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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흐름이해

유통 전쟁사 -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by Diligejy 2023. 7. 3.

 

직접촬영

 

어렸을 적 살던 곳 근처에 까르푸라는 마트가 있었다. 생긴지 얼마 안되서 홈에버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홈플러스로 변경되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때는 아무 생각없이 망했으니 바뀌나보다 라고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과점시장속으로 침투한 까르푸는 시장을 뚫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지 보였다. 고생 끝에 낙이 오기라도 했다면 그 고생을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패배라는 상처를 떠안은 채 떠나가야했을 사람들의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며 보였다. 냉철한 비즈니스의 모습이다. 괜히 전쟁에 비유되는 게 아닐 것이다.

 

새로 진입하려는 도전자에게 한국 유통 시장이 그리 만만해 보이냐며 어퍼컷을 날린 뒤, 승리의 달콤함을 맛보며 마치 이곳은 콘스탄티노플 성벽처럼 절대 무너지지 않는 요새라고 자신한지 얼마 되지 않아 페르시아가 성벽에 대포를 날리듯,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도전자들이 등장하고 기존 규칙을 깡그리 뭉개버린다. 

 

패러다임은 순식간에 바뀌었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혼란스러운 패러다임 시프트의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전달한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도전자들은 안정적이지 못했고, 그랬기에 더 격렬했다. 기존의 전쟁이 기사도 정신을 지켜가며 다투는 전쟁이었다면 새로운 전쟁에서는 전쟁에 규칙이 어딨냐며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서 싸우는 총력전으로 변모했다. 과점시장속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이들에겐 공포였으리라.

 

하지만 기존 패러다임을 지배하던 기업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들이 과점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치열한 전쟁 끝에 전략적으로 휴전을 택했을 뿐, 독점으로 갈 수만 있었다면 그들은 분명 독점을 향해 갔을 야생의 포식자이자 야수였다. 그들은 자신의 야수성을 보여줘야 했다. 그리고 과점시장의 균형을 깨겠다는 새로운 도전자들을 짓밟으며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여긴 너희들이 낄 곳이 아니다."

 

그렇게 전쟁이 벌어졌다. 당연히 유혈이 낭자했다. 상대방이 마케팅비를 쓰는 만큼 아니 그 이상 마케팅비를 퍼부어댔다. 결제를 하는 임원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제발 그만 하고 도전자들 중 한 곳이라도 좋으니 죽어다오." 영업이익은 낮아져갔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한 싸움에서 쉽게 물러설 순 없었을 것이다. 물러선다면 야수성을 잃었다며 조롱을 당할 것이다. 그렇게 치킨게임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처음엔 다들 체력을 보충시켜주는 아이템을 꽤 많이 들고 있었기에 자신했다. 동귀어진을 할 지언정 절대 포기하지 않겠노라고. 하지만 새로운 도전자는 정말 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화 신세계에서 황정민이 엘리베이터 속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들어와, 들어와"라고 말하듯, 출혈 속에서도 계속해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 미친 놈과 싸우면서 죽느니, 조롱을 당할지언정 생존을 택해야했다. 하지만 돌아가면서도 불안했을 것이다. 저 미친놈과 도대체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이 책은 이렇듯, 지난 몇 십년간에 걸친 유통 전쟁사를 세밀하게 추적한다. 책을 읽으며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조금 더 상상을 발휘해본다면 이 전쟁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뇌와 시련들이 있었을지 상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이니까.

 

 

밑줄긋기

p.11

필자는 지난 15년 동안 컨슈머 시장 분석을 총망라하면서 2010년 이후 한국 컨슈머 시장 변동의 가장 큰 원천을 '온라인', '저성장', '중국인'으로 규정짓고자 한다. 

 

p.22~23

쿠팡의 2020년 매출은 YoY 95% 증가한 13.9조원, 영업 손실 규모는 약 5,500억으로 전년 대비 1,700억 원 줄었다.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손실 폭은 훨씬 작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하여 6천 억원을 넘겼으며, 향후 영업흑자 전환 가능성도 높아졌다.

 

2020년 쿠팡 거래액 규모는 약 22조 원으로 추정하는데,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점유율은 2020년 14%, 2024년 23%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2020년 12월 기준 최근 3개월간 쿠팡에서 1가지 이상의 제품을 산 사람들은 1,485만 명으로 2018년 대비 62% 증가했다. 이 가운데 로켓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약 470만 명으로 32%에 이른다. ARPU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 1명의 소비자가 쿠팡에서 구매하는 금액은 분기당 평균 256달러로 2018년 대비 2배 이상 커졌다. 

 

p.27-28

한국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는 공산품이 85%다. 식품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쿠팡은 공산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홈플러스를 인수한다는 말은 식품 온라인 시장을 본격적으로 진입해서 15% 시장을 두고 이마트와 경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품 온라인 시장 규모는 공산품에 비해 훨씬 작지만 투자비는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우선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데 4조 원 내외가 소요될 수 있다. 홈플러스 인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홈플러스 인수는 식품 카테고리 바잉 파워와 고객 베이스, 재고소진 창구를 구축했다는 의미일 뿐 식품 온라인 시장에서 의미있는 사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물류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마트/롯데쇼핑 같이 PP(Picking Packing) 센터 리모델링도 필요하고, 쿠팡의 기존 물류센터와 다른 이마트 네오센터 유형의 풀필먼트 센터,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고도 필요하다. 2조 원 내외 비용이 더 들어가야 하고 완공되는 데도 시간이 2~3년 추가로 소요된다.

 

2~3년 후면 이마트 물류 인프라는 서울 동북센터는 물론 부산/인천까지 세트업을 마칠 수 있다. 쿠팡이 가져갈 수 있는 식품 온라인 시장 규모를 전체 식품 온라인 시장의 30%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식품 온라인 시장이 전체 온라인 유통 시장의 15% 정도 되니, 쿠팡 입장에서는 전체 온라인 유통 시장점유율 5%p 상승시킬 수 있는 사업크기다. 그런데 5%를 가져오기 위한 작업치고는 투자금과 불확실성이 크다. 차라리 85% 공산품 시장에서 10~20%p 시장점유율을 더 올리는 투자가 훨씬 수월하고 가시성도 높다. 아마존도 2018년 홀푸드 마켓을 인수했지만 월마트의 막강한 식품 인프라를 이기지 못하고 2019년 식품 온라인 시장점유율 1위를 월마트에 내주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p.29-30

오프라인 유통은 '거리'가 소비자 Lock-In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형마트 시장이 커지는 상태라면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실적 전망과 벨류에이션이 같이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은 '거리'개념이 없기 떄문에, 시장점유율이 얼마까지 커질 수 있을지 모른다. 전체 온라인 유통 시장이 커지더라도 한 회사로 집중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40%를 훌쩍 넘는다. 

 

쓱닷컴과 네이버쇼핑의 실적이 같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서로 지향하는 바와 타깃 시장이 다르고, 각각 다른 형태로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직매입/배송 인프라를 기반으로 온라인 유통 시장 실질적 1위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쓱닷컴은 식품 온라인 시장 포털 사이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플랫폼 업체로 쿠팡과 쓱닷컴을 숍인숍으로 흡수하면서 고객 트래픽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11번가/G마켓/티몬은 오픈마켓으로 쿠팡 및 네이버쇼핑 수요와 100% 겹친다. 쿠팡의 물류센터 투자가 확대되면 이들의 입지는 더욱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p.37

중 장기적으로 한국 소매 판매 시장 규모 500조 원, 온라인 침투율 60%를 가정한다. 2020년 온라인 침투율이 43.5%, 중국이 52%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60%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300조 원, 쿠팡 시장점유율 50%를 가정하면 거래액 150조 원, 3자 거래 비율을 감안하면 쿠팡 매출 규모는 88조 원이 된다.

 

p.42

2009년부터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든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은 단기적인 이익보다 역마진으로 전자책 콘텐츠를 판매하면서 MS 확대에 주력했다. 2010년 아마존과 맥밀란(출판사)의 논쟁을 보면, 아마존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대한 '집착'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당시 아마존은 최신 베스트셀러를 무조건 10달러에 판매하는 정책을 취했다. 출판사에게는 표시가격(28.47달러)의 50% (로열티 14.24달러)를 지불하면서 권당 5.25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킨들 기반 전자책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이에 대해 맥밀란은 정상 가격으로 판매해주길 요청했다. 특이한 점은 맥밀란이 요구한 로열티(9.79달러)가 아마존이 제시한 가격보다 낮다는 점이다. 즉 아마존 측이 제시한 조건이 맥밀란 수입에는 더 긍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밀란이 이를 거부한 것은 아마존의 전자책 시장 독점 우려 때문이었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아마존이라는 대형 유통 업체에게 시장의 헤게모니가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전자책 시장은 2009년(8.2억 달러) 대비 2018년 (87억 달러) 10배 이상 성장했고, 아마존의 미국 전자책 시장점유율은 80%(2017년)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p.45-49

PER 100배 기업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영국의 오카도는 여전히 12MF PER 300배다. 아마존도 12MF PER 47배에 이른다. 이런 초고벨류에이션의 논리적 기반을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두 유통 업체를 가정하겠다.

 

A모델은 오프라인 유통 업체로서 수익성에 역점을 두고 현재 마진 구조를 유지하면서 민간소비 정도의 성장에 만족한다. B모델은 온라인 유통 업체로서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고 단기적인 마진 훼손을 감수하면서 MS 확대에 주력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2가지 전략이 10년 후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를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가정은 다음과 같다.

 

1) A 모델의 경우, 연간 5% 거래액이 증가하고 영업이익률은 5%를 유지한다. 판관비도 5% 증가다. 5%는 민간소비 증가율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며, 영업이익률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인건비와 마케팅비 등 고정비 부담 때문이다. 판관비율은 A모델이 더 높은데, 오프라인 고정비 부담 때문이다.

 

2) GPM은 A모델은 30%, B모델은 20%로 가정한다. B모델은 ASP가 10% 낮다. 물론 B모델의 경우 MS확대에 의한 추가적인 GPM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시뮬레이션의 단순화를 위해 가능성을 제외했다.

 

3) B모델의 추가적인 판관비 증가는 다음과 같다. 기본 판관비는 20%씩 증가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사업 규모 확대에 따른 인건비와 마케팅비 증가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 특성상 인건비보다는 마케팅비 증가가 클 것이다. A모델과 거래액 차이의 10%를 판촉비 추가 증가분으로 했다. 거래액 성장률의 5%p는 자연 성장, 나머지 성장률은 판촉비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 효과로 보는 것이다. 그럼 추가된 거래액의 실질적인 GPM은 10%가 된다. 변동비성 판관비 항목 지급수수료(신용카드)는 취급고의 2%를 가정했다, 2024년 B모델 기업은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게 된다.

 

직접촬영

 

1) A모델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71% 증가, B모델은 매출 17배 증가, 영업이익은 10배 증가했다. A모델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유지되지만 2024년 이익 규모가 B모델의 16% 수준에 그치게 된다. B모델은 영업이익률은 떨어지지만 이익 규모가 크다. B모델의 영업이익률은 7% 동안 하락하다가 재상승, 2024년 영업이익률은 A모델 5%, B모델 2.9%를 기록했다.

 

2) B모델은 판관비율이 2020년까지 상승하다가 점차 하락하게 된다. 규모의 경제 효과 때문이다. 오프라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경우 1개 점포당 300명 이상의 고정 인력이 필요하지만 온라인 유통 업체의 경우 매출 증가에 따른 고정비 증가 요인이 제한적이다.

 

PER로 밸류에이션을 해 보자. 두 기업의 2024년 이익에 시장 PER 10배로 적용하면 2024년 기준 A모델의 기업가치는 이익 * PER 10배로 86이 되고, B모델은 이익 * PER 10배로 524가 된다. 2024년 성장이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2013년 현재 가치로 할인하면(7% 할인율 적용) A모델의 현재 가치는 43, B모델은 267이 된다. 이때 2013년 현재 이익을 기준으로 멀티플을 구해 보면 A모델은 PER 8배, B모델은 53배가 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감안해서 2024년 B모델의 적정 PER를 20배 적용하면 이 회사의 2013년 기업가치는 533, PER 106배가 된다. 아마존을 비롯해서 쿠팡까지 글로벌 온라인 유통 업체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PER 100배 적용에는 또 하나의 전제조건이 있다. 실적 가시성이다. 과연 매출이 10년 동안 17배 증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인데, 시장점유율이 근거가 될 수 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오카도는 자국 내에서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었다. 반면에 국내 온라인 시장은 2013년 당시 11번가, G마켓과 같은 오픈마켓 업체와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선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서 실적 가시성이 훨씬 떨어졌다.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오픈마켓 업체들은 사업 철수 가능성도 종종 제기되었다.

 

p.51-52

2013~17년에 여러 온라인 유통 업체가 고성장하는 온라인 유통 시장의 패자가 되기 위해 번갈아가면서 막대한 마케팅비를 지출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6~7천 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었고, 11번가는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4조원에 달하는 SKT를 모회사로 두고 있었다.

 

그러나 쿠팡이 연간 5천억 원 이상 영업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계속 역마진 전략을 이어가자 끝내 경쟁을 접었다. 홈쇼핑 업체들은 자신의 현금 6~7천 억원이 1년 마케팅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움츠러들었고, 11번가와 G마켓, 위메프, 티몬 등도 경쟁보다는 BEP 이상을 유지하면서 거래액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티몬은 '타임커머스'를 도입하면서 네이버와 쿠팡의 중간지대를 지향하고 있고, G마켓은 '스마일배송'으로 오픈마켓의 한계로 꼽히는 배송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있다.

 

p.52-53

온라인 유통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적절한 투자지표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영업이익률의 의미는 한정된 CAPA를 전제할 때 의미가 있다. 생산 및 판매 시설의 물량 기준 Capa가 분명할 때 영업이익률은 효율성 측면에서 중요한 기업의 펀더멘털 요소가 된다. 오프라인 백화점의 경우에는 Capa가 존재한다. 영업면적과 오픈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정된 물량만 팔 수 있다. 그리고 해당 면적에 대한 투자비용이 존재한다. 따라서 단위면적당 되도록 고마진 상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그래야 영업효율과 영업이익률, 투자수익률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Capa가 없는 산업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온라인 게임이나 음원과 같은 콘텐츠는 Capa가 없다. 온라인 유통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업에느 시간당 절대적인 이익 규모만이 중요하다. 영업이익률과 같은 효율성 지표는 의미가 없다. 오프라인 유통 업체는 매장 당 Capa(개수)가 유한하기 때문에 '객단가(P)'가 중요하지만 온라인은 Capa의 한계가 없기 때문에 '박리다매'가 효율적인 전략이다.

 

온라인 유통 업체와 가장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가진 홈쇼핑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012~14년 가장 업황이 좋을 때도 4%내외에 불과했다. 백화점 업체들 대비 1/2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ROE는 홈쇼핑 업체들이 20% 내외인 반면, 백화점 업체들은 10% 초반대에 불과했다. GS홈쇼핑과 현대백화점을 비교해 보면 총매출(취급고) 규모는 2012년 기준 3조 원, 4.4조 원으로 1조 원 차이가 났는데, 자본 규모는 GS홈쇼핑이 6,800억 원, 현대백화점 3.2조 원으로 4배 이상 격차였다.

 

여기서 하나 상기해야 할 점은 사업의 기대수익률이다. ROIC라고 할 수 있다. B모델이 2024년 안정화됐을 때의 영업이익률은 2.9%다. 오프라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최종 영업이익률이 2.9%라면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업성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의 연간 총매출 규모는 그 백화점을 짓기 위한 Capex와 유사하다. 오프라인 백화점은 공간과 시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매출 규모가 증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매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계속 지어야 한다. 총매출 규모가 6천 억원이라면 Capex가 6천억 원이라고 할 수 있다. 영업이익률 2.9%라는 말은 곧 6천억 원을 투자해서 연간 2.9% 수익을 낸다는 말이다. 차라리 회사채를 사는 게 낫다. 사업가치가 없는 것이다.

 

p.58-59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다. 우선, 국제유가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 된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석유를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와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가 일정한 상관계수를 갖고 변동한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은 2013년 중순 이후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사이의 괴리 확대다. 이 두 지표 사이의 괴리는 결국 제조/브랜드 업체 또는 유통 채널에서 추가적인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스 브랜드 시장 호가대가 원인이 될 수 있다. 2011년 이후 경기 둔화로 인한 합리적 구매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중저가 시장이 빠르게 호가대되었다. 의류시장에서는 SPA, 화장품 시장에서는 원브랜드숍이 전체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요인은 온라인 유통 확대로 인한 가격하락이다. 2012년 이후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해외직구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유통 채널의 고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온라인 채널이 전체 소매 판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2년 13%에서 2020년 43%까지 큰 폭 상승했다.

 

이러한 디플레이션 같은 현상은 소비심리 개선에도 불구하고 소비 판매 증가율이 제자리에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소비 판매는 말 그대로 판매액 개념이다. 가격요인(P)과 수량요인(Q)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2012~15년 소비심리는 100을 넘어가는 양호한 상황이었지만, 소비판매는 역신장을 지속했다. 당시 소비 판매 부진은 가계 구매력이나 소비심리 위축에 의한 소비량(Q)의 저하 때문이 아니라 유례없는 물가(P)의 하향 안정화에 의한 가격체계 왜곡, 즉 수요 증가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현상 때문일 수 있다.

 

p.63-64

1998년 이후 한국은 인터넷 초강국이었고, 이미 온라인 유통은 주요 유통 채널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PC 기반 온라인 쇼핑은 일정 수준 이상 침투율을 넘지 못했다.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제약돼 있었기 때문이다. 퇴근 후 집에서 1~2시간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모바일은 출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커피 마시다가, 잠자기 위해 누워 있다가도 돌연 구매 행위가 가능하다. 실제로 모바일 채널을 통한 구매가 가장 많을 때가 취침 직전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잠자리에 누웠는데, 문득 1~2만 원 가지고 고민을 하는 자신이 너무 측은해 벌떡 일어나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결제의 편의성도 구매결정에 한몫했다. 책상 앞에 앉아 PC를 켜고, 몇 번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 PC 온라인과 달리 이불 속에서도 앱을 실행시키고 6자리 숫자만 넣으면 된다. 

 

사실상 24시간 쇼핑이 가능해졌고, 쇼핑하는 시간이 훨씬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가격 비교도 더 여유 있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사소한 상품이 아니라면 구매 결정을 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3~4개 쇼핑몰을 훑어본다. 이러한 브랜드와 소비자의 접점 확대는 강력한 소비의 '촉진제(Q의 증가)'가 되는 동시에 원하는 상품을 찾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확대했다(P의 하락).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비교되면서 유통 업체들의 가격 경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유통업체들이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소비행위의 기본적인 목표는 '원하는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사는 것이다. 소비의 합리성이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요소로 '시간'과 '돈', '정보의 제약'을 꼽는다. 소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생산자와 상품은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와 만나 수많은 교환의 조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하나로 모아주고 '거래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이 유통사업의 핵심이다.

 

p.67-68

국내 대형마트 업체들의 중국 진출과 철수는 이러한 유통 시장의 폐쇄성을 잘 보여주는 예다. 2010년 이후 중국 소비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이마트와 롯데쇼핑도 중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바잉 파워를 올리면서 규모의 경제로 이익을 개선해야 하는데 한국 오프라인 유통 업체는 거기까지 도달하기 어려웠다. 이미 중국 내에 RT마트 등 메이저 유통 업체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시장점유율이 30%가 넘는 이마트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1%도 채 되지 않았다. 이는 GPM의 차이로 나타난다. 이마트의 국내 GPM이 25% 수준인 반면, 중국 법인은 15% 수준에 불과했다. 롯데마트의 경우에도 매장 수가 가장 많은 상해법인 GPM이 그나마 20%였고, 심양 지역은 15% 이하였다. 판관비를 아무리 줄여도 적자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치열한 경쟁은 수익 구조 개선을 더욱 어렵게 했다. 롯데마트는 후발주자로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2~3선 도시에 매장을 확대했는데, 1선 도시 시장 포화로 RT마트 등 선두 업체들 역시 2~3선 시장 진출을 전개했다. 아울러 온라인 유통 확대로 소비 수요가 온라인 채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점포 수 증가를 조절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자 했던 노력이 경쟁 심화와 소비 패턴 변화에 부딪치면서 난항을 겪은 것이다. 결국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막대한 손실을 보고 완전철수했다. 특히 롯데쇼핑의 경우, 중국 진출 실패로 2.5조 원 이상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며, 롯데 쇼핑 기업가치 하락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통 업체들이 해외 진출이 어렵다는 말은 해외 업체들의 국내 진출 역시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마트나 까르푸가 국내에 진출했다가 이마트 등 국내 업체에 매각하고 철수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런 '최소한 안방은 지키는 비즈니스'라는 업종 프리미엄은 2013년 이후 온라인 쇼핑 확대로 산산이 부섯졌으며,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사업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헀다.

 

p.69-71

집이 무너지기 전에 기둥이 먼저 흔들리듯이 한 시대를 지배하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때는 그 패러다임의 축을 이루는 가정이 먼저 흔들리게 된다. '이동'의 기본적인 가정은 '말'이었고, '전화'의 기본적인 가정은 '선'이었으며, '가격'의 기본적인 가정은 '노동'이었다. '말'이 '가솔린'으로, '선'이 '무선'으로, '노동'이 '효용'으로 바뀌면서 산업 구조가 변화하게 되었다.

 

2010년 이전 가장 기본적인 유통 시장의 가정은 무엇이었을까? '건물'이었다. 이전까지 유통은 많은 부지와 건물이 필요한 '장치산업'이었다. 마진은 바잉 파워에서 나왔고 바잉 파워는 높은 시장점유율, 즉 매출 규모에 기반을 두었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각 유통부문에서 20% 정도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야 어깨에 힘주고 벤더들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백화점 시장 규모는 약 30조 원 정도다. 시장점유율 20%라면 연간 총매출 규모 6조 원이다. 백화점은 점포가 필요하다. 연간 총매출 규모 6천억 원의 백화점 1개 점포를 신규 오픈하기 위해 약 6천억 원 내외 Capex가 필요하다. 토지가 절반 정도 되고, 나머지가 건물과 인테리어에 소요된다. 백화점은 도심에 들어서기 떄문에 땅값이 비싸다. 매출 6조 원을 위해서는 대략 10개 점포가 필요하고, 약 6조 원의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한다.

 

성장률이 3~5%밖에 나오지 않는 포화된 시장에 6조 원을 새로 투자하는 행위는 상당히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국의 백화점 유통 시장은 과점화가 끝난 시장이다.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3사가 각각 15~3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각각 20% 내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제 뉴코아/애경 백화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구의 경우 동아백화점에 이어 대구백화점도 폐점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가정이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온라인 유통은 판매 점포가 크게 필요 없다. Capex 부담이 현저히 작은 것이다. 국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등 총매출 규모 6조 원 내외 메이저 백화점 업체들의 유형자산 규모는 6조 원이 넘지만, 거래액 22조 원을 자랑하는 쿠팡의 유형자산은 2020년 기준 1조 원밖에 안된다. 그것도 대부분 물류센터 관련 자산이다. 오픈마켓 형태의 11번가나 위메프, 티몬의 경우는 이마저도 없다. 이베이코리아의 유형자산은 630억 (2018년 기준)밖에 안된다. 투자비를 회수할 게 별로 없는 것이다. 투자한 돈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기대수익률도 낮다.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아도 된다. ASP를 낮출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다.

 

아울러 고정비 부담이 작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1개 점포를 운영하려면 주차/진열/안내/계산 요원들을 포함하여 평균 300명 이상 고정인력이 투입된다. 그래서 이마트의 인건비는 1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은 이런 고정비 부담이 없다. 판매 상품에 대해 일괄 관리하는 종합몰이 아닌 오픈마켓의 경우는 콜센터도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이마트와 유사한 거래액 규모의 이베이코리아의 급여는 690억 원(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판관비가 적게 소요되므로 그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다.

 

p.83

브랜드 사업은 소비자의 기호와 트렌드를 파악하면서 제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게 핵심이지만, 유통 사업은 소비 패턴과 동선을 파악하면서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는 게 핵심 역량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브랜드와 유통 사업은 분리돼 있다.

 

p.85

직접촬영

 

 

p.88-89

모든 매크로 지표는 경우에 따라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부동산 가격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집값 부담이 커지니까 소비를 줄이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할 수 있지만, 한국의 전체 가계 자산의 75%가 부동산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은 소비에 긍정적이다. 특히 사치재 소비에 그렇다. 월급이 오르면 기념으로 삼겹살 회식을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백화점에서 명품을 산다. 백화점 소매 판매는 서울 아파트 가격 추이와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p.101

직접촬영

 

p.104

브랜드 업체 입장에서 홈쇼핑은 광고 채널이다. 반응이 좋으면 방송횟수가 늘어나게 되고, 판매수수료는 낮아지며, 다른 홈쇼핑에서도 방송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렇게 되는 브랜드는 일부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모두 마찬가지다. 유통 업체와 브랜드 업체(벤더) 간 판매수수료는 철저히 유통 업체들의 바잉 파워와 벤더들의 브랜드력 싸움의 결과다. 시장 원리에 의해 소수점 두 자리까지 판매수수료와 제반 제약조건이 형성되는 냉혹한 시장이다. 벤더들이 수익을 못 냈다면 홈쇼핑 갑질 때문이 아니라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바람직하다.

 

p.108~109

가맹본부 영업조직의 관성은 2016년에 신규 점포가 1,500개면 2017년에는 1,500개 이상이어야 했다. 과도한 점포 공급 증가로 2017년 점포당 매출은 6년 만에 역신장했다. 동일점 성장률 제고를 전제하지 않은 신규 점포 증가로 가맹점주의 부담과 불만이 커졌다. 단기간에 일어난 과도한 점포 순증은 2018년 최저임금 상승과 맞물려 가맹점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이는 신규 점포 저하로 나타났다. 동일점 성장률 제고 -> 신규 점포 수요 확대 -> 신규 점포 과다 공급 -> 동일점 성장률 하락 -> 신규 점포 수요 악화의 흐름은 수요/공급에 의한 경기변동과 유사하다.

 

p.122~124

롯데하이마트와 베스트바이는 2가지 근본적인 과제와 한계가 있었다.

 

첫째, 온오프라인 가격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다. 온라인 쇼핑은 오프라인과 달리 가격 비교가 즉시 가능하기 때누에 오프라인 쇼핑과 같은 점포별 가격 차이가 용인되기 어렵다. 롯데하이마트와 베스트바이와 같은 오프라인 중심 유통 업체들은 선택을 해야 헀다. 

 

1단계 - 온라인 판매를 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이다. 두 업체 모두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열었다.

 

2단계 - 온라인 판매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이어진다 선택은 쉽지 않다.

    1)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온라인 판매 가격을 기존 최저가 수준까지 내릴 경우, 오프라인 매장과 가격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 판매 실적이 훼손될 수 있다. 만일 오프라인 판매 가격까지 같이 내릴 경우 구조적인 마진 하락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2) 온라인 판매 가격을 오프라인 매장과 큰 차이 없이(아마도 친절한 설명이나 성능 시현을 감안하면 10% 정도는 용인될 수 있을 것이다.) 책정한다면 온라인 판매 실적은 부진할 게 자명하다. 허울뿐인 채널 전략이 된다.

 

3단계 - 매출과 수익률 보전을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다. 매출을 위해서는 온라인 판매 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가격을 내리고, 수량을 늘리면서 매출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훼손되지 않는 마진을 보전해야 하는가? 규모의 경제로 바잉 파워를 확대하면서 매입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판관비 절감을 위해 오프라인 점포 수 축소도 불가피해 보인다.

 

둘째, 마진에 대한 다른 유통 업태들과 입장 차이다. 롯데하이마트와 베스트바이는 가전만 취급하기 떄문에 반드시 가전에서 이익을 내야 한다. 반면에 홈쇼핑과 기타 온라인 채널들은 가전으로 이익을 굳이 낼 필요가 없다. 가전은 집객의 수단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가장 표준화된 카테고리이기 떄문에 가격에 대한 소비탄력성이 가장 크다. 가격만 낮추면 집객이 용이하다.

 

즉 가전으로 집객과 외형을 확보한 후에 벤더들에 대한 바잉 파워를 확대하면서 기타 생활용품 등으로 이익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반드시 가전에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롯데하이마트와 역마진도 감수하는 다른 온라인 유통 업체가 가격 경쟁을 하게 되면 롯데하이마트와 베스트바이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홈쇼핑은 물론 백화점, 대형마트도 마케팅 수단으로 가전 카테고리에 대한 제로마진 할인판매를 종종 사용해왔다.

 

2013년 이후 온라인 채널 침투 확대로 롯데하이마트와 베스트바이는 이와 같은 공통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2019년까지 두 업체의 실적과 주가는 대단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과연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p.127-129

베스트바이는 2018년 기준 소비자가전(CE) 및 생활가전 시장에서 아마존닷컴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21%)를 차지하고 있다. 베스트바이가 아마존닷컴의 위협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핵심 이유 가운데 하나로 2012년 CEO로 새로 부임한 휴버트 조로리의 역할을 꼽는다. 그는 부임 직후 'Renew Blue'라는 전략을 시행하였는데, 1) 가격 경쟁력 확보, 2)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3) 이커머스 대응력 확보, 4) 비용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우선 베스트바이는 '최저가보장 Price Match Guarantee' 프로그램 시행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당시 온라인 사업자들은 물리적 시설이 존재하는 주에 한해 판매세를 납부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사업자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2013년 최저가 보장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가격 경쟁력을 제고했다. 더 싼 가격을 제시한 사이트가 있으면 그 가격대로 제품을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2020년 연간 매출에서 온라인 채널 비중은 20% 정도인데, 2019년 미국 온라인 소매 판매 비중 11%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옴니채널을 위한 물류기지로 활용하여 이커머스 사업의 핵심 인프라로 탈바꿈시켰다. 온라인 주문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배송함으로써 물류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었고, 공급망 개선으로 최근에는 익일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매장 픽업/반품 제도를 시행하고 대체 픽업 장소 제공까지 서비스를 확대함으로써 옴니채널이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온라인 매출 중 매장 픽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2%까지 상승했고, 온라인 주문 반품의 90% 이상이 매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14년 이후 유럽 및 중국 시장 철수, 미국 내 저마진 점포 스크랩으로 점포 수를 2014년 1,779개에서 2020년 1,231개까지 30% 이상 줄였다. 점포 수 및 마케팅 축소 등 비용절감 노력으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총 21억 달러 규모의 비용을 절감했다. 그 결과 영업이익률이 2015년 2.7%에서 2020년 4.9%까지 상승했다. 반면에 매출 규모는 2014년 대비 7% 증가하면서 점포당 효율성을 제고시켰다.

 

p.130

아마존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성을 높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로 2004년에 미국과 캐나다 전 지역에서 출시한 'Geek Squad'가 있다. 괴짜(Geek)일 정도로 전자기기를 잘 아는 전문가 집단(Squad)이 제품 추천, 상담과 설치, 기술 지원, 수리까지 전담하는 서비스이다. 기능이 복잡하고 자주 업데이트되는 전자제품의 특성상 소비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구매 성향, 이력 등을 분석해 적합한 전자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해당 서비스 이용 시 제조사에게 개별적으로 수리를 맡길 필요가 없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 제조사에게 AS를 신청하면 1~2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2만여 명에 달하는 베스트바이의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다.

 

p.141

2008년 전체 백화점 매출 6%에 불과하던 명품 매출 비중이 2020년에는 30%에 이르게 되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백화점 업체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브랜드 소비가 확대되면 브랜드 서열이 매겨지게 되고 특정 브랜드들의 백화점 매출 비중이 상승하게 된다. 동시에 이들 브랜드의 대백화점 협상력이 높아지고 판매수수료는 낮아지게 된다. 이 시기 대형 브랜드들의 매출 증가는 백화점 업체 입장에서 보면 이익 증가와 집객효과 확대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저마진 상품 비중 상승으로 GPM 하락의 부정적인 측면도 피할 수 없다. 명품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신세계백화점의 GPM하락은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 해외 명품에 대한 국내 백화점 업체들의 판매수수료는 10% 초중반으로 알려져있으며, 이는 일반적인 국내 의류 업체 대비 20%p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이 격차가 브랜드력 차이라고 할 수 있다.

 

p.142

아직 한국의 명품 소비는 백화점이 중심을 이루지만 탈백화점의 가능성은 백화점 업체들로 하여금 판매수수료를 더욱 낮추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협상력으로 작용한다. 국내 역시 최근에 청담동 명품거리가 조금씩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결국 브랜드 소비의 확대는 소비자가 브랜드 쇼핑 채널이 백화점 중심에서 탈피하고, 유통 시장 헤게모니가 백화점에서 브랜드로 이전되는 것을 의미한다. 백화점 업체들은 브랜드 업체와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을 버러이고 있는데, 브랜드 소비가 확대될수록 점점 더 열위에 놓이게 된다. 온라인화로 해외직구 등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백화점 업체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화로 백화점에서 브랜드로 헤게모니 이동은 가속화되고 있다.

 

p.146-149

국내와 다른 나라 유통 시장의 차이점으로 다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국내 유통 시장은 자본이 집중되어 있다. 일본이나 미국은 백화점과 할인점, 슈퍼마켓 업종에서 별도의 시장 참여자들이 채널별 경쟁을 하고 있다. 일본 백화점은 미쓰코시와 이세탄이 상위에 있지만,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은 이온과 세븐엔아이홀딩스가 각각 대기업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 역시 백화점은 메이시스(Macy's)와 시어스(Sears), 할인점은 월마트(Walmart)와 코스트코가 독립적인 업체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채널은 소득수준과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1개의 채널만 갖고 있는 업체의 경우 경쟁사는 물론 타 채널과 경쟁을 감수해야 하므로 불확실성이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할인점 사업만 영위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옆으로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채널 측면에서는 백화점과 홈쇼핑 등과 경쟁해야 한다. 반면에 롯데쇼핑의 경우 백화점에서 할인점, 홈쇼핑, 편의점과 SSM(Super Supermarket, 기업형 슈퍼마켓)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통 채널을 다 보유하고 있어 채널 간 경쟁 위험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에도 범위만 차이가 있을 뿐 채널의 수평 계열화를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이다.

 

이러한 업체들은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전체 총매출에서 백화점 비중이 35%나 되고 할인점 역시 출발은 좀 늦었지만 롯데마트를 통해 시장 성장을 흡수하면서 2005년부터 외형 성장을 본격화했다. 홈쇼핑은 2006년 우리홈쇼핑 인수를 통해 사업화하면서 시장 성장을 향유하고 있다. 2015년 이후 편의점 시장이 호황일 때는 세븐일레븐이 부각되었다.

 

둘째, 국내 유통 업체들은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32개 점 가운데 24개 점포 부동산을 갖고 있다. 강남/중동/안산점은 최근 롯데리츠로 넘기기 전까지 자가 점포였다. 현대백화점은 15개 백화점 점포 가운데 최근 입점한 여의도 더현대와 디큐브점만 임차 점포다. 신세계는 총 11개 점포 가운데 6개가 임차 점포인데 대부분 계열사/그룹사 건물에 입점해 있어서 실질적인 임차 점포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는 점은 초기에는 많은 비용 부담이 있지만, 임차 기간 종료나 매각으로부터 자유로워서 사업 안정화 측면엥서 볼 때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아울러 경제성장 단계에서는 임차료 상승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자산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다.

 

2011년 북경 백화점 시장의 1/4을 차지하던 태평양백화점이 북경 1~2호점을 페점하면서 잠정 철수했는데, 가파르게 상승한 임차료 부담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화점 입점 업체로부터 수취하는 판매수수료 대비 임차료 상승률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수익 구조가 악화되었다. 반대로 저성장기에는 매출 부진에 따른 임차료 부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불경기 구간에서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여유가 된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백화점 수가 900개 줄었는데, 매출 부진 가운데 임차료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셋쨰, 한국 백화점은 수수료 베이스이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직매입 방식이 유용하지만 높은 재고부담으로 상품의 턴오버가 느릴 수 있다. 소비 트렌드에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유행의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는 오히려 리스크가 크다. 일본과 미국 백화점의 성장 둔화 혹은 쇠락의 원인 가운데 하나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다소 수익성은 떨어지더라도 재고 부담 없이 소비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판매수수료 방식의 백화점 경영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

 

p.150-151

직접촬영

 

백화점의 상품 유통 방식

 

백화점의 상품 유통방식은 재고와 매출의 인식에 따라 특정매입/직매입/임대갑/임대을 매출로 구분된다. 백화점 (관리) 매출의 70% 정도가 특정매입이다. 의류/잡화/가전/가구 등 대부분의 품목이 여기에 속한다. 입점 업체 매출의 일정 비율을 판매수수료로 수취한다. 판매수수료율은 입점 업체의 브랜드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매장에서 발생하는 판매액 전부가 관리매출과 총매출에는 그대로 계상되지만, 순매출에는 판매수수료만 잡힌다. 일반적으로 관리매출의 25% 내외 수준이다.

 

임대을 형태는 일정 수준의 고정 임대료와 함께 매출의 일정 비율을 판매수수료로 수취한다. 그래서 판매수수료율이 특정매입 방식에 비해 상당히 낮다. 일반적으로 해외명품/남성복 등 일부 브랜드들이다. 해외 명품의 경우 브랜드력에 따라 매출의 10% 이내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명품 비중이 높아질수록 관리매출 대비 총매출과 순매출 비중이 하락한다. 특정매입과 임대을 방식은 모두 재고 부담이 입점 업체에 있다.

 

임대갑은 입점 업체가 보증금을 백화점에 지불하고, 매월 고정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꽃집/서점/치과/네일아트 같은 데가 여기에 속한다. 백화점에 식당이 많은데 일반적으로 지하 식당들은 임대을 방식이지만, 9~10층 고급 식당들은 임대갑 방식이 많다. 임대갑 방식 매장들의 매출은 실질적으로 백화점 사업과 무고나하기 때문에 관리 매출에 들어가지 않는다. 총매출, 순매출에는 임대료만 계상된다.

 

직매입의 가장 큰 특징은 유통 업체가 직접 재고 부담을 진다는 점이다. 신세계의 분더샵 같은 백화점이 직접 운영하는 편집숍과 식품관이 대표적이다. 직매입 매출 비중은 3~5%에 그친다. 직매입은 관리매출과, 총매출, 순매출이 같다.

 

백화점 매출 기준은 관리매출과 총매출과 순매출로 나뉜다. 관리매출은 임대갑을 제외한 모든 유형의 매출을 전체 규모로 삼고, 순매출은 직매입 매출만 전체 매출에 반영하고, 나머지 특정매입/임대갑/임대을 방식 매출은 임대료와 판매수수료만 매출로 계상한다. 따라서 매출의 규모는 관리매출 > 총매출 > 순매출이 된다.

 

p.153

직접촬영

p.180

신선식품은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점포가 없으면 재고 소진이 어렵다. 온라인에서는 신선도가 떨어지면 할인을 해도 판매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이 없으면 2~3일 내에 팔 수 있는 재고만 한정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매출 측면에서 카테고리 다양성과 매출 규모를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쿠팡과 마켓컬리 신선식품 매출 규모가 충분히 올라오기 힘든 이유다. 오프라인 매장은 할인판매로 효과적인 재고 소진 공간이 될 수 있으며,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전략은 고객의 편의성과 신뢰성을 높이면서 집객과 로열티를 제고시킬 수 있다.

 

p.186-187

결론적으로 대형마트는 식품 온라인으로 가고 있다. 다른 공산품 온라인과 달리 식품 온라인 사업은 카테고리 특성상 여러 추가적인 인프라가 필요하고, Capex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중소기업이 들어오기에는 자본이 너무 많이 필요하고, 해외기업이 들어오기에는 소싱 네트워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과거 오프라인 백화점의 진입장벽과 유사하다. 규모의 경제 효과 달성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형마트 오프라인 점포의 비효율성은 피할 수 없는 부담이다. 결국 대형마트 시장은 식품 온라인 사업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패권이 달라지고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고정비 부담 때문에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있지만,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를 오히려 늘리고 있다. 경쟁사 폐점 효과로 기존점 성장률이 높아지고 있고, PP센터 확대로 온라인 Capa 부족과 오프라인 점포 비효율화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시장점유율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한 가지 남은 문제는 쿠팡과 같은 온라인 유통 대기업이 얼마나 식품 온라인에 비중을 두고 신규 투자를 할 것이냐는 점이다.

 

p.192-193

2010년 초반까지 한국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산업 구조 재편 시도가 없었던 이유 역시 워낙 시장이 파편화돼 있었기 떄문인 듯하다. 2~3개 업체가 합쳐진다고 하더라도 절대적 시장점유율과는 거리가 있었고, 온라인 유통 채널에 대한 기대와 역할 또한 업체별로 천차만별이었다. 11번가는 빅데이터, 네이버쇼핑은 검색 카테고리 확대, 홈쇼핑 업체들은 TV 홈쇼핑 상품의 판매 경로 확장이 목표였다. 무엇보다 대기업 입장에서 볼 때 시장 재편을 위해서는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돈을 써야 하는데, 확신이 서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각 업체별로 본 사업에서 현금흐름이 양호했고, 온라인 유통을 확대하면 오히려 오프라인과 TV 홈쇼핑 등 기존 인프라에 훼손이 불가피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암묵적 카르텔의 장벽에 금을 내기 시작한 것이 쿠팡이다. 2013년 이후 모바일을 중심으로 온라인 유통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는데, 쿠팡이 유통 대기업들 입장에서 이전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역마진 MS확대 전략을 펼친 것이다. 자본 조달에는 자신 있었던 대기업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11번가, G마켓, 홈쇼핑 업체들까지 돌아가면서 막대한 현금을 마케팅비로 쏟아 부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재무구조만 나빠졌다. 2014년 쿠팡의 영업적자는 1,220억 원에서 2017년 6,390억 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p.200-202

네이버쇼핑의 고객 Lock-In 장치는 네이버금융이 될 가능성이 크다. 100만 원을 미리 예치하고 쇼핑하면 연간 3%가 적립된다. 은행예금 이자율이 1%도 안 되고, 카드사들도 적립 혜택을 크게 줄이는 상황에서 3% 적립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 3%는 벤더들로부터 수취하는 판매수수료가 재원이다. 다른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구조적으로 이런 페이백을 제공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오픈마켓 업체들은 10~15% 판매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하는데, 벤더들로부터 이 돈을 받아 인건비와 마케팅비 등 비용을 집행하고 남은 돈을 영업이익으로 취한다. 그런데 온라인 유통 시장의 경쟁 심화로 대부분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네이버쇼핑처럼 고객들에게 3% 페이백을 해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실 네이버는 오래전부터 벤더들이나 숍인숍 업체들로부터 받은 판매수수료의 일부분을 접객을 위해 고객들에게 페이백해주고 있었고, 광고 마케팅 수입으로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네이버쇼핑의 규모가 증가하면서 좀 더 확실하고 많은 혜택을 고객에게 줄 수 있게 되었고, 마케팅 포인트로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네이버쇼핑이 벤더들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율은 평균 5%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오픈마켓 대비 상당히 낮다. 일반적으로 오픈마켓이 10% 내외, 대형마트가 25%, 백화점과 홈쇼핑은 30%를 넘을 때도 있다. 벤더들 입장에서는 네이버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 낮은 판매수수료를 받아서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페이백해 주니, 판매자와 고객이 모두 만족스런 유통 플랫폼이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사업구조가 성립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네이버의 주 수익원이 유통 판매수수료가 아니라 광고 마케팅 수익이기 때문이다. 유통 판매수수료를 마케팅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유는 감히 다른 경쟁사들이 따라갈 수 없는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러한 고객 Lock-In 정책을 통해 소비자들은 네이버쇼핑을 고집하게 되고, 막강한 집객력 땜누에 어쩔 수 없이 11번가와 G마켓 같은 오픈마켓부터 쓱닷컴과 쿠팡과 같은 종합몰까지 모두 네이버쇼핑에 숍인숍으로 입점하게 되는 것이다.

 

p.221~222

마켓컬리의 제품 소싱은 일반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마켓컬리의 가장 큰 차별화는 새벽배송인데, 새벽배송은 사실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 신선식품을 장기간 저장해놓을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재고를 짧게 가져가야 한다. 즉 어차피 상품이 상하기 전에 빨리 판매/배송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 핸디캡을 오히려 '새벽배송'이라는 마케팅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사실 유통 대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쿠팡은 이미 '쿠팡와우'로, 이마트도 '쓱배송 굿모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품 온라인의 진입장벽은 소싱 네트워크와 물류 인프라이지 '배송시간'이 아니다. 이마트가 마켓컬리를 인수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마트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사업을 굳이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쓱닷컴이 네오센터를 통해 처리하는 물량이 하루 8만 건인데 이 중 2만 건가량이 새벽배송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마켓컬리의 매출 규모가 충분히 커져서 흑자전환하더라도 PSR 멀티플 방식의 높은 벨류에이션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질적인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차별적인 '상품'이 아니라 차별적인 '시간대'를 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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