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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일본소설

제노사이드

by Diligejy 2017. 10. 14.

p.59

콩고에는 남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좋은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핀 포인트 폭격 같은 세련된 전술도 없다. 대의도 이데올로기도 애국심도 없다. 있는 것은 일체의 허식이 사라진 섬멸전뿐이다. 지하자원 쟁탈과 민족 간의 증오, 날붙이와 소총에 의한 살육.


p.66

전차에 타서 마치다로 향하는 길에서 겐토는 머리를 흔들었다. 자기 주변의 세계가 갑자기 변한 느낌이었다. 여태 부모로만 봤던 두 사람이 부부라는 특별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그것은 부모의 존재를 두 사람의 인간으로 보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마냥 어리던 시절은 이제 아마도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까지는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모라는 존재는 죽음을 통해서 자식에게 마지막으로 가장 큰 교육을 하는 건지도 몰랐다. 좋게도 나쁘게도.


[책을 읽다가]

작가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탁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재미있지만, 화학과 생물학그리고 국제정치학적 지식이 바탕이 된다면 정말 재미있을 듯 한데, 이런 지식이 전무해서 아쉽다.  


사고실험 하나 해보자. 아프리카 국가 중 내전 국가에 10명의 아이가 있다. 그 아이들에겐 치사율이 높아 치명적이며 재빠르게 전파되는 병이 있다. 이 병은 속도가 너무나 빨라 1개월 이내면 전 인류에게 전파되고 인류가 멸종할 수 있다. 격리를 하려고 해도 격리가 되지 않는다. 격리하는 인력이 감염되고 전파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의 답안지만 있다. 아이들을 죽이거나, 전 인류가 멸종되거나.


이럴 때, 당신이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전 인류를 위해 몰래 조용히 죽이겠는가?
아니면,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묵인하겠는가?

아이 10명에 비해 전 인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죽인다고?

좋다. 그렇다면 1억명 정도는 어떤가?

그것도 많다고? 확 줄여보자. 100만명은?

이렇게 해서 만약 10명이라고 해보자.

10대 10인 상황에서 죽일건가 말건가.


p.400

아무것도 안 하면서 좌절하는 나쁜 버릇은 고치자.


p.415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p.470

루벤스는 이미 미국은 이슬람 원리주의자와의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자유를 중시했던 나라는 이제 사라졌다. 그건 그렇다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라는 체제를 지키려고 하면 할수록 위정자가 전체주의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뭘까. 국가라는 조직에서 자유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p.473~474

인간은 자신도, 다른 인종도 똑같은 생물종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네. 피부색이나 국적, 종교,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사회나 가족이라는 좁은 분류 속에 자신을 우겨넣고 그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이라고 인식하지. 다른 집단에 속한 개체는 경계해야 하는 다른 종인 셈이야. 물론 이것은 이성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습성이네. 인간이라는 동물의 뇌는 태어나면서부터 이질적인 존재를 구분하고 경계하게 되어 있어. 그리고 난 이거야말로 인간의 잔학성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생각하네.


p.536

생명일나 것이 너무나 여려서, 인간의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부분 때문에, 선(善)의 무력함에, 그리고 선악의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에게, 예거는 화가 나서 소리를 죽인 채 비통하게 울었다.


p.660

한 가지만 말해 보자면 실패는 없는 인생 따위는 있을 수가 없으며, 그 실패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인간은 실패한 만큼 강해진다. 그것만은 기억해 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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