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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생존기 - 세계 최고의 기업은 어떻게 위기에 더 성장하는가

by Diligejy 2024. 2. 9.

 

빌 애크먼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이 책은 코로나 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엿볼 수 있는 역사자료 같은 책이다. 마치 2008년 위기 상황을 추적하는 책이 있듯, 이 책 또한 역사적인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그리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고, 어떤 상황을 맞았는지 추적해 나간다. 

 

그렇기에 책 제목은 그리 적절한 제목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만 보면 마치 경영전략서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한다보다도 어떤 상황이었다라는 사실 묘사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리 먼 옛날 이야기는 아니기에, 책을 읽다보면 시간대가 나올 떄마다 이때 나는 어떤 걸 하고 있었고, 정부 정책은 어떠했는지 회상을 하며 읽었다.

 

 

 

p.80~81

2015년에 델타 항공은 중국 내 기반을 강화하고 정부에 자사의 의도를 증명하기 위하여 중국의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차이나 이스턴의 지분을 약간 매입하기 위하여 4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하인스타인은 너무 빠른 조치 때문에 중국 내에서 델타 항공의 계획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었다. 또한 바이러스의 위세가 생각보다 약할 수도 있었다. 미국 정부가 항공 스케쥴을 취소하도록 명령한다면 따르면 되지만, 델타 항공사가 자발적으로 모든 항공 스케쥴을 취소한다면 중국 내 입지를 강화할 때 승인을 받아야 할 관리들의 눈길이 곱지 않을 것이다. 하인스타인은 바스티안에게 모든 가정을 고려하도록 부드럽게 권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중국행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나요?" 바스티안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물었다. 승객들은 국제선으로 여행하는 위험에 대한 가치를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델타 항공의 조종사들과 승무원들에게는 이동을 거부할 선택권이 없었다. 게다가 바스티안은 정부가 항공사에게 중국으로 가는 항공기를 취소하도록 명령한다면, 남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티브 시어는 마침 술잔을 들고 주위를 배회하던 페리 칸타루티에게 "지금 델타 항공의 중국 스케줄이 전면 취소된 것 같다"고 말했고, 칸타루티는 어리둥절했다.

 

그의 결정은 며칠 후 발표되었고, 유나이티드 항공과 아메리칸 항공 모두 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미국의 3대 항공사들이 모두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은 당시의 두려움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경쟁사가 물러났을 때를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을 상황이 아니었다.

 

p.89

와츠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전역에서의 대응을 위해 힐튼 경영자들로 구성된 위기 대책반을 조직했다. 중국의 국영 매체가 발표하는 확진자 정보는 믿을 수 없었다. 그보다 얼마나 신속하게 비즈니스가 증발해 버리는지 추측하기 위해서 국제 항공기 스케쥴의 취소 상황을 확인하고, 지방정부에 의하여 폐쇄된 수십 개의 호텔을 확인하는 편이 더욱 확실한 데이터를 제공했다.

 

p.137

상업용 어음, MMF, 환매조건부채권(repos) 등 세 가지 금융시장은 금융 경색을 알리는 조기 신호로 여겨진다. 광산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 시장은 단기 차입과 관련이 있으며, 종종 투자자들의 실시간 감정을 반영하고, 더 중요한 시장의 움직임을 예고한다.

 

p.138

역사적으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다른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개인 소비자의 주택담보대출부터 기업 대출까지 모든 대출의 기준이 되는 단일 기준 금리를 설정한다. 그런데 2008년에 역사상 최초로 금리를 제로까지 낮춰야 하는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0에서 0.25%까지로 금리의 범위를 설정했다. 경기가 회복한 이후, 연방준비제도는 해당 기준금리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범위를 유지했다.

 

p.146~147

힐튼은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기업에 속했지만, 실제로는 많은 호텔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2007년에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나세타는 10년 전 메리어트가 그랬듯이 단순한 브랜딩과 소유자에 대한 서비스를 강조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간단히 말해 물리적인 건물을 소유하는 부담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고, 그들에게 디자인이나 개발 및 경우에 따라 관리를 제공하면서 안정적인 수수료를 받았다. 메리어트는 1996년에 호텔 자산의 일부를 호스트라는 회사로 분할했고(나세타는 한때 호스트를 경영했다), 2011년에는 타임쉐어 사업(이용 기간에 맞는 오너십을 구매하면 지정된 리조트와 체인 리조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 역자 주)에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이 방식은 회사의 자본을 새로운 브랜드와 이니셔티브에 재투자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월스트리트의 환영을 받았다.

 

2017년에 힐튼은 자사 호텔 중 절반을 파크 리조트(Park Resorts)라는 새로운 기업으로 분할했다. 휴가 예약과 타임쉐어 사업은 46개의 리조트를 가지고 있으면서 포인트 기반의 리워드를 제공하는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즈(Hilton Grand Vacations)라는 새로운 기업으로 변경되었다. 여러 면에서 변화된 힐튼은 이제 부동산 회사가 아니었다. 나세타의 말에 의하면 힐튼은 소비자 경험의 제공자였으며, 부동산을 소유하는 위험(막대한 대출, 지역 정부 관계자의 간섭, 물이 새는 수도꼭지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자신의 브랜드, 객실 예약 소프트웨어, 심지어 자체 키 카드 기술의 사용을 통해 안정적인 수수료를 받았다. 

 

월스트리트 용어로 일종의 '자산 경량화'였다. 힐튼은 월도프 아스토리아와 더블트리를 포함한 18개의 브랜드로 운영되는 호텔들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투자회사로부터 수익의 일부(8%부터 최대 20%까지)를 받아 돈을 벌었다. 평균적으로 힐튼이 벌어들이는 돈은 약 2,500만 달러였고, 그 중 2,000만 달러를 고정경비, 급여, 기타 운영에 지출했다.

 

그런데 이제 힐튼의 수익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금, 공과금, 수천 명 직원들의 급여, 그리고 자체적으로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60여 개 호텔의 유지비와 직원들의 급여 등 고정비를 지출해야 했다.

 

p.163~164

신용부도스와프는 금융계의 보험과 비슷하다고 회자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그들이 보호하려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다시 말해 채무자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지 않더라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부도스와프는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만 있어도 그 자체로 돈을 벌 수 있는 금융 투자 상품이었다. 내재된 채무, 이 경우 회사채의 가치가 하락하면 신용부도스와프를 팔아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퍼싱 스퀘어가 배팅해서 돈을 벌려면 시장이 공포에 질리기만 하면 되었다.

 

투자자들이 기업에 빚을 갚을 돈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게 되면서 회사채 가격은 급락했다. 금융 서비스 기업인 블룸버그와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제공하는 회사채 기준 지수는 3월 초 최고를 기록했으나, 3월 20일이 되자 15%나 하락했다. 퍼싱 스퀘어의 투자는 장부상 2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되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기뻐할 만한 막대한 수익이었다. 하지만 신용부도스와프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동안, 퍼싱 스퀘어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애크먼의 주식 포트폴리오는 4분의 1 이상의 가치를 잃고 말았다.

 

3월 첫 번째 금요일이 되자, 신용부도스와프는 퍼싱 스퀘어 자산의 40%를 차지하게 되었다. 완전히 균형이 깨진 포트폴리오가 된 것이다. 게다가 연방준비제도는 회사채를 보증하여 가격을 안정시키고,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회사채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안정을 위해 개입하려고 했다. 연방준비제도가 어떤 조치를 취하든 회사채 가격은 반등할 것이고, 퍼싱 스퀘어가 보유하고 있는 20억 달러가 넘는 장부상 이익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될 위기였다. 3월 6일, 단 하루 만에 퍼싱 스퀘어의 신용부도스와프의 장부 가치는 8억 달러나 하락했다. 여전히 상당한 수익이었지만, 불안정하다고 판단한 애크먼은 트레이더들에게 매도 포지션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p.166

역사는 탈레브의 블랙스완 이론에 대한 설명에 네 번째 기준을 추가할지도 모른다. 운과 배짱을 가지고 이후에는 당연하게 여겨지게 될 사건을 미리 예측한 사람들은 매우 드물지만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 수 있다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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