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영/E-BIZ

기묘한 이커머스 이야기

by Diligejy 2023. 2. 28.

p.26

작년부터 시장의 경쟁 구도가 급변합니다. 춘추전국시대에서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어 간 것입니다. 네이버는 검색을 무기로 오픈마켓들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요, 쿠팡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송 역량을 활용하여 판도를 뒤집었습니다. 반면에 기존 1위였던 이베이코리아는 안정 지향적 운영으로 도태되어 갔고요, 11번가도 내실 경영을 추구하며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여기에 위메프와 티몬이 펼치던 할인 중심의 특가 데이/타임커머스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자, 급격히 쿠팡과 네이버 쏠림 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한 거죠. 이 둘은 거래액 순위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다른 경쟁사 대비 성장세도 가팔랐습니다. 더욱이 2021년 3월 쿠팡의 상장은 이러한 흐름에 쐐기를 꽂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적자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던 쿠팡이 상장을 통해 5조 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며, 유통 시장 내 포식자의 입지를 다시 다진 겁니다.

 

p.30~31

에이블리는 C2C라는 새로운 모델로 성공한 국내 최초의 플랫폼입니다. 이제 오픈마켓에 겨우 익숙해졌는데, C2C는 또 무슨 업태일까요. 여기서 C는 Customer 즉 소비자를 의미합니다. 사실 오픈마켓을 비롯하여 기존의 사업 모델들은 보통 B2C라 불렀습니다. Business to Customer, 즉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만들어 돈을 버는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C2C는 소비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형태를 말합니다. 어떻게 이러한 사업이 가능한 걸까요. 에이블리는 도매로 상품을 가져와 일반 소비자들에게 보여줍니다. 셀러로 등록한 소비자들은 본인이 판매자가 되어 해당 상품을 에이블리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셀러들은 단지 상품 사진만 예쁘게 찍어서 올리면 됩니다. 배송부터 CS까지 모든 과정은 에이블리가 전담합니다. 셀러들은 판매된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아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보통 이러한 곳에서 셀러로 전환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SNS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이라 흔히 SNS커머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근본적인 사업 방식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플랫폼을 만들고, 트래픽을 모은 뒤 '좋은 상품을 가져와서 잘 팔아봐'였죠. 하지만 이제는 아예 '상품도 우리가 준비할게, 넌 잘 팔기만 해봐'로 바뀐 겁니다. 이러한 C2C 말고도 도매상 역할을 하는 B2B2C 플랫폼들도 흥하고 있습니다. 신상마켓, 도매꾹 등이 대표적입니다. 

 

p.52~53

온라인 쇼핑으로 돈을 벌기 어려운 건 택배 한 건당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단순히 물건을 떼어 와서 파는 걸로는 충분히 비용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면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매출 총이익을 늘리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매출 총이익을 늘리려면 물건을 사입해서 파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 팔면 됩니다.

 

직접 제조하는 경우 원가율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아무리 못해도 최소 30% 정도는 마진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2만 원어치의 물건을 팔면 6천 원은 남길 수 있다는 의미니까, 변동비를 상쇄하고도 돈을 남길 수 있습니다. 특히 사입을 하는 경우 경쟁자가 많아 치열하게 최저가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하지만 생산을 직접 하면 내가 가격을 컨트롤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브랜드들은 외부  플랫폼에 입점해서 수수료도 내고, 직접 물류 비용까지 감당해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상당수는 오프라인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특히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수수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온라인 채널이 돈이 된다는 표현이 나온 겁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은 아예 상황이 다릅니다. 직접 물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중개만 하더라도, 서버 비용이나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수익 자체가 판매 금액의 10% 내외인 수수료 매출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PB상품을 만들어 부족한 수익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PB 상품은 우리가 자주 가는 편의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B 상품의 생산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통업체에선 보통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가지지 못한 생산자들을 만나 제조를 맡깁니다. 그리고 자기네들 이름을 달아 유통을 시킵니다. 제조원가 대비 일부 마진만 제공하기 때문에,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일반 업체들의 상품보다 싸게 들여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 파워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단 유통업체의 브랜드를 달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되고요. 여기에 매장 내 눈이 잘 띄는 곳에 진열하면 팔리는 원리입니다. 온라인도 이러한 프로세스는 거의 동일하게 진행합니다. 쿠팡이 만든 탐사수가 대표적인 PB 사례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쿠팡에선 삼다수보다 탐사수가 더 잘보이기 시작한 것도 우연이 아닌 겁니다.

 

이렇게 PB를 통해 흥하고 있는 플랫폼이 바로 무신사입니다. 무신사는 대표적인 흑자 플랫폼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무신사가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원래는 온라인 편집샵이고 패션 카테고리를 취급하다보니 수수료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패션 카테고리가 수수료가 높은 데다가, 편집샵 형태로 무신사는 이보다도 더 높게 책정했었습니다. 하지만 조 단위의 거래액을 오릴면서도 고정비가 늘어나고, 타 플랫폼과의 경쟁을 위해 어마어마한 광고비를 지불하면서도 여전히 흑자 기업으로 남아 있는 데는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PB 브랜드의 역할이 컸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