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투자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

by Diligejy 2023. 7. 5.

 

p.32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기업 IR 자료를 읽든 직접 연락해서 소통하든 기업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기업 관점에서 IR이 존재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IR이 존재하는 이유는 예비 혹은 기존 투자자와의 관계를 관리하고 기대 주가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도록(기업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가끔은 이 '충분한' 정보가 기업에 '유리한' 정보인 경우도 있다. 기업 IR이 알리고 싶어 하는 정보와 투자자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는 당연히 다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보 왜곡이나 의도적 누락 또는 축약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투명성 제고를 위해 미국 주식시장은 자정활동이 상당히 효율적으로 이뤄지지만 이를 감지하고 분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투자자의 몫이다.

 

p.34

 

p.39-40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재무 분석, 다시 말해 기업의 현재 재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성장 요인과 여러 변수를 가정해 미래 손익을 추정하는 작업이 어려운 이유는 기업이 보고한 숫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흔히들 재무제표의 '행간을 읽는다'고 한다. 가령 해당 기업이 특정 비용을 예외로 간주해 누락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도적으로 제외한 요소는 없는지, 경영진이 말하는 계속사업이익은 정말 지속가능한지, 재무상태표에 숨은 부채나 자산은 없는지 등 합리적인 의심요소는 수없이 많다.

 

특별손익(Extraordinary Gains/Losses), 일회성 비용(One-time Expenses; Non-recurring Charges)같은 용어가 보이면 그 항목의 자금흐름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회계기준(미국은 GAAP, 해외기업은 IFRS)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경영진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고 특정 비용을 잘 포장해 재무제표상의 숫자를 크게 왜곡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참고로 이건 장부를 조작해 의도적으로 특정 수치를 숨기고 왜곡하는 '분식회계'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법이 지켜줄 수 없으므로 투자자에게는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배움이 필요하다. 다행히 미국 주식시장은 투자자가 보호받기 쉬운 구조다. 경영자와 외부 이해관계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은 기본적으로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그 불균형 현상을 최소화한 곳이 바로 미국 주식시장이다.

 

p.51-52

S-1/A에서 'A'는 개정(Amendment)의 약자로 S-1 첫 공시 이후 추가, 수정한 내용을 포함한 업데이트 버전으로 이해하면 쉽다. 보통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치는데 이 모든 과정을 전부 공시하므로 가장 최근 날짜의 개정 버전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p.55-56

사실 S-1처럼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공시의 경우 개괄적인 내용이 담긴 '오퍼링 - The Offering'섹션만 읽어도 큰 도움이 된다. 발행 주식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과 기업 소개, 사업 모델, 성장 관련 정성적 내용이 잘 요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세 가지 항목은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IPO 개괄 (The Offering)

- 이 섹션에서는 IPO를 하면서 발행하는 주식과 자금조달 자체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자. 조달한 자금의 사용 목적과 용도(Use of Proceeds), 배당정책(Dividend Policy), IPO 전후를 비교하는 기업의 캡 테이블(Capialization Table의 약자로 IPO 같은 투자, 자금조달에 따른 기업의 자본금 변화와 지분관계를 나타내는 표), 주가 희석(Dilution) 내용 정도는 확인하는 것이 좋다.

 

회사 재무상황과 사업실적에 관한 경영진 의견과 분석 (MD&A, Management's DIscussion and Analysis of Financial Condition and Result of Operation)

- 여기서 설명된 리스크 요인을 집중해서 읽어보자. 경영진이 직접 밝히는 기업의 리스크,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정보가 담겨 있다. S-1이 의무 공시인 동시에 투자자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홍보자료이기 때문에 산업 전망과 성장성에 대해 최대한 긍정적으로 쓰지만, 경영진도 외면할 수 없는 사업 본질적인 리스크 역시 설명되어 있다.

 

연결재무제표(Consolidated Financial Operating Data)

- 과거 실적들의 '행간을 읽는' 재무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상장 이후 탄탄한 실적과 자본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성장 가도를 달리는 기업이 될 것인지, 밸류에이션 버블이 꺼지고 하락세를 지속하는 초라한 기업이 될 것인지가 보인다.

 

p.58

IPO 유상 증자 등의 주식 발행 시에 봐야 하는 공시 Form424B 시리즈

 

Form 424B1

- 기존 공시 및 사업보고서(Initial Prospectus, Preliminary Prostpectus)에 나와있지 않은 (생략 또는 누락된) 새로운 정보가 있는 경우 공시되는 보고서

 

Form 424B2

- 새로운 증권 발행(신주 발행 또는 채권 발행) 시 해당 증권의 발행 가격 및 방법에 대한 정보 공시 보고서(유상증자가 아니라 공개시장에서 최초로 주식을 발행할 때)

 

Form 424B3

- 기존 공시 및 사업 보고서에 나온 내용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때 정정 보고서

 

Form 424B4

- IPO 시 S-1과 함께 공시되며, 최종적인 증권 발행의 가격 및 투자금 배분 조달 방식(Distribution of Securities)에 대한 정보를 담은 최종 공시(Final Prospectus)

 

p.58-59

투자자가 S-1을 비롯한 모든 공시 자료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파악해야 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주가를 움직이는 키는 기업의 재무 회계적인 부분이 아니라 수익 모델에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이 어떻게 매출을 올리고 비용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로빈후드가 시작한 제로 커미션(Zero-Commission)증권 거래는 수십년간 TD 아메리트레이드(TD Ameritrade), 찰스 슈왑(Charles Schwab), 뱅가드(Vangard) 등 전통적인 브로커리지 플랫폼들의 재정적 기반이 되어주었던 수수료 수익을 없앰으로써 월가의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그렇다면 증권 브로커는 어떻게 수익을 내는 것일까?

 

로빈후드의 공시에서 재무제표와 MD&A 내용을 조금만 훑어봐도 매출의 주를 이루고 자주 등장하는 '거래 기반 매출(Transaction Based Revenue)'라는 수치를 볼 수 있다. 이것이 로빈후드의 주요 수익 모델이다. 또한 로빈후드는 IPO를 기점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일평균 거래량(DART; Daily Average Revenue Trades)이라는 새로운 수익 지표를 발표했다.

 

"We define 'daily average revenue trades' as the total number of revenue generating trades executed during a given period divided by the number of trading days in that period." (S-1/A2, p.144, 2021.07.27)

 

원래 DART 지표는 브로커 플랫폼 기업들이 거래 수수료 수익을 발생시킨 일평균거래량을 의미했지만 로빈후드에 의해 수수료가 없는 거래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가 확대되었다.

 

이런 식으로 기업의 수익 모델 드라이버의 주요 밸류에이션 지표 및 경쟁사와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운영지표는 확인해주는 편이 좋다. 매 분기 실적 발표 시 애널리스트들이 주시하는 수치이기도 하고 투자자들이 눈여겨보는 실적 지표인 만큼 그 수치의 변동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p.61-62

로빈후드의 급성장 비결은 결국 수익구조의 모태가 된 PFOF 모델 덕분이다 PFOF(Payment For Order Flow)는 로빈후드 고객의 매수 매도 주문 실행을 시타델 시큐리티즈나 버츄 파이낸셜 등 마켓메이커에게 거래 주문을 넘기는 데서 발생하는 수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유저가 구글 주식을 매수하면, 로빈후드가 해당 주문을 시타델 시큐리티즈 등에 넘기고 그 대가로 받는 수수료가 PFOF인 것이다.

 

로빈후드 유저는 다른 증권 매매 플랫폼보다 훨씬 용이하게 그리고 별다른 조건이나 제한 없이 주식 외 상품들을 거래할 수 있고, 이것은 로빈후드의 폭발적인 성장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로빈후드는 주로 기관이나 적격 투자자 영역이었던 옵션, 레버리지 상품, 마진 거래 등의 고위험 상품 거래를 클릭 한 번으로 완료할 수 있게 했다(스크린에 팡파르도 터진다). 비트코인 등 크립토 현물이나 단주도 쉽게 살 수 있는 앱 구조로 개인투자자를 끌여들여 폭발적인 거래량에 일조하기도 했다.

 

로빈후드가 길을 터놓은 이후 다른 경쟁사들 역시 주식시장 변동성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긴 하다. TD 아메리트레이드의 주문(Order Flow) 수익은 1분기 2억 200만 달러에서 2분기 3억 2,400만 달러로 급증했으며, 이트레이드(E-trade) 역시 1분기 약 8,000만 달러에서 2분기 1억 1,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p.64-65

아래 재무제표에서 볼 수 있듯, 기업은 조정 영업이익(Adjusted EBITDA)을 계산하는데, 정상적인 사업 외에 일회성 수익과 비용을 조정해서 영업이익을 나타내기 위함이다(참고로 'normalized' 혹은 'recurring'이라는 단어가 붙는 수치들 역시 같은 의미다).

투자자로서 자각할 점은 이렇게 '영업외비용'으로 분류된 법무비용이 진정 '일회성'비용인지, 즉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미치지 않는 단발성 이벤트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로빈후드의 경우 시장을 새로운 방법과 모델로 개척해나가는 '룰 브레이커'로서 SEC와는 수없는 마찰이 예상되기에 일회성 비용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주식에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 요인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종류의 SEC 벌금형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제재가 예상된다면, 기업의 손익뿐만 아니라 사업의 지속성에도 위협이 되는 큰 리스크로서 주가에 반드시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S-1 공시에서 '사업 리스크'의 내용만 78페이지에 달하는데, 그 이후로도 계속 강조되는 사업 리스크의 대부분은 PFOF 관련 규제적 리스크와 크립토 거래량에 크게 의존하는 매출에 의한(크립토의 주문흐름에 대한 수익은 따로 'Transaction Rebate'라고 한다) 크립토 가격 변동성으로부터 오는 리스크다. PFOF 기반 매출 자체도 주식 거래보다는 옵션과 크립토 거래에서 오는 매출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투자 성향 전환에 대한 리스크도 있다.

 

p.68-70

10-K는 SEC 규정상 기업의 회계연도가 끝나면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SEC 제출 서류다. 이것은 한국어로 뭐라 딱히 번역할 방법이 없다. 말 그대로 10-K다. 1년에 한 번 제출하는 사업 보고 내용이 담긴 공시라 편의상 '연간 보고서'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정확한 명칭은 원문 그대로 10-K가 맞다(간혹 기업에 따라 10-K와 애뉴얼 리포트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의미로 쓰는 경우도 있다).

 

애뉴얼 리포트 역시 매 회계연도 끝에 기업에서 공시하는 사업 보고서지만  SEC에 제출하는 용도가 아니며 투자자에게 배포하는 간단한 형식이다. 그래서 흔히 10-K와 애뉴얼 리포트를 같은 공시 자료로 여기거나 명칭이 다를 뿐 내용은 같다고 착각하지만 엄연히 다른 보고서다. 애뉴얼 리포트를 읽고 10-K를 봤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애뉴얼 리포트는 주로 차트나 참고자료(Exhibits)가 많이 담긴 일종의 기업 홍보물 형태의 사업보고서이고 10-K는 SEC 제출용 문서로 훨씬 방대한 양의 내용을 담은 연간 보고서다. 10-K는 반드시 제출해야하는 보고서지만 애뉴얼 리포트는 규제가 따로 없기 때문에 간혹 커버페이지만 바꾸고 나머지는 10-K 제출 서류를 그대로 붙여 애뉴얼 리포트용으로 만드는 기업도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