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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論, 입맞춤

by Diligejy 2015. 4. 12.

여자는 키스할 때마다 그것이 이 生의 마지막 입맞춤인 듯

눈을 꼭 감고, 애인의 입 속으로 죽음처럼 미끄러져 들어간다는데

 

남자는 군데군데 눈을 떠

속눈썹의 떨림이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이며

풍경의 변화와 춤추는 체온의 곡선까지 꼼꼼히 체크한다고 하니

 

누가 시인일까

 

독자는 여자 편에 설 것이고

시인은 당연히 남자 편에 설 것이다

몰입의 바닥에는 시가 없다

불타는 장작을 뒤집어 불길의 이면을 읽어야 하는 남자여

불쌍한 시인이여

 

키스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은 시인이거든

그대 당장 독자의 자리로 옮겨 앉아야 하리

그러나 시인의 발바닥은 완전 연소의 재 한 줌도 함부로 밟지 않는다

 

 

[詩論, 입맞춤] 이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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