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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

by Diligejy 2023. 3. 26.

 

예술을 알고 나니 이 작은 방이 감옥이 되었구나

 

예술을 안다는 건 무엇일까. 

 

이 영화는 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어렵고 현학적인 대사가 아닌 단순한 요구사항을 통해 영화는 그 과정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아내를 두고 온 상태라고 가정하고 자신의 이름과 사는 곳, 아버지 이름을 말해주세요."

"상대가 계속해서 압박하는 상태라고 가정하고 분노로 가득 찬 채 자신의 이름과 사는 곳, 아버지 이름을 말해주세요."

 

이 두 가지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오디션이 시작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대로 감정을 표현한다.

 

아내를 두고온 뒤 엄청난 슬픔에 빠져있다는 걸 표현한다면 일반적으로 '울음'이라는 소재를 생각하기 마련. 

많은 경우 울음을 터뜨리는 연기를 수행한다. 하지만 울음도 어떤 울음이냐에 따라 감정선이 달라지고 표현하는 게 다르다. 시작하자마자 펑펑 울면서 말하는 경우, 울먹거리다가 이름을 말하며 우는 경우, 극한의 슬픔을 삼키려다 삼키지 못하고 우는 경우 등 말이다.

 

분노도 마찬가지다. 분노라고 하면 소리치는 샤우팅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누군가는 눈동자를 통해서, 누군가는 몸짓으로, 누군가는 욕설을 통해 분노를 표현한다. 

 

이 오디션 장면이 인상깊었다.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각각의 표현이 있는 것. 그리고 그 표현들이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감정을 표현해본다는 것. 

이런 게 감독이 생각하는 예술이 아닐까. 

 

연기연습을 하다가 너무나도 몰입이 되서 자신의 과거 범죄를 떠올린다. 공범을 떠올리고 배신자를 떠올린다. 셰익스피어가 만든 줄리우스 시저의 대본은 하나이지만, 이들이 하는 연기는 개별적이고 고유하게 되는 이유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바탕으로 대본을 읽었고, 몰입했다. 그리고 새로운 줄리우스 시저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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