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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것 - 안 도 현

by Diligejy 2015. 11. 10.
스며드는 것  

                                    안 도 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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