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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메두사의 시선(2)

by Diligejy 2015. 10. 24.

 


메두사의 시선

저자
김용석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0-01-29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급격한 문화 변동의 시대, 인간은 무엇이 되고 있는가?첨단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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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

인류의 연속성뿐만 아니라 우주의 내적 응집력을 보장하는 것도 에로스였다. 그래서 에로스의 이야기는 우주 생성론의 작가들, 시인들 그리고 철학자들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해왔다.

 

p.33

서구 철학의 역사에서 필로소피아를 지혜 자체인 소피아와 확연히 구분하게 된 것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영향 때문이다.

 

p.34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 <율리시스와 세이렌>, 영국 퍼렌스 미술관 소장, 1909년

 

p.34

호기심과 탐구, 즉 뭔가 알고자 하는 욕구와 지를 추구하는 태도의 극단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보다 앞선 신화의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 전형은 아마도(어쩌면 의외로)

오디세우스 이야기일 것이다.

 

p.35

사실 필로소피아의 특성은, 앞에서 살펴본 '무서운 장난꾸러기'에로스의 본성과 그 본성의 발현이 불러일으키는 사랑의 효과를 그대로 닮았다.

 

p.35

필로소피아와 에로스 사이의 이 모든 유사점 가운데서 그 어느것보다 중요한 것은 에로스의 활시위를 떠난 '사랑의 화살'이 비가역적이듯이 애지의 과정 역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p.36~37

필로소피아는 유난히 사유의 역동성 그 자체를 중요시한다. 끊임없는 지적 욕구는 또한 '모든 것', 즉 전체를 아우르고자 하는 욕망으로 이어진다. 이는 철학에서 '전체로서의 세계'에 대한 의식이 발달하는 것과 연관 있다. 하지만 이런 지속적이고 범위 확장적인 경향은 '애지의 광기'에 이를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사유 주체를 극단화할 가능성 또한 열어놓는다. 필로소피아의 이런 특성은 고대 자연철학에 내재해 있었고 고대 철학을 집대성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근대 과학-기술 발달의 저변에까지 이어진다.

 

p.38

현대 과학이 인간의 삶과 연관한 윤리 논쟁에서 과학의 가치중립성을 고수하는 것도

'애-지'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며, 나아가 과학자들에게는 그것이 거의 존재론적 의미를

획득하기까지 한다. 중립적 존재이어야만 과학은 외부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 때문이다.

 

p.34

애지의 생산력은 인간 스스로의 한계를 넘을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인간적인 만큼 탈(脫)인간적이다.

 

p.35

오늘날의 애지자인 과학자들에게 먼 조상이 쓴 필로소피아의 문헌들은 '탈인간의 신화'이다.

 

p.39

오늘날 영향력 있는 모든 학문이 이미 오래전에 에로스의 화살만큼이나 강력한 '철학의 화살'을 맞았기 때문이다.

 

p.40~41

필로소피아로서의 철학은 학제적인 차원에 앞서 그 본질에 있어서 인문학이 아니라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철학은 인간이 하는 학문이지만 인간을 위한 학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고대로부터 필로소피아의 탈인간적 속성은 우려할 만한 것이기도 하지만 '굉장한' 것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자기 손 안에 항상 모든 것을 쥐고자 하는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그러나 철학이 인간에 의한 학문이지만 인간 아닌 존재를 위한 사랑으로 표출되어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전제하는 일은 굉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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