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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1)

by Diligejy 2015. 11. 13.

p.17

종교재판관을 마주한다 하더라도 불안이 다가올 때만큼 끔찍한 고초가 닥친 기분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최고의 첩자라도 불안보다 더 뛰어난 솜씨로 적에게서 순간적으로 가장 약한 구석을 찾아 솜씨 좋게 공격하거나 반드시 걸릴 덫을 놓아 적을 붙잡을 수는 없다. 아무리 날카로운 판관이라도 불안을 능가하는 솜씨로 피고를 취조하고 심문하여 꼼짝 못하게 만들 수는 없다. 생각을 바꿔봐도, 소란을 피워봐도, 일을 해도, 놀아도, 낮이 되어도, 밤이 되어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쇠렌 키르케고르, [불안의 개념](1844) 재인용

 

불안 문제는 가장 다양하고도 중요한 문제들이 하나로 모이는 교점임이 분명하다. 이 수수께끼를 풀면 우리의 정신적 실존 전체에 빛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 강의](1933) 재인용 

 

p.31

병적 불안은 히포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현대 약학자들의 생각처럼 의학적 질환인가? 아니면 플라톤과 스피노자, 인지행동 치료사들의 생각처럼 철학적 문제인가? 프로이트와 그 추종자들이 생각하듯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성적 억압에서 비롯된 심리적인 문제인가? 혹은 쇠렌 키르케고르와 실존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정신적인 병인가? 아니면, W.H. 오든, 데이비드 리스먼[미국 사회학자, 교육자로 [고독한 군중] 등의 저서를 남겼다.-옮긴이], 에리히 프롬, 알베르 카뮈, 또 무수히 많은 현대 사상가들이 선언했듯 문화적인 병인 동시에 우리가 사는 시대와 사회 구조의 한 기능인 것일까?

 

p.35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1588년 4월 스페인 무적함대가 영국 해안으로 진격해온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겁에 질려 조산하는 바람에 미숙아로 태어났다. "나는 공포와 쌍둥이로 태어났다"고 홉스는 썼고 어머니가 공포에 질려 조산했기 때문에 자기가 불안한 기질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자연 상태에서는 투쟁하며 서로 폭력과 불행을 가하기 때문에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국가 권력이 필요하다는 홉스의 시각(홉스는 "삶은 역겹고 야만적이고 짧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은 자궁 안에 있을 때 어머니의 스트레스 호르몬에 영향을 받아 생겨난 불안한 기질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p.43

내가 가장 몰두하는 주요 환자는 나 자신일세.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빌헬름 폴리스에게(1897년 8월) 재인용

 

p.53

미래를 걱정하는 능력은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과 하나로 이어진다. 또 미래에 대한 계획이 (과거에 대한 기억과 함께) 문화를 이루게 하고 사람과 짐승을 구분 짓는다.

 

키르케고르처럼 프로이트도 가장 큰 불안을 일으키는 위협은 주변 세계가 아니라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있다고 했다. 우리가 내리는 실존적 선택을 확신하지 못하고 죽음에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두려움을 마주하고, 정체성 붕괴의 위험을 무릅쓸 때 정신이 확장되고 자아가 충족된다고 했다. "불안을 전혀 모르거나 혹은 불안에 파묻혀 파멸하지 않으려면 누구나 반드시 불안에 대해 알아가는 모험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키르케고르가 말했다. "따라서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가장 중요한 일을 배운 셈이다."

 

p.60

공포는 감각을 예민하게 한다. 불안은 감각을 마비시킨다.

 

커트 골드스타인, [유기체: 생물학의 전신적 접근](1939)재인용

 

p.73

불안을 순수하게 생물학적이거나 기계적인 과정으로 환원할 수 있을까? 아무 생각 없이 전기 자극에서 물러나는 쥐나 바다 달팽이의 본능적 행동이나, 털이 있는 물건을 보면 움츠러들고 덜덜 떨게끔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형성이 된 꼬마 앨버트처럼? 아니면 불안에는 시간 감각, 앞날의 위험에 대한 인식, 앞으로의 고통에 대한 예상이 반드시 포함되나? 외증조부와 내가 정신병원을 찾게 만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은 사람처럼 쥐나 도마뱀이나 아메바에게도 있는 동물적 본능일까? 기계적 조건형성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학습된 행동일까? 아니면 사실은 결국 무엇보다도 자아 개념과 죽음에 대한 인식에서 나오는 인간 고유의 경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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