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한국소설

핑퐁

by Diligejy 2016. 7. 28.

p.29

따를 당하는 것도 다수결이다. 어느 순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치수가 원인의 전부라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둘러싼 마흔한명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p.29

인간은 누구나 다수인 척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p.30

스스로는 단 한번도 나를 괴롭힌 적이 없다 믿고 있는, 그러니까 인류의, 대표의, 과반수. 조용하고 착한, 인류의 과반수. 실은, 더 잘해주고 싶었을, 인류의 대다수.


p.34

꿈이 있다면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따 같은 거 당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다수인 척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일정하게, 늘 적당한 순위를 유지하고, 또 인간인만큼 고민(개인적인)에 빠지거나 그것을 털어놓을 친구가 있고, 졸업을 하고, 눈에 띄지 않게 거리를 활보하거나 전철을 갈아타고, 노력하고, 근면하며, 무엇보다 여론을 따를 줄 알고, 듣고, 조성하고, 편한 사람으로 통하고, 적당한 직장이라도 얻게 되면 감사하고, 감사할 줄 알고, 이를테면 신앙을 가지거나, 우연히 홈쇼핑에서 정말 좋은 제품을 발견하기도 하고, 구매를 하고, 소비를 하고, 적당한 싯점에 면허를 따고, 어느날 들이닥친 귀중한 직장동료들에게 오분, 오분 만에 갈비찜을 대접할 줄 알고, 자네도 참, 해서 한번쯤은 모두를 만족시킬 줄 아는 그런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면


행복할 수 있을까?


p.58~59

살아간다는 건, 실은 인류로부터 계속 배제되어가는 거야. 깎여나가는 피부와도 같은 것이지. 그게 무서워 다들 인류에게 잘 보이려 하는 거야. 다수인 척, 인류의 피부를 파고들어가는 거지.


p.117

적응이 안돼요.

다들 결국엔 자기 할 말만 하는 거잖아요

얘길 들어보면 누구도 틀렸다고는 할 수 없어요

왜 그럴까요, 왜 아무도 틀리지 않았는데 틀린 곳으로 가는 걸까요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누구의 책임일까요

무엇보다

그걸 용서할 수 없어요

60억이나 되는 인간들이

자신이 왜 사는지 아무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거잖아요

그걸 용서할 수가 없어요


p.135

핵융합의 원리를 알아내고, 전파를 발견하고, 항해술을 개발하고, 반도체를 만드는 건 1%의 인간입니다. 하지만 그걸 사용하는 건 대다수의 바보들입니다. 죽여도 되는 바보들이 아니라 인권을 가진 바보들이란 얘깁니다. 그 바보들을 어떻게 할 거냐는 것입니다. 바보들을 통제해온 방법도 날이 갈수록 그 기능이 떨어질 것입니다. 바람처럼, 바보들은 절대 영리해지지 않습니다. 영악해질 뿐입니다. 즉 결론은 이 대다수의 바보들을 어떻게 처리할거냐는 것입니다.

'문학 > 한국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0) 2016.10.16
방각본살인사건  (0) 2016.08.25
종의기원(1)  (0) 2016.07.21
바람이 분다, 가라  (0) 2016.06.19
희랍어시간  (0) 2016.06.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