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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고전

직업으로서의 정치(1)

by Diligejy 2016. 7. 16.

p.6

베버가 이 강연을 할 당시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직후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국가적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를 강연에 초청한 대학생들은 그 당시 독일의 대표적 학자이자 정치평론가였던 그에게서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구체적 방책과 예언자적 선견지명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목차가 보여주듯이, 베버는 일견 매정하리만큼 냉정하게 이런 기대를 모른 척하면서 강연의 상당부분을 근대적 정치현상의 사회학적 속성과 그 역사적 전개과정의 서술에 바치고 있습니다.


p.7

근대국가는 그 목표나 기능(국리민복, 부국강병 등)보다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수단을 근거로 정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수단은 다름 아닌 바로 '물리적 강제력'입니다.


p.9

책임의식을 단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균형감각'입니다. 균형감각이란 "내적 집중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 즉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입니다. <거리감의 상실>은 그것 자체로서 모든 정치가의 가장 큰 죄과 가운데 하나입니다"(본문105쪽)


p.11

행위의 '의도'와 '결과'간의 괴리는 정치행위에 있어서는 경우에 따라 '악마적'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 때, 정치에 관련된 모든 윤리적 문제의 특수성은 정치행위가 가진 수단(정당한 폭력행사권)의 특수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p.11

신념윤리가란, 자신의 신념의 실현이 가져다줄 수 있는 '결과들'은 도외시한 채 이 신념의 실현 그 자체에만 집착하는 사람입니다.


p.11

책임윤리가는 바로 인간이 어리석고 비열할 수도 있다는-베버는 이것을 인간의 '평균적 결함들'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점을 고려합니다.


p.11~12

책임윤리가는 자신의 행동의 "(예견 가능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서 행동하는"사람입니다.


p.12

가령 우리는 '악에 대해 폭력으로 대항하지 말라'라는 절대적 신념에 기초한 사랑의 윤리 또는 평화의 윤리를 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정치가에게는 거꾸로 오히려 "너는 악에 대해 폭력으로 저항해야만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악의 만연에 책임이 있다"(본문 117쪽)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정치가가 순수하게 신념윤리적으로만 행동한다면, 그는 "모든 정치적 행위에 개입되어 있는 상기한 악마적 힘들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이 힘들은 무자비하며, 만약 그가 그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본문 135쪽), 이 힘들은 비단 그 자신뿐 아니라 그가 정치를 통해 봉사하고자 했던 공동체 전체의 운명에 치명적 해를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p.13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입니다"


p.13~14

감히 정치를 하겠다는 자는 '강하게'(즉 열정을 가지고), 그러나 서서히, 즉 균형감각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이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치가는 불가피하게 온갖 종류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신념을 유보해야 할 상황, '모든 희망이 좌절'되는 듯이 보이는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습니다"(본문 140쪽).


정치가란 (합법적) 폭력이라는 '악마적'수단을 손아귀에 쥐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천사적'대의의 실현을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수단'과 '목적'간의 이러한 극단적 괴리를 온전히 극복한다는 것은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겸비한 정치가라면 이 불가능성을 냉철히 인식해야 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정치가 특히 정치적 지도자야말로, 그가 가진 수단의 막중함과 유일무이성 때문에 바로 이 불가능에 도전할 책무를 지니고 있으며, 역사 속의 많은 정치적 '영웅들'은 실제로 그렇게 했고 이를 통해 역사의 새로운 물꼬를 트곤 했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아마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것입니다"(본문 139쪽). 그러나 이것은,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비단 정치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일반에 해당되는 말일 것입니다.


p.23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두 번째 유형, 즉 복종자들이 <지도자>의 순전히 개인적 <카리스마>에 헌신함으로써 성립되는 지배유형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여기에 정치에 대한 가장 고차원의 천직 관념이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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