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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다시, 책은 도끼다(1)

by Diligejy 2016. 7. 30.

p.6

천천히 읽어야 친구가 된다.

'천천히 책을 읽는다'에서 '천천히'는 물론 단순히 물리적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읽고 있는 글에 내 감정을 들이밀어 보는 일, 가끔 읽기를 멈추고 한 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 화자의 상황에 나를 적극적으로 대입시켜 보는 일, 그런 노력을 하며 천천히 읽지 않고서는 책의 봉인을 해제할 수 없다고 나는 믿는다.


p.14

若將除去無非草(약장제거무비초)

好取看來總是花(호취간래총시화)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p.21

알기 위해서는 물론 배워야 한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여러 조건을 통해 스스로 깨달은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앎은 깨닫기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쇼펜하우어 <문장론> 中 재인용


p.22

독서와 학습은 객관적인 앎이다. (중략) 사색은 주관적인 깨달음이다.


쇼펜하우어 <문장론> 中 재인용


p.23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나만의 고유한 사색에 의해 어떤 진리에 도달했다면, 비록 그 내용이 앞서 다른 책에 기재되었을지라도 타인의 사상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라는 점이다.


쇼펜하우어 <문장론> 中 재인용


p.24

그대의 조상이 남긴 유물을 그대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하라.


괴테가 남긴 말.


쇼펜하우어 <문장론> 中 재인용


p.48
늘 거기 있는 것을 주목해보아
또 하나 삶의 즐거움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이 들어가는 것이더라.
잘 익어가자.

p.57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 여행한 사람은 경험상 행복한 사람입니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中 재인용

p.61
삶이란 때로 상상력의 허름한 그물보다 훨씬 파릇한 그물을 펼 때가 있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中 재인용

p.62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

p.67~68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김사인 <조용한 일> 전문 재인용

p.70
시가 왜 읽히지 않습니까? 책이 왜 재미가 없나요?
우리는 투입하지 않습니다. 그저 텍스트에 속도를 붙이지요. 그러니 읽지 못하는 겁니다.
사랑을 투입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가 읽혀요. 
책 속에는 시의 언어들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부분이 있어요.
시를 일으켜 등신대等身大로 만나야 한다는 거예요.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일으켜 세워서 그 상황 속에 나를 집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게 사랑의 투입입니다. 시는 천천히 읽어야 합니다. 

p.81
새벽 
아버지의 칼을 피해 도망치던 어머니처럼
고주망태 아버지의 잠든 틈을 타 잽싸게 칼을 숨기던 형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녀석의 그림자

돌아보면
모든 속도가 슬프다
- 김주대, <슬픈 속도-도둑고양이 3> 전문 재인용

p.83
우리는 내면의 욕망을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저 욕망을 하죠. 
우리의 욕망을 구성하는 재료가 얼마나 허망한 것들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욕망의 구성 재료들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우리는 덜 불행해집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저는 이십대가 될 수 없어요. 저는 여자가 될 수 없고,
태어난 시대를 바꿀 수 없습니다. 미끄러진 프레젠테이션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걸 안다면 내가 이십대라면 어떨까, 내가 다른 누군가라면 어떨까 하면서
애써 불행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욕망을 들여다보는 건 매우 중요하죠.

p.89~90
이 세상 어느 것도 '있어 온' 것은 없다. 사랑도 행복도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사랑과 행복은 노력으로 탄생되고 키워지고 헛된 곳에 정신 팔지 않는 주의 집중으로 성숙하고 결실을 맺는 것이다. 삶의 법칙이 이럴진대 많은 사람들이 연인의 과정을 거쳐 부부가 되면 마치 사랑이 완성된 것으로 알고 절제와 균형을 잃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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