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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기자의 글쓰기

by Diligejy 2016. 12. 1.

p.18

글은 글자로 옮긴 말이다.

다시 말해서, 말을 기록하면 글이 된다. 기록된 말이 바로 글이다. 더도 덜도 아니다.


p.19~20

철칙 1

글은 쉬워야 한다.

하나 더.

여백을 제외하고 '1장'이라는 글자부터 

여기까지 나온 962개 글자 가운데

'의'와 '것'은 

한 번도 없었다.


거짓말이라고? 찬찬히 다시 읽어보라.


p.25

짤막짤막한 단문(短文)으로 문장을 쓰면 좋은 일이 두 가지 생긴다.

첫째, 문장이 복잡하지 않아서 문법적으로 틀릴 일이 별로 없다.

두 번째, 독자가 읽을 때 속도감이 생긴다. 리드미컬한 독서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p.26

철칙 2 

문장은 짧아야 한다.


p.35

철칙 3

글은 팩트(Fact)다.

주장은 팩트, 사실로 포장해야 한다.


p.77

글은 문장으로 주장 또는 팩트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좋은 글은 리듬 있는 문장으로 팩트를 전달한다.

리듬 있는 문장은 입말이다.


p.79

구체적일수록 그럴듯하다.


'옛날옛날'이 아니라 '서기 1821년 6월 7일에'라고 쓴다.

'두 시쯤'이 아니라 '2시 11분'이라고 쓴다.

'강원도 두메산골'이라고 쓰지 말고 '1993년에 전기가 들어온 강원도 화천군 파로호변 비수구미마을'이라고 쓴다.

'20대 청년'이 아니라 '스물다섯 살 먹은 키 큰 대학 졸업생 김수미'라고 쓴다.


p.92~93

'절대로' 사비유는 쓰지 않는다. 사비유가 인용된 문장을 읽는 순간, 독자는 그 이후 문장을 읽기 싫어진다. 수식어 없이 단문으로 속도감 있게 달려가던 글이 고무줄 끊기듯 끊어지고 긴장감이 실종된다.


'~해서 화제다' : 신문기자들이 많이 쓰는 죽은 표현이다. 진짜 화제라면 ~해서 화제라고 안 해도 화제가 된다. '뭐뭐해서 화제'라고 적힌 글을 읽는 순간 독자들은 화제라고 생각하라고 강요당하게 된다. '강아지가 고양이를 물었다'와 '강아지가 고양이를 물어서 화제다'는 어감이 다르다. 화제가 되는 사실이라면 ~해서 화제다, 라고 쓰지 않아도 화제가 된다.


'불 보듯 뻔하다' :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불 보듯 뻔하다'라는 표현을 배웠다. '뻔하다'는 문장을 보면 '불 보듯 뻔하다'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생각이 날 정도로 이 표현은 진부하고 지겹다.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사건이나 에피소드라면 필자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하지 않아도 독자는 감동을 받게 돼 있다. 그러니 쓰지 않는다. 글자가 아깝다


'~해서 감회가 새롭다' '~해서 상기된 표정이다' : 필요 없다. 감회가 새롭게 된 이유를 설명하라. 그리고 상기된 표정이 될 때까지 벌어진 일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라. 그러면 독자는 그 뒤에 감회가 새롭고, 상기된 표정으로 된 주인공을 상상하게 된다.


'~해서 진땀을 흘렸다' '~해서 눈길을 끌었다' : 마찬가지다. 진땀을 흘릴 정도로 곤혹스러웠던 상황을 묘사하면 저절로 진땀이 나게 돼 있다. 역시 눈길 끌 만한 상황을 묘사해주면 굳이 눈길을 끌었다고 주장하지 않아도 눈길을 끌게 돼 있다.


가장 불필요한 말, '한편' : 한편이라고 말하는 순간에 나는 '본인은'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한편과 본인은 권위적인 단어다.


p.97

팩트가 해야 할 역할이 설득이다. 설계가 되지 않은 글, 팩트가 모자라는 글은 대개 그런 설득을 하지 못한다. 대신 주장에 몰입해 있다. 뒷받침해줄 팩트가 없는 주장은 독자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주장들이다. 상식적인 독자라면 바른생활이나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당위적인 주장은 다 알고 있다.


p.99

펜이 됐든 키보드가 됐든,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진짜 글쓰기가 시작된다. 

글을 쓰고 30분 있다가 다시 읽어라. 금방 읽지 말자. 이때까지 쓴 글을 던져두고, 담배를 피우든 차를 마시든 운동을 하든, 친구와 수다를 떨든 최소한 30분 정도 있다가 다시 글을 읽어본다. 갑자기 글이 보이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던 글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자기가 쓴 글이 객관화되면서 안 보이던 게 보이고 없었던 것이 다시 생각난다. 금방 다시 읽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읽을 때는 반드시 소리 내서 읽는다. 리듬을 찾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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