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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투자

워런 버핏처럼 적정 주가 구하는 법

by Diligejy 2023. 8. 26.

 

p.11

워런 버핏의 내재가치 계산방법에도 명쾌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할인율 부분인데 워런 버핏은 한 번도 자신의 할인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투자자 개인이 추정하고 가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할인율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런 버핏의 내재가치 계산방법이 상대가치 평가방법론보다는 현실적으로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예측할 수 없는 시장에 근거하기보다는 비록 추정치일지라도 개인적인 기준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워런 버핏은 CNBC와 3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오마하의 네브레스카 퍼니처 마트에서 가진 적이 있다. 수많은 질문들 중 워런 버핏의 매수 후 보유전략에 대한 질문이 유독 필자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 주식투자에 있어서 매수 후 보유전략은 끝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워런 버핏은 "무엇을 매수해서 보유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대답했다. 체계적 위험에 대한 질문에 개별적 위험에 대한 답변으로 응수한 것이다. 

 

p.18

주가를 판단할 때는 시가총액과 전체 내재가치를 비교하는 것보다는 1주당 주가와 1주당 내재가치를 비교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기업 전체 내재가치와 1주당 내재가치가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업이 자기 기업의 주식(자사주)을 매입해서 소각할 경우인데,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하면 그만큼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올라가게 된다. 기존 주주들이 추가매수를 하지 않아도 지분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그만큼 기업에 대한 소유권이 증가하는 것이다. 즉 기업 전체 내재가치에는 변화가 없지만 주주들의 보유 지분의 가치는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주가를 비교할 때는 1주당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정확하다. 

 

자사주에 대한 시각이 한국과 미국이 약간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한국은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까지 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미국은 대부분 바로 소각을 한다. 한국에서는 자본차익, 대주주 경영권 방어 등 다양한 이유로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이렇게 매입된 자사주는 향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출회될 가능성이 높기 땜누에 시장에서도 실질적인 주주가치의 증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이론적으로 미국과 같이 소각을 해야 발행주식총수가 줄어들어 주주가치의 실질적인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p.21

과거에는 훌륭한 기업이었으나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나 기업 내부적인 여건이 변화를 맞게 되어 경쟁력을 상실한 경우일 수도 있다. 열악한 기업 내부 사정을 주가가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맛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기업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너무 높은 주가는 조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주가 수준을 판단할 수 없다면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투자의 고수가 매수한 종목을 따라서 매수한다 하더라도 내재가치를 계산할 수 없다면 투자라는 전장에 총 없이 뛰어드는 꼴이다.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실수에 대한 대가를 대신 짊어질 동료는 아무도 없다. 오직 자기 자신만이 잘못된 투자의 결과를 담담이 받아들여야 한다. 투자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직접 내재가치를 계산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p.22

"내가 포스코를 매수할 때는 포스코의 PER이 단지 3~4배에 불과했다."

 

- 2007년 한국 방문 때 워런 버핏의 인터뷰 중

 

"우리는 웰스 파고의 주식 10%를 2억 9,000만 달러에 매수했는데 이는 세후순이익의 5배 미만이며 세전순이익의 3배 미만의 가격이다."

 

- 1990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 중

 

"배당수익률, PER, PBR이나 심지어 성장률과 같은 일반적인 잣대들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단지 사업으로부터 창출되는 현금의 크기와 시기에 대한 단서만 제공할 뿐이다."

 

- 2000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 중

 

p.23

PER, PBR 등의 방법은 주식의 상대적 가치를 대략적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반면에 주식시장 자체가 고평가되거나 저평가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개별주식의 내재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p.24-25

PER은 어디까지나 원금의 대략적인 회수기간을 말해줄 뿐이다. PER을 ROE와 연관지어서 생각하면 단순한 수치만으로 비교해주는 것이 의미가 없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PER이 8배이면서 ROE가 20%인 기업A와 PER이 7배에 ROE 5%인 기업 B를 비교해보자. 두 기업 모두 현재 자본총액은 100억 원으로 동일하며 배당은 하지 않고 이익은 전부 유보하며 현재의 ROE가 유지된다고 가정한다.

 

기업 A의 경우 PER은 8배이지만, 실제 투자금액(시가총액) 160억 원을 순이익으로 회수하게 되는 시기는 4~5년 후가 된다. 반면에 다음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 B는 PER이 7배이지만 회수기간이 5~6년 후가 된다.

 

두 기업 모두 공통적으로 명목적인 PER보다 실제 원금 회수기간이 작게 나왔다. 명목적인 PER은 암묵적으로 순이익 성장률을 0으로 가정하지만 두 기업은 모두 ROE가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곧 순이익의 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업 B의 PER이 더 낮지만 실질적으로 기업 A의 원금 회수기간이 더 짧기 때문에 명목적인 PER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비록 명목적인 PER은 기업 A가 더 높지만 순이익 성장률에서 훨씬 높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위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성장하는 기업에게 단순 PER 수치만으로 의미있는 결론을 얻기 어렵다. 순이익 성장률을 감안해서 판단해야 좀 더 정확한 결론에 이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보완으로 PEG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p.27

기업분석 리포트를 읽다 보면 EV/EBITDA 방식을 이용하여 기업가치를 계산하는 것을 자주 접할 수 있다. EV는 기업의 전체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기업의 시가총액에 순부채(이자발생부채 - 현금성자산)를 더해서 계산한다. EBITDA는 영업이익 EBIT에 감가상각비 DA를 더해서 계산하며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을 의미한다. 

 

EV/EBITDA는 기업을 인수할 경우 실제 투자원금(EV)을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EBITDA)으로 회수하는데 얼마의 기간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PER과 마찬가지로 낮을수록 회수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싸다고 할 수 있다. 역시 주가의 상대적인 매력만 알아볼 수 있다. PER은 시가총액과 순이익으로 계산하지만 EV/EBITDA는 기업의 순부채와 감가상각비까지 고려하는 점이 다른 부분이다.

 

p.29-30

현금흐름 할인방법이란 어떤 투자안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모두 더해준 값을 그 투자안의 가치로 간주하는 것이다. 여기서 현금흐름은 대부분 잉여현금흐름을 말하는데, 세후영업이익 NOPLAT(Net Operating Profit Less Adjusted Taxes)에서 투자에 소요된 자본을 차감하여 계산한다.

사업의 잉여현금흐름은 그 사업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총 현금유입에서 사업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는데 필요한 총 투자자금을 뺀 현금흐름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면서 순수하게 남은 현금흐름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한 현금흐름들을 기회비용인 할인율을 ㅈ거용하여 현재가치화한 후 모두 더해준 수치를 사업의 가치로 판단한다. 

 

p.31-32

현금흐름 할인방법에서 기회비용으로 고려하는 것은 가중평균 자본비용 WACC(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이다. 주주나 채권자와 같이 기업에 관련된 이해 관계자들의 기회비용을 자본이나 부채와 같은 자금 조달 형태의 비중으로 가중평균하여 구해준다.

 

WACC = (자본의 총자산에 대한 비중 * 자본요구수익률) + (부채의 총자산에 대한 비중 * 부채요구수익률)

 

현금흐름 할인방법을 통한 가치 측정의 핵심은 미래에 벌어들일 잉여현금흐름의 규모와 추세를 추정하는 데 있다. 미래의 잉여현금흐름의 규모와 시기를 추정하는 데는 미래에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와 언제 성장이 가능한지와 관련된 가정이 필수적이다. 성장률과 시기를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 할인방법으로 구한 수치를 검토할 때는 반드시 적용된 성장에 대한 가정을 확인해야 한다.

현금흐름 할인방법(FCF)은 일정한 성장률이 적용된 미래 현금흐름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추정하기 때문에, 성장률 가정에 따라 결과값의 차이가 커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영구성장률이라는 개념이 S자 성장곡선을 그리며 비선형적으로 성장해 가는 기업들의 현실적인 모습과 괴리가 크다.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해서 2단계 또는 3단계로 예상성장률의 차이를 두어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모델들을 적용한다.

 

p.35

워런 버핏이 대학교육에 빗대어 설명한 내재가치 계산방법을 간단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대학교육을 통해 평생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의 현재가치(A) 

= 졸업 1년 후 수입의 현재가치 + 졸업 2년 후 수입의 현재가치 + ...

 

대학을 포기할 경우 평생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의 현재가치(B)

= 올해 예상 수입 + 1년 후 예상 수입의 현재가치 + 2년 후 예상 수입의 현재가치 + ...

 

대학교육의 내재가치 = A - B

 

대학교육을 그대로 투자로 바꾸어보자. 투자의 내재가치는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에서 굳이 투자하지 않아도 생길 수 있는 현금흐름을 뺀 부분을 현재가치로 계산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p.36-37

실제 투자에 적용되는 내재가치 계산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92년 버크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살펴보면 위의 내재가치 계산법이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다. 참고로 내재가치를 처음으로 언급한 존 버 윌리엄스는 내재가치에 대한 방정식을 저서 [투자가치 이론]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오늘 어떤 주식이나 채권, 사업의 가치는 해당 자산의 남은 기간 동안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적절한 이자율로 할인된) 현금의 유입과 유출에 의해 결정된다."

 

존 버 윌리엄스의 정의는 위에서 언급된 내재가치 계산방법과 맥락을 같이 한다. 워런 버핏은 존 버 윌리엄스의 내재가치 계산방법은 채권과 마찬가지로 주식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다만 채권은 현금흐름을 결정하는 만기와 이자가 확정되어 있지만 주식은 직접 이자(현금흐름)을 추정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고 말한다. 또한 경영진의 능력이 채권의 이자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반면에 주식의 이자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고 지적한다. 

 

워런 버핏에 따르면 투자자는 반드시 현금흐름 할인방법에 의해 가장 싸게 보이는 투자안에 투자해야 한다. 해당 사업의 매출액 성장 여부와 이익의 변동성, 현재 장부가치, 이익 수준은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데 큰 관계가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같은 언급을 토대로 워런 버핏의 내재가치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투자안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예측하고 할인해서 내재가치를 계산한다는 기본적인 토대는 현금흐름 할인방법과 동일하다. 둘 다 미래의 현금흐름과 기회비용에 따라 기업가치의 변화폭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도 동일하다.

 

워런 버핏의 방식과 현금흐름 할인방법은 기본적인 논리는 동일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현금흐름과 할인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p.38-39

워런 버핏은 세후영업이익(NOPLAT)으로부터 도출된 잉여현금흐름(FCF)을 현금흐름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주주에게 귀속되는 현금흐름인 주주이익(Owner Earnings)을 현금흐름으로 사용한다. 워런 버핏이 사용하는 현금흐름은 철저히 주주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현금흐름으로 FCFE(현금흐름 할인법DCF에서 사용하는 주주 입장의 잉여현금흐름)에 가깝다. 

 

워런 버핏은 1986년 작성된 주주편지에 첨부된 글(Purchase-Price Accounting Adjustments and the Cash Flow Fallacy)에서 주주이익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주주이익은 공시된 이익에 감가상각, 감모상각 등의 현금유출이 없는 비용을 더하고, 사업이 장기적인 경쟁적 위치와 판매량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공장 및 기계설비에 투자되는 연간 유형자산 투자비용 CAPEX의 평균치를 빼서 계산한다.

 

이익에 감가상각비와 같은 실제 현금이 나가지 않은 비용을 더해주는 것은 회계적인 이익이 아닌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실제 현금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유형자산 투자비용CAPEX(공장 및 설비 투자비용)을 빼주는 것은 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데 필요한 부분은 주주 입장에서 잉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을 통해 실제 회사에 남게 되는 현금흐름을 추정함으로써 철저히 주주에게 의미있는 현금흐름을 구하는 것이다.

 

사업의 현재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운전자본(사업을 하는데 필수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자금으로 유형자산에 직접적으로 투자되지는 않으며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일상적인 활동에서 필요한 자금을 말한다)이 예전보다 더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면 운전자본 증가부분도 CAPEX에 포함해서 빼줘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사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현금은 CAPEX와 마찬가지로 주주 입장에서 잉여현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운전자본의 증가가 이후에도 사업을 지속해 나가는 데 불가피하다면 CAPEX와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주주이익 = 순이익 + 비현금유출비용(감가상각비, 감모상각비 등) - 연간 CAPEX 평값 - 운전자본의 증가 (운전자본의 증감은 사업환경의 변화로 인해 향후에도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반영)

 

일반적인 현금흐름 할인방법에서 사용하는 현금흐름인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감가상각비와 같은 현금유출이 일어나지 않는 비용을 더해주고 CAPEX를 빼주며 운전자본의 증감을 고려한다. 그러나 FCF는 영업적인 부분만 고려된 세후영업이익에서 출발하지만 주주이익은 영업외적인 부분까지 고려된 순이익에서 시작하는 것이 다르다. 주주이익은 현금흐름 할인방법(DCF)에서 사용되는 일반적인 FCF가 아니라 철저히 주주에게 귀속되는 현금흐름을 말한다. 

 

주주이익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의 사업에 대해 주목하고자 노력해온 워런 버핏 투자철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영업외적으로 발생하는 이자손익 같은 현금발생비용 또한 주주에게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세후영업이익보다는 순이익에서 출발하는 것이 주주 입장에서 현실적이다.

 

p.40-41

워런 버핏은 주주이익을 계산할 때 CAPEX의 일시적인 변화를 바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CAPEX의 평균값을 추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운전자본 또한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사업의 경쟁력 변화에 따라 운전자본 변화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예상된다면 추정하여 반영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진다. 사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CAPEX의 평균값과 운전자본의 변화를 반영해서 추정한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일까? 그것은 그 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 최근 발생한 CAPEX가 일시적인 것인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는 규모인지 분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운전자본의 변화는 더더욱 사업의 환경에 대해 파악하지 않고는 판단이 어렵다. 기업의 사업환경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p.44

운전자본의 수준은 항상 매출액과 비교해서 생각해야 한다. 매출액이 증가하면 운전자본의 절대적인 규모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일 과거에 비해 매출액 대비 운전자본의 비중이 증가했다면 이는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을 현금화하는 데 문제가 발생했거나 매입채무를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기간이 짧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받을 돈은 늦게 받고 줄 돈은 늦게 주는 것이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을 현금화하는 데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거래기업의 경영상황이 악화되었거나 거래기업의 교섭력이 강화된 경우이다. 매입채무 역시 거래기업의 교섭력이 강화되어 빨리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서는 원재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운전자본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현금의 규모가 늘어나는 것으로 경영환경이 좋지 않게 변한 것이다. 

 

경영환경의 변화로 인해 운전자본의 증가가 장기화된다면 일종의 설비투자와 같이 이익을 내는 데 필수적인 부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워런 버핏의 입장이다. 이런 경우 주주이익을 계산할 때 운전자본의 증가분을 반영해줘야 하는 것이다.

 

p.47-49

EBITDA를 가치평가에 사용할 때의 문제점은 CAPEX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주주이익이 투자자마다 다를 수 있는 이유는 추정하는 미래 이익 수준이 다르기도 하지만 CAPEX 부분이 전적으로 추정에 근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워런 버핏은 주주편지를 통해 CAPEX를 빼지 않은 이익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한다. 그만큼 CAPEX는 민감한데 CAPEX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업을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1986년 버크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면 CAPEX를 고려하지 않은 기업가치 산정방식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는 워런 버핏의 견해를 살펴볼 수 있다. CAPEX를 고려하지 않고 공시된 이익에 감가상각비와 같은 현금이 유출되지 않는 비용을 더해서 계산하는 방법은, 결코 설비자산을 대체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없는, 마치 영원히 변하지 않는 자산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인 것처럼 투자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당시는 주가가 높은 시기이다 보니 투자은행가들이 상대적으로 수치가 낮아 보이게 만들 수 있는 EV / EBITDA 방식을 이용하여 기업가치를 많이 계싼하곤 했다. 워런 버핏은 만일 투자은행가들의 방식이 옳다면 미국 정부에서 발표하는 미국 전체 공장 및 설비투자 통계는 90%가 감소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EV / EBITDA 방식의 비현실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CAPEX가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번에 현금유출이 크게 발생하고 향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게 현금유출이 발생하는 사업의 경우 EV/EBITDA 방식이 적합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다리를 건설하여 통행료를 받는 사업이나 상당히 오랫동안 추출할 수 있는 가스유전사업을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 소매업, 유틸리티산업에서는 EBITDA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데 CAPEX가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상버이 지속되기 위해 CAPEX 투자는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사업이 어떤 한 해에 CAPEX 투자를 미룰 수느 ㄴ있어도 5년, 10년의 기간 동안 투자를 미룬다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워런 버핏은 CAPEX를 고려하지 않은 방식은 단지 주식가격이 너무 올라 어떠한 근거를 갖다 붙여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가격을 정당화시키려는 노력으로 치부한다. CAPEX는 그저 서류상 무시한다고 현실 세계에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CAPEX를 무시하는 투자자는 반드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EBITDA에 대한 워런 버핏의 견해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보통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에서 EV/EBITDA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CAPEX 규모가 큰 장치산업이나 설비산업인 경우가 많다. 워런 버핏 기준으로 보면 이익에 비해 자본 투입 규모가 큰 사업은 주주에게 의미가 없다.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CAPEX 규모도 크기 때문에 주주이익을 계산하면 마이너스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버은 그만큼 감가상각비도 크기 때문에 EBITDA만 계산해서 EV를 나눠준 숫자는 CAPEX를 고려하거나 단순히 이익만 고려했을 때보다 낮게 계산되어 훨씬 매력적인 가격으로 보이게 해준다.

 

이런 사업을 투자에서 무조건 배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워런 버핏의 관점에서 보면 주주에게 의미 있는 잉여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거나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사업이다. 어떠한 사업에 지속적으로 대규모 CAPEX가 들어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EBITDA만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하여 현재 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것은 코끼리의 뒷다리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EV/EBITDA로 계산된 기업 적정가치는 반드시 해당 기업의 CAPEX규모를 살펴본 후 참고해야 한다. 그래야 현실과 동떨어진 투자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 주주이익을 계산할 때 반드시 적정 CAPEX 규모를 추정하고 빼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p.50~53

그렇다면 워런 버핏이 고려하는 기회비용은 얼마일까? 워런 버핏이 공개적으로 할인율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을 통해 워런 버핏이 사용하는 할인율을 추정해보자. 그는 1994년 버크셔의 주주총회에서 다음과 같이 할인율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장기 채권 수익률이 7%인 시대라면 우리는 확실히 최소한 10%의 할인율로 세후 현금흐름을 할인해서 생각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사업에 대해 느끼는 확실성에 근거할 것이다. 우리가 사업에 대해 더 확실하게 느낄수록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거래에 가까워진다. 우리는 흥미를 느끼기 전에 상당한 확실성을 먼저 느껴야 한다. 그러나 확실성에는 단계가 있다. 만일 우리가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정말 확실하게 느끼는 현금흐름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우리는 어떤 특별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는 경우보다 다소 낮은 할인율을 적용할 것이다.

 

4년 뒤인 1998년 주주총회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는데 직접적으로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을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내재가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그 사업에서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되는 현금흐름을 구하고 그것들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줘야 한다. 우리의 경우는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을 이용한다. 할인율을 높인다고 그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에 의해 할인된 현재가치는 사업가치 측정에 있어서 하나의 공통된 잣대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2007년 주주총회에서는 공식적인 할인율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혀 일견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공식적인 할인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투자의 잣대로 사용하는 국채(만일 국채 수익률이 2~3% 선이라면 잣대로 보기 어렵다)보다 상당히 높은 이익을 원한다. 이는 우리가 편안하게 느끼기 충분한 수준이다. 원래 불명확하기 때문에 좀 혼란스럽게 들릴 것이다.

 

워런 버핏이 정확히 어떤 수치를 할인율로 사용하는지 명확히 알기는 어렵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을 하나의 잣대로 사용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인용한 워런 버핏의 할인율 관련 발언들은 당시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 수준과 연관해서 생각해야 한다. 1994년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2월 기준을 7.87%던 데 반해, 1998년과 2007년은 5.06%와 4.53%다.

 

주주편치를 통해 종합적으로 유추해보면 워런 버핏은 보통 미국 장기국채수익률에 적절한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소득세율을 감안하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워런 버핏이 주식 투자의 매력에 대해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과 비교해서 언급한 부분이나 인플레이션 및 소득세와 관련해서 설명하는 부분을 통해 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또한 할인율의 상한선은 특별히 정해두지 않았으나 하한선은 나름대로 확실해 보인다. 국채 수익률이 2~3% 수준이라면 곤란하다고 언급한 점에서 국채 수익률이 하한선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할인율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버핏의 할인율 = Max(무위험수익률 + 인플레이션 + 세율, 할인율의 하한선)

 

워런 버핏이 모든 사업에 대해 위험 프리미엄을 감안한 자본요구수익률을 할인율로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리스크는 사업에 대한 자체적인 분석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워런 버핏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사업에까지 위험 프리미엄을 감안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내재가치를 계산하지 않는다. 사업 자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아무리 주가가 떨어져도 매수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사업에 대해서는 보통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제한되어 있는 전환사채나 전환상환우선주 등의 방법으로 투자한다.

 

p.53~54

워런 버핏은 할인율을 계산할 때 구매력을 유지시켜주는 요구수익률인 예상 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한다. 1979년에 워런 버핏이 작성한 주주편지를 보면 워런 버핏이 투자할 때 인플레이션을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는 제2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시기였으며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에 육박하던 때다.

 

1979년 이전에는 주당순자산가치가 20%로 성장하는 사업은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성공적인 투자 결과를 보장할 수 있었지만 고인플레이션과 세율을 고려하면 향후에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3% 수익률과 저축채권, 5% 수익률의 은행 저축계좌와 8% 수준의 장기 국채는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구매력을 강화하는 수단이기 보다 갉아 먹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임을 경고했다. 

 

워런 버핏은 만일 버크셔가 1979년 이후에도 계속 자본에 대해 20%의 수익을 복리로 거둔다면 버크셔의 시장가치는 그만큼 올라가겠지만 14%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의 세후구매력은 거의 증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의 명목적인 수익을 현금으로 바꾸려면 6%에 달하는 소득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기업의 연간 이익이 투자자들의 주머니로 들어올 때 공제하게 되는 세율을 투자자의 불행지수라고 표현할 정도로 인플레이션과 세율을 투자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다. 최소한 기업의 자본이익이 인플레이션과 세금보다는 높아야 투자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1999년 주주편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버크셔의 부회장 찰리 멍거와 함께, 1999년 이전에 한동안 2%의 인플레이션을 가정해왔음을 밝힌다. 물론 2%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인플레이션이 반영되는 인플레이션 보장 국채(TIPS)의 가격이 보통 국채보다 2% 높았기 때문에 단순히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준 것이라고 언급한다.

 

2004년 주주총회에서 그리스 출신의 어느 주주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투자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었다. 워런 버핏은 인플레이션 기간 동안 가격결정권을 가진 시즈 캔디와 같은 기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한 바 있다. 최소한 투자하는 기업이 인플레이션은 이겨낼 수 있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p.56~57

지금까지 설명한 워런 버핏의 내재가치 계산법을 공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무위험수익률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더해서 할인율을 가정헀다. 세율의 경우 장기투자를 가정하면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편의상 고려하지 않았다. 어렵고 복잡해보일 수 있지만, 위의 식은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정리된다.

워런 버핏이 선호하는 기업들은 보통 연간 CAPEX가 연간 감가상각비의 범위 내에서 지출되고 낮은 부채비율로도 평균 이상의 ROE를 보여주는 기업들이다. CAPEX가 감가상각비 내에서 해결되고 부채가 낮다면 주주이익은 순이익과 거의 동일하게 계산된다. 이런 경우 자본에 대한 주주이익의 비율인 자본주주이익률은 ROE로 표현할 수 있다. 주주이익과 순이익의 차이가 큰 경우는 순이익을 자본 총액으로 나눠준 ROE보다 주주이익을 자본총액으로 나눠준 자본주주이익률을 사용해야 한다. 

 

p.58~59

인플레이션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그만큼 자본효율을 나눠주는 값이 작아져 투입되는 자본의 가치는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본효율이 높은 강력한 해자를 갖춘 기업이라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인 자본투자를 초래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보다 더 높은 성장을 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기적으로 예상성장률은 기대 인플레이션 이하로 가정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다음은 2004년 주주총회에서 기업성장과 관련해서 워런 버핏이 언급한 부분이다. 워런 버핏의 성장에 대한 관점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뉴저지 출신의 주주: 성장 기업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특벼히 성장률이 할인율보다 큰 기업의 경우는? 

워런 버핏 : 만약 수학저으로 기업의 유지 가능한 성장률이 할인율을 초과한다면 기업가치는 무한대로 계산된다. 그러나 높은 성장률을 가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특별히 높은 성장률을 오랜 시간 동안 가정한 탓에 그 동안 많은 투자자들이 많은 돈을 잃어왔다.

 

p.61~62

연결재무제표를 활용하여 내재가치를 구하는 것도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연결재무제표를 토대로 주주이익을 추정하게 되면 자회사들의 개별적인 사업환경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기업 규모에 비해 해외 자회사들의 CAPEX의 규모가 크다면 각 자회사들의 상황이 다소 불완전하게 반영되는 한계가 있더라도 자회사들의 CAPEX를 고려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큰 규모의 돈이 쓰이고 있는데 모기업 밖에서 투자되고 있다고 해서 제로(0)로 가정하는 것은 주주이익보다 EBITDA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p.62~65

연결재무제표에는 투자자산 중 연결 대상 자회사들의 재무수치는 정확하게 반영되지만 연결 대상이 아닌 투자자산의 경우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투자자산들의 장부가치는 모기업의 재무상태표에 반영되지만 창출하는 이익은 실제 수취하는 배당금수익만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 투입되는 자산(투자자산의 장부가치) 대비 창출되는 이익(배당금수익)의 규모가 왜곡되는 것이다. 만일 투자자산의 규모가 미미하다면 관계가 없지만 규모가 상당하다면 반드시 내재가치를 제대로 계산해서 반영해줘야 한다. 지분법 대상이 아닌 투자자산의 가치를 반영해주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투자자산의 내재가치를 각각 계산하여 모기업이 영위하는 본 사업의 내재가치를 더해주는 것이다. 이 경우 모기업의 본 사업가치를 계산할 때 순이익에서 배당금을 빼줘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투자자산의 실제 이익을 모기업의 순이익에 더해준 후 전체 내재가치를 한번에 계산하는 방법이다. 투자자산이 실제 창출하고 있지만 모기업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부분을 따로 산출하여 반영해준다. 이 방법은 워런 버핏이 버크셔의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을 더해서 계산한 이익을 워런 버핏은 포괄이익(Look-Through Earnings)이라고 불렀다.

워런 버핏은 1991년 주주편지에서 버크셔의 포괄이익을 계산하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제시했다. 먼저 (1) 버크셔가 직접 경영하는 기업들의 영업이익에 (2) 버크셔의 회계적인 수치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투자기업들의 유보된 이익을 더하고 (3) 만일 유보이익이 모두 버크셔로 배당된다면 부담해야 할 세금을 빼준다.

 

포괄이익(Look-through Earnings) = 모기업이 직접 경영하는 기업들의 영업이익 (1)

                                                         + 장부 미반영 주요 투자기업 유보이익 (2) 

                                                         - 유보이익이 모두 배당된다면 부담해야 할 세금 (3)

 

워런 버핏이 포괄이익의 개념을 도입하게 된 이유를 알아보려면 먼저 버크셔에 대해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워런 버핏은 초창기 지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워런 버핏 파트너십을 운용하면서 모은 돈으로 당시 방직회사였던 버크셔를 인수하게 된다. 버크셔를 통해 여러 작은 기업들을 인수해 나가지만 정작 본업인 방직사업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결국 인수한 기업들이 전체 기업가치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지분율 50% 이상 보유한 기업들은 연결회계 적용을 받아 버크셔의 재무제표에 이익이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20~50% 사이의 기업 또한 지분법 회계라도 적용할 수 있지만 20%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배당수익만 버크셔의 손익계산서에 반영될 수 있었다. 

 

문제는 20%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 규모가 나머지 기업들에 대한 투자 규모보다 상대적으로 커서 지분율 20% 미만의 기업들을 제외하고 버크셔를 설명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 데 있다. 버크셔의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것은 지분율 20% 이상의 작은 기업들의 이익이 아니라 비록 지분율은 20% 미만이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들의 이익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재무제표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버크셔의 기업가치의 실질적인 부분을 반영하기 위해 포괄이익의 개념을 도입하게 되었다.

 

워런 버핏은 1990년 주주편지에서 따로 지면을 할애해 설명할 정도로 포괄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회계적인 이익의 조작 가능성에 대해 강조하는 데 투자자들은 자신에게 귀속되는 실제 경제적인 이익을 계산할 때 회계 수치들을 시작점으로 활용해야지 종착점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같은 해 주주편지의 포괄이익 관련 설명을 좀 더 살펴보자. 당시 버크셔는 미국의 방송 관련 기업인 캐피털 시리즈/ABC Inc.의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분율에 비례하는 이익규모는 당시 버크셔의 장부에 기록된 순이익 3억 9400만 달러의 21%에 달하는 83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버크셔의 재무제표에 반영된 이익은 배당수익 53만 달러에 불과했다. 나머지 8200만 달러 이상의 이익은 캐피털 시티즈에 유보되어 기업가치를 성장시키는 데 사용되겠지만 버크셔의 장부에는 기록되지 않았다. 

워런 버핏은 장부에 기록되지는 않지만 일하고 있는 이익에 대해 회계규정에 의해 어떻게 반영시키느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실질적으로 그러한 이익의 소유권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쓰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언급한다.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나무를 소유하고 있고 그 나무를 향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워런 버핏은 포괄이익이 버크셔의 경제적인 실질을 설명해주기 때문에 포괄이익이 매년 15% 성장하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포괄이익의 개념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회계장부에 반영되어 있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이익은 반드시 지분율만큼 반영해줘야 경제적인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포괄이익을 우리의 현실적인 연간 경영실적으로 간주한다.
- 주주 메뉴얼

 

p.67~70

1972년 워런 버핏은 25%의 자본효율을 보여주는 시즈캔디를 2,500만 달러에 버크셔의 자회사 블루칩 스탬스(향후 버크셔와 합병)을 통해 100% 인수한다. 순자산 대비(PBR) 3.125배의 가격이며 순이익 대비(PER)로는 12.5배의 가격이었다. 워런 버핏은 시즈 캔디에 대한 투자를 통해 할인된 가격의 평범한 사업보다 적정한 가격에 좋은 사업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투자노선을 전환하게 된다. 워런 버핏 입장에서는 시즈 캔디 인수에 지불한 2,500만 달러는 할인된 가격이라기보다 적정한 가격이었다.

 

그렇다면 시즈 캔디에 순자산 대비 3.125배의 가치를 평가한 근거는 무엇일까? 1983년 주주편지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1983년에 버크셔가 블루칩 스탬스의 나머지 40%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지급한 프리미엄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여기서 시즈 캔디의 가치평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시즈 캔디와 임의의 평범한(mundane) 사업과 비교하는 부분을 통해 워런 버핏의 가치 평가방법을 엿볼 수 있다. 

 

버크셔는 블루칩 스탬스의 40%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블루칩 스탬스의 순자산보다 5,170만 달러를 더 지불했다. 이 중 2,840만 달러는 시즈 캔디에 대한 부분이고 나머지 2,330만 달러는 블루칩 스탬스가 소유하고 있던 지역신문사인 버팔로 이브닝 뉴스(나중에 버팔로 뉴스로 사명 변경)에 대한 부분이라고 언급한다.

1972년에 800만 달러의 순자산으로 200만 달러의 이익을 벌어들이는 시즈 캔디와 동일하게 200만 달러의 이익을 벌어들이는데 1,800만 달러의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임의로 가정한 평범한 사업을 비교하면서 각각에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언급하고 있다. 투입자본 대비 25%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시즈 캔디는 자본의 3.125배에 달하는 가격이 적절하지만 11%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평범한 사업은 자본의 가치, 순자산의 1배에 팔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시즈 캔디의 잔여지분에 대한 프리미엄을 살펴보자. 1983년에 시즈 캔디는 2,000만 달러의 순자산으로 1,300만 달러의 세후순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변모해 있었다. 65%의 자본효율을 보여주는 사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1983년 시즈 캔디에 워런 버핏이 지불한 프리미엄 2,840만 달러를 감안하면 시즈 캔디의 적정 내재가치를 순자산의 4.55배라고 생각했던 셈이 된다. 반면에 1983년에 11%의 자본효율을 보여주는 평범한 사업은 순자산 대비 1배의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83년 시즈 캔디에 지불한 가격은 시즈 캔디에 대한 프리미엄 2,840만 달러를 통해 추정한 전체 프리미엄 7,100만 달러에 1983년 시즈 캔디의 순자산 2,000만 달러를 더해 추정했다.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은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을 사용했다. 위의 도표에서 제시된 평균 추정적정가치는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과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 + 인플레이션'의 평균값을 할인율로 적용한 값이다.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할인율을 적용한 결과 워런 버핏이 지불한 가격과 비슷한 적정가치를 구할 수 있었다. 워런 버핏은 시즈 캔디의 지분을 매번 내재가치가 충분히 반영된 가격에 인수한 것이다. 

 

1972년과 1983년의 공통점은 모두 추정한 자본요구수익률(할인율)이 10%이상이라는 것이다. 1983년에는 미국 장기 국채수익률이 무려 12%에 달해 할인율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1983년에 가정한 11.11%의 ROE의 평범한 사업은 순자산 대비 1배의 가격을 받는 것도 과분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1972년 25%의 자기자본이익률의 시즈 캔디는 11년 만에 자기자본이익률 65%의 사업이 되어 있었다. 할인율이 높아졌지만 자본효율이 더 높아져 순자산 대비 3.125배에서 4.55배로 가치가 증가했다. 시즈 캔디의 순자산에 프리미엄을 얹어서 인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앞 장에서 언급한 내재가치 계산공식에 의하면 자본효율을 할인율로 나눌 때, 성장률을 고려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즈캔디의 경우 강력한 브랜드에 의해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제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보수적으로 물가상승률 수준의 이익성장률을 가정한다면, 할인율은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로 계산된다. 이 경우 1972년 시즈캔디의 적정 가치는 자본총액의 3.93배, 1983년은 5.47배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버핏은 내재가치보다 20% 정도 할인된 가격에 매수한 셈이 된다.

 

p.80~82

워런 버핏이 주목한 부분은 정상적인 사업환경에서 웰스 파고는 자본의 20%, 총자산의 1.25%의 이익을 거두는 건실한 은행이라는 점이었다. 다만 당시 480억 달러에 달하던 대출채권의 부실화 가능성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웰스 파고 주식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워런 버핏은 만일 480억 달러 대출채권의 10%가 부실화되고 부실화된 10% 채권 중에 평균적으로 나중에 약 30%의 자산이 최종적으로 원금손실 처리된다고 가정하면 당시 웰스 파고의 이익 수준(연간 세전 10억 달러)과 이미 부실화될 자산에 대비해서 쌓아둔 대손충당금(3억 달러)을 고려할 때 최악의 경우라도 자본잠식은 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영업 능력이 건재하고 칼 라이하르트와 폴 하젠이라는 걸출한 경영진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상 워런 버핏에게 20%의 자본효율을 보여줄 수 있는 사업이 한 해동안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때문에 당시 웰스 파고의 주식이 폭락했을 때 10%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었다. 워런 버핏이 매수한 가격은 세후 이익의 5배 미만(PER 5배 미만)이었다. 워런 버핏이 매수하기 시작한 이후 웰스 파고의 주가가 절반 정도로 추가로 더 폭락했지만 워런 버핏은 오히려 더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환영하는 마음으로 추가매수에 들어갔다"고 1990년 주주편지에서 밝히고 있다. 

 

여기서 워런 버핏이 웰스 파고에 지불한 밸류에이션을 살펴볼 수 있다. PER은 5배 미만이었고 ROE가 20% 정도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PBR은 1배 미만이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PBR = ROE * PER)

평소 20%의 자본효율을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업이 장부가 수준에 주식시장에서 팔리고 있었던 셈이다. 1990년 12월 기준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8.24%였으며 인플레이션은 4.15%였다. 버핏이 웰스파고 주주이익의 장기성장률을 얼마로 가정했는지는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보수적으로 성장률을 제로로 가정하더라도 할인율은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과 인플레이션을 더해준 12.39%로 계산되기 때문에 자본총액의 1.6배 이상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주가는 PBR 1배 미만으로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었다. 물론 한 해 동안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주식시장의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워런 버핏은 향후 자본의 20%의 이익을 내는 사업으로 회복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PBR 1배 미만의 주가는 그에게 할인판매였다.

 

p.83~85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버핏은 1985년 주주편지에서 "대다수 증권분석가와 미디어 중개인, 미디어 경영자들은 워싱턴포스트의 내재가치를 4억 달러에서 5억 달러로 추산했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버핏이 워싱턴포스트의 주식을 처음 매입하기 시작한 1973년에 워싱턴포스트 주식의 시가총액은 8,000만 달러였는데, 버핏 말대로라면 내재가치의 20%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던 셈이 된다.

 

로버트 해그스트롬에 의하면, 1973년 당시 워싱턴포스트의 주주이익은 1,040만 달러로 산출되는데, 당시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6.81%)로 나누면 내재가치는 1.5억 달러로 계산된다. 버핏은 신문사의 자본 지출은 사업모델 특성상 결국 감가상각비와 비슷해질 것으로 봤기 때문에 당시 순이익 기준으로 내재가치를 계산하면 1.96억 달러로 계산된다고 해그스트롬은 추정한다. 

 

하지만 버핏이 계산한 4~5억 달러와는 차이가 크다. 1.96억 달러의 내재가치는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로만 나눠줬기 때문에 주주이익의 장기 성장률이 인플레이션과 같다는 가정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신문사들은 대부분 지역독점이었기 땜누에 가격결정 능력을 갖고 있었고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수준의 이익 성장이 가능했었다. (현재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경제적 해자가 많이 훼손된 상태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워싱턴포스트가 인플레이션보다 3%만큼 가격을 더 올릴 수 있다고 가정하면 내재가치는 3.5억 달러로 계산된다. 버핏은 당시 CEO인 캐서린 그레이엄이 10% 수준의 세전마진 (법인세차감전 이익률)을 과거와 같은 15% 수준으로 회복시키기로 계획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를 반영하면 내재가치는 4.9억 달러에 달해 버핏이 주주편지에서 언급한 워싱턴포스트의 내재가치에 근접하게 된다.

 

PER로 계산하면, 버핏은 적정 주주이익을 기준으로 워싱턴포스트의 적정 PER을 26배(4.9억 달러 / 1850만 달러)로 계산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시가총액 8,000만 달러는 순이익 1,330만 달러 대비 6배 수준이며, 버핏이 추정한 적정 주주이익의 4.3배에 거래되고 있었다. 

 

코카콜라의 경우 로버트 해그스트롬이 직접 추정한 내용 위주로 소개되어 있는데,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접근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버핏이 코카콜라를 매수한 1988년 주주이익은 8억 2,800만 달러였고, 당시 장기 국채 수익률은 9% 수준이었다. 주주이익을 9% 할인율로 할인하면 내재가치는 92억 달러로 계산되지만, 당시 코카콜라의 시가총액은 148억 달러에 달했다.

 

해그스트롬은 1981년부터 1988년동안 코카콜라의 주주이익 성장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주이익은 연평균 17.8퍼센트로 성장했으며 이는 무위험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였다. 해그스트롬은 수익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기간과 그 후 둔화되는 기간으로 나눠 계산하는 2단계 할인 모델을 통해 코카콜라의 내재가치를 나름대로 추정했다. 

 

먼저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15% 성장하고 그 이후 5%로 둔화된다고 가정하면 내재가치는 484억 달러로 계산된다. 좀 더 보수적으로 12% 성장과 그 이후 5%의 성장세를 가정하면 382억 달러, 향후 10년간 10% 성장과 그 이후 5% 성장세의 경우 325억 달러로 계산된다. 전 기간에 걸쳐 꾸준히 5%의 성장률을 가정하면 207억 달러의 내재가치가 계산된다.

 

당시 코카콜라는 이머징 국가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을 앞두고 있었고, CEO 로베르토 고이주에타에 의한 혁신 과정에 있었으며, 무엇보다 강력한 브랜드에 의한 가격결정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주주이익 성장률에 대해 긍정적인 가정이 가능했다고 보인다. 비록 해그스트롬이 나름대로 추정한 결과지만, 성장률에 대한 시나리오별 내재가치를 계산하고 '범위'로 접근한 부분은 실제 투자 현실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p.97~98

워런 버핏은 사내에 유보할 때는 반드시 유보하는 이유가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유보하는 이익 1달러가 최소한 1달러 이상의 가치는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만일 어떤 기업 A의 자본효율이 5%이고 기업 A의 자회사 B는 10%, 또 다른 자회사 C는 15%의 자본효율을 내는 기업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런 상황에서 기업 A는 일반적으로 자회사 B에게 효율적인 자본의 재배치를 이유로 이익 전부를 배당할 것을 지시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기회비용이 10%인 상황에서 기업 A는 자회사들에게 적용했던 논리를 버리고, 과거에 해왔던 관행에 따라 배당하거나 산업 평균적인 배당정책을 따르려는 경향을 보인다. 워런 버핏은 기업들의 이런 비합리적이고 자기모순적인 행동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유보된 이익들이 결국 자본효율이 더 낮은 사업에 투자됨으로써 점점 더 주주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낳는 악순환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자본효율이 낮은 사업에 대해 재투자를 하는 기업들은 보통 자본효율이 높은 건실한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속되는 비합리적인 자본의 재배치로 인해 전반적으로 자본효율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워런 버핏은 강력한 핵심사업 덕분에 좋은 실적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자본 재배치의 실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p.109

기업가치 평가는 예술에 가깝다

 

- 워런 버핏, 1999년 주주총회

 

p.110~111

그렇다면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들의 경우, '적정 성장률'은 얼마로 해야 할까? 기업가치평가는 예술에 가깝다는 버핏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정확한 해답은 없다. 다만 버핏의 행동을 통해 추론해볼 수 있을 뿐이다. 버핏이 기업인수나 주식매수 전에 해당 기업의 과거 10년 치 재무제표를 살펴본다는 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버핏은 기업의 과거 모습을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2011년 IBM 주식을 매수했을 당시, 그는 CNBC 인터뷰에서 IBM의 과거 50년 동안의 사업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봤다고 언급했다. 버핏은 기업이나 산업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업황의 사이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영학에서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기업의 S자 성장곡선과 비슷한데, 이런 사이클을 무시한 애널리스트의 실적 추정에 대해 버핏과 멍거는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곤 한다.

 

장기간의 과거 수치를 분석하면, 사업의 사이클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수년 동안의 주주이익 성장 추세를 파악해볼 수도 있다. 그 동안 보여준 장기적인 성장률을 계산해서 물가상승률과 비교해보면 그 사업의 주주이익이 최소한 인플레이션 이상의 성장을 보여왔는지 대략적으로 체크해볼 수 있다. 물론 과거의 추세만으로 기업이나 산업의 미래를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결국 기업의 내재가치는 미래와 관련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변화가 크지 않은 산업이라면 과거의 추세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최소한의 적정한 내재가치를 추정해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초과해서 얼마나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느냐 여부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그런 부분을 장기성장률로 무턱대고 가정한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에 주식을 매수하게 되어 하락장에서 상당한 평가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떄문에 시나리오별 접근 방식이 중요하며 각각의 가능한 상황과 추정된 내재가치의 범위 속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을 구조적으로 이기기 어려운 사업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과거 재무제표 수치를 통해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특별한 해자가 없어 보이는 기업의 경우, 무위험이자율로 할인한 배수를 초과해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가 어렵다. 실제 시장에서 주로 사이클이 확실한 산업의 부품이나 장비업체들이 높은 배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기업가치 평가에서 가정하는 '성장률'은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자본 투입이 가정되지 않은 '성장률'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제조업의 경우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추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 자본이 추가로 투입되어 CAPA가 늘어나서 매출이 성장하는 경우, 창출되는 주주이익의 가치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제조기업이 좋은 시기를 맞아 CAPA를 확장하는 상황에서 성장이 기대된다면, 투자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식을 매수해야 할 것이다. 증가된 CAPA에 따른 주주이익의 확대만큼 기업가치는 증가하고 주가는 그에 따라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p.116

버핏의 통찰은 국내 기업들의 내재가치를 추정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대외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은 보통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뛰어넘는 수준의 성장률을 가정하기 어렵다. 대기업과 여러 부품, 소재 기업들이 일종의 클러스터를 구성하는 국내 산업의 특성상 개별 기업들이 가격결정 능력을 보유하기가 쉽지 않다. 생산방식의 혁신을 통해 특유의 저비용구조의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국내 대기업 매출 비중이 높은 경우 기업 간 헤게모니에 의해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대기업으로 이전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기업들의 내재가치를 계산할 때, 무위험수익률보다 낮은 수준의 할인율(높은 배수)을 가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p.117

2011년 중국 발 수요 증가로 촉발된 소위 '차화정' 시장 장세와 같은 상황이 다시 한국에 재현된다면 버핏의 투자철학을 따르는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으로 심리적 압박을 크게 받을 수 있다. 물론 강세를 보였던 산업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고 그 안에서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오히려 기회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난 산업에 호재가 왔다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남들과의 비교는 상대적 불행을 느끼게 되고 그런 심리적 상태는 감정적인 판단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투자에서 감정적인 판단은 필패를 부를 뿐이다. 이성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에서 장기적인 성공을 추구한다면 감정적으로 치우칠 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버핏과 멍거는 이 부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우리가 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p.125~127

코웨이는 국내에서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렌털 사업을 개척했고 현재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원래 웅진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던 기업 내 중추기업이었으나 2012년 웅진그룹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대주주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 바뀌게 되었다. 

 

웅진그룹은 소비재 산업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태양광, 건설업 등 산업재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의 오판도 있었겠지만 우호적이지 않은 산업환경을 만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과정에서 코웨이에 대한 매각 논의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어수선한 그룹 분위기 속에서 대주주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코웨이는 시장에서 저평가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코웨이의 핵심사업은 렌털사업으로 감가상각비와 자본지출의 규모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순이익을 주주이익으로 가정할 수 있었다. 또한 정수기 렌털 산업 내 확고한 브랜드 파워와 코디 시스템에 의한 강력한 방문판매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렌털 요금을 꾸준히 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산업 자체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순이익이 연평균 18.7%의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다.

 

2011년 코웨이는 별도 회계기준으로 1,771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었다. 2012년 순이익은 대주주가 바뀌는 상황 속에서 1,197억 원을 기록했다. 여러 일회성 비용들을 감안하고 대주주가 바뀌면서 부실 자회사들도 매각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당시 순이익이 향후 2011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웅진그룹이 분리되면서 지주사에 지급되던 여러 수수료들도 없어져 더욱 높은 수준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산업의 꾸준한 성장세 덕에 2012년 이후 2,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상하기가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주주 관련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졌던 2012년 10월 5일 주가는 2만 8,650원을 기록했는데 시가총액은 2.2조 원 수준이었다. 즉 합리적으로 추정 가능한 적정 수준의 이익 2,000억 원을 감안하면 PER은 11배 수준으로 평가받은 셈이며, 2011년 기준 순이익 1,771억 원의 12배 수준이었다.

 

2012년에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은 평균 3.45%였다. 코웨이는 과거 인플레이션을 높은 수준으로 뛰어넘는 이익 성장률을 보여준 데다, 경제적 해자도 뚜렷했다. 산업 자체도 성장 추세에 있었기 때문에, 향후에도 물가상승률 수준의 성장성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 3.45%의 무위험수익률이 너무 낮아 5%(PER 20배)나 7%(15배)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적정 이익의 11배로 거래되던 상황은 상당한 저평가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7%(15배)의 할인율을 감안해서 내재가치를 추정했더라도 약 40%의 안전마진이 확보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새로 대주주가 된 MBK파트너스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기업 외적인 이슈에 소모된 내부 역량을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더욱 큰 도약을 언급하겠다고 공공연히 언급하던 차였다.

 

2012년 10월 코웨이 보통주에 대한 투자는 여러 정황상, 좋은 기업을 시장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싸게 거래되는 시기에 과감히 매수에 들어가는 버핏의 투자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6월 현재 코웨이의 시가총액은 7.9조 원에 이르고 2015년 순이익은 3,494억 원(지배주주순이익 기준)에 달한다.

 

p.134

대한약품은 수액제(링거)를 생산하는 중소제약사로, 기초수액제 시장을 CJ, 중외제약과 함께 과점하고 있다. 기초수액제 품목은 필수의약품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해서 적정 수준의 마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주고 있다. 때문에 대한약품의 제품가격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한국사회의 고령화와 맞물려 수액제의 시장 수요 또한 꾸준히 성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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