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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만한글

“어떤 질병도 100% 개인의 탓은 아니다”

by Diligejy 2017. 9. 19.
공부와 성찰이 가득한 인터뷰

이 분의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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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들이 사회적으로 연결되어야 건강하다’는 말이 책에 나온다. 그러나 가족이나 회사가 개인들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또 한국은 1인가구가 가장 많은 사회가 됐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사회적 관계망은 위기상황에서 나를 지지해주고, 지원해주고, 위안이 되고, 자원이 되는데, 어떤 관계망은 폭력이 발생하고 지나친 간섭이 발생한다. 전자를 늘여나가고 후자를 줄여나가야 한다. 사회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는 관계망을 늘려가는 것이 핵심이다. 1인가구 문제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하나의 사안을 긍정-부정, 찬성-반대로 나누는 것은 위험하다. 1인가구로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있고, 장점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보다 더 잘 질문할 것인가, 어떻게 더 도움이 되도록 질문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하나 말씀드리겠다. ‘동성애 전환치료’란 것이 있다. 전문가들은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기에 치료가 필요 없고, 전환치료라고 하는 것은 현재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커뮤니티 자체가 극우보수기독교 기반인 사람은 동성애자로 사는 게 너무나 괴로울 수 있다. 동성애를 부정하는 커뮤니티를 바꾸어낼 수 없을 때, 그 동성애자가 어떻게 해야 덜 상처받고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답을 해야 한다. 삶은 복잡하다.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토론이 필요하다.”

2.
“매일 생명을 위협받는 노동자에게 ‘담배를 피우면 10년 뒤 폐암에 걸릴 수 있으니 금연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모든 인간의 삶과 행동과 의지와 판단은 다 맥락이 있고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오늘 죽을 수도 있는 환경에서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흡연하면 10~15년 뒤에 폐암에 걸린다고, 담배피지 말라’고 얘기할 수 있나. 먹히지도 않을 뿐더러 공동체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일 수도 있다. 개인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에 대해서는 너무 무심하다는 것이다. 흡연 발생의 맥락을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콜센터에서 여성직원 뽑을 때는 흡연하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 이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힘들고 그러니 이를 분출해야 하는데 중독으로 인한 효과이기는 하지만 담배만큼 짧고 효과적인 것이 없다. 커피를 먹으면 화장실을 가야 하니까. 그래서 여성직원 많은 콜센터는 흡연장도 가까이 있다. 이러면 사업주도 이득이고 담배 판매자도 이득이다. 피해를 입는 건 여성의 몸 뿐이다. 이런 맥락 파악 안하고 ‘너는 흡연한다’고만 얘기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가. 원인의 원인, 원인의 배경이 되는 조직과 공동체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개개인만 비난하는 순간 해결되는 일은 없다.”

3.
책에 나오는 미국 로세토 마을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서로를 지켜주는 공동체가 개인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 세월호나 쌍용차, 성소수자 문제 등을 보면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국사회를 총체적으로 말하는 것을 가능한 피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사안마다 얘기해야 한다. 세월호를 보면 여러면에서 후진적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후진적이다. 한국이 안 좋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우리의 좌절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희망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세월호는 모두의 책임이 아니다. 나는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을 싫어하는데, 법적인 책임은 끝까지 따져 묻고 윤리적 반성은 같이 하면 된다. ‘우리 모두 죄인이다’라는 식의 태도는 윤리적인 메타포는 되겠지만 법적인 처벌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말들을 쓰고 싶지는 않다. 법적인 책임이 확실히 처리될 때 우리가 직업인으로서, 어른으로서 반성할수는 있겠지만.”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181702001&code=940601#csidxd98e3480b34ed49844b84d630041a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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