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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군주론 - 박상섭 역

by Diligejy 2022. 1. 25.

 

 

2장

통치가 오래되고 지속적인 곳에서 혁신의 기억들과 이유들은 소멸된다. 왜냐하면 하나의 변화는 항상 다른 건축을 위한[=또 다른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움푹 파인 자리를 남겨 놓기 때문이다.

 

3장

여기에서 우리는 거의 혹은 전혀 틀리지 않는 어떤 일반 법칙을 끄집어낼 수 있는데 즉 다른 누군가를 강력하게 만드는 사람은 바로 그 힘 때문에 몰락한다는 점이다. 그 힘은 간계 또는 무력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강력해진 사람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의심스럽게 보아야 할 것이다.

 

13장

따라서 획득할 수 없는 것을 원하는 사람만이 그러한 군대[=외국 원군]를 선택한다. 왜냐하면 외국 원군은 그 안에 파멸이 [이미] 확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용병군보다 훨씬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결되어 있고 다른 사람[=파견국]에 대한 복종의 자세가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용병군의 경우, 이들은 한 덩어리도 아니고 또한 당신이 소집했고 급료를 지불했기 때문에, 또한 당신이 지휘관으로 만든 제삼자[=외부인]는 짧은 시간 안에 당신을 해칠만한 충분한 권위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그들이 승리했다 해도) 당신을 해치는데에는 보다 좋은 기회와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요약컨대 용병군의 경우는 태만이 훨씬 위험하고 외국 원군은 비르투[=용맹]가 훨씬 위험한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라면 항상 이러한 군대를 멀리하고 자신의 군대에 의지한다. 외국 군대에 의존해 얻은 승리가 진정한 것이 아닌 것을 알기 때문에 현명한 군주들은 외국 군대로 승리하기보다는 자국 군대로 패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15장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본 적 없거나 실제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지지 않은 공화정과 군주정에 대해 상상해왔다. [실제] 어떻게 살고 있는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라는 문제와 대단히 거리가 멀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의 문제에 매달려 무엇이 [실제] 행해지는가의 문제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자신의 보존보다 파멸을 훨씬 빠르게 배우게 된다. 왜냐하면 모든 점[=처신]에서 착하다는 것을 공언하고자 하는 사람은 착하지 않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반드시 파멸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군주는 착하지 않을 수 있음(potere)[=능력]과 그 착하지 않음[=악덕]을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도 있고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음(potere)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16장

군주는 자신에게 해를 주지 않으면서 알려져 있는 방식대로 너그러움의 비르투[=미덕]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만일 그가 분별력이 있다면 인색하다는 평판을 염려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인색함 덕분에 군주가 자신에게 전쟁을 걸어오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거나 군사 원정 사업을 벌일 때 백성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고 자신의 수입만으로 충분히 처리하는 것을 보여 준다면 그는 훨씬 더욱 너그럽다는 평판을 얻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군주는 자신이 탈취하지 않은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너그러움을 행하는 것이고 그가 아무 것도 베풀지 않은 소수에 대해서만 인색함을 행하는 것이 된다.

 

 

https://youtu.be/5IGBKu6qM7Y

Machiavelli was acquainted with the moral ambiguities of the power.

He was the realist.

 

16장

p.80-81

우리 시대에 우리는 인색하다는 평판을 들었던 사람들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위대한 작업들이 이루어진 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몰락하였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교황직에 도달하기 위해 씀씀이가 너그럽다는 평판을 허용했지만 전쟁을 치르기 위해 뒤에 가서는 이 명성을 지키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현재의 프랑스 왕(=루이 12세)은 오랜 절약을 바탕으로 특별 지출을 충당했다는 점 하나 때문에 자신의 백성에게 특별세를 부과하지 않은 채 많은 전쟁을 치를 수 있었다. 현재의 스페인 국왕(=페르난도)이 만일 너그럽다고 여겨졌다면 그는 많은 정복 사업을 추진하거나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군주는 백성을 약탈하지 않아도 되기 위해, 자신을 지킬 수 있기 위해, 빈곤해져서 경멸받지 않기 위해, 그리고 탐욕스럽게 되지 않기 위해서 인색하다는 평판에 개의치 말아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인색이라는] 악덕은 지배권[의 유지를] 가능케 해주는 몇몇의 악덕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p.81

누군가가 나의 말에 대해 다시, 대단히 너그러웠다는 평판을 가졌던 많은 사람들은 군주가 되었고 또한 자신의 군대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반론을 제기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자 한다. 그 군주는 자신과 자신의 백성의 자산을 사용했든가 아니면 타국의 자산을 사용한 것인데 전자의 경우라면 인색해야 하고 후자의 경우라면 그는 어떠한 형태의 너그러움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군대와 함께 정벌에 나가면서 전리품, 약탈과 배상금으로 자신을 유지하고 정복지의 자산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군주의 경우 그러한 너그러움은 필수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병사들은 따르지 않는다. 자신의 또는 자신의 백성의 자산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키루스, 카이사르와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같이 너그러운 기부자가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것을 쓰는 경우라면 명성은 손상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산을 써버리는 것만이 해로운 것이다.

 

p.84-85

군주는 남의 말을 들을 때나 [그에 따라] 움직일 때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확증 없이] 그러한 얘기 때문에 공포심을 가져서도 안 된다. 행동할 때에는 신중함과 관대함을 갖추는 절제된 방식을 취함으로써 지나친 믿음 때문에 무분별해지거나 지나친 경계심 때문에 견디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서도 안 된다.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논쟁이 생겨난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사랑받는 것이 더 나은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사람들은 두 가지 모두를 원하리라는 것이 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얻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사랑받는 것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은혜를 모르고, 변하기 쉽고, 거짓 표정을 지으며, 위험은 피하고자 하면서 이득에는 욕심이 많다. 당신이 그들을 잘 대접해 줄 동안에는 그들은 모두 당신의 것이다. 즉 그들은, 내가 앞에서 말했듯이 필요가 멀리 있을 때에는 자신들의 피와, 재물과, 생명과 자식들을 바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필요할 때에는 그들은 등을 돌릴 것이다. 전적으로 이들의 말만 믿고 다른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는 군주는 파멸한다. 왜냐하면 영혼의 위대함과 숭고함에 의해서가 아니라 값을 치르고 획득된 우호관계는 구매된 것일 뿐 [진정으로] 소유되는 것이 아니어서 때에 맞춰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드는 사람보다 자신을 사랑받게 만드는 사람을 해치는 일에 대해 사람들은 덜 주저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의무의 고리에 의해 유지되는데 사람들은 비열하기 때문에 그들의 효용상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그것을 깨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처벌의 공포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당신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군주는 사랑을 얻지는 못해도 증오는 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면서 동시에 증오를 받지 않는 것은 아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군주가 시민과 백성의 소유물과 부녀자들에 손을 대지 않으면 항상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군주가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야 할 필요가 생긴다면 적절한 명분과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 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소유물에 손대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산의 상실보다 아버지의 죽음ㅇ르 더 빨리 잊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유물을 빼앗을 이유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약탈로 삶을 시작할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자산을 탈취할 이유를 항상 찾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생명을 빼앗을 이유는 훨씬 드물고 훨씬 빠르게 없어진다.

 

p.87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에 따르는 것이고 두려워하는 것은 군주의 의지에 따르는 것인데 따라서 현명한 군주라면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의지 위에 [자신의 행동의] 기초를 세워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군주는 증오심만은 피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p.90-91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손으로 만지기보다는 눈으로 보아서 판단한다. 왜냐하면 보는 것은 모두에게 허용되지만 만지는 것은 소수에게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당신이 바깥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지만 소수만이 당신이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만져서 알 수[=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소수는 자신을[=다수를] 보호하는 국가[=권력]의 위엄을 장악하고 있는 다수의 의견에 감히 반대하지 못한다. 그리고 불만에 호소할 수 있는 [상위의] 심판자가 없는 모든 사람들, 특히 군주들의 행동에 관해서 사람들은 결과에 주목하게 된다. 따라서 군주가 국가를 정복하고 유지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은 [그 정복의] 수단ㅇ르 명예롭고 칭송받을 만한 것으로 평가한다. 왜냐하면 일반 대중들은 외양과 사태의 결과에 의해 설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이러한 대중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 다수의 대중이 의지할 수 있는 [군주를] 갖고 있으면 [현명한] 소수는 그곳에서 아무런 자리도 갖지 못한다. 

 

굳이 이름을 대지 않는 거싱 좋은 오늘날의 어떤 군주는 평화와 신앙 외에는 설교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두 가지 모두에 대해 대단히 적대적이다. 만일 그가 이 두 가지 중 하나만이라도 [자신의 말대로] 행동했다면 그는 자신의 명성이나 국가 가운데 하나를 여러 번에 걸쳐 상실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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