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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2018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 공정성 전쟁 1부 분노한 자들의 도시

by Diligejy 2018. 11. 21.


운인가 능력인가 - 공정성 경쟁이라는 SBS 다큐를 봤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공정성 논란을 시작으로 하며 '공정함'과 '공평함'을 함께 이루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그리 단순한 함수가 아니라서 공정함이라고 했을 때 전체 나누기 N 만 하면 되는 그런 게임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그 복잡한 게임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삶이란 역시 쉽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아는 최후통첩게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나누기 2였습니다. 상대방을 잘 모르기에 균형점을 맞춰 적당한 이득을 챙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왜 이걸 보여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변형된 최후통첩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게임과는 전혀 관계없는 NCS문제를 풀게 한 뒤 여기서 상위의 점수를 받은 사람에게는 제안자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는 수락자 역할을 맡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제안자 역할을 맡은 사람은 균형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더 챙기고 상대방의 이익을 줄이는 제안을 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방송에서는 이 실험과정이 아주 정교하게 이루어진거 같지는 않아서 반론이 가능할거 같긴 합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시험을 잘 봤고 그래서 제안자 역할을 맡았으니 자신이 더 가질 근거가 될거 같다는 거였습니다. 전혀 관계없는 시험이었는데도 말이죠.


어쩌면 시험이라는 건 인간을 평가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인간을 자만하게 만드는 도구이지도 않을까 하는 약간 삐딱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 방송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들며 청년층의 분노를 보여주고 다른 공평함을 지향하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고 느껴서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에겐 '능력'보다 '운'이 중요하며, 사회가 해야할 일은 '불운'을 관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찌보면 이 부분은 첨예한 다툼이 있는 가치관의 영역입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통해 성공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께는 이런 모욕이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능력'보다는 '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이 점은 제게 깊이 다가왔습니다. 이에 대해선 나심 탈레브가 [행운에 속지마라]라는 책을 통해 잘 설명했지요.


특히나 인간은 그리 강한 동물이 아니라는 점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인간이 강해보이는 이유는 사회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없이 인간 하나가 덩그러니 떨어지면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자연이라는 무서운 세계앞에 벌벌떨며 살게 될겁니다.


꼭 이런 관념적인 얘기를 들지 않더라도, 자신의 가족중에 누군가가 중상을 입거나, 암에 걸린다고 생각하면 단순하지만 적합한 사례가 될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압니다. 그렇지만, 가족이 중상을 입거나 암에 걸려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진다면 왠만한 집안의 계층은 추락할 겁니다. 단순히 계층만 추락하는 게 아닙니다. 이런 문제는 관계를 파괴하는 성격이 강하기에 관계가 깨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욱 계층이 낮아질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악순환이 반복되죠.


그렇기에 사회는 이런 인간들의 '불운'을 관리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점에서 깊이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운'을 관리해주는 일이야말로 도전정신을 높이고 사회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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