스트들과 교황청은 서로에게 도움이 주었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p.36

무솔리니는 정권을 잡자 교황청의 지지에 대한 대가로 1929년 2월 교황청과 라테란 조약을 체결해 로마 시내에 있는 4만 5,000제곱미터의 땅을 교황청에 기부했다.


비록 좁은 영토였지만 교황청은 꿈에 그리던 영토를 얻게 됐고 이로써 국제법상 독립국으로 인정받게 됐다.


p.36~37

교황청과 파시스트 간의 이와 같은 거래는 윈윈 협상의 좋은 예다. 윈윈 협상은 협상의 당사자들 모두가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을 때 효과적이다. 특히 무솔리니와 교황청의 라테란 협정은 서로에게 큰 이익이 되었던 성공적인 협상이다. 정권의 정통성과 지지 기반이 약했던 무솔리니는 가톨릭교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배경으로 정권의 안정을 기할 수 있었다. 보수적 중산층과 상류층이 적극적으로 파시스트 당을 지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공산당 중심의 게릴라들을 제외하고 우파 세력 중에 무솔리니에 대항하는 세력은 사라졌다.


반면에 교황청은 수백 년 동안 꿈꿔 오던 독립을 이뤘다. 교황청을 대표해 라테란 협정을 체결한 파셀리 추기경이 바로 후일의 교황 비오 7세로, 그는 1939년부터 1958년까지 교황청을 이끌었다.


p.43

협상에는 입장 중심적 협상과 이해 중심적 협상이 있다. 입장 중심적 협상은 협상 당사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명확한 입장만을 고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협상의 목표와 과정이 단순하며 성공의 여지가 별로 없다.


반면 이해 중심적 협상은 협상 당사자가 좀 더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이해를 최대화하려는 목표로 진행하는 협상을 뜻한다. 여기에서의 '이해'는 필요, 요구 사항, 우려와 공포를 내포한다. 이해 중심적 협상은 이처럼 입장보다 이해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양측이 상생적 관계가 되거나,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p.45~46

폴란드에 대한 독일과 소련의 협공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 독일과 소련은 이미 1939년 8월에 독소 우호 불가침 조약을 맺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당시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조약에는 동유럽을 양국이 분할해 점령한다는 내용의 비밀 조항이 들어 있었다. 강력한 반공 국가인 독일이 공산 국가인 소련과 협력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원래 서유럽에서 공산당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곳은 독일이었지만, 소련을 증오한 히틀러는 정권을 잡은 후 제국 의회당 화재 사건을 빌미로 독일 내의 공산당을 불법화하고 공산주의자들을 대거 체포해 강제수용소로 보냈다. 인종주의에 도취된 히틀러에게 소련의 슬라브인들은 동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이처럼 서로를 적대시하던 유럽의 두 나라가 갑자기 손을 잡은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동유럽에 독일인의 생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나치의 이해와 서부 전선에 완충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소련의 이해가 일치했던 것이다. 두 나라는 정치적으로는 상극이었지만 폴란드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만은 동일했다.


p.46

이처럼 히틀러는 종래의 반공적 입장을 버리고 폴란드 점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수인 소련과 과감하게 손을 잡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독소 불가침 조약이 맺어진 지 불과 1주일 뒤에 시작됐다는 것이다.


p.52

원칙에 충실하면 오래간다


p.55~56

서로의 약속과 원칙에 충실한 경우에는 이득을 얻는 반면, 아무런 원칙 없이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입장을 자주 바꾸면 결과적으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여러 번 입장을 바꿈으로써 많은 혼란을 빚었던 루마니아가 그 예다. 중립국이었던 루마니아는 독일과 동맹을 맺어 소련을 협공했으나 전쟁 말기에는 연합국으로 입장을 바꿔 독일과 싸우기도 했다. 이렇게 잦은 입장 변화로 인해 루마니아는 결국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게 되어 전쟁이 끝난 후에는 소련의 통치를 받아야 했다.


p.57

Courage is the price that Life exacts for granting peace.


용기는 삶이 평화를 주는 대신 강요하는 대가다.

에밀리아 에어하트


p.58

협상의 직접 비용은 금액으로 나타낼 수 있는 반면 간접 비용은 금액으로 표시하기가 쉽지 않다. 간접 비용이란 협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또는 심리적 스트레스, 적대감, 평판의 악화, 사기 저하, 적절한 시기의 상실, 미래의 위험과 같이 협상의 결과 잠재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비용을 말한다.


인질범들과의 교섭처럼 협상 참여자의 스트레스가 지극히 큰 협상의 경우, 성공적인 협상이었다 하더라도 참여자는 상당 기간 후유증을 겪게 된다. 또 프로 선수들의 연봉 협상의 경우, 선수와 구단이 지나치게 신경전을 벌이면 계약이 성립된 후에도 불신과 적대감이 낳을 수 있다.


간접 비용의 또 다른 예로 사기 저하를 들 수 있다. '결사 항전'을 외치며 대항해 왔던 상대와 휴전 협상을 진행할 경우, 그 소식이 내부에 알려지면 자칫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 최후의 승리를 위한 결사 항전을 외친 정부가 다른 한편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면 국민들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병사들은 곧 다가올 휴전을 생각해 최선을 다해 싸우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시기의 문제도 있다. 상대와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에 다시 결사 항전을 외쳐도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잃은 조직 내부의 동요를 막기는 어렵다. 따라서 협상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이와 같은 여러 유형의 간접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p.60~61

당시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치닫던 영국으로서는 솔직히 헤스가 내걸은 협상의 조건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지체 없이 헤스를 체포하고 독일과는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만약 이때 영국 정부가 헤스와 협상을 시도했다면 미국 정부와 영국 국민들에게 영국 정부가 승리에 대해 자신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소련은 같은 반공 국가인 영국과 독일이 조만간 소련을 협공할 것을 우려하면서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것이 간접 비용 중 '미래의 위험'이다.


결단의 타이밍이 중요한 경우에는 시급히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은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한 직후 망설이지 않고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오란항에 정박 중이던 프랑스 함대를 궤멸시켰다. 그리고 독일 제국의 제2인자인 루돌프 헤스가 직접 시도한 협상 제안도 단호하게 물리쳤다. 만약 영국이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거나 협상에 응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면 우선 내부의 단결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며 외부적으로는 영국에 대해 회의적이던 미국과 같은 나라의 도움을 결코 이끌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당장의 어려운 형편을 벗어나기 위해 협상해야 한다는 유혹은 상당했지만 장기적으로 협상에 따르는 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에 영국은 협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p.69

제2차 세계 대전 내내 이탈리아 군은 도무지 전투를 할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1943년 7월 연합군이 이탈리아 영토인 시실리 섬에 상륙하자 그곳 수비군은 항복해 버렸으며 시실리 주민들조차 적군인 연합군을 열렬히 환영했다. 곧이어 연합군이 이탈리아 본토에 상륙하자 독일군은 도무지 싸우려 하지 않는 이탈리아 군을 대신해 연합군과 싸워야만 했다. 사실 이탈리아 군은 폭격기나 항공모함은 물론 탄약이나 화기 등의 기본적인 전투 장비가 구식이었고 이조차 없는 경우도 있는 등 침략 전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솔리니는 집권한 후 전투 능력보다는 자신에 대한 충성심 위주로 장군을 임명해 무능한 인물들이 군부를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인물들이 이끄는 이탈리아 군의 사기는 전쟁 기간 내내 매우 낮았다. 특히 외국 땅에서 싸우는 이탈리아 군은 적군과 필사적으로 싸우기보다는 기회만 주어지면 지체 없이 항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독일군은 이탈리아를 연합군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하는 수 없이 10만 명의 정에 병력을 동원해 이탈리아 군을 대신해서 싸웠다. 이 때문에 독일은 유럽 전선은 물론 독일 본토 방위에 필요한 귀중한 병력을 이탈리아에 묶어 둘 수밖에 없었다. 전쟁 내내 연전연패하면서 기회주의적 자세를 보이던 이탈리아 군의 무능한 자세는 그 후로도 많은 풍자의 소재가 됐다.


p.83

인생에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을 원할 것인지 정하는 일이다.


-벤 스타인


p.97

불안과 혼돈의 시기일수록 인내심이 필요하다. 동부 전선뿐만 아니라 나치 독일의 운명을 결정지은 쿠르스크 전투에서 조급한 판단을 했던 히틀러는 스스로 몰락의 길로 걸어갔다.


p.100

사람들은 원래 심리적으로 공정한 관계를 좋아하므로 공격을 먼저 하더라도 그럴듯한 명분과 핑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공정성과 합법성의 가면을 쓰기 위해 구사하는 전술이다. 명분이나 핑계는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의 입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편의 잠재적 반대자와 회의론자들을 설득할 때도 유용한 수단이 된다. 사람들은 상대가 공식적으로 내거는 명분과 핑계가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애써 진실을 무시하고 그것을 믿으려 하기도 한다.


p.103

겉으로 제시하는 핑계와 명분이 엉터리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애써 그것을 믿고 싶을 때에는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명분과 핑계는 그렇게 상대의 저항 의지를 약화시키고 상대를 분열시키는 것이다.


p.104

협상은 서로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런데 감정은 협상 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 감정은 상승효과를 가져와 자기 스스로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결과에 대해 낙관적으로 판단하게 만든다. 반면 부정적인 감정은 협상 당사자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힘을 약화시키고 분쟁을 격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협상 과정에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즉흥적이거나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냉정하게 득실을 따져 봐야 한다. 모든 행동에는 역효과나 부작용이 따르므로 문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하지 않고 경솔하게 행동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p.127

일명 '살라미(Salami) 전술'이라고도 불리는 '소시지 전술'은 헝가리 공산당의 서기장이던 마티아스 라코시스(Matyas Rakosis)에 의해 유명해졌다. 그는 '한 번에 다 먹기엔 너무 많은 소시지 덩어리를 얇게 썰어 나누어 먹듯, 상대에게서 무엇을 양보받기 위해서는 조금씩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대는 그 작은 부분들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양보하게 되고 결국 그들이 미처 모르는 사이에 전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시지 전술은 작은 조건을 하나씩 내걸어 상대방의 반감을 약화시키면서 결국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p.131

히틀러는 영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영국 국민들이 평화에 대한 희망과 전쟁에 대한 공포 중 평화를 택하도록 했다. 전쟁 초기 나치 공군의 무차별 공습이 영국인들을 엄청난 공포와 슬픔 속으로 몰아 넣을 때 히틀러의 협상 호소나 헤스의 평화 제안은 영국인들에게 희망을 줬다. 히틀러는 영국인들이 독일과 손을 잡으면 더 이상 끔찍한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며 나름대로의 긍지와 명예를 가질 수 있다고 설득했다.


p.142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심리에 기초하고 있는 기정사실화 전술은 주로 외교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수법이다. 일단 어떤 일을 저지르면 그 사람은 그 행동이 옳은 것이었는지에 관계없이 일정한 협상권을 가지게 된다. 팔레스타인의 가자(Gaza) 지구를 공격한 이스라엘 정부가 그 이후 가자 지구의 운명에 대해 강력한 발언권과 영향권을 가지게 된 것이 그 예다. 이런 경우 그 공격의 정당성에 관한 논란은 둘째 문제로 치부된다. 안정을 바라는 것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이다. 비록 현재의 상황에 불만이 있다 해도,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전개될 새로운 국면이나 변화는 두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p.153

상황이 복잡하고 많은 당사자들의 이해가 엇갈릴 때 퍼니 머니(funny money) 전술을 사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물건을 팔 떄는 실제보다 물건의 가격이 낮은 것처럼 보여야 한다. 가령 처음의 비용은 적게 하고 나중에 내야 할 돈을 많게 하거나 복잡한 계산법을 사용해 마치 구매자가 이익을 보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식이다. 일반 사람들이 쉽게 계산하기 어려운 미래의 감가상각비나 감세 혜택, 상속세 등을 강조하며 현혹시키면 상대는 실제로는 커다란 이익이 아닌데도 자신이 큰 이익을 보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이렇게 퍼니 머니 전술은 상대방을 착각하게 만들어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p.167~168

관성은 물리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보통 합의에 도달해 계약서에 서명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면 사소한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이미 합의한 협상을 계속 진행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합의 내용을 검토하고 다듬었어도 마지막 순간에서 상대방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나 검토 없이 쉽게 합의해 주는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그토록 바라는 사항을 들어주지 않아서 협상이 갑자기 결렬될 경우에는 서로에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마지막 순간은 세부 사항에 대해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런 심리를 이용한 추가 요구 전술은 협상 과정에서 집요하게 자기의 주장을 강조하는 전술을 말하는데, 특히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 합의 내용을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전술을 말한다.


스탈린은 상대방의 이런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테헤란 회담이나 얄타 회담에서 소련의 요구 사항을 성공적으로 밀어붙였다. 생의 마지막에서 몸과 마음이 약해진 루스벨트는 무엇인가 뜻깊은 업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 스탈린의 요구를 관대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의 냉전 시대 동안 인류 모두에게 큰 숙제를 남겼다.


p.174

자만은 승자들에게 내리는 신의 저주다. 승자는 편견과 선입관에서 벗어나 현실을 정확히 분석하지 못한다.


p.175

협상 조건에 대한 평가는 서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각자 다른 주장으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입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자신의 주장이 합법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합법성이란 곧 과정과 결과의 공정성을 말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모든 거래가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정함을 부각시키는 것은 협상력을 강화하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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