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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한국소설

방각본살인사건

by Diligejy 2016. 8. 25.

p.62

진정한 벗 한 사람을 얻게 된다면 십 년 동안 뽕나무를 심고 일 년간 누에를 쳐서 오색 실에 물을 들이겠소. 열흘에 한 빛깔씩 만들어 쉰 날 동안 모두 다섯 빛깔 실을 준비하겠소이다. 이 실들을 다시 봄볕에 쬐어 말린 다음 아내에게 그 벗의 얼굴을 수놓게 하겠소. 귀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어 높은 산과 아득히 흘러가는 강물 그 사이에 펼쳐 놓고 마주보며 한나절 말없이 있다가 황혼이 들면 품에 안고 돌아오고 싶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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