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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그물 - 김기덕

by Diligejy 2016. 11. 24.

제목 : 그물잡이가 그물에 걸렸을 때


두 가지의 선택지가 다가올 때가 있다.

적절하게 합의점을 찾으면 좋겠지만, 아무리 창의적으로 생각한다 해도,

두 가지 중 자신이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때가 온다.

원하든 원치않든, 선택의 순간은 다가오고, 책임을 져야 한다.

부조리해보이지만, 우리가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다.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모두 본 건 아니지만, 

내가 본 바로는 이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무겁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북한 어느 해안가에서 고기를 잡던 고기잡이 남철우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평소처럼 고기를 잡으러 가는 그는, 모터의 고장으로 선택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전재산인 배를 버리고 북한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배를 그대로 놔두고 남한에 갔다가 북한에 복귀할 것인지,


어떤 결정도 어렵다. 그는 자신의 처자식에 대한 애정이 끔찍한 사람이기 때문에,

북한에 계속 있고 싶고, 그 때문에 모터를 당겨보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고장나게 만든다.


그는 전재산을 버릴 수 없고, 남한으로 가게 된다.


거기서 조사관의 조사를 받게 되는데, 조사관은 자신의 가족을 6.25때 북한에 의해 잃고,

최근엔 다른 간첩사건으로 인해 약이 오른 사람이다.

그 사람은 철우를 계속 간첩으로 의심하고, 철우는 그런 그에게 계속 저항한다.

철우의 경호를 맡은 오진우는 마음이 여린편이어서 그를 동정하고 

그가 간첩이 아님을 주장한다. 

그로 인해 조사관과 갈등을 빚게 되기도 한다.


간첩조사를 책임지는 간부는 철우가 간첩은 아닌것 같다며 적당히 하라고 동정은 하는 인물이지만, 그 동정은 철우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 

어떤 사람도 독재국가에 다시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해서 

철우를 괴롭게 만든다.

그는 철우를 계속해서 전향시키려 하지만, 실패한다. 

방법이 없을까? 라는 질문에 이실장이라는 2인자 인물은 

철우를 북한에 데려다준다며 시내 한복판에 혼자 남겨둘 생각을 제안한다.

그 임무를 맡게된 진우는 안된다고 항변하지만, 조직의 명령에 저항할 수 없다.

더군다나, 철우가 방황하는 것은 남한 방송에 송출되기 때문에 철우가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 위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정의'에 충실했던 간부와 이실장은 계획을 진행한다.


절대 남한 사회를 보지 않겠다던 철우는 계획에 속아 어쩔 수 없이 방황하게 되고,

자신이 믿었던 진우에게 속았다는 마음에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 폭행을 당하던 매춘부를 구하기도 하고, 어떤 시(실제로는 간첩간의 암호다)를 전해달라던 부탁도 수행하게 된다.


다시 잡혀 고초를 당한 후, 철우는 계속해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주장한다.


결국 철우의 굳은 마음을 돌릴 수 없다고 생각한 간부와 이실장은 보내주되,

간첩으로 활동하는 조건을 단다. 대신 꽤 두둑한 달러를 준다. 


철우는 돌아간다.


북한에 처음 올 땐 꽃다발 받고 의례적으로 환영받지만, 보위부에 끌려가고

남한에서 당했던 것처럼 심문을 당하게 된다.

철우는 처자식을 생각해 남한에서보단 고분고분하게 받지만,

결국 몰래 숨겨둔 달러를 상납하는 조건으로 풀려나게 된다.


풀려난 철우에게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유일한 직업이었던 어업을 하지 못하게 막아놨다는 것이다.


철우는 안된다며 나가고, 군인은 몇번을 경고하지만, 철우의 저항에 총을 쏘고 

철우는 사망한다.


여기서 문제, 

철우는 무슨 명목의 죄를 졌을까?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철우의 죄를 좀체 찾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벌을 받았다.

폭력을 당했다.

부조리했다.


그를 보호해줘야한다고 하던 남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의'를 위해 

그를 계속해서 고통스럽게 했다.


처음엔 뉴스용으로 환영하던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철우라는 인간은 그저 먹잇감에 불과했다.


철우의 죄는 무엇일까?

가난한 죄?

전향하지 않은 죄?


그는 분단이라는 그물에 걸렸고, 

그저 그 이유로 폭력을 당했다.


아직 이 영화를 100% 이해하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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