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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헤르만 헤세

by Diligejy 2015. 6. 12.

단계

 

모든 꽃이 시들 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하듯이

일생의 모든 시기와 지혜와 덕망도

그때그때에 꽃이 피는 것이며

영원히 계속 될 수는 없다.

생의 외침을 들을 때마다 마음은

용감히 서러워하지 않고

새로이 다른 속박으로 들어가듯이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 한다.

대개 무슨 일이나 처음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다.

그것이 우리를 지키며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공간을 명랑하게 하나씩 거닐어야 한다.

어디서나 고향에 대해서와 같은 집착을 느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정신은 우리를 구속하려 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씩 높여주며 넓혀주려고 한다.

우리 생활권에 뿌리를 박고

정답게 들어 살면 탄력을 잃기가 쉽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습관의 마비작용에서 벗어나리라.

 

죽을 때 아마 다시 우리를 새로운 공간으로 돌려보내서

젊게 꽃피워 줄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부르는 생의 외침은 결코 그치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면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편히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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