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

p.30

시간순으로 열거하는 대신 앵글을 잡고 이에 따라 플롯을 짜서 소재를 전개하라. 이 같은 작성 지침은 입시용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도 유효하다.

p.39

앵글은 남다르게 보는 데서 나온다. 남다르게 보는 시각은 허울과 명성보다는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서 나올 때가 있다.

p.45

유네스코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를 줄여 만든 기구 이름이라는 것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안다. 그러나 유네스코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적다. 유네스코가 국제사회와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권위를 인정받게 된 것은 세계유산을 선정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세계유산이야말로 유네스코가 얼마나 전시적으로 일을 하며 내실이 없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을 선정할 뿐, 선정된 세계유산을 보전하는 데 관여하지 않는다. 그럴 재원도 없고 인원도 없다. 게다가 애초에 아무런 기준이나 제한 없이 세계유산을 선정하기 시작한 이래 이 무원칙을 유지하다 보니 세계유산이 너무 흔해지는 결과가 빚어졌다. 이제 세계유산이 너무 많아졌다. 아마 유네스코에서도 세계유산을 다 열거할 수 있는 직원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나라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선정에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p.57~58

아는 만큼 보인다. 영화 <암살>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은 많은 이야기를 내포한다. 거사를 앞두고 기념사진을 찍느냐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백범 방식인가 약산 방식인가에 따라 갈린다. 기념사진은 체포와 처형을 전제로 한 의식이다. 목표를 타격한 뒤 살아서 돌아오는 작전을 수행할 때에는 사진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전자는 백범의 방식이었고 후자는 약산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