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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사결정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by Diligejy 2019. 1. 5.

p.19

데이브 로버츠는 의사결정의 질을 그 결과의 질과 쉽게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의 피해자였다. 포커 플레이어들 사이에는 이것을 표현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결과로 판단하기'다. 처음 포커를 시작했을 때 경험 많은 선수들은 내게 결과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말해주면서, 단기적으로 몇 번의 패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전략을 바꾸고 싶은 충동이 들더라도 꿋꿋이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다.


p.23~24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실은 나쁜 결정이었으나 운이 좋아 좋은 결과를 낸 경우와 사실은 합리적인 결정이었으나 잘 성사되지 못한 경우를 정확히 파악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의사결정과 결과가 완벽한 상관관계를 이루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가 많은데도 우리는 여전히 그 두 가지를 연관지어 생각한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음주운전을 해서 무사히 집에 돌아온 것이 좋은 의사결정이었다든가, 운전 실력이 좋은 덕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운이 따라준 한 번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의 의사결정을 바꾸는 건 위험할 뿐 아니라 당치도 않은 일이다. 


p.29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더 자주 내리는 건 의지의 문제도 아니고, 숙고 체계에서 의사결정을 더 많이 처리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리의 심사숙고하는 능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해도 상자를 들 때 허리가 아프면 무게중심을 다리 근육으로 옮기는 것처럼 간단히, 할 일을 두뇌의 다른 부위에 옮겨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p.31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두뇌의 제약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비합리적인 행동을 스스로 인식하고 변화를 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p.47

살면서 얻는 다양한 결과에서 교훈을 찾으려 할 때 우리는 모두 이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우리의 삶은 너무 짧아서 경험으로부터 충분한 데이터를 얻기 힘들다. 우리가 경험하는 몇 안 되는 일련의 결과물로부터 의사결정의 품질을 알아내기도 쉽지 않다. 집 한 채를 사서 조금 수리한 뒤에 3년 뒤에 매입가보다 50퍼센트 높은 가격에 되팔았다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가 부동산을 구입하고 집을 고치는 일이나 되파는 것을 똑똑하게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라서 어떤 집을 샀든 그 정도 돈을 벌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같은 집을 사서 전혀 수리하지 않고도 같은(혹은 더 높은) 수익을 올렸을 수도 있다.


p.51

뛰어난 포커 플레이어와 의사결정자가 갖는 공통점이 있다. 세상이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힘든 곳이라는 사실을 편안히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정확히 아는 것은 대체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언제나 확신을 얻는 데 집중하는 대신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정도를 파악하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추측해보려 애쓴다.


p.54

우리 두뇌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더 많이 알게 되면 우리가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함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의 목표는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p.56

여러 가지 결과가 나올 각각의 가능성을 미리 생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하자.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우리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저 가능한 미래 중에서 가능성이 낮았던 하나의 사건이 벌어진 것뿐이다.


p.59~60

의사결정은 미래에 대한 베팅이다. 그리고 특정한 반복 회차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맞다'거나 '틀렸다'고 볼 수 없다. 원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우리의 결정이 틀린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CEO나 데이브 로버츠가 그랬듯 다른 대안과 가능성에 대해 미리 차분히 생각해보고 그에 걸맞게 자원을 분배했다면 말이다. 손에 넣을 수 있는 최고의 시작 패(에이스 원 페어)를 가지고 과감한 베팅을 하고선 진 뒤에 내가 애초에 그 패를 가지고 경기를 계속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 잘못됐다고 자책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 무척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게 바로 결과로 모든 걸 판단하는 행위다.


확률적으로 생각하라. 그러면 불리한 결과 하나를 증거 삼아 자신이 의사결정 오류를 범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그 결정이 좋았으나 운 혹은 불완전한 정보(게다가 표본 크기는 1밖에 안 되잖은가)가 끼어들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p.61

틀림을 재정의내리면 나쁜 결과를 얻는 데서 비롯되는 모든 괴로움을 내려놓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곧 '옳음'도 재정의내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결정이 틀렸다고 여기지 않게 된다면, 반대로 결과가 잘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우리가 옳았다고 보아서도 안 된다. 감정적으로 그런 마음가짐의 균형을 잡을 수 있곘는가? 


p.81

대부분의 의사결정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 맞서 베팅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모든 미래의 자신을 상대로 베팅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여러 가지 미래를 두고 끊임없이 결정을 내린다. 영화를 보러 가는 미래, 볼링을 치러 가는 미래,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미래. 아니면 디모인에 정착해 새로운 일을 하는 미래, 지금의 일을 계속하는 미래, 잠시 일을 그만두고 쉬는 미래도 있다. 어떤 선택을 내릴 때마다 잠재적인 미래에 베팅을 하는 셈이다.


p.89

우리는 보통 자신이 다음과 같은 형태로 추상적인 믿음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1) 무언가를 듣는다.

(2)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조사해본 뒤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한다. 그러고 난 뒤에야,

(3) 믿음을 형성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추상적인 믿음을 갖게 된다고 한다.

(1) 무언가를 듣는다.

(2)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는다.
(3) 나중에 아주 가끔씩, 시간이 나거나 그럴 마음이 생길 때,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조사해본 뒤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한다.


p.91

우리가 가진 다른 많은 비합리성과 마찬가지로 믿음을 형성하는 방식 역시 정확성보다는 효율성의 방향으로 발달되어 만들어진다.


p.104

가짜 뉴스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미 잘 알고 있듯 믿음은 바꾸기 어렵다. 가짜 뉴스의 효능은 그것이 표적으로 삼은 시청자(독자)들이 이미 가진 믿음을 더욱 단단히 자리잡게하고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p.113

누군가의 "내기할래?"라는 말에서 좋은 결과를 상당히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기 제안은 리스크를 보이는 곳으로 끄집어내어 암묵적이었던 것(그리고 자주 간과되거나 무시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바꾸어준다 우리가 자신의 믿음에(행복, 관심, 건강, 돈, 시간, 그것말고도 다른 제한적인 자원들을) 베팅하고 있음을 인식하면 할수록, 우리가 믿는 바에 내재된 리스크를 인지하며 우리의 주장을 누그러뜨리고 진실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p.116

남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우리의 믿음에 있어 단순히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 생각한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p.118~119

우리의 믿음에 불확실성을 포함시키는 데는 많은 혜택이 뒤따른다. 자신이 믿는 것에 자신감의 수준을 덧붙여 표현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주게 된다. 불확실성을 인정한다는 건 그것을 추정하고 좁히는 첫 번째 단계다. 자신의 믿음에 대한 생각에 불확실성을 포함시키면 생각이 개방되고, 자신의 생각에 불일치하는 정보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옳은 것'을 '틀린 것'으로 무지막지하게 깎아내리는 대신 확실성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기만 하면 기분이 덜 나빠지기 때문에 의도적 합리화에 무릎 꿇을 가능성도 낮아진다. 새로운 증거에 직면했을 때 "그때는 오십팔 퍼센트 확신했는데 지금은 사십육 퍼센트야"라고 말한다면 "내가 옳은 줄 알았는데 완전히 틀렸네"라고 말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새로운 정보를 사용할 때 믿음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수정을 거친다면 지적인 사람으로서 양질의 의견을 지녔다는 자아상도 손상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막아야만 하는 위험이 아니라 진실을 더 잘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믿음 측정을 위해 노력하면 자신을 덜 가혹하게 바라볼 수 있다. 믿음을 표현할 때 퍼센트나 대안들의 범위를 추가한다는 건 스스로 옳고 그름이 아니라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얼마나 잘 이용해 믿음의 정확도를 수정하는가에 자신의 자아상이 달려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믿는 바를 반박하는 증거를 발견하는 건 죄가 아니다. 진정한 죄는 그 증거를 객관적으로 이용해 믿음을 개선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믿음이 불확실함을 다른 이들에게 표현하는 일은 우리 스스로를 더욱 믿을 만한 대화 상대로 만들어준다. 우리는 100퍼센트 확실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면 다른 이들이 우리의 의견을 덜 중요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보통은 그 반대다. 누군가 어떤 믿음을 절대적인 사실로 표현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이게 맞는 것 같은데 팔십 퍼센트 정도 확신해"라고 자신의 믿음을 표현했을 때, 당신은 누구를 더 신뢰하겠는가? 누군가 자신감을 100퍼센트 아래로 표현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진실을 향해 다가가려 애쓰고 있고, 신중함과 자기 인식을 통해 정보의 양과 질을 고려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신중하며 자신을 잘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신뢰를 얻기 쉬운 법이다.


p.131

단순히 경험을 '흡수'하고 그것으로부터 무언가 배울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소설가이자 철학자 올더스 헉슬리는 이렇게 말했다. "경험이란 단순히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가 바로 경험이다." 경험을 쌓는 것과 전문가가 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우리의 의사결정이 가져온 결과가 우리에게 교훈이 될지, 그리고 교훈이 무엇일지 알아볼 수 있는 바로 그 능력에 있다.


p.169~170

우리가 자신에게 갖는 생각 중 상당 부분은 남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이 강력하고도 만연한 사고방식은 학습을 저해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손톱을 물어뜯는 것이든, 실패할 때마다 끔찍한 불운을 탓하는 것이든, 노력하면 습관을 바꿀 수 있다. 자신에게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대상을 바꿈으로써 결과를 더욱 이성적으로 판독하고, 타인을 더욱 연민 어린 시선으로 대할 수 있다. 타인의 정당한 실력을 인정하고, 우리의 결정이 더 나아질 수 있었음을 시인하고, 흑백논리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그렇게 진실을 추구하고 정확성과 객관성에 다가가는 것으로 긍정적인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면 더 잘 학습하고 마음을 열 수 있다.


p.207

포커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토너먼트 휴식 시간에 그를 본 나는 마침 잘 만났다는 듯, 큰돈을 잃은 것이 너무도 속상하고 억울하다고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가 단 세 문장으로 생산적인 그룹 규범의 모든 요소를 설명해주었다. "난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네 감정을 상하게 하려는 건 아니지만 어떤 패에 대한 질문이라면 하루종일 쏟아내도 좋아. 그렇지만 불운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포커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진실 추구를 위한 소통의 규율을 생각한다면 에릭 사이들의 말은 정곡을 찌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p.211

처음 포커를 시작했을 때 '패에 대한 의논'은 주로 불운에 대한 한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빠는 금세 이런 나의 태도에 진절머리를 내더니 앞으로 이긴 패에 대해서만 질문할 수 있다는 규칙을 정했다. 그래서 오빠를 토론에 참여시키려면 내가 이긴 게임 중에서도 실수를 저질렀을 법한 부분을 규명해내야 했다.


승리한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기기까지의 과정에서 한 실수를 찾아내야 할지언정)이 진 게임에 대한 이야기보다 덜 고통스럽고, 그런 식으로 하면 새로운 습관을 더욱 쉽게 훈련할 수 있다. 이긴 경기에서 실수를 찾아내는 행동은 결과물과 의사결정의 질을 서로 분리시키는 습관을 발달시켰다. 또한 이런 토론은 나의 의사결정을 분석하고 그에 의문을 제기하는 행동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p.214

언제나 내기의 가능성이 도사리는 환경에 있다 보면 의도적 합리화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환경은 우리의 생각과 맞지 않는 정보를 바라보는 시각의 틀을 바꾸고, 진실 추구 그룹이 장려하는 시각 변화를 촉진시킨다. 우리가 가진 믿음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라도 더이상 유해한 시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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