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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협상

돈을 남겨둔 채 떠나지 말라

by Diligejy 2017. 4. 26.

p.27

분배적 협상을 통합적 협상으로 전환하려면 가격만으로 협상하는 것과 같이 단일한 의제에 머물지 말고 의제를 늘려 서로 조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p.33

협상의 성격은 사전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만들어진다.


p.68

국제 비즈니스 협상에서는 논쟁이 벌어질 때 오로지 계약서 같은 서류에 입각해서 논리적이고 법률적인 대응을 하는 게 관례인데 이런 기본적인 절차조차 무시한 것이다. 그 결과 포드가 일방적으로 인수의사를 철회했을 때에도 아무런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없었다.


p.71

협상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사전에 정한 최저조건은 협상상황이 바뀌거나 새로운 정보가 있지 않는 한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아무리 해도 상대방이 우리가 정한 최저조건보다 못한 조건을 제시한다면 과감히 협상을 파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협상할 때 어떻게든 합의에 도달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 보면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고 검토해서 정한 최저조건마저 양보하는 경우가 생긴다. 말 그대로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는 것. 그래서 훈련된 협상가는 최저조건을 미리 정하고 심지어 쪽지에 적어서 주머니에 넣어두기도 한다. 자신이 알고 있던 상황이나 정보가 확실히 틀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전에는 상대방의 위협적인 설득이나 회유 때문에 최저조건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p.79

상대방의 대안을 평가할 때에는 우리의 판단 근거가 상대방에 대한 객관적 자료인지, 상대방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의 주관적 인식인지 구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대안에 대해 상대방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고 잘 관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p.103

원하는 것을 말할 때에는 가격, 수량, 품질, 대금지급 방법, 제품인도 시기, 하자보수 조건, AS조건 등 여러 가지 의제 중 자신에게 중요한 순서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p.106~108

어떤 정보를 알리고 어떤 정보를 비밀로 해야 하는가?


우선 우리가 협상을 통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목적interest에 대해서는 알리는 것이 모두에게 더 나은 협상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공통된 연구결과다. 아울러 자신이 왜 그러한 요구를 하는지와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려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알리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게 된다. 서로 마음을 열고 원하는 것을 주고받음으로써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여 윈윈 협상을 할 수 있다. 또한 서로가 원하는 바를 적절히 공유함으로써 신뢰를 쌓을 수 있고, 협상과정도 원활해져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알리지 않아야 할 정보들도 있다. 눈앞의 협상상대 외의 대안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대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인지 알게 하는 것은 금물이다. 상대방이 대안의 수준을 파악하면 그보다 월등히 나은 조건으로 타결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협상을 준비하다보면 때로는 만족스럽지 않은 대안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심정으로 마련해놓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80만 원에 구매하고자 협상하는 제품이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100만 원에 살 수 있다. 이 사실을 상대방이 알게 된다면 80만 원엥 제품을 넘겨주려 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100만 원보다 약간 낮은 99만 원 정도의 조건 이하로는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대개의 경우, 우리에게 다른 좋은 대안이 있다는 정도의 정보만 제공하고 구체적인 조건은 알리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상대방이 가진 대안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짐작하려 하지 말고 객관적인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가진 대안이 매우 양호한데도 협상상대가 이를 과소평가하고 불만족스러운 조건을 고집할 경우에는 우리의 대안을 알리는 것이 전술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 우리는 90만 원에 구매하고 싶은데 상대방은 150만 원 이하로는 안 팔겠다고 고집한다면 다른 곳에서 100만 원에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알리는 것이다.


또 하나 상대방에게 알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앞에서 협상의 마지노선인 최저조건을 미리 정해두고 결코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이 조건에 대해서도 상대방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 최저조건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은 상대방에게 우리의 모든 속내를 다 보여주고 맞히기 게임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례로 컴퓨터시스템이나 오디오세트처럼 복잡하고 선택사항이 많은 전자제품을 구매하러 전문점에 가면 판매원이 반드시 먼저 물어보는 것이 있다. "예산이 얼마인가요?"


p.113~114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어보는 것이다. 적절한 질문은 상대방의 진정한 의도를 알아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상대방이 부동산을 왜 팔려고 하는지, 얼마나 급하게 대금지급을 원하는지, 또는 어떤 용도로 사려고 하는지, 언제쯤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지 등, 질문을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알 수 있고 서로 원하는 바를 주고받을 수 있다.


질문의 효용은 또 있다. 적절한 질문은 상대방이 진정성을 가지고 일관되게 협상에 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검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떤 사항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하는데 상대방이 일관된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진정성이 없다고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협상에서 상대방에게 숨겨야 할 사항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상대방이 그 점에 대해 물어보지 않으면 내가 굳이 밝히지 않아도 꺼림칙하지 않다.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안 물어봤으니 대답하지 않았다"고 응수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구체적으로 물어보는데 사실과 다른 대답을 하려면 윤리적, 법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물어보라. 그 자체로 상대의 정직함을 요구하는 행위이며, 나아가 정직하지 못한 태도를 상대방 스스로 수정하게끔 유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p.125

미래의 상황에 따라 조건을 달리하는 것을 '조건부 계약contingency contract'이라 한다. 기본적으로 미래의 가치에 대한 주관적 차이를 활용하는 협상법으로,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협상이 진전되기 어려울 경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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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7~128

조건부 계약을 할 때에는 긍정적인 면만 보지 말고 최악의 경우 자신이 지게 될 부담을 고려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조건을 제시하고 수용해야 한다. 사업 전체에 부담을 줄 정도의 조건부 계약은 금물이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조건부 계약의 이행가능성이다. 사후 협약 내용대로 지켜지지 않아 법적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모두에게 시간적 경제적 부담만 주고 실익은 별로 없다. 조건부 계약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협상 후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건대로 이행할 방법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공장을 사고 팔면서 1년 후 공장 가치가 오르면 돈을 더 지불하고 가치가 떨어지면 일부를 돌려주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이 계약이 실행되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우선 1년 후 거래 당사자들이 모두 국내에 생존해 있을지, 연락이 될지가 문제다. 공장 가치가 올랐는지 내렸는지 판단할 기준도 정해두어야 한다. 또한 합의 내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로 실행할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p.130~131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더라도 본의 아니게 실수할 수 있도 있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두 가지 해법이 가능하다. 

첫 번째,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상대방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상대방의 행동과 모습을 따라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겉모습만 따라하다가 실수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의 문화를 무시하고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두 번째, 자기의 가치관과 문화에 입각해 최대한 합리적으로 행동하되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는 질문하여 보완하자. 상대방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의미와 의도를 정확하게 아는 길은 물어보는 것뿐이다. 물론 모든 행동 하나하나마다 일일이 질문하는 것도 의사소통을 방해할 수 있으니, 두 가지 방법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p.138

모순된 것을 동시에 포용하는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 외에도, 중국인은 쉽사리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중국은 워낙 광활해 지역에 따라 거래 관행이나 협상 형태가 다르다. 또한 인구가 많으므로 중국인들은 몇몇 친구를 제외하고는 대개 사람들을 '타인'이라 여겨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단은 중국인 상대방이 분배적 협상을 하리라고 전제하는 것이 안전하다. 물론 그들도 장기적인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신뢰를 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두 번 식사를 하고 거래가 성사됐다고 해서 신뢰가 쌓였다고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p.140~141

협상은 서로의 차이점을 배제하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과 나의 차이야말로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열쇠다. 각자 중요시하는 우선순위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을 활용해 윈윈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 미래전망의 차이나 문화적 차이, 가치관의 차이도 잘 활용하면 협상의 장애요인이 아니라 윈윈 협상의 기회가 된다. 이러한 차이를 찾아내고 활용하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며 묘미다.


p.148~149

아무리 당신이 정직한 조건을 제시해도 상대방이 당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당신이 적절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을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럴수록 더 양보해달라는 요구는 빈번해진다. 당신이 이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협상을 결렬시키거나, 타결된다 해도 결과에 불만을 가지게 된다.


어떤 협상이든 자신을 만족시키는 만큼 상대방도 만족시켜야 한다. 대부분의 협상은 그 자체로 완결이 아니라 실행의 출발점이다. 특히 전략적 제휴 협상의 타결은 프로세스의 완성이 아니라 동반자 관계의 시작일 뿐이다. 빌딩 건축을 위해 건축주와 건설회사가 하는 협상은 차후 이어지는 설계, 기초, 건축, 사후관리 등 실행을 위한 첫걸음이다. 협상에서 상대방을 만족시켜 첫 단추를 잘 꿰면 이후 실행도 한결 원만해진다. 반대로 상대방이 협상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실행하는 내내 불만을 표출하거나 태만하게 굴 가능성이 크다. 장기간 함께하는 사안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 상대방을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 그때 그는 지난번의 불만을 보상받으려 할 테니, 미지의 훗날을 위해서라도 협상에서 상대방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운용의 묘는 필요하다.


p.151

자신과 상대방의 만족도를 함께 높이려면 지나치게 정직함만 앞세우기보다는 여유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적정선의 목표가격을 책정한 다음 양보할 수 있는 여유를 더해서 최초조건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p.157~158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보다 먼저 최초조건을 제시할 것인지, 상대방보다 먼저 최초조건을 제시할 것인지, 상대방이 제시하도록 할 것인지 망설일 때가 있다. 경영자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에게 먼저 제시하도록 하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 또는 "파는 쪽이 먼저 제시한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훈련된 협상가의 대답은 다르다. 그들은 자신이 먼저 조건을 제시한다. 이유는 이미 설명했다. 최초조건을 제시할 때에는 그 조건이 합당한 이유나 상황을 설명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처음에 제시된 조건이 하나의 기준이 된다. 앞에서 말한 닻 내리기 효과다. 상대방은 그에 대해 반박하거나 조건을 제시하게 된 이유를 묻게 되는데, 자신은 반박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논리의 범주로 들어올 뿐이다.


p.168

단순히 여러 조건들을 서로 적당히 양보하여 중간지점 언저리에서 절충점을 찾는 것만으로는 최상의 협상결과를 얻을 수 없다. 모든 의제에서 어느 누구도 원하는 바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상태로 협상을 종료한다면, 이는 협상 테이블에 돈을 흘려두고 나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p.179~180

숙련된 협상가는 일단 합의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쉽게 협상을 끝내지 않는다. 합의된 안을 바탕으로 양쪽 아니면 한쪽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한다. 새로 찾아낸 안이 원래 합의된 것보다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면 기꺼이 새롭게 합의할 것이다. 한쪽에만 이득이 되더라도 약간의 조정을 거쳐 새로운 합의안을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새 합의안이 기존의 안에 비해 어느 한쪽에라도 불리하다면? 채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즉 기존의 합의사항은 양쪽 모두에게 최적의 대안BATNA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족할 만한 대안을 이미 확보해두었으므로 양측은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새로운 가능성에 접근할 수 있다. 이처럼 일단 합의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의안을 차츰 개선해간다면 최적의 결과에 기꺼이 다가갈 수 있다.

 

p.190

협상의제가 여러 가지일 때에는 일일이 쪼개서 접근하기보다 묶어서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편이 해결도 쉽고 만족도도 높다. 한 묶음의 협상의제 가운데 자신에게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것이다.

 

p.192

개인 간 또는 기업 간 협상에서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된다. 여러가지 조건을 놓고 협상하는 경우에는 그 조건들을 조합해 자신이 원하는 세트를 미리 여러 개 준비해두는 것이 바람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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