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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확률적 사고의 힘

by Diligejy 2023. 9. 8.

 

p.5

중요한 사실은 설사 결과가 나빴더라도 투자 판단이 꼭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협상이 결렬된 뒤 우리는 늘 이 사실을 곱씹어보고 무심코 지나쳐버렸을지도 모를 단서를 찾았다. 하지만 큰 타격을 준 손실이었더라도 무엇인가 판단을 잘못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략) 확률을 올바르게 계산하면, 대부분의 거래에서 그리고 거래 전체의 총액에서도 이익이 나오기 마련이다.

 

로버트 루빈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

 

p.11

진정한 성공을 거둔 사람은 100% 확실한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이미 거둔 성공을 한층 더 확실하게 다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몰두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확률론적으로 사물을 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p.13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복잡한 세계에서 성공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고방식이 있다. 세상을 확률론적으로 파악하고 무슨 일이든 절대시하지 않는 것이다. 

 

p.13

확률론적 사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루빈의 개연적 사고에 대해 살펴보자.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 자신이 예측하는 것이나 기대하는 것 외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혹시 자신의 인식이나 예측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만약 잘못되었다면 어떤 손실이 발생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항상 던지며, 어떤 사태가 어느 정도의 확률로 일어나는가를 가급적 객관적으로 예측한다.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과 손해를 비교하여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p.19

이길 확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게임처럼 손익이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길 확률과 기대치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이길 확률은 높지만 기대치는 낮은 경우도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우선되어야 할 것은 기대치지만 마냥 기대치만을 생각해서도 안 된다.

 

p.20~22

같은 정규분포라도 옆으로 크게 확대되는 것과 확대 범위가 크지 않은 것도 있다. 이와 같이 분포가 넓어지는 정도를 산포도라고 한다. 산포도가 큰 것은 취하는 값의 폭이 크기 때문에 한층 다이내믹하고 움직임이 격렬하다. 구체적으로는 분산 또는 표준편차로서 수치화할 수 있다. 

 

세상의 수많은 현상에서 이 정규분포와 비슷한 확률분포가 나온다. 주가변동도 긴 안목으로 보면 기본적으로는 정규분포에 가깝다. 하지만 정규분포는 어떤 의미에서 이상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다른 요소로 인해 '정규분포와 엇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것'이 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가는 정규분포보다 급격하게 변동할 확률이 좀 높다 (정규분포보다 조금 산포도가 크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의 확률 현상을 정규분포라고 가정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단정짓는 것 또한 위험하다. '흰색이 아니면 검은색이다'와 같이 딱 잘라 말하는 사고방식이야말로 확률론적 사고와 대척점에 있다. '현실은 정규분포라고 단정짓는' 것도 '현실에서 정규분포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세계를 올바르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p.30~31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수많은 일들 중 대부분은 미리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100% 어쩌다가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의 일상이 수없이 겹쳐진 우연의 결과라고 한다면, 그것은 기적적인 확률로 성립된 것이다. 

 

단순하게 우연에 의해 50%의 확률로 나뭇가지처럼 갈라져 가는 인생을 생각해보자. 그런 분기점이 10회 있었다고 하면, 현재의 상태는 불과 0.1%(50%의 10제곱)의 확률로 실현된 것이다.

 

실제 인생이 50%의 확률로 갈라지지는 않겠지만, 두 갈래 갈림길에 서는 경우는 아마 헤아릴 수 없이 많지 않을까. 그 결과로 이루어진 현재는 엄청나게 작은 확률로 실현된 것이다. 요컨대 현 상태는 원래 이렇게 되지 않을 확률 쪽이 훨씬 높다.

 

p.36~38

그가 무명의 부랑민에서 느닷없이 대영웅이 된 까닭은 그 자신이 견인불발의 노력을 거듭했기 때문이 아니다. 우연히 진승 오광의 난이 일어나 세상을 뒤흔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 유방이 살던 '패'라는 마을에는 인망이 높은 소하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진승 오광의 난이 일어나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유방을 두령으로 맞이하고 군사를 일으켰다. 이것이 유방이 천하는 제패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원래 두령이 되어야 할 사람은 소하였다. 그런데 그가 그 자리를 마다하고 굳이 유방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이니 유방의 성공은 완전히 우연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유방이 두령으로 선출되어야만 할 어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진승 오광의 난과 소하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유방의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유방이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된 진승의 삶은 더욱 극적이다.

 

그는 본디 가난하고 게으른 농민이었다. 하루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 부자가 될 일을 몽상하며 시시덕거리고 있었는데, 그의 주인이 그 모습을 보고는 "진승아, 너처럼 궁핍하고 일도 제대로 못하는 인간이 어찌 출세를 할 수 있겠느냐. 쓸데없는 꿈은 꾸는 게 아니다"하며 비웃었다.

 

그런 진승이 어느 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친구인 오광과 함께 작은 반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었다. 상황이 그렇게 돌아갔을 뿐이다. 그런데 진의 압정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그들 주변에 몰려들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세력이 확대되었고, 하루아침에 진승은 대지를 뒤흔드는 대반란군의 수령이 되었다. 혜성처럼 나타나 백성들이 구세주로 따르고 대영웅으로 숭배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이윽고 장초라는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었으며, 예전에 그가 꾸었던 꿈과는 비교가 안 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뒤 진의 명장 장한에게 패하여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다.

 

게으름뱅이 농민, 일대의 대영웅, 비참한 패자 완전히 다른 세 가지 인생이 짧은 시간 동안 진승이란 한 남자의 삶에서 구현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연에서 비롯되었다.

 

시대가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다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고 할 수도 있는데, 진승은 인상적인 말 한 마디를 남겼다. 그것은 바로 반란을 일으켰을 때 부르짖었다는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는가"다. 

 

왕이나 귀족, 장군, 대신이라고 해서 특별한 인간이 아니다. 우연히 과거의 운이 좋았을 뿐이다. 보통사람인 우리라고 그리 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p.39~42

만약 어떤 상대라도 70%의 확률로 이길 수 있는 우승후보 팀이 있다고 하자.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한 팀은 모두 강팀이기 때문에 70%의 확률은 꽤 높은 수치다. 리그전으로 우승을 다투는 프로야구에서는 승률이 70%라면 희희낙락하며 우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강력한 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는 확률은 불과 70%의 4제곱인 24%밖에 되지 않는다. 70%의 4제곱이다.

그러면 어느 팀이 우승할 확률이 높을까. 아마 어느 팀도 우승할 수 있는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우승 후보 이외의 팀이 우승할 확률이라면 76(100 - 24)%나 된다. 

 

이 책은 수학 책도 아니며 확률론 책도 아니지만, 수학과 확률론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간단한 수학 모형을 준비했다. 그림 1-2는 A, B, C, D 네 팀의 토너먼트를 모형화한 것이다. 월드컵보다 훨씬 단순하며 우연에 의한 영향이 꽤 줄어들었다.

왼쪽 상단의 '승패표'를 보면, D는 다른 모든 팀에 패하고, A는 B에, B는 C에, C는 A에게 졌다. 이 경우 토너먼트는 오른쪽 그림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성될 수 있는데,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우승팀이 변한다. 패턴 1에서는 C가 우승팀이 되며, 사람들은 C를 최강팀으로 추켜세우고 C의 승인을 아주 그럴싸하게 분석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결과는 단순히 구성이 패턴 1이 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에 지나지 않는다.

 

이 단순한 모형에는 스포츠에서 중요한 A, B, C의 실력차와 확률론이 고려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소 귀찮지만 그런 점을 참작한 또 다른 모형을 살펴보자. 바로 왼쪽 하단의 '승패확률표'다. 변함없이 A는 B에게, B는 C에게, C는 A에게 약한 순환성을 나타내고 있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A > B > C > D의 순서로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불과 네 팀의 토너먼트에 불과한데도 최강팀 A의 우승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게다가 그것은 구성에 따라 크게 변동한다. 패턴 3이 되면 확률은 50%를 넘어서지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A 이외의 팀이 우승한다'는 확률이 높다. B는 평균적으로 C보다 강하지만, 구성 여하에 따라 우승 확률이 C보다 낮아진다. 어느 팀에게도 패배할 확률이 높은 최약체 팀 D가 우승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네 팀의 토너먼트라는 극히 단순한 경우도 결과는 크게 우연에 좌우된다. 월드컵과 같이 좀 더 복잡한 경우라면 최강 팀과 우승 팀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며, 분명히 우연이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그 결과와 실력이 전혀 관계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실력이 반드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토너먼트 모형에서 보면 실력은 확률로 나타나게 된다. 훌륭한 실력을 갖춘 팀이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기에 당연한 일이다. 요컨대 실력은 확률이란 필터를 통해서만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팀에게나 강점과 약점이 있다. 결과를 안 뒤 승리 요인이나 패자의 패인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 그런 결과론에는 우연이 담당한 역할은 무시되고, 승자는 이길만 해서 이겼고 패자는 질 만해서 진 것이 된다.

 

p.43~44

왜 우연히 생긴 일로 보이는가. 그것은 모든 정보를 알고 모든 것을 정밀하게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완벽한 정보 수집 능력과 계산 능력이 없으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없으며 통제할 수도 없다. 정보나 능력이 부족하기 떄문에 예측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는 일을 우리는 우연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보고, 우연이란 실상 필연이지만 단지 우연으로 보일 뿐이며, 확률은 단순히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만 발생하는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가령 빨간 구슬과 파란 구슬 중 하나를 넣어둔 주머니가 있다고 하자. 빨간 구슬일 확률은 50%이지만, 사실 그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것이 빨간 구슬이냐 파란 구슬이냐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따라서 50%라는 확률은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구슬 색깔을 우리가 모르는 상황에서만 나오는 것이다. 주머니에 구슬을 넣은 사람은 그것이 무슨 색깔인지를 알고 있을 테니, 그 사람에게 빨간 구슬일 확률은 0%나 100% 중 하나밖에 없다. 이런 확률을 확률론에서는 '주관확률'이라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진짜 우연이다. 모든 정보를 알고 모든 계산을 할 수 있더라도 예측도 통제도 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런 경우 확률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애매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본질적인 것이 된다. 즉 '객관확률'이다. 

 

p.47

구름이 몰려오면 비가 내리고 벼락이 떨어진다. 이런 일은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는 확률적인 현상이지만, 원시시대에는 확률을 계산할 필요가 그다지 없었으며 오히려 인과관계를 유형화해서 기억하는 편이 도움이 된다.

 

요컨대 우연을 필연으로 생각하거나 세상을 원인과 결과로 파악하는 것이 원시시대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했으며, 그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며 또한 진화를 위한 능력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람의 뇌는 그 시대로부터 진화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일 뿐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우리의 생활 중 대부분은 확률을 계산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그 편이 세상을 순조롭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단, 원시시대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주식시장, 기업경영, 전쟁, 국가운여오가 같은 매우 복잡하고도 우연히 지극히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일은 확률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15만 년 전의 두뇌로 대처하고 있다.

 

따라서 원시시대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복잡한 현상에 대해 뇌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확률론적 사고가 필요하다.

 

p.51

우연은 사실 우연이 아니라 단지 우리가 그 결과를 모를 뿐이라는 생각이나 마음가짐으로 확률을 이해하고 있다. 그런 사고방식의 연장선에 결과론이 있다.

 

결과론은 깡력한 사고법이며 확률론적 사고를 저해하는 최대의 장벽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가 모든 것이란 생각은 어떤 반론도 허락하지 않는 힘을 갖고 있다. 결과를 내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결과를 내지 못하면 어떤 반론도 허용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든가, "이번에 성공한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며 이 방식으로는 앞으로 계속 성공할 수 없다"와 같은 인과관계를 확률론적으로 파악하는 사고방식은 '결과가 모든 것'이란 교리 앞에 굴복되고 침묵을 강요당한다.

 

물론 결과론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가령 스포츠는 결과를 추구하는 경기다. 결과에는 우연이 따른다고는 하지만 실력도 크게 관계된다. 심리적인 압박감을 떨쳐버리는 정신력도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승자는 당연히 칭찬받을 가치가 있다.

 

p.54~55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일어난 경제위기 때는 인과론이나 이원론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쳤다.

 

한 예로 규제완화가 경제위기를 일으켰다는 주장이 있다. 분명히 규율에 벗어난 금융기관의 행위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다. 그런데 경제위기를 막을 수 있는 규제를 미리 세울 수가 있는 것일까. 규제완화가 위기를 심각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은 크지만, 기득권을 배제하고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규제완화까지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간주해도 되는 것일까.

 

한층 극적인 것은 '시장원리주의'에 대한 비난이다. '시장원리주의가 위기를 초래했다, 시장원리주의는 파산했다'와 같은 주장 말이다.

 

우선 시장원리주의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분명하지 않다. 시장원리주의의 대안으로서 무엇을 제시하려는지도 알 수가 없다. 건설적인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뭔가를 부정하고 소리 높여 비난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의외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람은 선악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이원론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애초에 시장원리주의라는 표현 자체가 이원론이 만들어낸 것이다. 시장원리주의, 즉 정부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시장을 절대시한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누구나 정부에는 정부의 역할이 있으며, 시장에는 시장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다. 즉, 모두가 회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만 하얀 계통의 회색인가 검은 계통의 회색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나치게 흰색에 다가서면 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검은색 비율을 조금 높이는 편이 좋다는 태도를 가지고 균형의 문제로 다가서야 하는데, 이원론에서는 그런 모든 논의를 삼켜버리며 상대의 이마에 딱지를 붙이고 공격하는 것으로 일관한다.

 

'모든 게 대처 때문이다, 그린스펀 때문이다, 고이즈미 개혁 때문이다'와 같은 비난도 마찬가지다. 가령 대처는 금융대국으로서 영국 경제를 부활시킨 역할을 했으며, 그것이 이번 위기에 어떤 복선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처 한 사람이 영국 경제 부활의 원동력이었다는 말이 명백한 과대평가인 것처럼, 대처 한 사람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견해도 지나친 인과적 연결이라고 할 수 있다.

 

p.56

치알디니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 중 대부분은 동물이나 새들과 같이 자동적이고 고정적인 틀에 박혀 있다고 한다. A라는 정보가 주어지면 바로 B라는 행동을 취한다. C이면 D다. 이런 고정적인 행동유형은 인간의 (또는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의) 습성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유형은 복잡한 현상에 대처할 수 없다. 복잡한 것을 단순화시켜 파악하는 것은 일종의 뛰어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것을 지나치게 복잡한 채 파악하면 오히려 사물의 본질을 알 수 없게 되며, 대처법도 이끌어낼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극단적인 단순화도 문제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p.68

모름지기 성공을 거둔 사람은 성공 체험에 도취되게 마련이다. 한 번 성공했으니 그것을 재현하는 일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노부나가는 성공의 덫에 빠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위험한 싸움은 적극적으로 피하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노부나가의 남다른 면이며 그가 진정 강한 이유였다.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이긴 것은 우연일 따름이다"는 주장은 결코 노부나가에 대한 평가를 절하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공에 도취되지 않고 패장인 요시모토에게 닥쳤던 불운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는 점이야말로 높이 평가받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p.71

이길 수 있는 싸움밖에 하지 않고 강한 상대와의 싸움은 피하는 전투 방식은 수많은 명장들에게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점이다. 다케다 신겐도 불세출의 명장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 전에는 대부분 아주 약한 상대와 싸웠을 뿐이다.

 

p.72

적의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표를 찌르는 기발한 책략을 이용해서 적은 병력으로 대병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천재성의 증명이자 명장의 조건이란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분명히 호조 우지야스를 포함한 숱한 명장들은 한두 번은 위험한 전쟁을 치러야 했고, 그것을 훌륭하게 극복했다. 하지만 그들이 명장인 이유는 오히려 성공 체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우연에 승패를 거는 싸움 방식을 그 이후에는 절대 하지 않은 점에 있다.

 

물론 천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어느 세계에도 진정한 천재는 있다. 유명한 야구선수 이치로도 세 번에 한 번밖에 안타를 칠 수 없듯이 그 어떤 천재도 확률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네 번에 한 번꼴로 안타를 치는 선수와는 확실성이 전혀 다르다. 천재성 또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커다란 요소 중 하나일 수 있따. 

 

p.77

안개가 자욱한 전장 속에서 전력을 다한 뒤 마지막에 우연히 힘을 빌려 승리를 거머쥐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한층 더 확실하고 불확실성이 줄어든 이기는 방식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명장의 사고법이다.

 

반대로 범용한 장수는 안개 속에서 저돌적으로 싸운 끝에 우연히 손에 넣은 승리를 자신의 힘으로 쟁취한 것으로 착각하며, 그 뒤에도 짙은 안개 속에서 싸우고 또 싸우다가 언젠가는 패망을 맞이한다.

 

전투에 동반되는 불확실성을 극소화하기 위해서는 가급적이면 전투를 하지 않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기업 경영자들에게 <전쟁론>과 더불어 인기가 높은 <손자병법>에서는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은 최상의 방법이 아니요, 싸우지 않고 적군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한다. 되도록 모략이나 정략으로 목적을 달성하고 전투를 피한다. 어쩔 수 없이 무력으로 결판을 낼 때도 만전의 준비를 하고 위험한 요소를 최대한 없앤 다음 임한다.

 

p.85

이에야스에게는 노부나가나 히데요시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화가 남아 있다. 강대한 다케다 신겐에게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패배라는 쓴잔을 마신 미카타가하라 전투 후 그는 초췌하고 망연자실한 자신의 모습을 화가를 시켜 그리게 했다. 이에야스는 틈나는 대로 '우거지상'이라고도 불리는 그 초상화를 바라보며 교만함을 경계하지 않았을까.

 

이에야스는 자신을 절대시하는 일이 없었다. 자신을 천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며, 독선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경우도 없었다. 항상 부하의 의견을 경청하고 회의를 중시했다. 속이 검은 너구리라는 인상은 있지만 그것은 재기가 부족한 탓에 모략이나 외교 방식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며 단순한 음모가 아니라 오히려 성실한 실무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노부나가나 히데요시가 보여준 불필요한 잔학성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정치가로서 평범한 기질은 큰 이점이 되었다.

 

이런 이에야스의 성격은 그가 패자가 된 뒤에도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천재도 카리스마적인 존재도 아니었던 그는 자신의 한계를 숙지하고 있었기에 권력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결국 이것이 그에게 항구적인 패권을 가져다준 요인이 되었다.

 

p.90~91

자신의 권위가 훼손되는 것이 두려워 실정에 맞지 않는 과거의 명령에 집착하는 지휘관이 수두룩하다. 과연 태연히 조령모개를 실행한 유방의 권위는 실추되었을까.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 유방의 지휘는 언뜻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수하 장졸 한 명에까지 미치고 있었다.

 

유방은 단 한 번도 스스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적이 없으며, 초인적인 활약을 펼친 적도 없다. 항우와의 싸움에서 이긴 적조차 없다. 한 개인으로 비교했을 때 항우에게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유방이 쌓아올린 장대한 시행착오의 구조는 항우가 구축한 구조, 즉 한 사람의 천재에 의존하는 조직을 모든 면에서 능가했다. 한 사람의 천재가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는 확실성의 세계라면 항우가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뜻밖의 사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특성의 조직이 강하다. 한마디로 유방은 불확실성 세계의 패자인 것이다.

 

p.122~123

올바른 방식으로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으며, 잘못된 방식으로 해도 성공하는 경우가 있따. 결국 무엇이 올바른 방식이냐는 것도 결과만으로는 알기가 어렵다.

 

루빈의 자서전에는 그가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던 모습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로 두 가지 거래가 소개되어 있다. 흥미롭게도 무수한 성공담을 자랑하는 루빈이 자서전에 넣어놓은 두 가지 사례는 모두 실패한 이야기다.

 

그 중 하나는 85%의 확률로 ~~달러의 이익이, 15%의 확률로 ~~달러의 손실이 예상되어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판단 아래 거래를 실행했던 사례다. 결국 15%의 확률이라고 보았던 일이 일어나는 바람에 손실을 입었따. 그 뒤 루빈은 자신의 판단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며, '결과는 나빴지만, 판단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바로 확률론적 사고 중 하나의 핵심이다. 15%의 확률이라고 생각한 일이 실제 일어나버린 것은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15% 일어날 수 있는 일이 15%의 확률로 현실이 된다.

 

p.124

잘못된 판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우연에 의해 성공한 것에 만족하여 자성하지 않으면, 언젠가 파멸적인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확률론적 사고는 막연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성공을 지속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는 분수령이 된다.

 

p.152~153

대체로 시장의 예측은 정부의 전망보다 옳다. 앙케트 조사나 여론조사보다도 옳다. 뛰어난 애널리스트를 골라 만든 팀의 예측보다도 옳다.

 

시장은 언제나 실패했을 때만 입방아에 올라 실패만 하는 이미지가 심어졌지만, 총체적으로 말하면 시장의 예측 기능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시장의 예측이 믿을 수 없다면, 다른 예측 수단은 더 믿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시장이 다분히 열린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기본적으로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 다양한 정보를 지니고, 다양한 접근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다종다양한 투자가가 제각각 자신의 의견으로 거래에 참여한다. 엉뚱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거래를 해도 상관없다. 기본 규칙은 예측이 맞으면 돈을 벌며, 예측이 빗나가면 손해를 보는 것 뿐이다. 돈이 걸려 있기에 사람들은 요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최선을 다한다.

 

이런 시장의 규칙 아래 다양한 정보나 미래 예측이 모여들고,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시행착오를 통해 수정이 가해지고, 누구의 지시도 필요 없이 가장 합리적인 예측에 도달한다. '시장은 최고의 경제전문가'인 것이다.

 

p.178

어느 누구라도 다른 세계에서는 엄청난 행운 덕에 성공을 거머쥐었을 것이며, 또 다른 어떤 세계에서는 완전히 불운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지금 있는 자기 자신은 무수한 세계 중 단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뿐이다. 절대 확실한 것은 없으며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면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만약 정말 여러 세상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이 질문의 답은 확률이 높은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것 외에는 없다. 가령 복권을 사면 어딘가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당첨되어 부자가 된다. 그 자체는 부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세계에서 복권은 당첨되지 않는다. 복권은 한층 많은 세계에서 자신이 행복해지는 수단이 아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박을 해서 우연히 성공했던 경우도 그 이외의 대부분의 세계에서는 파멸에 직면해 있을 것이다. 마치 오케하자마 전투의 노부나가와 같다. 그래서 가능한 한 지지 않도록 높은 확률로 이기는 방식을 선택해 싸워나가는 것이 이치에 맞다.

 

어떤 세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노력이나 능력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올바른 노력을 하면 대부분의 세게에서 보답을 받게 될 것이다. 뛰어난 능력은 모든 세계에서 성공을 약속하지는 않지만 더 많은 세계에서 성공을 안겨줄 것이다.

 

p.186~187

우연의 축적에 의해 방향이 없는 변화와 방대한 시행착오의 반복은 제각각 다르고 다양한 변화를 촉진한다. 예측할 수 없는 사태와 만났을 때 다양성이 생명 존속의 열쇠가 된다. 다른 것을 압도하는 강한 능력과 뛰어난 두뇌는 살아남는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사전에 알 수 없다. 그래서 다양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진화는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다. 우연에 희롱당하고, 우연의 도움을 받으면서 변화를 거듭해갔다. 순조로운 환경보다 역경이야말로 변화를 촉진한다.

 

p.192~194

인간은 우연을 방법 여하에 따라 통제할 수 있다는 골치 아픈 환상을 가지고 있따. 실패가 우연에 의해 일어났어도 실패를 악으로 단정하고, 실패를 피하기 위해 우연을 통제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우연이 우연인 이상, 우연을 통제하려고 발버둥치기보다 우연의 결과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실패는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오히려 그런 실패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루빈은 실패한 거래를 성공의 출발점으로 이야기한다. 사상 최강인 고대 로마와 현대 미국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로 이루어진 국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짓밟히지 않았다면 천하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불확실성 때문에 실패하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로부터 배우고 수정할 수 있는 힘이다. 오히려 실패하지 않으면 내게 필요한 수정을 할 수 없다. 실패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를 겪은 뒤 수정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세 번째,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확률을 동반한다. 올바른 방식으로 올바른 결과가 나오는 것도, 실력이 있는 쪽이 이기는 것도 모두 확률적인 현상이다. 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단기간으로 보면, 확률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이 종종 있다. 확률은 횟수가 거듭되어야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확률은 단기적인 일보다 장기적인 일에서 안정되게 나타난다.

 

따라서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을 지녀야 한다. 되풀이 말하지만, 우연은 통제할 수 없다.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확률뿐이다. 성공할 확률이나 이길 확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다. 다만 그 확률이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사물을 보아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단기간보다 장기간일수록 불확실성이 증가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확률은 기간이 길어야 의미가 있다. 올발른 방식으로 시도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체로 올바른 결과로 이어진다. 

 

p.197~198

제너럴 모터스가 번영을 구가하던 시절 전설적인 경영자였던 알프레드 슬론은 반대 의견이 없는 의견은 채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문제라도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하면 마땅히 반대 의견이 나오는 법이다. 반대 의견이 없다는 것은 다양한 각도에서 충분히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증거라고 본 것이다.

 

소니의 창업자 중 한 사람인 모리타 아키오는 항상 의견이 대립하던 부장이 사표를 내자, "나와 늘 같은 의견인 부장은 있으나마나네.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자네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하며 사직을 만류했다. 사람들이 각자 다른 의견을 내놓고 논쟁하게 하고, 그런 가치를 경영자가 인정했기에 소니의 기업정신이 확립된 것이다.

 

인텔을 거대한 IT제조회사로 육성한 앤드루 그로브는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카산드라'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p.209~210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은 적에게 격추된 전투기 조종사는 비행기와 함께 죽어야 한다는 가치관이 강했따. 일본이 자랑하던 제로 전투기는 조종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능이 약하여 피격되면 조종사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탈출하는 행위도 기피되었따. 적군의 포로가 되는 것은 치욕스러운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제로 전투기는 선회 능력이 탁월하며 강력한 기관총을 지녔고 조종사의 솜씨도 좋아 태평양전쟁 초기에는 압도적으로 강했다. 하지만 전투를 거듭하면서 비행기와 함께 수많은 조종사의 생명도 잃게 되자 마침내 숙련된 조종사가 바닥나는 사태에 직면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조종기의 성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조종사 보호를 우선했으며 격추를 당하면 탈출을 시도하고 적의 포로가 되더라도 살아남아야 했다.

 

결국 이런 생각의 차이가 노련한 조종사 수에서 차이를 낳게 되고, 점점 미국 공군이 우세해지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p.210~211

어떤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가치관은 성공을 무조건 강조하는 가치관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실패와 마찬가지로 성공도 절대시해서는 안 되며 자기성찰을 필요로 한다. 오히려 진정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실패보다 성공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무슨 일을 할 때 처음부터 대담해지는 경우는 드물다. 처음에는 상황을 보면서 해나가다가 잘 풀리기 시작하면 점점 대담해진다. 그래서 처음 실패는 비교적 규모가 작으며 치명적이지 않다. 그런데 성공해서 대담해진 뒤에 실패를 하면, 대담하게 했던 것만큼 그 영향도 크며 때로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치명적인 큰 실패를 초래하는 것은 과거의 성공이다.

 

모든 것은 알 수 없으며 예측할 수도 없는 불확실성 세계에서 성공은 늘 돌이켜보고 분석해야 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교만과 자만을 제거해가야 한다.

 

사람은 자기봉사 편향으로 인해 성공하면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의 결과라고 느끼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자신감을 지님으로써 생각이 확실해지고 안정되면서 매사에 분명하게 대처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은 성공이 계속되면 차츰 자신은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원래 사람에게는 자신은 특별하다는 감정이 있다. 다만 성공이 그 감정과 이어지면 세상에 무서울 게 없어진다. 이것이야말로 파멸의 가장 큰 원인이다.

 

p.240~242

미국의 경영학자 저커 덴렐이 소개한 사례다.

가로축은 경영방침의 대담성, 적극성을 나타내고 있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화려하고 대담한 경영방침을 채택하고 있다. 자료를 모으면 위의 그래프가 된다고 하자. 언뜻 보면 대담하며 적극적인 경영방침을 실행하는 기업일수록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듯 여겨진다.

 

하지만 이 자료에는 도산해서 소멸된 기업의 자료가 누락되어 있다. 대담하고 적극적인 경영방침을 실행하고 환경변화나 불황의 영향으로 도산한 기업은 수두룩할 것이다. 그 자료를 보완하면 아래 그래프와 같은 것이 된다.

 

p.247~249

사람은 타인의 모든 것을 알 수가 없으며, 타인의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할 수도 없다. 타인의 능력을 한 눈에 알아본다는 사람은 수두룩하지만 그 대부분은 휴리스틱이며 일종의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유방 군의 명장 한신은 원래 경쟁자인 항우 군에 속해 있었으며, 그때는 전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유방 휘하로 들어오고 나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며 결국 자신을 알아주지 않았던 항우를 멸망시켰다.

 

동네 공장 수준이었떤 창업 당시의 혼다에 모여든 사람들은 닛산이나 도요타 입사시험에서 떨어지거나 다른 회사에서 낙오된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루어낸 혼다는 닛산을 능가하고 도요타를 위협할 정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타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아무리 능력에 따라 평가하고자 해도 마음에 들고 안 들고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게 되거나, 평가제도가 파벌을 형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곤 한다.

 

그런 폐단을 피하기 위해 객관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면 결국 실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실적을 올렸는데 "우연 때문일지 모른다"며 정당하게 평가해주지 않는다면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실적 평가는 불확실성 세계에서도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회사를 이끄는 경영자를 선택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결코 단지 높은 실적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젊은 사원들은 잠재능력으로 평가되고, 승진할수록 실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하지만 불확실성의 효과를 생각하면 경영자에게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실패를 허용하고, 장기적 관점으로 사물을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권장하고, 끈기있게 불확실성을 고려해가는 것이 요구된다. 우연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까지 포함된 실적만으로 선택된 경영자는 진정한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경영자를 선택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지만 제너럴 일렉트릭의 CEO 선택 과정은 참고할 만 하다.

 

GE의 CEO 선택 과정은 몇 년이 소요된다. 현 CEO에게 다음 CEO를 선택하는 일은 최대 직무 중 하나다. 우선 방대한 후보자 목록을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각 후보자들에게는 각각 책임있는 직책을 맡기고 그 실적을 지켜본다. 중요한 것은 일시적인 성공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공이다. CEO 선택 과정은 단시간에 결정되는 단판승부가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진행되는 중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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