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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흐름이해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

by Diligejy 2023. 11. 25.

 

 

p.12

비트코인은 예기치 못한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보호받는 화폐를 사용하여, 제3자를 신뢰할 필요 없이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분산형 소프트웨어라고 이해하는 편이 가장 좋다. 

 

p.21

'교환매개'는 화폐(돈)를 정의하는 본질적 기능이다. 다시 말해 화폐(돈)는 무엇보다도 다른 물건과 바꾸는 재화지, 써 버리는 재화(소비재)도 아니고 다른 재화를 생산하는 데 이용하는 재화(투자 또는 자본재)도 아니다. 물론 투자도 수입을 얻어 다른 물건과 바꾸려고 하는 일이지만, 세 가지가 돈과 다르다. 

 

첫째, 투자는 수익을 만들어내지만 돈은 그렇지 않다.

둘째, 투자에는 언제나 실패할 위험이 따르지만 돈은 위험이 가장 낮다(고들 생각한다).

셋쨰, 투자는 돈보다 유동성이 떨어지며, 소비하려면 매 번 상당한 거래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정도면 왜 돈의 수요가 항상 존재하고, 왜 투자가 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지 이해가 간다. 인생의 전제는 불확실성이고, 돈이 언제 얼마나 필요할 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p.24~25

어떤 돈의 가치가 얼마나 견고한지 파악하려면, 그 재화의 공급과 관련한 다음 두 가지 숫자를 보면 된다.

 

(1) 저량(stock) : 이제껏 생산된 양에서 이제껏 소비되거나 파괴된 양을 뺀, 기존 공급량

(2) 유량(flow) :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 추가로 생산될 양.

 

저량과 유량의 비율은 그 재화가 돈으로서 얼마나 견고한지, 그래서 돈으로 쓰기에 얼마나 적당한지 보여주는 믿을만한 지표다. 어떤 재화의 저량이 유량에 비하여 비교적 적다면, 즉 저량/유량 비율(stock-to-flow ratio)이 낮다면, 사람들이 가치저장 수단으로 쓰기 시작할 때부터 공급량이 급격히 늘 수 있다. 그런 재화를 가치저장 수단으로 택하면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 저량/유량 비율이 높을수록 시간이 흘러도 가치를 유지하여 시간을 뛰어넘는 판매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사람들이 경화, 즉 저량/유량 비율이 높은 재화를 가치저장 수단으로 택한다면 가치를 저장하려고 그 재화를 사는 사람이 많아지므로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그 재화를 생산하는 사람에게 생산량을 돌릴 동기가 생긴다. 그런데 원래 추가 생산분이 기존 공급량에 비하여 적으니, 추가분이 늘어난다고 해 봤자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반면 사람들이 연화, 즉 저량/유량 비율이 낮은 재화에 가치를 저장하기로 선택할 경우에는, 그 재화를 생산하는 사람이 공급량을 크게 늘리는 것이 쉽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다. 그래서 결국 재화 가치가 낮아지고 저축한 사람이 부를 도둑맞는 꼴이 되며, 시간을 뛰어넘는 판매가능성이 무너진다.

 

p.50

어떤 물건이든 가치저장 기능을 잘 수행하려면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올라가야 하는 한편, 생산자는 가격이 크게 떨어질 정도로 공급을 부풀리지 못할 제약을 받아야 한다."는 난제를 풀어내야 한다. 그런 상품이 있다면 이를 가치저장 수단으로 쓴 사람이 보상을 받고 장기적으로 부를 늘리게 될 것이다. 다른 상품을 선택한 사람도 앉아서 재산을 잃지 않으려면 이미 내린 결정을 뒤집고 더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의 선택을 베낄 것이므로 해당 상품은 가장 중요한 가치저장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 내내 벌어진 이 경쟁에서 승자는 단연 금이다. 금이 화폐 기능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다른 상품과 구분되는 두 가지 독특한 물리적 성질이다. 우선 금은 화학적으로 안정되어 사실상 파괴되지 않는다. 둘째, (연금술사가 믿었떤 바와 달리) 다른 물질을 합성해서 만들 수 없으므로 얻으려면 원석에서 추출해야만 하는데, 지구에는 금 원석이 극히 드물다.

 

p.58

황제는 아우레우스의 금 함량을 줄여 화폐의 실질 가치를 떨어뜨리고 공급을 늘린 덕에 계속 방만하게 지출할 수 있었지만, 그리하여 인플레이션과 경제 위기가 벌어지면 황제는 상황을 개선하려고 다시 화폐의 함량을 줄이는 그릇된 시도를 했다. 이 과정을 페르디난트 립스(Ferdinand Lips)가 요약한 다음 내용은 오늘날 독자에게도 교훈이 된다.

 

로마 황제들이 경제를 '관리'하려는 데 몰두했지만 상황을 더 악화했을 뿐이라는 사실에는 현 세대 투자자 뿐 아니라 현대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도 주목해야 한다. 물가와 임금을 통제하고 법정통화를 관리하는 법을 제정해 봤자 밀물을 막으려는 노력과 다를 바 없었다. 폭동, 부패, 무법, 맹목적 투기와 도박 열풍이 역병처럼 제국을 휩쓸었다. 화폐가 가치를 절하당하여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당시에는 상품을 만들기보다 상품에 투기하는 편이 훨씬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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