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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협상

한국인은 왜 항상 협상에서 지는가

by Diligejy 2022. 3. 16.

p.39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는 자신의 욕망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결과를 얻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p.72

한국과 미국의 통상협상에서는 누가 유리할까? 일반적으로 말해 미국이 한국보다 경제적, 정치적 힘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미국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고, 한국이 항상 불리한 것은 아니다. 협상의 상황에 따라 유리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결정될 뿐이다.

 

p.72-73

약자가 유리하게 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게임에서 보는 한, 그 원동력은 상황이다. 즉, 상황논리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기른다면, 상대방이 일시적으로 자기보다 강해 보인다 하더라도 결코 그것이 협상 혹은 게임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면 그러한 안목을 기르기 위한 기본적인 덕목 혹은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평범하지만 그것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 즉 편견과 아집, 선입견에 물들지 않는 것이다. 

 

p.91

국제기구는 국가간 협력의 가능성을 높일 뿐, 협력 그 자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p.94-96

고통스럽고 괴로울 때 모든 것이 자기를 등진 것 같고 우울함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어(객관화시킨 뒤) 문제의 본질을 살피라"는 것이다.

 

게임이론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사물과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다. 그래야 지금 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혹은 위기가, 사실은 단순한 사건에 자신의 복합된 감정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없다. 단지, 어떤 사건이 있을 따름이고 그 사건을 문제로 생각하는 당신의 인식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두려움과 공포는 그 대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서 온다."

 

불자는 아니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진리 중 게임이론의 할아버지가 주는 교훈과 가장 흡사한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세상은 시간이 가면 모두 변한다. 어린 아이는 어른이 되고, 그 어른은 다시 가고, 꽃은 피지만 다시 지고, 새는 울지만 다시 멈추고... 그래서 같은 것은 하나도 없고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변한다.

 

그래서 지금 당신의 학벌이 보잘것 없을지라도 그것은 영원한 모습이 아니고, 가난하더라도 그것 역시 영원한 모습이 아니고, 실연의 상처에 허덕이더라도 그것 역시 영원한 모습은 아니다. 힘이 약해 허우적거리더라도 그것 역시 영원한 것은 아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당신이 지금 사랑에 빠져 있다면 그것 역시 영원한 것은 아니다. 변하고 또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비단 개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은 "이 놈의 빌어먹을 사회"일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될 수 있고, 지금은 "비전없이 강대국 사이에 끼여 허덕이는 허약한 나라"일지 모르지만 조만간 "세계를 호령하는 정신적 강대국"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모든 변하는 것의 현재 모습을 바로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게임이론의 상황연구는 바로 이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편견에 물들지 않고,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고, 과거의 경험에 집착하지 않은 채, 모든 일이 발생하는 그 순간의 구도, 그 순간의 현상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p.120~121

당신이 전자대리점에서 100만원짜리 오디오를 사기 위해 그 가격을 협상한다고 하자. 이럴 경우 협상은 100만원짜리 오디오라는 명확한 '협상의 대상'을 가진다. 따라서 협상은 '어느 정도의 가격할인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양자의 기대'를 일치시켜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오디오에 100만원이라는 정가가 붙어 있기 때문에 사는 사람이건 파는 사람이건 무한대로 할인 할 수는 없고 (99만원을 할인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할인할 수 있는 정도에 대해서 공감대만 이루어지면 그 즉시 거래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경우 오디오에 대해서는 100만원이라는 형태로 가치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

 

하지만 그 가치가 분명히 드러나 있지 않은 경우는 어떠할까? 대우자동차 채권단과 과거 포드 사이에 이루어진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대상이자 매각의 대상인 대우자동차에 대한 명확한 가치가 드러나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매각협상은 채권단과 포드가 대우자동차라는 '협상에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기대' 즉, 대우자동차 가치에 대한 기대를 일치시켜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대우자동차의 가치는 매우 가변적이다. 분명한 실체 혹은 가치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매각협상의 결과를 안다. 예비협상 단계에서 7조원을 제시헀던 포드는 대우자동차를 실사한 뒤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고 말았다. 도저히 대우자동차의 가치가 7조원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달리 말하면, 채권단과 포드 사이의 협상이 결렬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우자동차라는 협상의 대상에 대한 양자의 기대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130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상대방의 자신에 대한 믿음' 혹은 '자신의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당신이 협상의 테이블에서 어떠한 사항을 믿고 있다면(혹은 믿도록 만들어진다면), 그 믿음이 협상이익의 배분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여기서 제시하는 믿음은 신뢰를 의미하는 'trust'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받아들이는 'belief'를 의미한다.

 

p.155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협상전략이 가지는 힘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것을 토마스 쉘링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제약할 수 있는 힘은 스스로를 구속할 수 있는 힘에 의존한다 (The power to constrain an adversary depends on the power to bind oneself)."

 

이 얼마나 엄청나게 모순되는 말인가? 협상력의 강화는 자신을 구속할 수 있는 힘에 의존한다니. 그러나 한편으로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사람의 기대 혹은 믿음을 바꾸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힘의 원천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은 하나의 희망이다. 스스로를 관리하고 스스로를 제어하는 것이 바로 협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p.168~169

대우입찰 사무국이 대우자동차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포드를 선정한 것은, 대우자동차 매각에 대한 양자의 이해가 일치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채권단 측으로선 가장 유리한 인수조건(즉,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한 셈이고, 포드로선 지난 번 기아자동차 입찰 때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여기서 하나의 중요한 실수를 한다. 협상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사실상의 협상타결'로 간주해 버리려 한 점이다. 협상대상자를 복수로 선정하지 않고 포드의 오퍼를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사항(Non-Binding Offer)으로 한 점은, 매스컴의 표현대로 협상의 ABC도 모르는 짓이다. 바꾸어 말하면 포드와의 협상이 반드시 타결될 것이라는 채권단의 믿음은 비즈니스협상의 가장 기본규칙, 즉 폴백(fallback)도 마련하지 않은 철부지 짓이라는 것이다.

 

p.172~173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탄력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을까, 비탄력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을까? 여기서 강조할 것은 '협상이 시작되기 전'이라는 시점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의 관심사는 협상 그 자체를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협상이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당신이 어떻게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는 탄력적인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협상 그 자체를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니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는 탄력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협상중에는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협상중에는 당연히 어떻게 하면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어야 한다. 협상중에 당신이 지나치게 탄력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협상의 상대방은 당신을 상대하기 쉬운 사람으로 간주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지나치게 탄력적으로 나올 경우, 협상의 상대방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상대방이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당신은 당연히 거절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거절은 협상 자체를 실패로 몰아갈 위험성이 있다. 상대방은 당신이 거절할 경우 '당신은 협상에 있어서 일관성을 가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상 상대방의 기대 혹은 믿음은 당신이 지나치게 탄력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자초한 것이다. 즉, 자업자득인 것이다. 그러니 협상중에는 적당히 비탄력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다.

 

p.264~265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오노 선수의 기막힌 몸짓으로 김동성의 금메달은 사라졌다. 몇 번에 걸친 항의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약소국의 비애를 씹으면서 우리 스스로 울분을 삭일 수밖에 없는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나 국제빙상연맹에, 판정에 이의가 제기될 경우 녹화테이프를 이용하여 보다 공정하게 판정할 수 있도록 규칙을 고칠 것을 요구하면 된다. 무제는 "상대가 미국인데", "9.11 테러로 상처입은 미국의 자존심을 살리자는 짓인데" 하는 우리의 자포자기적인 태도이다. 이러한 약소국의 태도를 취하는 한 규칙개정 협상에서 우리가 힘을 발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확히 보자. 협상의 대상은 체육경기에서의 규칙이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핵이나 전쟁이 아니다. 주눅들 일이 없다. 그리고 쇼트트랙에 관한 한 한국은 결코 약소국이 아니다. 여자 3,000m 계주를 3연패한 사실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메리스 로버트의 말대로 쇼트트랙이라는 구체적인 종목에 관한 한 한국은 힘이 있는 강대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이 쇼트트랙에서 힘의 우위를 구체화할 강력한 전술(strong tactics)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전술이 없는 한 쇼트트랙에서의 강국이라는 위치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캐나다처럼 1년 이상 이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하여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킬 의사와 의지가 있다면, 한국은 규칙개정 협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p.274~275

미국의 신속처리권한(fast track authority)도 넓게는 이 범주에 속한다. 신속처리권한이란 행정부가 외국과의 협상을 위해 미 의회로부터 협상권한을 위임받은 것을 의미한다. 이 권한이 있어야만 미 행정부는 외국과 협상을 진행할 수 있고, 협상의 상대국 역시 안심하고 협상에 임할 수 있다. 만약 이 신속처리권한이 행정부에 부여되지 않을 경우 행정부의 협상결과를 의회가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신속처리권한을 승인할 경우 의회는 행정부의 협상결과에 대해 찬반투표는 할 수 있어도 그 결과를 수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의 함정이 있다. 이 신속처리권한에는 시한이 있고, 이 시한을 넘길 경우에는 행정부는 자유롭게 협상을 할 수 없다. 바로 이점을 이용하여 미 행정부는 종종 이렇게 협상상대국에게 이야기했다.

 

"만약 신속처리권한 시한 내에 당신네가 우리와 합의를 보지 못하면 우리는 의회에 협상안 인준을 요청할 수 없고, 그럴 경우 당신네는 우리와 지금 협상하는 것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소이다. 그러니 알아서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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