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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by Diligejy 2015. 9. 4.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저자
정재찬 지음
출판사
휴머니스트 | 2015-06-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눈물이 고일 정도로 감동받고, 소름 끼칠 정도로 감탄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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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18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갈대>

 

p.20

인간 존재의 모순과 그에 따른 불안, 자신이 인간이라는 이유로 흔들리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때, 인간은 더욱 성숙해질 수 있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유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p.28~29

영화 '시월애'에서 은주(전지현)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에겐 숨길 수 없는 게 세 가지가 있는데, 바로 기침과 가난과 사랑이라고

 

p.29

<갈대>는 슬프지만 그 관조와 성찰이 우리에게 미소를 준다고 했다

반면 <가난한 사랑노래>는 그 성찰과 체념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위안을 주는가? 사랑과 용서와 화해와 긍정과 초월의 덕목과, 정의와 진리와 갈등과 비판과 투쟁의 가치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가난한 갈대의 사랑 노래는 지상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천상의 노래인가?

 

p.34~35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런 시대에 있어서 모든 것은 새로우면서도 친숙하며, 또 모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소유로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무한히 광대하지만 마치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아늑한 데, 왜냐하면 영혼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별들이 발하고 있는 빛과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루카치 <소설의 이론> 중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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