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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메뉴얼 -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by Diligejy 2023.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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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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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같이 일하던 분이 "같이 일한지 좀 됐는데, 이거 이렇게 말하면 제가 생각한거 모르시겠어요?"라는 식의 업무 요구사항을 동료에게 전달하는 걸 봤다.

 

그걸 보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 장면을 보던 내 심정은 아래의 짤 같았다.

데이터분석 실무에서 중요한 건 쿼리를 잘 짜는지, 어떤 고난이도의 통계를 잘하는지도 있겠지만, 우선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이건 비단 데이터분석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마찬가지이겠지만...

 

어떤 걸 해야하는지 정확하게 공유하지 못했는데,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씌우는 건 그저 자기가 일을 잘 못한다는 걸 드러낼 뿐이다. 

 

그래서 그 분을 붙잡고 요구사항을 매우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법부터 알려드린 적이 있는데, 다음엔 굳이 직접 알려드릴 필요 없이 이 책을 읽으라고 알려드리면 될 것 같다. (성격이 이상한 상사가 그러면?... 책에서는 이런저런 대안을 제시하지만 마땅히 답이 없다.)

책 속에서 저자가 부서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그려줬다는 조감도다. 이런식으로 줘야 일을 빨리 처리한다.

 

"바이오산업 현황 및 발전현황에 대해서 보고서 일주일 후까지 써오세요. 자주자주 보고 하고" 이런 식으로 한 다음 3일 뒤 보고하면 "아니 일한지가 얼마인데 아직 이것도 몰라?" 이런 식으로 하다간 폭언을 할 수 있고 시대가 바뀌고 있는만큼 징계도 받을 수 있다. 그때가서 MZ가 문제다는 둥(나이와 경력에 상관없는 이슈다. 위에서 말한 사람도 MZ세대다.) 뭐라는 둥 해봐야 그저 비효율적이고 고압적인 업무처리방식에서 변화하지 못했다는 건 변함이 없다.

 

 이미 어느정도 경력이 쌓인분이라면 이 책에 나온 내용 정도는 몸으로 익힌 상태일거고, 주니어 레벨에 있는 분이 보거나 혹은 이제 막 리드를 하기 시작한 분이 보고 참조하면 좋을 책이다.

 

 

밑줄긋기

p.5

"단순함이 궁극의 정교함이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p.10

불확실성에 대한 초조함은 업무량을 늘리도록 다그칩니다. 이게 성공할지, 저게 성공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보다는 자신과 남을 다그쳐서 고만고만한 양을 늘리는 게 사실 더 쉽거든요. 한국의 직장문화에서는 이런 현상이 유독 더 심한 편입니다.

 

p.19

집중과 단순함. 이게 바로 제 신조 중 하나입니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어렵습니다. 자기 생각을 정돈해서 단순하게 하려면 굉장히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죠. 일단 단순함에 도달하기만 하면 산을 옮길 수 있습니다.

 

- 스티브 잡스

 

p.24~25

기획자는 다음의 세 가지에 꼭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째, 목표(원하는 미래)는 무엇인가?

둘째, 목표를 가로막는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셋째, 문제를 해결하고, 원하는 미래를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최적의 행동은 무엇인가?

 

p.63~64

우리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상사 또는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상사에게, 그 윗 상사는 그 윗윗 상사에게 지시를 받아서 내려온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시 층층이 거쳐 올라가야 하지요. 그런데 슬프게도 성인 주의력결핍증후군은 위로 올라갈수록 악화하는 질병이다 보니 점점 더 산만한 상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보고하려는 사람은 많아지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 수준은 더 까다로워지니까요. 우리가 얘기하는 사람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10분이라면, 위로 갈수록 그 시간은 5분, 3분, 30초로 점점 줄어듭니다.

 

그러니 이토록 산만한 대상을 두고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산만한 뇌가 딴생각할 틈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보고서의 핵심은 무엇인지, 무슨 얘기를 하는지, 30초 안에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주일 동안 노트북이 뜨거워지도록, 우리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내려앉도록 고생한 프로젝트와 보고서를 두고 상습적으로 딴생각하는 상대방을 만나야 할 겁니다. 심지어 그 분들은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화를 내곤 하지요. 우리 정신 건강에 옳지 않습니다.

 

p.75~77

HOW(방법)부터 섣불리 나열한 기획은 공격하기에 너무 쉬운 타깃입니다. 그 방법 자체가 문제라는 건 아니에요. 채용 바람회, 4차 산업 교육 프로그램, 설문 조사 모두 좋은 HOW(방법)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거에요.

 

"왜 그 많은 HOW(방법) 중에 그걸 콕 집어서 선택한 거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WHY(진짜 목적, 열망)부터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무지 대답할 수가 없을 겁니다. 김 과장은 채용과 교육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고민했어야 합니다. 한바탕 혼이 난 김 과장은 다시 원점인 WHY부터 시작합니다. 먼저 소속 부서인 인사부의 WHY(진짜 목적)부터 떠올려봤습니다. 인사부의 존재 가치는 뛰어난 실적을 낼 수 있는 인재들을 뽑고, 그들이 재능을 발휘하며 맘껏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그것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제도를 도입하는 거겠지요. 그리고 나서 자신이 맡은 신입 채용과 교육 프로그램의 WHY(진짜 목적)를 고민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내가 진짜 해야 하는 일은 회사를 성장시킬 재능 있는 인재들을 데려오고 키우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사실 회사는 20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지만, 기존 주력 산업은 사양세로 접어들어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죠. 모두들 이대로는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김 과장은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어놓고 바라봅니다.

 

회사를 성장시킬 재능 있는 인재를 키우겠다!

 

화이트보드나 깨끗한 종이 위에 적어놓고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그리고 문장의 단어 하나하나를 쪼개어 질문을 만들어보기 시작합니다. 이때, 질문은 많이 만들수록 좋습니다. 질문이야말로 WHY를 찾는 정말 좋은 안내자거든요.

 

회사를 성장시키는 재능은 무엇일까요? 우리 회사가 성장하려고 하는 분야는 어디인가요? 아니, 그보다 우리 회사는 '성장'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신규 진입인가요, 아니면 시장 점유율 확대인가요? 그 분야의 핵심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요? 데려온다는 건 신입인가요 아니면 경력인가요? 키운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일까요? 핵심 역량별로 키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새로운 직원만 교육하면 되는건가요? 기존 직원들을 교육하는 것도 '키운다'는 정의에 넣어야 할까요?

 

이렇게 단어 하나하나 쪼개어 대답하다 보면 어느새 그림이 그려질 겁니다.

 

p.96~97

실제 기획서를 보면 ME(Mutually Exclusive)을 틀리는 경우보다 CE(Collectively Exhaustive)가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쯤에서 앞서 말씀드렸던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 예시를 다시 꺼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세우고자 합니다. 첫째, 교육을 강화하겠습니다. 둘째, 유통 채널을 넓히겠습니다. 셋째, 정부의 공영 홈쇼핑에서 스타트업 창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겠습니다."

 

자, 이제 뭐가 이상한지 바로 보이시지요? 먼저 ME(Mutually Exclusive)가 틀렸습니다. 세 번째의 정부 공영 홈쇼핑 제품 배치는 두 번째 유통 채널 확대의 일부니까요.

 

CE(Collectively Exhaustive)도 틀렸습니다. 교육과 유통 채널을 확대하기만 하면 스타트업 창업이 활성화되는 건가요? 이런 의미에서 CE(Collectively Exhaustive)를 점검하는 건 앞에 설명한 로직트리의 So What - Why So 방식의 So What(그 결과 무엇이 되는가?)과도 결을 같이 합니다.

 

"(Why So) 스타트업 희망자 및 초기 창업자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정부 공영 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활용해 유통을 지원하겠습니다. (So What)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두 방법을 통해 창업은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MECE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일 뿐, 정말로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유익한 제안은 아닙니다. 틀린 말은 아닐지언정, 해결책이 지극히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니까요.

 

p.98~100

MECE를 나누는 데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이걸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는 자기만의 언어와 방식으로 바꾸시길 추천합니다. 뻔한 표현 방식으로 전달하다 보면 신선한 아이디어조차 낡아 보이니까요.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저희는 이 안건을 SWOT 분석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 문제를 4P관점으로 바라봤습니다."

 

이런 도입부를 듣는 순간 한숨이 나오거든요. 웬만한 리더들은 이런 표현을 수백 번은 들어봤을 겁니다. 신입사원 연수 발표회 같은 느낌이랄까요. SWOT이나 4P 등의 프레임워크는 고민과정에서 활용하되 직접적인 언급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MECE는 정확하게 나누되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해주세요. 저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훨씬 매력적이더라고요.

 

"저희는 A 제품 매출 증대를 위한 홍보 전략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대상 고객을 네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저희 제품을 전혀 들어 보지 못한 그룹, 들어 보았으나 구매 경험이 없는 그룹, 구매한 경험은 있으나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은 그룹, 지속해서 구매하는 충성 그룹입니다. 그룹별 맞춤형 홍보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규제가 있습니다.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입니다. 좋은 규제는 건널목과 신호등을 만드는 것, 공정한 시험이나 시합 제도를 만드는 것, 국민의 건강을 위해 유해 물질을 못 쓰도록 감독하는 것 등입니다. 하지만 오늘 얘기하려는 건 나쁜 규제입니다. 나쁜 규제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그리고 한 가지 더 조언을 드리자면, MECE의 기준은 꼭 서두에 이야기하는게 좋습니다. 어떤 경우는 MECE도 맞게 했고 나름대로 자기만의 언어로 바꾸기도 했는데 초반에 말하지 않아서 논리에 온갖 구멍이 있는 것처럼 들리거든요.

 

"A제품의 매출 하락에 대해 세 가지로 대응하려고 합니다. 먼저 홍보를 강화하겠습니다. 두 번째, 매장 직원 교육을 강화하겠습니다. 세 번째, A/S를 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왜 하필 그 세 개지요? 무슨 기준이에요? 갑자기 너무 뜬금없는 제안 아닌가?"

만약 이렇게 얘기하면 어땠을까요?

 

"A 매출 하락에 세 가지로 대응하려고 합니다. 구매 흐름에 따라 세 분야로 구분했습니다. 소비자 구매 전, 구매하는 시점, 구매 후에 따라 나누어 대응 방안을 마련해보았습니다. 먼저 소비자가 구매하기 전의 전략입니다. 저희 조사에 따르면 ... (각각의 가장 큰 문제점인 홍보, 매장 직원 교육, A/S 문제를 언급)."

 

p.106~107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마켓컬리의 컨셉은 그야말로 뇌에 꽂히도록 단순하고 강렬합니다.

 

"밤늦게 주문해도 다음 날 새벽이면 식료품이 눈 앞에!"

 

만약에 마켓컬리가 이런 브랜딩을 내세웠다고 생각해보세요.

 

"엄선한 고품질의 식음료를 친절하고 빠르게 배송해드립니다!"

 

이런 홍보를 하는 경쟁사는 수백 곳이 넘습니다. 해외직구까지 합치면 수천 곳이 넘을 테고요. 머릿속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 이런 밋밋한 컨셉으로 홍보했다면 아마 마켓컬리는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졌을 겁니다.

 

p.130

"좁쌀 서 말 굴리는 것보다 호박 한 개 굴리는 게 낫다."

 

제가 존경하는 CEO가 임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종이를 집어 들고 고민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이라면 '올해 나의 대표 브랜드가 될 사업이 뭐지?', 부서라면 '올해 대표로 내세울 호박 한 개 사업이 뭐지?'를 정하셔야 합니다.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고, 엄청 바빴어요!'라는 말은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구차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호박 한 개를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데 1년을 사용합니다. 당연히 굵직한 대표 브랜드 프로젝트는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할 때 더욱 빛을 발합니다. 

 

p.145

회사 보고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종 소비자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보고서를 노란색으로 할지, 파란색으로 할지 정해야 합니다. 만약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것인데 실무 용어나 줄임말을 잔뜩 써놨다면 곤란합니다. 또, 다른 기관과 협상하러 가는 본부장을 위한 자료라면 공격과 수비를 잘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어야지 두루뭉술한 말만 적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직장 사수가 시키든, 팀장이 시키든 처음부터 제대로 물어봅시다. 이 질문이 일을 1/10로 줄여줍니다!

 

"어디에 필요한 건가요? (누가 요청한 건가요?) = 이 글의 최종 소비자는 누구인가요?"

 

p.164-165

1 + 3 규칙: 하나의 키워드 + 세 개의 스토리

 

우리는 이 구조가 가장 편안합니다. 100장의 슬라이드가 넘는 PPT 강연 자료도 이 1+3(하나의 키워드와 세 개의 스토리) 원칙을 지켜야 지루하지 않습니다. 많은 강연, 특히 한국 경영진이나 공직자의 강연히 유독 재미없는 이유는 많은 정보를 좌판처럼 어수선하게 펼쳐놓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 좋지만 그 말을 덩어리 세 개로 묶어서 스토리 있게 배열을 해야 합니다. 아니면 청자가 듣는 도중에 스스로 분석해가며 스토리를 묶음 지어야 하는데 그런 열정 높은 태도를 기대하면 안 되겠죠. 게다가 뇌가 특히 싫어하는 패턴인걸요.

 

연설의 교과서처럼 여겨지는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 연설도 이 구조를 따르고 있습니다.

 

[키워드]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으세요

 

1. 점을 연결하는 것 - 입양 경험, 대학 자퇴, 서체 교육, 맥 컴퓨터 활자술

2. 사랑과 상실 - 애플 해고 경험, 픽사 설립,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

3. 죽음 - 췌장암 판정,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면서 살 수 없다는 깨달음

 

[키워드]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으세요

 

p.175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가 제시한 유명한 극의 장치 이론이 있습니다. 설정 덕후들 사이에 밑밥 이론이라고도 불립니다.

 

"1막에 권총을 소개했다면 3막에서는 쏴야 한다. 안 쏠 거면 없애버려라."

 

p.208-209

'국내 바이오산업 현황 및 발전 방향' 관련해서 10~15페이지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해봅시다. 많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 보고서 만들어줘. 상무님이 찾으시네. 길게 쓸 필요는 없고 국내 문제점과 개선방안 위주로 쓰면 돼. 해외 사례도 같이 써주면 좋고."

 

이걸 듣고도 마음에 쏙 들게 해오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일 잘하는 친구이거나 아니면 지시한 사람과 오랫동안 일을 해와서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아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찰떡궁합과 일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적당히 아는 사람과 일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이 정도로 지시할 때는 시키는 사람도 머릿속에 조감도가 있는 거겠죠. 그러면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얘기하지 말고 친절하게 그려줍시다. 냅킨에 펜으로 그리든, 화이트보드에 써주든, 아니면 이메일에 써주든 간에 말입니다.

 

다음은 제가 부서원들에게 일을 시킬 때 그려주던 조감도입니다. 부서원의 수준과 능력에 따라 결과물 수준이 다르긴 했지만, 원하는 방향과 전혀 다르게 가져온 적은 없었습니다. 시키는 사람이 5분이나 10분을 써서 조감도를 그려주면 모든 일이 훨씬 단순해집니다.

 

 

p.210-212

많은 중간관리자들이 만성피로에 시달리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얼른 다른 사람(특히 부서원)에게 넘기고 싶어 합니다. 물론 혼자서 문제를 붙들고 있다가 시기를 놓쳐 모두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신속하게 담당자에게 인계하는 게 훨씬 낫긴 합니다. 문제는 자기도 모르는 걸 시키는 경우입니다.

 

"모를 수도 있죠. 어떻게 모든 업무를 다 알면서 시키나요?" 이런 항의가 들리는 듯합니다. 맞아요. 위로 올라갈수록 업무 범위 또한 비례해서 넓어지는데 실무자의 업무 하나하나를 어떻게 다 알겠어요?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 두 종류의 나쁜 사례입니다.

 

1. 상사의 지시사항인데 무엇을 원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 경우

2. 내가 원하는 방향을 아직 생각 안 해본 경우

 

팀장, 임원 등의 중간관리자들은 본인의 상사로부터 내려온 업무를 다시 밑에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만약 중간관리자가 자신의 상사가 원하는 내용을 정확히 모르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저 두루뭉술하게 주문할 테고(또는 위에서 내려온 메일을 설명 없이 그대로 토스할 테고) 그 밑의 직원들은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식으로 온갖 쓸데없는 업무를 해야 할 겁니다. 저는 이런 행동이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중간관리자는 애초 업무 지시자에게 질문해서 가능한 한 원하는 걸 구체화해줘야 합니다.

 

두 번째는 좀 더 죄질이 나쁜 경우입니다. 자기가 지시하면서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스스로 생각을 안 해보는 경우죠. 일단 가져오면 그때 생각하려는 태도입니다.

 

예를 들면 외부기관으로부터 마케팅 관련한 강연 요청이 왔다고 해봐요. 혹시 그때 이렇게 말한 적 없나요?

 

"~~에서 마케팅 관련해서 강연하기로 했어. 20개 슬라이드 정도로 PPT 만들어줘요. 되는 대로 가급적 빨리 보고하고."

 

자기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지 정하지도 않고, 일단 만들어오라고 하면 담당자는 고생길이 훤히 열린답니다. 그러니 시키기 전에 10분만 생각해봅시다. 그래서 최소한 이렇게라도 얘기해줘요.

 

"~~에서 마케팅 관련해서 강연하기로 했어. 슬라이드는 20장 정도로 하면 될 것 같아. 2/3는 성공사례 위주로 하고, 1/3은 실패 경험을 공유하려고 하는데... 성공했던 사례는 우리 부서에서 성공했던 A 제품 광고와 지난달 SNS 홍보 있지? 어떻게 진행했는지와 시장 반응을 같이 써줘. 그리고 실패 사례는 2016년에 했던 박람회 그거 쓰면 돼. 얼핏 기억나는 건 이 정도인데 사례는 김 과장이 더 찾아봐주면 고맙겠다. 궁금한 것 있어? 지금 물어봐. 괜히 나중에 고생하지 말고."

 

연봉을 고려하면 팀장의 시간은 사원보다 훨씬 비쌉니다. 그렇다고 사원의 시간을 함부로 흥청망청 써도 되는 건 아닙니다.

 

p.240

직장에서의 대화에서 숫자와 해석을 섞는 습관을 갖고 있으면 좋습니다. 갈등과 오해로 번질 수 있는 리스크가 1/10로 줄어들거든요. 다음의 사례를 참고해주세요.

 

"이번 A 제품 1/4분기 매출이 어때요?"

"좋습니다. 지난 분기 대비 15% 성장했어요. (숫자) 원래 전망치인 7%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입니다. (해석)"

 

"컨퍼런스 참석자 모집은 잘 돼 가고 있나요?"

"네, 오늘 기준으로 벌써 200명 신청했어요. (숫자) 최대 참석자가 400명인데 이미 절반이 채워졌습니다. (해석1). 이 속도면 다음 주에는 400명 정원이 찰 것 같아요. (해석2)"

 

"이번 프로젝트 예산이 얼마에요? 비싼 거 아닌가요?"

"7천만 원이요. (숫자) 작년에 이 프로젝트 했을 때가 1억 원이었으니까 오히려 30%나 아껴서 하는 거에요. (해석1). 재무팀에서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해석2)"

 

p.260

그다음부터는 지각, 실수 등의 '행동'에 대한 조언은 진지하게 받아들였지만, '나 자신이 어떠해야 한다'에 대한 조언은 흘려들었습니다. 어차피 타인은 나에 대해 지극히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판단하는걸요. 자신의 사심과 기준을 잔뜩 섞어서요. 대부분 오류 투성입니다.

 

p.271

그러니 표현하세요. 원하는 게 있으면 직접 얘기하세요. 말한다고 반드시 들어주는 건 아니지만, 말하지 않으면 영영 모릅니다. 거절당하면 뭐 어때요? 말 안 하면 어차피 안 될 텐데요.

 

p.283

모든 인간관계는 넘으면 안 되는 암묵적인 '선'이 있습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어디까지 해도 괜찮은지 '선'을 확인합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선'이 어딘지 알려주세요. 알려주지 않으면 선은 점점 더 참기 어려운 수준까지 가깝게 그어집니다.

 

p.294-295

폭언하는 상사에 대한 대처법도 유사합니다. 그가 폭언을 했을 때 최대한 상황이 불편해지게 만드는 것이죠. 사람은 누구나 행동하면서 자기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끊임없이 선을 체크한다고 말씀드렸죠? 폭언과 막말을 했는데 우리가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웃으면서 시키는 대로 한다면 당연히 그 폭언과 막말은 '서로가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선'이 되어 버립니다.

 

첫째, 폭언과 막말을 들으면 웃어넘기지 마시고, 최대한 충격받은 표시를 내세요. 다소 유치하지만, 마음을 좀 정리해야겠다며 다음 날 휴가를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니면 "말씀이 좀 심하신 것 같습니다."라고 중얼거리면서 몇 시간 동안 나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쨌든, 계속 일을 시켜야 하는 상사를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어서, 다음 번에 폭언할 때 주춤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폭언한 상사를 인사팀, 노조, 외부 전문기관 순으로 점차 강도를 높여 정식 항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징계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는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 되고 인사 불이익을 받을 수는 있지만, 최소한 다음번 상사는 우리를 대할 때 조심할 가능성이 큽니다. 선례를 지켜봤으니까요.

 

둘째, 전화로 막말을 하는 경우라면 통신사 서비스 중에 자동 녹음 기능을 신청하세요. 그리고 이 사실을 은근슬쩍 계속 흘려줍니다. 그 서비스를 신청하는 표면상의 이유는 중요한 클라이언트와의 통화 기록용이라고 하시죠. 또한 중요한 회의나 미팅의 경우 늘 녹음을 해두는 꼼꼼한 성격임을 어필하세요.

 

이러한 녹음 자료는 상사가 말을 조심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나중에 그 분을 깔끔하게 집으로 보내드릴 증거자료가 됩니다. 중견기업만 하더라도 폭언과 막말을 하는 직원이라면 영업의 귀재나 특허 기술을 가진 에이스 엔지니어가 아닌 이상 회사는 그 사람과 더 이상 함께 가지 않습니다.

 

마지막 방법은 그 상사의 상사와 친해지는 것입니다. 폭언 상사가 팀장이면 본부장과, 본부장이라면 그 윗 상사를 타깃으로 삼으세요. 어떻게든 구실을 찾아 식사도 같이 하고, 동호회도 가입해요. 젊은 사람들에게 유행하는 스탕리도 슬쩍 알려주시고요. 폭언 상사가, 열 받으면 자기 상사에게도 욕을 하거나 뺨을 때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기의 상사와 친밀하게 지내는 부하 직원에게는 폭언도 삼킵니다.

 

p.298

직장상사나 동료로 인해 힘들다는 얘기, 치명적인 가족의 문제점(배우자와의 불화나 아이가 ADHD로 약을 먹는다는 이야기 등), 이직을 고민 중이라든지 하는 얘기들은 사내에서 나눌 게 아닙니다. 가십 메이커가 이보다 훨씬 심한 자신의 가정 문제를 먼저 얘기하더라도 깊이 공감만 해야지 분위기에 휘말리지 마세요. 정보력을 자랑해야 하는 그들은 절대 우리의 비밀을 지키지 않을 겁니다.

 

p.305

중요한 건 이동하는 순간 마음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자, 이제부터는 회사 일을 생각하는 모드야. 자, 이제부터는 사생활에 집중하는 모드야. 내 일상을 망치지 마.' 이렇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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