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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를 보는 새로운 눈

by Diligejy 202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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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

아시아 외환 위기 3년 전,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아시아 경제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를 보냈다. 크루그먼은 1994년 말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권위주의적 아시아 경제는 기술 면에서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계와 기반 시설에 더 많이 투자하는 효율성의 향상 없이, 단순한 투입량 증가는 수확 체감의 법칙에 부닥치게 되어 있다. 투입 주도 성장은 불가피하게 한계가 있다."  - 폴 크루그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아시아 기적의 신화'

 

p.20

- 한 나라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가?

- 경제가 쇠퇴하고 위기에 빠지는 원인은 무엇인가?

- 서구 자본주의는 어떻게 발전했고 그 실체는 무엇인가?

- 서구와 아시아는 무엇이 다른가?

 

나는 이런 질문을 던져가며 아시아적 가치와 자본주의 뿌리를 찾아가고자 한다. 

 

p.26

유럽을 세계의 중심에 놓는 유럽 중심주의와 동양을 열등하게 보는 오리엔탈리즘은 환경결정론, 인종주의, 민족주의와 닿아있다.

 

p.27~28

토머스 홉스는 욕망을 인간 행위의 동력으로 보았다.

"어떤 사람이 욕구하거나 욕망하는 대상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 사람에게는 선이며, 미워하거나 혐오하는 대상은 악이다."

"모든 욕망은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환원되는데, 그 이유는 부, 지식, 명예는 모두 권력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일반적으로 끊임없이 힘을 추구하는 욕망이 있으며, 이 욕망은 오직 죽어서야 멈추게 된다고 말하겠다."

 

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는 "자기를 보존하려는 욕망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을 보존하려는 의지, 욕망을 '코나투스'라 불렀다. 영국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이성은 정념의 노예"라고 주장했다. 그가 관찰한 인간은 이기심으로 가득 찬 존재다.

 

"내 손가락의 생채기보다 전 세계의 파멸을 선택했다고 해도 이성과 상충되지 않는다." - 데이비드 흄, <인간이란 무엇인가>

 

p.31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도구를 사용했고 발전시켜 왔다. 프랑스 철학자 헨리 베르그송은 인간을 '호모 파베르(도구를 만드는 사람)'라고 정의했다.

 

"인간의 지능의 지속적인 특징을 엄격하게 살펴본다면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 파베르라고 말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지능의 본래 특징은 인공 물체, 특히 도구를 만들고 제조 방법을 무한히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 헨리 베르그송, <창조적 진화>

 

p.37

로마 시대 베게티우스의 <군사학 논고>는 서양 군사학의 고전이다. 베게티우스의 금언은 국제정치 논의에서 자주 인용된다.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승리를 우너하는 자는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노고를 아껴서는 안 된다. 성공을 희망하는 자는 원칙으로 싸워야 하고 행운만 바라보고 싸워서는 안 된다." - 베게티우스 <군사학 논고>

 

p.40-41

독일 출신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권력은 소수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다수의 공론 영역에 잠재한다고 보았다. 권력은 권력자의 것이 아니라 다중의 결합된 의지라는 뜻이다. 아렌트는 '폭정은 폭력으로 권력을 대체하려는 시도이고, 폭민 정치는 힘으로 권력을 대체하려는 시도'라고 정의했다. 폭력은 말 그대로 폭력적 수단, 물리적 힘을 말한다. 힘은 군중의 집단적 힘을 의미한다. 정당한 권력은 소수의 폭력이나 다수의 힘이 아니라 시민들이 공유하는, 깨어있는 여론에서 나온다는 것이 아렌트의 주장이다.

 

권력이 정당성을 상실하면 잔인한 폭력, 악으로 전락한다. 힘과 정당성의 조화는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에서 똑같이 요구되는 명제다.

 

p.45

로크는 개인의 재산권 보호에 강조점을 두었다. 그는 사유재산은 인간 노동의 결과라는 주장을 폈다. "떡갈나무 밑에서 자신이 주운 도토리나 숲속의 나무에서 딴 사과를 섭취하는 사람은 확실히 그것들을 그 자신의 것으로 수취한 사람이다." 로크 사상은 미국 독립혁명과 프랑스 혁명의 이념적 바탕이 되었다.

 

p.51-52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식물의 성장을 연구하다가 특이한 법칙을 발견했다. 식물 성장을 좌우하는 요소는 넘칠정도로 풍부한 영양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양소라는 것이다. 이것이 '최소량의 법칙'이다.

 

물을 가득 채운 나무 물통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면 떨어져 나간 부분으로 물이 흘러 나간다.

 

최소량의 법칙은 인간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자원, 경제적 자유, 과학기술, 군사력, 공정성, 법, 제도 가운데 어느 한 요소라도 결함이 생기면 문제가 사회 전체로 퍼져나간다. 요소 간의 조화와 균형이 핵심적 과제다. 한 국가가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려면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적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p.63

지나친 자만심 휴브리스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의 보복을 받는다. 아폴론은 아킬레우스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그의 마음은 사납기가 사자 같아요.

자신의 큰 힘과 거만한 용기에 복종하여

사람의 작은 가축 떼 속으로 뛰어들어 끼니를 마련하는 사자 같단 말이오.

이처럼 아킬레우스는 동정심도 수치심도 없는 자요."

호메로스 <일리아스 24-40>

 

p.77

<일리아스>가 전쟁과 약탈 시대의 상징이라면, <오딧세이아>는 상업 시대 이데올로기를 대표한다. 

 

p.83

솔론은 소득수준에 따라 시민을 4개 계급으로 나눴다. 귀족, 기사, 중산층 세 계급을 의회 불레에 참여시켰다. 최하층 평민까지 참여하는 민회도 설립했다. 솔론의 정치 개혁은 금권정치 요소도 있지만, 정치 참여 폭을 넓혀 민주주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젊었을 때 외국에 나가 장사를 한 솔론은 유능한 경제정책가이기도 했다. 그는 농업 위주의 아테네 경제구조를 상공업 중심으로 바꿨다. 농민에게 올리브나무를 많이 심도록 하고, 올리브 기름을 흑해 지역에 수출해 곡물과 교환했다. 특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가족과 함께 아테네에 정착하는 외국인에게는 시민권을 주었다. 이 정책으로 페니키아 상인과 장인, 코린트 도공, 조선 기술자가 아테네에 정착했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무역이나 한 가지 이상의 기술을 가르치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아버지는 자신이 부양하지 않아도 되었다.

 

솔론은 아테네를 위기에서 구했으나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부자는 평민에게 특혜를 준다고 불평했고, 평민은 땅을 재분배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솔론은 이 법을 100년 동안 지키라고 말하고는 이집트와 이오니아로 철학 여행을 떠났다.

 

p.133

폴리비우스는 로마 공화정이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의 3가지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정고나은 군주정, 원로원은 귀족정, 민회는 민주정 요소와 유사하다고 보았다. 폴리비우스의 정치사상은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 사상에 영향을 주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로마 공화정을 모델로 삼았다. 집정관은 대통령에 해당하고, 원로원은 상원, 민회는 하원이 된다. 워싱턴 공공건물은 로마 건축물을 본떠 건축했다. 제퍼슨 기념관은 판테온을 재현했고 의회 건물도 판테온 돔 양식을 채택했다. 의회를 가리키는 캐피톨도 카피톨리누스에서 나왔다. 

 

p.228

공자는 법치가 시행되면 신분 구별이 없어질 것을 걱정했다. 베이징대학교가 펴낸 <중화문명사>는 '예의 정신은 별別이고 법의 정신은 동同'이라고 풀이했다. 예는 신분과 귀천을 구별하고, 법은 구별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p.238

추운 계절이 된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는 시들지 않고 푸르게 남아 있는 것을 안다. 

<논어>, 자한 中

 

p.239-240

유교의 의와 서양의 정의는 차이가 있다. 고려대 철학과 교수 이승환은 "동양의 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윤리인 데 반해, 서양의 정의는 원자화된 개인들 사이의 도덕규범"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교의 의는 친구 동지 동료 사이의 사적 의리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리 개념은 친밀한 사적 집단 안에서의 관계 유지나 화합 도모를 일차적 목적으로 삼는다. 의리 개념은 이렇게 소규모 집단 안에서 요구되는 사적인 덕목이기 때문에 공적 영역에서 요구되는 보편적 도덕의 요구, 즉 정의와 서로 상충될 수 있다. 

이승환, <유가 사상의 철학적 재조명>

 

p.254-255

위앙은 변법 시행에 들어갔다. 변법의 핵심은 농사를 지으며 싸우는 농전이다. 그는 느슨한 농촌 사회를 군대 조직처럼 바꿨다. 마을을 5호, 10호 단위로 묶어 서로 감시하고 고발하게 했다. 한 사람이라도 죄를 지으면 연대책임을 물었다. 죄인을 숨겨주는 자는 허리를 자르는 요참형에 처했다.

 

식량 증산을 위해 농업에 주력하고 상업을 억제했다. 대가족도 해체했다. 한 집에 성인이 2명 있으면 세금을 배로 올렸다. 사회를 전체주의로 개조했다. 관직 인사에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운 사람은 평민이라도 작위를 내렸고, 공이 없으면 군주 친척이라도 작위를 박탈했다.

 

변법은 신분과 계급제도를 능력 위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무릇 군주가 백성을 격려하는 수단은 관작이고, 나라가 홍성해지는 길은 농사를 지으며 싸우는 농전이다. 나라가 1년 동안 농전 한 가지만 전념하면 10년 동안 강성하고 10년 동안 농전 한 가지만 전념하면 100년 동안 강성하다.

상앙, <<상군서>> <농전>

 

법을 어기면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 상 하나에 벌이 아홉이었따. 어느 날 한꺼번에 700명을 처형했다.

 

위수가 온통 붉게 물들고 호곡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며 원망과 원한이 산처럼 높아졌다.

<구당서>

 

여러 대의 마차로 사지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도 위앙이 만들었다. 귀족도 예외가 없었다. 태자가 도읍을 옮기는 정책에 반대하자, 태자 스승 공자 건의 코를 베고 공손 가의 얼굴에 문신을 하는 묵형을 가했다. 3년이 지나자 백성들은 법을 따르기 시작했다.

 

형벌은 국력을 낳고, 국력은 강대함을 낳고, 강대함은 위세를 낳고, 위세는 은혜를 낳는다.

상앙, <<상군서>> <거강>

 

진나라 힘이 강해지자, 위앙은 무력으로 땅을 빼앗는 패도를 지향했다.

 

p.292-293

삼강오륜도 동중서가 만든 강령이다. 공자와 맹자 시기에 없던 이론이다. 동중서는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관계를 음양 관계로 보았다. 양은 높고 음은 낮다.

 

군위신강은 임금을 높이고 신하를 낮추고, 부위자강은 부모를 높이고 자식을 낮추고, 부위부강은 남편을 높이고 아내는 낮추는 것을 말한다. 한자 '강'을 풀이하면 뜻이 더 분명해진다. 기강을 잡는다고 할 때, 기는 그물 손잡이고, 강은 그물코를 꿰는 굴ㄺ은 줄을 말한다. 기강을 잡는다는 것은 그물을 끌어당긴다는 뜻이다. 군위신강은 임금이 신하를, 부위자강은 부모가 자식을, 부위부강은 남편이 아내를 제어한다는 의미다.

 

공자는 정명론에서 임금과 신하 모두에게 윤리적 의무를 부여했으나 동중서는 아랫사람에게만 의무를 지웠다. 유학에 미신적 요소가 더해지고 가부장 성격이 강해졌다. 유학계에서는 공맹의 유학을 원시유학으로 부르고, 동중서 이후의 유학을 동학 또는 경전을 해석하는 학문이라는 뜻의 경학이라 부른다.

 

동중서는 재판을 할 때도 유교 경전을 끌어들였다. 그는 <춘추>를 기준으로 죄인을 판결하는 춘추결옥을 주장했다. 범행 동기가 유교의 의에 합당하면 가벼운 처벌을 내리고, 범행 동기가 불순하면 중형을 내렸다. 법에 일정한 기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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