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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by Diligejy 2018. 2. 27.

p.13

한국은 '도덕 지향성 국가'이다. 한국은 확실히 도덕 지향적인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한국인이 언제나 모두 도덕적으로 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덕 지향적'과 '도덕적'은 다른 것이다. '도덕 지향성'은 사람들의 모든 언동을 도덕으로 환원하여 평가한다. 즉 그것은 '도덕 환원주의'와 표리일체를 이루는 것이다.


p.14

한국의 드라마에서 연인들은 도덕을 외치고 있다. 이것이 도덕 지향성이다. 한국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지금 당신은 틀렸어. 이렇게 해야 맞아"라며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일방적으로 단정해 버린다. 또 "사랑이란 이러한 것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라며 사랑의 다우이적 정의를 상대방에게 먼저 설교하고 난 뒤에, 그 사람과 교제하려고 한다. 여기에서 전개되는 것은 '주체성 쟁탈전'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누가 도덕적 주체성을 장악할 수 있는가 하는 격렬한 싸움의 기록이다.


p.16

맹자가 "만물은 모두 나에게 구비되어 있다", 호연지기 등을 강조하듯이, 자기의 마음과 그 마음에 구비되어 있는 도덕성만을 믿고, 그것을 올곧게 전 우주에까지 확장시키는 것이 유가의 근본적인 입장이다. 그리고 유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비틀어진 것 비뚤어진 마음인데, 이는 강렬한 반항 정신을 만들어내는 요인이다. 한국인은 비뚤어진 것에는 올곧은 것으로 맞서고, 올곧은 것을 상대할 때에는 올곧음을 겨룬다. 상대방보다 자신이 올곧으면 상대방의 정신적인 주인이 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동화되려고 한다.


p.18

세계는 그리스도교적인 도덕 지향성을 지니는 서구와, 유교적인 도덕 지향성을 지니는 중화 문명권(한반도도 포함됨), 그리고 이슬람교적인 도덕 지향성을 지니는 이슬람 문명권 세력들의 도덕 지향적 싸움의 시대다. 이에 반해 도덕 지향적인 발상이 없는 일본은 분명 개성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러한 개성을 지키고 명예로운 고립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궁지에 몰려 도덕 지향성이라는, 눈부시면서도 때로는 부도덕한 마약을 취하려 달려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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