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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메두사의 시선(1)

by Diligejy 2015. 10. 24.

 


메두사의 시선

저자
김용석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0-01-29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급격한 문화 변동의 시대, 인간은 무엇이 되고 있는가?첨단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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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

20세기의 과학자 일리야 프리고진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고전 과학은 불변의 진리를 추구함으로써 천국을 지상으로 데려왔다. 이에 반해, 현대 과학의 아버지인 갈릴레오는 "변화하고 부패하기 쉬운 자연을 우주의 경계까지 연장할 것을" 추구했다.

 

p.18

프리고진은, 현대의 과학자들이 해야 할 일은 자연을 과학적으로 기술하는 데에 진화적 패턴을 삽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리학에 대한 다윈적 관점, 진화론적 관점, 생물학적 관점"이라고 주장한다. 즉 변화와 시간에 대한 인식이 현대 과학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메두사의 시선으로 석고화한 법칙에 만족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p.19

역학 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물리학과 달리 다윈적, 진화론적, 생물학적 관점이 과학 탐구의 주를 이루는 영역에서는 메두사의 시선으로 법칙의 석고화를 시도하고 있지 않다는 말인가? 여기서 프리고진의 인식적 한계가 드러난다.

 

p.19

도킨스는 생명에 관한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뿐만 아니라 감성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확장되고 발전된 "하나의 관점이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에 진화를 유전자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도킨스는 단호하다. "나는 다윈주의 세계관이 단지 우연히 진리가 된 이론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우리 존재의 신비를 풀 수 있는 유일하게 알려진 이론이라고 설득하고 싶다.

우리는, 다윈주의가 단지 이 행성에서만이 아니라 우주 전체에서 생명체가 발견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진리임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p.20

우주론에 진화의 개념을 도입한 '빅뱅 모델'의 발전에 공헌한 입자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는 과학적 탐구의 그러한 특성을 이렇게 표현한다. "중요한 것은 이론적 편견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편견을 갖는 것이다." 윌슨은 과학자들의 연구 태도를 환원주의 강박증이나 환원적 과대망상증이라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반론한다. "환원주의는 다른 방도로는 도저히 뚫고 들어갈 수 없는 복잡한 체계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채용된 탐구 전략이다. 궁극적으로 과학자들을 흥분시키는 것은 복잡성이지 단순성이 아니다. 환원주의는 그 복잡성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환원주의 없이 복잡성을 추구하면 예술이 탄생하지만 환원주의로 무장하고 복잡성을 탐구하면 그것은 과학이 된다."

 

p.21

결정론과 환원주의를 내세워 과학 이론을 비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일지 모른다.

그것은 과학 이론의 내용에 대한 비판보다는 과학자의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전환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비판보다는 과학의 속성에 대해, 그리고 그 속성이 특정 전문분야의 이론 체계와 어떻게 구체적으로 관계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편이 생산적이고 어쩌면 좀 더 도덕적이며 두루 도움이 되리라.

 

p.22~23

페르세우스의 신화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 종결에 있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어떻게 했느냐는 것이다. 그는 메두사의 머리를 아테나에게 바쳤으며, 아테나는 그것을 자신의 방패 한가운데에 통째로 붙였다. 바로 여기에 과학을 위한 흥미로운 메타포가 있다. 아테나는 지적 활동을 관장하는 여신이기 때문이다.

여신의 방패 한가운데에 지식의 모든 대상을 매섭게 노려보며 석상으로 바꾸어버리는 막강한 눈초리가 있는 것이다. 여신이 관장하는 일과 방패의 상징은 이렇게 의미적 합치를 이루게 된다. 신화가 전하는 은유에 따르면, 과학적 지식은 태생적으로 메두사의 시선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p.23~24

물리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제럴드 홀턴은 통합 과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믿음을 '이오니아의 마법(Ionian Enchantment)'이라고 했다. 이 말 자체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과학적 탐구에는 통합의 욕구가 내재해왔음을 보여준다.

 

p.25

통합은 과학의 지형 도처에서 발견된다. 현대물리학의 통일장 이론도, 모든 지식을 연계 통합하려는 통섭(consilience)의 시도도, '메두사의 시선'의 폭을 확장한 것일 뿐이다. 진리를 '붙잡아 두려는' 욕망의 한계를 최대화한 것일 뿐이다. 과학의 탄생에서부터 진리의 빛을 향한 욕망은 메두사의 눈을 갖고자 하는 욕망과 일치한다. 메두사의 시선은 진리의 빛을 통합하고 고정한다.

 

p.27

대통합은 '모든 것을 하나로'라는 단순함과 '모든 것이 함께 조화로운'이라는 아름다움에 더해, '전체'가 '여기 있다'는 장엄함을 가져온다. 이 장엄함에 대한 기대가 과학의 시선을 유혹하는 것이다.

 

p.28

탐구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 소크라테스

 

우리의 탐구 성과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적어도 탐구 그 자체에서 어떤 위안을 느낀다 - 스티븐 와인버그

 

p.30

에로스의 활시위를 떠난 '사랑의 화살'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로마 신화의 작가 오비디우스도 베누스(아프로디테)의 입을 통해 쿠피도(에로스)의 막강한 힘을 묘사한다. "내 무기이자 내 팔이자 내 권세인 아들이여, 너는 모든 것을 정복하는 그 무기를 집어 들어 우주의 통치권을 삼분하는 저 플루토(하데스)의 가슴에다 네 날랜 화살을 쏘도록 해라. 너는 하늘의 신들과 그 신들의 우두머리인 유피테르(제우스)마저도 지배한다. 너는 바다의 신들은 물론이고 바다의 신들을 지배하는 신마저도 정복하고 지배한다."

 

p.31

 

미켈란젤로 다 카라바조, <승리의 에로스>, 베를린 국립 미술관 소장, 1601~16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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