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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강신주의 다 상담 1

by Diligejy 2015. 3. 15.

 


다상담. 1: 사랑 몸 고독

저자
강신주 지음
출판사
동녘 | 2013-08-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대체 무슨 일을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일은 하기 싫은데 돈 ...
가격비교

p.5 여러분 때문에 철학, 즉 필로소피(philosophy)라는 학문이 앎sophos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사랑해야 그것에 대해 아는 학문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p. 66~67 착한건 자기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미덕이 아니에요. 착하면 부모가 좋죠. 착하면 선생님이 좋죠. 사람은 이기적이어야 되요. 까먹지 마세요. 나를 이용해먹으려는 사람에게는 내가 착한 것이 미덕일뿐 그 사람들은 그게 미덕이라고 강조할 거에요. '넌 착해서 좋다.' '넌 극락에 갈거다'뭐 이럴거에요. 그럴 때 항상 당당하게 얘기해요. '난 지옥가겠다' '난 지옥 좋아한다'고요.

 

p.31~ 32

남에게 희생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 놈이 울었고

비 오는 거리에는

40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다.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온 일이었다.

 

김수영 <죄와벌>

 

p. 81~ 83

 

새로운 시간을 입력하세요

그는 점잖게 말한다.

 

노련한 공화국처럼

품안의 계집처럼

그는 부드럽게 명령한다.

준비가 됐으면 아무키나 누르세요.

그는 관대하기까지 하다.

 

연습을 계속 할까요 아니면

메뉴로 돌아갈까요?

그는 물어볼 줄도 안다.

잘못되었거나 없습니다.

 

그는 항상 빠져나갈 키를 갖고 있다.

능란한 외교관처럼 모든 걸 알고 있고

아무 것도 모른다.

 

이 파일엔 접근할 수 없습니다.

때때로 그는 정중히 거절한다.

그렇게 그는 길들인다.

자기 앞에 무릎 꿇은, 오른손 왼손

빨간 매니큐어, 14K 다이아 살찐 손

기름 때 꾀죄죄 핏발선 소온

솔솔 꺾어

길들인다

 

민감한 그는 가끔 바이러스에 걸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쿠테타를 꿈꾼다.

 

돌아가십시오! 화면의 초기상태로

그대가 비롯된 곳, 그대의 뿌리, 그대의 고향으로

낚시터로 강단으로 공장으로

모오두 돌아가십시오

 

이 기록을 삭제해도 될까요?

친절하게도 그는 유감스런 과거를 지워준다.

깨끗이 없었다는 듯, 없애준다.

 

우리의 시간과 정열을 그대에게

 

어쨋든 그는 매우 인간적이다.

필요할 때 늘 곁에서 깜박거리는

친구보다도 낫다

애인보다도 낫다

말은 없어도 알아서 챙겨주는

그 앞에서 한없이 착해지고픈

이게 사랑이라면

 

아아 컴-퓨-터와 씹힐수만 있다면!

 

최영미 <personal computer>

 

p.83 우리는 타자를 알아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지면서 타자를 알아가게 됩니다.

 

p.84~85 사랑은 우리를 새로운 것 혹은 낯선 것들을 경험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몰입과 호기심을 낳고, 그것이 마침내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몰입과 호기심을 낳고, 그것이 마침내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앎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p.85~86 규칙이 공유되는 공동체 내부에서는 나와 타자가 대칭적인 관게에 있고 '교환-커뮤니케이션'은 자기대화Monologue일 뿐이다. 한편 비대칭적인 관계에서의 '교환-커뮤니케이션'은 끊임없이 '목숨을 건 도약'이 수반된다. 나는 또한 이러한 비대칭적 관계 속의 교통으로 이루어지는 세계를 '사회'라 부르고 공통의 규칙을 가진, 따라서 대칭적 관계 속에 있는 세계를 '공동체'라 불러왔다.

 

가라타니 고진 <탐구2>

 

p.159

그대의 말들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그대의 사랑한다는 말이 동전처럼 짤랑거리며

주머니를 빠져나와 유월 햇살 속으로 굴러가더니만

자동차 바퀴에 걸려 낙엽처럼 뭉개진다.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

그 사이로 외로워,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이내 뚜, 뚜 솨아

잡음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다시 대낮의 도시를 걸으며

끊어진 목소리를 찾아

011 257 9509 입력된 숫자를 차례로 누르면

한 때, 유월의 아카시아 밑에서 들려주던

그대의 노래가 반질반질한 몸으로 손에 잡힌다.

반질반질하고 매끈한 위패 같은 검은 기계

숫자로 조립된 그대의 얼굴 없는 말들을

지갑처럼 안호주머니 속 깊이 넣고

오늘도 정신없이

정신없는 말 속으로 끌려다니고 있다.

 

구석본 <휴대폰>

 

p.178 '나는 왜 이렇게 고독하지'를 묻지 말고, 이렇게 되묻는게 좋아요 '언제부터 세상에 대해서 몰입하지 않았을까?'라고요

 

p.179 고독을 느낄 때 고독이라는 것의 일차적 징후는 바로 이런거에요.

세상이 다 풍경으로 보여요. 세상이 다 죽어있는 걸로 보이는 거에요. 몰입할 것이 없는 거죠.

 

p.207 '이게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어'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여러분은 결정을 못해요. 평생. 그러니까 결정을 하고 거기서 실패를 하고 또 거기서 배워야 합니다.

 

p.242

거울 속에는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 내게 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내거울석의나는왼손잡이요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상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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