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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가 좋다 - 이나명

by Diligejy 2016. 2. 16.
나무와 나무 사이, 집과 집 사이, 너와 나 사이
사이가 좋다 사이가 투명하다
투명한 속으로 깊게 들이 쉬는 바람, 따뜻이 스며드는 햇빛
사이가 있어 너에게 손을 뻗고 포옹하고 사이가 좁아 숨이 막히면 다시
사이를 만든다 사이가 있어 네가 있고 내가 있다
사이가 있어 전화를 하고 문자를 띄우고 이 메일을 보낸다
그 사이에 푸른 강물이 흐르고 회오리바람이 불고 찬 빗줄기가 내린다
사이가 있어 너는 내게로 오고 나는 네게로 간다
사이가 있어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가고 사이가 있어 다른 별을 향해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사이가
있어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을 바라본다
별과 별 사이에 꽉 차 있는 어둠을 바라본다
어둠과 어둠 사이에 내가 있다 깜깜한 어둠 사이에서 내가
꿈틀거린다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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