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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자기발견

'돈'에 예민한 이유

by Diligejy 2020. 4. 28.
"사람에겐 숨길 수 없는게 세 가지 있는데. 그건 바로 기침과 가난, 그리고 사랑이래요 ". - 영화 '시월애' 中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난이 싫었다. 

늘 근검절약을 강요받았다. 어떤 걸 사야한다고 하면 벌벌 떨었다. 

알바해서 용돈을 마련하다보니, 다른 활동에 쓸 돈은 없었다.

 

'청춘'이라면 누구나 그런걸 안겪냐며 쯧쯧댈수도 있지만, 그런게 싫었다.

 

그런데 그렇게 가난이 싫었으면서도 '돈'에 대해서 제대로 고민하거나 공부를 한 적은 별로 없었다. 그저 책 읽는 것만 좋아했다.

 

그런데 언젠가 큰 사고가 터지고 그에 대한 책임을 떠안게 되면서 강제로 냉혹한 비즈니스세계로 던져졌다. 그 세계에서는 어리다고, 모른다고 봐주는 일이 없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미성년자에게 소송을 걸었다는 보험사가 있었다는 뉴스처럼 이 세계는 차갑고 무서웠다.

                                                               

그 때부터였다. 돈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부하기 시작한게.

 

학교 다니면서 직업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벽돌공은 어쩔 수 없이 나오고

어떤 벽돌공은 돈벌러 나오고

어떤 벽돌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을 지으러 나온다.

 

이러면서 직업에서 자아실현을 해야 한다는 뭐 그런 동화 얘기.

 

교수(정확히는 시간강사)님은 이 얘기를 들려주며 미래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돈보다도 그 업을 어떻게 잘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렇지만 그 동화같은 이야기가 fiction이듯, '돈보다 업'이라는 말도 fiction이라고 생각했다. 돈은 그저 업을 잘하면 올 것이라는 동화같은 이야기는 세상에 많지 않았다.

 

오히려 '돈'을 제대로 추구하다가 보니 업을 잘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더 자주 들렸다.

 

그래서 난 '돈' 대신 다른 무엇을 강조하며 열정, 의지 얘기를 하는 사람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걸까. 거기에 열정, 의지 그런거 대신 시간과 연봉이 적혀있는 이유는 뭘까?

 

'돈' 때문이다. 

 

가난해도 괜찮다고? 지금은 그렇지만 열정을 가지고 하면 다 보상받을 수 있다고? 요새 애들은 헝그리정신을 모른다고? 이런 말 자주 하시는 분들 보면 집에 돈이 많이 있고 자기 자식은 비싼 학비 주고 해외 명문대 보내고, 안정적인 직업을 잡도록 만들어주는 분들이 많았다.

 

난 가난해도 괜찮지 않다.

난 헝그리정신을 갖고 싶지 않다. 

난 연봉 받은 만큼 해주고 싶지, 연봉 이상으로 열정페이를 강요당하고 싶지 않다.

난 걸핏하면 의지 타령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내가 열심히 하는 이유는 연봉을 올리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어서다.

 

아무리 친한 사이더라도 '돈'에 대해서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 그 사람은 친분을 이용해서 자기의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일 뿐이니까. 미생 중소기업 편을 보면 안다. 정말 산전수전을 함께 겪은 오과장과 김대리도 연봉협상이라는 '돈' 앞에선 서로 예민하게, 냉정하게 대한다. 그래야 후탈이 없으니까. 그리고 합의한 순간 예전처럼 즐겁게 웃는다.

 

그러니 왜 돈에 예민하냐고 묻지 마라. 그걸 묻는게 위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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