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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 자란 기억 끔찍한데, 내가 37개월 딸을 때리고 있네요

by Diligejy 2017. 12. 11.

학대는 대물림되기 쉬워요. 서희씨는 폭력을 당하며 마음 속의 분함과 억울함을 표출할 기회조차 없었어요. 또한 성장 단계에 있어 그 나이에 맞는 대우를 받지도 못했어요. 집에서 가장 어린 막내가 엄마 대신 가사를 도맡는 건 말이 안 돼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시켜야 하는 일과 시켜선 안될 일이 있는데 서희씨는 이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수용을 받지 못했어요.

서희씨가 지금 딸아이의 연령대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은 것도 당연한 일이에요. 경험하지 못했으니까요. “내가 얼마나 노력한 줄 알아”는 보통 남편이나 친구와 싸울 때 쓰는 말이죠. 37개월 아이에겐 억울함을 토로하거나 때리는 것 대신 다른 걸 해줘야 해요. 딸이 동생을 대리석 바닥 위에 밀었다고 했죠. 이때 부모가 할 일은 아이를 때리는 게 아니라 바닥에 푹신한 매트를 까는 거예요. 매트를 깐다는 건 아이가 당연히 그럴 거라 예측하고, 그 나이엔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서희씨,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는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요. 누워 있으면 넘어질 일도 없지만 걷기 시작한 이상 부딪치고 넘어집니다. 부모는 아이가 일으킬 문제를 예측하고,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환경을 조정하고, 아이를 가르치고 지도해야 해요. 문제 행동이 있을 때마다 아이를 나무라서 분을 풀려고 한다면 스스로의 감정에 압도되고 말아요. 서희씨에게 묻고 싶어요. 분이 풀릴 때까지 때리니 아이가 고쳐지던가요. 맞은 뒤엔 동생을 밀지 않던가요.

학대 속에서 자란 사람은 학대하지 않는 법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서희씨는 본인의 문제를 알고 있고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고 싶어해요.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면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리세요. 그리고 아이의 발달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갖도록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http://www.hankookilbo.com/v/560beeac25894a8ab94e4ce81eb3f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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