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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흐름이해

투기자본의 천국

by Diligejy 2023. 3. 24.

 

 

p.18~23

 

IMF 외환위기와 외환은행 매각 주요 사건 일지

 

1997년 1월 23일 한보철강 부도

1997년 7월 2일 태국 바트화 폭락

1997년 7월 15일 기아 협조 융자 신청, 사실상 부도, 청와대 확대경제장관회의

1997년 8월 14일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폭락

1997년 8월 15일 재정경제원 종합금융회사에 외화 자금 긴급 지원 검토

1997년 9월 10일 산업은행 15억 달러 규모 외환 채권 발행

1997년 9월 29일 외환시장 개장 40분 만에 달러 환율이 변동폭 상한선인 964원까지 상승, 사실상 거래 중단

1997년 10월 15일 쌍방울 부도

1997년 10월 16일 태일정밀 부도

1997년 10월 22일 기아자동차 법정관리 신청

1997년 10월 23일 홍콩 증시 폭락

1997년 10월 24일 미국 S&P, 한국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1997년 10월 27일 미국 무디스, 한국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1997년 10월 28일 주가지수 500선 붕괴, 미국 투자기관 모건스탠리, [아시아를 떠나라] 보고서 발표

1997년 10월 29일 정부 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

1997년 11월 1일 해태 부도

1997년 11월 4일 뉴코아 부도

1997년 11월 5일 블룸버그, [한국 가용 외환 보유고 20억 달러] 보도

1997년 11월 10일 원화 환율, 달러당 1,000원 돌파

1997년 11월 16일 미셸 캉드쉬 IMF 총재 극비 방한

1997년 11월 17일 외국 언론, 한국 IMF 구제금융 요청 가능성 시사, 재정경제원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

1997년 11월 18일 한국은행, 정부에 IMF 구제금융 요청 촉구

1997년 11월 19일 강경식 경제부총리 김인호 수석 경질, 임창렬 신임 경제부총리 임명, 금융시장 안정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종합 대책 발표

1997년 11월 21일 정부 IMF에 구제금융 공식 신청 발표

1997년 11월 22일 정부 IMF에 구제금융 신청 요청 발표

1997년 12월 2일 재정경제원, 9개 종합금융회사 영업 정지 명령

1997년 12월 3일 임창렬 경제부총리와 캉드쉬 IMF 총재, 공식적인 구제금융 합의서에 서명, 대기성차관 제공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

1997년 12월 4일 대기성차관 협약 IMF 이사회 승인, 대기성차관 75억 달러, 보완 준비 금융 135억 달러 등

1997년 12월 5일 고려증권 부도

1997년 12월 6일 한라그룹 부도, IMF 1차 지원금 56억 달러 제공

1997년 12월 10일 5개 종합금융회사 업무 정지 명령

1997년 12월 11일 자본시장 전면 개방(1인당 한도 50%로 확대), 외국인 투자 한도 확대(50%), 개인당(7%), 종목당(26%) 한도 발표, 미국 S&P 한국 국가 신용등급 3단계 하향 조정

1997년 12월 12일 동서증권 영업 정지 처분 법정관리 신청

1997년 12월 18일 제15대 대통령 선거, 김대중 후보 당선, IMF 2차 인출 이사회 승인

1997년 12월 21일 미국 무디스, 한국 국가 신용등급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하향 조정

1997년 12월 23일 원화 환율, 1995년 돌파, 국공채시장 등 채권시장 전면 개방

1997년 12월 24일 정부, IMF 구제금융 협상에 대한 신청 발표

1998년 1월 16일 현대그룹 구조조정 계획 발표

1998년 1월 18일 극동건설 부도

1998년 1월 30일 재정경제원, 종합금융회사 1차 폐쇄 대상 10개사 명단 발표

1998년 2월 3일 미국 S&P, 국가 신용등급 3단계 상향 조정

1998년 2월 15일 외국인에 대한 인수합병 제한 완화

1998년 2월 17일 10개 종합금융회사 인가 취소(첫 금융기관 퇴출), 미국 S&P,  한국 국가 신용등급 3단계 상향 조정

1998년 2월 19일 BIS 8%미달 12개 은행 경영 개선 조치

1998년 3월 23일 IMF 서울사무소 설치

1998년 3월 24일 세계은행 1차 구조조정차관 20억 달러 승인

1998년 3월 26일 미국 무디스, 한국 장기신용등급 전망 상향 조정

1998년 3월 27일 국제부흥개발은행, 한국에 대한 1차 구조조정차관 승인

1998년 4월 1일 금융감독위원회 공식 출범

1998년 4월 27일 외국인 투자 유치 종합대책 발표

1998년 5월 12일 거평그룹 부도

1998년 5월 16일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폐지

1998년 5월 28일 외환은행, 코메르츠방크에서 외자 유치, 29.8% 지분 매각

1998년 6월 12일 5대 그룹 간 빅딜 추진, 한국전력공사 등 9개 공기업 조기 민영화 확정

1998년 6월 18일 금융감독위원회, 퇴출 대상 55개 기업 발표(5대 그룹 20개사, 6~64대 그룹의 32개사, 비재벌 계열 3개사)

1998년 6월 29일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기관 구조개혁 조치(동화, 동남, 대동, 경기, 충청 등 5개 시중은행 폐쇄 발표), 퇴출은행, 조건부 승인은행 발표

1998년 7월 3일 외환 매입 제한 폐지

1998년 7월 10일 개정 예금자보호법 시행, 환란 1차 공판 발표

1998년 7월 11일 상업 한일 은행 합병 발표

1998년 9월 10일 하나 보람은행 합병 발표

1998년 9월 11일 국민 장기신용은행 합병 발표

1998년 9월 20일 장은 동방페레그린 증권 퇴출

1998년 10월 19일 5대 재벌 계열 사업 구조조정 방안 발표

1998년 10월 28일 은행권, 117개 기업 워크아웃 대상 선정

1998년 11월 5일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에 낙찰

1998년 12월 7일 정부 재계, 5대 재벌 구조조정안 합의

1998년 12월 18일 IMF 자금 18억 달러 첫 상환, IMF 긴급 보완금융(SRF) 18억 달러 상황

1998년 12월 30일 IMF 긴급보완금융 10억 달러 상환

1999년 1월 1일 제일은행,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 합의(지분 51%)
1999년 1월 25일 영국 피치, 한국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 조정

1999년 2월 12일 미국 무디스, 한국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 조정

1999년 4월 19일 대우그룹 구조조정 계획 발표(대우중공업 조선 부문 매각, 김우중 회장 보유 주식 매각 대금 3,000억 원 출연 등 구조혁신 방안)

1999년 4월 21일 부실 5개 생명보험사(동아, 태평양, 한덕, 조선, 두원) 공개 매각 절차 개시

1999년 4월 23일 현대그룹 구조조정 계획 발표

1999년 5월 6일 종합주가지수 800 돌파

1999년 6월 30일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신청으로 삼성자동차 대우전자 빅딜 무산

1999년 7월 1일 정부, 긴급자원지금 40억 달러 조기 상환하기로 IMF와 합의

1999년 9월 17일 제일은행, 뉴브리지캐피탈과 매각을 위한 주요 조건에 합의하고 투자약정서 체결

1999년 10월 30일~12월 1일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계획 확정

2000년 2월 12일 기아자동차 법정관리 및 화의 신청 종결 결정

2000년 9월 12일 정부, 공적자금 40조 원 추가 조성 결정

2000년 9월 20일 IMF 대기성차관 60억 달러 조기상환방침 발표

2000년 10월 30일 현대건설 1차 부도

2000년 11월 3일 2차 29개 퇴출 대상 기업 발표(삼성자동차, 삼성쌍용차, 진로종합식품, 진로종합유통, 우성건설 등)

2000년 11월 6일 대우자동차 1차 부도 처리

2000년 11월 8일 대우자동차 최종 부도 처리

2000년 11월 10일 동아건설 부도

2000년 12월 3일 대기성 차관 협약 및 프로그램 종료

2000년 12월 4일 김대중 대통령 'IMF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공식 발표

2000년 12월 17일 예금보험공사, 5개 부실은행에 공적자금 투입 결정

2001년 8월 23일 IMF 관리 체제 졸업(구제금융 195억 달러 전액 상환)

2003년 7월 28일 외환은행, 외자유치 배타적 협상자로 론스타 선정

2003년 8월 27일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 경영권 양도 본 계약

2003년 9월 16일 외환은행 임시주총 액면가 이하 증자와 사외이사 선임 등 의결

2003년 11월 20일 외환은행 이사회, 외환카드 감자 검토

2003년 11월 28일 외환은행 이사회, 감자없이 외환카드와 합병 결의

2004년 2월 28일 외환카드 외환은행에 흡수합병

2004년 10월 14일 투기자본감시센터 론스타 주식 취득 승인무효 소송 제기

2006년 1월 12일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추진 발표

2006년 3월 7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외환은행 매각 검찰 고발

2006년 3월 22일 국민은행 우선협상 대상자 내정

2006년 6월 10일 감사원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중간 발표, 검찰 통보

2006년 10월 31일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 영장 청구, 외환은행 주가조작 혐의

2006년 11월 23일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계약 파기 선언

2006년 12월 7일 박영수 대검찰청 중수부장 론스타 중간수사 결과 발표

2007년 9월 3일 HSBC 론스타 지분 51.02% 인수 합의 발표

2007년 12월 17일 HSBC 금융감독위원회에 외환은행 지분 인수 승인 신청

2008년 1월 9일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입국

2008년 2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유죄 선고(론스타코리아 대표 유회원 징역 5년, 외환은행, 론스타 각각 250억 원의 벌금형 선고)

2008년 4월 29일 론스타 HSBC 매매계약 3개월 연장

2008년 7월 31일 론스타 HSBC 매매계약 시한 만료

2008년 8월 11일 HSBC 외환은행 인수승인 신청서 제출, 금융위원회 외환은행 매각 심사 착수

2008년 9월 19일 HSBC 외환은행 매매계약 파기 결정 인수 포기

2010년 4월 5일 외환은행 매각 절차 재개

2010년 10월 14일 외환은행 헐값 매각사건 대법원 무죄판결

2010년 11월 25일 론스타-하나금융 매매계약

2011년 3월 10일 대법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원심 파기(론스타 사실상 유죄 취지 파기환송)

2012년 1월 27일 금융위원회 '론스타는 금융자본'결론, 하나은행 인수 승인

2012년 5월 21일 론스타 한국 상대로 중재의향서 제출

2012년 11월 21일 론스타 ISD 신청서 제출

2013년 5월 10일 론스타-한국 정부 ISD 중재재판부 구성

2015년 5월 14일 론스타-한국 정부 ISD 1차 구술 변론

2015년 6월 29일 론스타-한국 정부 ISD 2차 구술 변론

2016년 1월 5일 론스타-한국 정부 ISD 3차 구술 변론

2016년 6월 2일 론스타-한국 정부 ISD 4차 최종 구술 변론

 

p.38-39

전직 대통령이 테러리스트 가문과 사업 파트너라는 사실, 테러와의 전쟁 덕분에 이들이 함께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때 칼라일의 자회사에서 일했던 조지 W 부시는 테러 직후 오사마 빈라덴의 나라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공격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이라크를 공격했다. 이 모든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국과 칼라일의 이해가 충돌할 때 이들은 어느 편에 서는 것일까?

 

칼라일의 투자자산 규모는 2015년 3분기 기준으로 1,877억 달러로 3,340억 달러의 블랙스톤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운영 인력은 7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세계적으로 투자한 기업이 200여 개, 이들 기업이 고용한 임직원 수는 65만 명에 이른다. 미국 뉴욕대학 경영대학원 교수 구스타보 슈어드는 2016년 1월, [한국경제]와의 한 인터뷰에서 "칼라일 같은 사모펀드들은 뉴욕이나 런던 사무실에 앉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백 개 투자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며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했던 GE의 잭 웰치 전 회장보다 영향력이 더 센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p.54-55

제일은행이 1999년까지는 100% 정부 소유의 은행이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는 게 좋다. 한보철강과 기아자동차 부도를 겪으면서 쓰러져가던 은행을 정부가 완전 감자와 공적자금 투입으로 살려내면서 정부 소유 은행이 되었던 것이다. 1998년 3월과 1999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조 5,000억 원과 5조 3,000억 원을 투입한 것을 비롯해 모두 8조 4,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

 

문제는 뉴브리지캐피탈이 내놓겠다는 돈이 단돈 5,000억 원밖에 안되었다는 것이다. 5,000억 원에 지분 51%를 팔기 위해 정부는 대규모 유상감자와 액면 병합까지 해야 했다. 뉴브리지캐피탈이 싸게 살 수 있도록 자본금을 4조 4,867억 원에서 9,806억 원으로 줄인 것이다. 그렇게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어가며 살려낸 은행의 경영권을 단돈 5,000억 원에 그것도 외국계 펀드에 넘겨버린 것이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p.56-57

돌아보면 뉴브리지캐피탈이 들어오던 무렵 제일은행의 상황은 최악이었던 것은 많다. 1998년 12월 말 기준을 485억 원이던 자기자본이 1999년 6월에는 마이너스 1조 5,000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신규 대출은 모두 중단되었고 기존 여신은 종전 한도 안에서만 만기 연장해주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부도 직전이었다. 정부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장 제일은행이 문을 닫으면 18조 2,000억 원에 이르는 여신을 모두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회수가 어려운 고정 이하 무수익여신이 3조 8,323억 원, 전체 여신의 20%가 넘었다. 

 

그 무렵 제일은행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1997년 1월 한보철강이 부도 처리되면서 1997년 상반기에 3조 5,000억 원의 적자를 냈고, 1997년 7월 기아자동차까지 부도가 나자 부실 여신이 4조 5,187억 원까지 불어났다. 해외차입이 전면 중단되었고 국내에서도 뱅크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한국은행이 나서서 공적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2000년 11월 대우그룹까지 부도가 나면서 공적자금이 아니었다면 회생 불가능한 사태를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를 그렇게 가까스로 살려놓은 은행을 고스란히 외국계 펀드에 넘겨주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과정에서 뉴브리지캐피탈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관료들은 외자 유치와 경영권 매각의 차이를 알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무시했고, 사모펀드가 은행의 대주주가 된다는 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p.61

"레임덕에 걸린 물러나는 정부와 1997년 12월 18일의 대통령 선거가 새로 들어오는 정부가 교차하는 전환기에, 그것도 여당에서 야당으로 정권이 바뀌는 힘의 공백과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와 검토를 거치지 못하고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수의 사람들에 의하여 이러한 정책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기게 된 것이다. 물러나는 정부는 힘도 빠지고 의욕도 없었으며 들어오는 정부는 의욕은 있었으나 시스템과 노하우가 없었다. 정권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공무원 조직은 흔들렸고 정부 조직 개편까지 있게 되어 공무원 사회의 동요는 방치됐다. 들어오는 정부는 정확한 정보와 훈련된 조직 없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책 결정에 개입함으로써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결과도 되었다. "

 

강만수가 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면서 사고를 많이 치긴 했지만, 강만수의 지적을 흘려듣기는 어렵다. 

 

p.66-67

2003년 9월 외환은행 매각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던 변양호는 론스타와 결탁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은 변양호 등이 고의로 외환은행에 자산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부실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론스타에 부당이득을 안겨주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몇 가지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점은 인정되지만 그것만으로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매각하기 위해 공모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놀라운 건 재판 직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다. 결심 공판에서 퇴장했던 검사 2명 중 1명인 심재돈이 재판 직후 담당 부장판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추가 혐의 사실 등을 거론하면서 재판이 부당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었던 건 "앞으로 잘되는지 두고 보자"는 등의 내용과 함께 일부 모욕과 비하적인 표현도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해 법원 상층부에 보고했고 항의를 받은 대검찰청은 검사에게 사과를 지시했다. 결국 검사가 판사를 찾아가서 사과를 했고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재판이 끝나고 두 달 뒤 이 검사는 갑자기 공주지청으로 전출되었다.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었는데 수사 검사를 지방으로 내려 보내는 것은 수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나 마찬가지였다. 지청장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좌천이라고 보기는 모호하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여러 법조 관계자에게 물어본 결과 이렇게 중요한 사건을 맡는 도중 갑자기 지방으로 발령이 나는 경우 문책의 성격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심재돈은 공주에서 서울을 오가면서 공판에 참석했으나 법원은 이듬해 12월 항소심에서도 변양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놀랍게도 여기에는 반전이 한 번 더 있다. 심재돈은 변양호 재판 상고심 도중 다시 서울중앙지검으로 복귀했다가 2013년 검찰을 그만두고 김앤장으로 옮겨간다. 김앤장은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로펌이다. 김앤장은 2003년 9월 외환은행 매각 직전 금융감독위원회에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과 관련 법률 자문을 했고, 금융감독위원회는 김앤장의 의견서를 베껴 쓰다시피 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검찰이 일찌감치 김앤장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긴 했지만, 론스타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가 론스타를 대리했던 로펌으로 옮겨간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론스타 관련 재판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었고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 소송을 낸 직후였다.

 

심재돈은 검찰 내부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분류되는 검사였다.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있던 시절 이상득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했고, 국민의당 원내대표 박지원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 검사도 심재돈이었다. 동료 검사들 사이에서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평가를 받던 정의로운 열혈 검사의 변신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p.71-72

7월 15일 10인 비밀회동에서 변양호는 "외환은행 증자에 실패하면(론스타를 대주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BIS(자기자본비율)가 5.42%까지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은행법 시행령 8조 2항을 적용해달라"고 김석동에게 요청한다. BIS가 8% 밑으로 떨어지면 부실하다고 평가를 받는데, 당시 외환은행의 BIS는 10%가 넘는 상황이었다. 

 

김석동은 "예외 승인을 적용하면 삼라만상이 다 해당된다"고 우려하면서도 "공식적으로 재정경제부에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달라"고 수락한다. 실제로 재정경제부는 다음 날인 7월 16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외환은행 매각은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다. 재정경제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의 예외 승인을 요청하고 다시 금융감독위원회가 재정경제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 명분을 만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이 고스톱을 설계한 게 바로 론스타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었던 김앤장이었다는 이야기다.

 

변양호와 김석동 등은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라는 예외 조항 역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재정경제부 실무진에서 "전례가 없고 무리한 법률 해석"이라는 반발이 있었다. 사무관 신진창이 "BIS 비율이 8%가 넘어 예외 승인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하자 변양호가 "BIS 비율을 낮춰 적기 시정 조치를 걸 수도 있지 않느냐"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신진창은 "외환은행이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해 BIS 비율이 8%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고 적기 시정 조치는 요건이 있어 곤란하다"고 항의했으나 변양호는 이를 묵살했다. 변양호는 [변양호 신드롬]에서 교묘하게 논점을 비튼다.

 

"8%를 하회하는 연말 BIS 비율 전망치가 예외 승인의 근거라는 주장은 론스타 매각에 무슨 불법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언ㄹㄴ에 부풀려진 후 감사원과 검찰에 의해 조작된 허구다."

 

변양호는 이 책에서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라는 예외조항을 적용하게 된 과정을 빠뜨렸다. BIS 조작은 이 예외 조항을 꿰맞추기 위해 동원된 것인데, 변양호는 실제로 외환은행이 매우 부실했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설령 외환은행이 심각하게 부실했다고 하더라도 론스타가 법적으로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안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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