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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프랑스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4)

by Diligejy 2015. 10. 1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참을 수 없는’ 생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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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5

프란츠는 강하다. 그러나 그의 힘은 오직 외부로만 향한다. 그와 함꼐 살아가는 사람들,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는 약하다. 프란츠의 허약함은 선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프란츠는 사비나에게 결코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예전 토마시처럼 바닥에 거울을 놓고 나체로 걸어 다니라고 명령하진 않을 것이다. 그에게 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명령할 힘이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폭력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있다.

육체적 사랑이란, 폭력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p.186

진리 속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부정의 정의는 쉽다. 거짓말하지 않기, 본심을 숨기지 않기, 아무것도 감추지 않기다.

 

p.187

사비나에게 있어 진리 속에서 산다거나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군중 없이 산다는 조건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건 싫건 간에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자신을 맞추며, 우리가 하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군중이 있다는 것, 군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거짓 속에 사는 것이다.

사비나는 작가가 자신의 모든 은밀한 삶, 또한 친구들의 은밀한 삶까지 까발리는 문학을 경멸했다. 자신의 내밀성을 상실한 자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라고 사비나는 생각했다. 또한 그것을 기꺼이 포기하는 자도 괴물인 것이다.

 

p.201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짐이 얹혔다고 말한다. 이 짐을 지고 견디거나, 또는 견디지 못하고 이것과 더불어 싸우다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p.201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p.202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린 법이다.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가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항상 철저한 미지의 그 무엇이다.

 

p.225

그녀는 자신의 몸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코가 매일 일 밀리미터씩 길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흐르면 그녀의 얼굴이 몰라지게 달라질까?

 

더 이상 테레자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신체 각 부위가 커지거나 작아진다면 그래도 여전히 자기 자신일까? 여전히 하나의 테레자로 남을 수 있을까?

 

당연하다. 테레자가 전혀 테레자를 닮지 않았다고 가정해도 그녀의 영혼은 언제나 변함없을 것이며 그녀 육체에 일어난 일을 경악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렇다면 테레자와 그녀 육체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녀의 육체는 테레자라는 이름에 대해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육체에 이런 권리가 없다면, 그 이름은 무엇과 관계되는 것일까? 오로지 비육체적이며 비물질적인 것과 관련되는 것이다.

(이런 질문들은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테레자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왜냐하면 진정 심각한 질문들이란 어린아이까지도 제기할 수 있는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가장 유치한 질문만이 진정 심각한 질문이다. 그것은 대답 없는 질문이다.

대답 없는 질문이란 그 너머로 더 이상 길이 없는 하나의 바리케이드다. 달리 말해 보자.

대답 없는 질문들이란 바로, 인간 가능성의 한계를 표시하고 우리 존재에 경계선을 긋는 행위다.)

 

p.231

애교란 무엇인가? 딱히 그 실현 가능성을 확실할 수 없지만 성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성교가 보장되지 않는 약속이다.

 

p.232

그녀는 세상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매사를 비극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육체적 사랑의 가벼움과 유쾌한 허망함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가벼움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로부터 벗어나는 법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여자들에게 애교가 제2의 천성, 하찮은 습관이었다면, 그녀에게 그것은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밝혀 주는 중요한 탐색 분야였다. 그러나 너무 무겁고 심각한 그녀의 애교는 모든 가벼움을 상실하여 억지스럽고, 의도적이고, 과장될 수밖에 없었다. 약속과 보장 없음 사이의 균형(애교의 진정한 위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이 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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