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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

[문제는 투자야, 이 바보야 - 그들이 말하지 않는 투자의 법칙]

by Diligejy 2018. 3. 25.
[문제는 투자야, 이 바보야 - 그들이 말하지 않는 투자의 법칙]
나는 친구들과 수다 떠는 걸 좋아한다. 장난스러운 주제도 좋고, 지적인 주제도 좋다.

저학년일 때는 주로 교수님 뒷담화나, 팀과제 프리라이더들 욕하기, 군대얘기, 성적이야기 등 학생들이 할만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는 취업하고(나는 제외) 다들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2017년 시장이 뜨거워서 그런지 몰라도 투자이야기를 많이한다. (투자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거지,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이 점이 나는 몹시 아쉽다)

나에겐 그런 친구들 중 A가 있다. A는 취직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돈을 번다는 자신감때문인지, 아니면 중소기업에서 주는 적은 임금으로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너무나 익숙한 스토리다. 그 친구는 주변 친구들에게 어떤 주식이 좋냐며 추천을 받는다. 나는 그 친구에게 개별주에 대해선 모른다고,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있으니 읽고 공부하며 투자해보라고 조언했지만 그 친구 마음속에는 그 친구만의 기준이 있었다. 수익을 한번에 많이 내는 재미있는 주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는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모 코스닥 주식을 추천받아 투자하고, 바이오주에 투자하고, 주식형 액티브펀드에 투자한다. 그 친구는 자신의 자산이 언젠가 오를거라고 믿고 있다.

반면에 다른 친구 B가 있다. B와 자산배분, ETF와 같은 투자이야기를 하면 잘 이해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비트코인을 하며 실패한 사례, 주식투자를 하다가 실패한 사례 등을 보며 자신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적은 돈으로나마 시도해보면 경제를 이해하는 이해력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지만 그 친구는 마음의 문을 닫았다.

결국 이 친구들의 행동이 다른건 '돈'과 '투자'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돈과 투자에 대한 대화는 재미있으면서도 무섭고 어렵다. 왜냐하면 잘못 얘기했다가는 '당신이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 안좋은 결과를 냈지 않냐'와 같이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고, '너무 이기적인거 아닌가'하는 비난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얄밉게도 관계에 돈이 개입되면 관계가 이상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우리는 돈과 투자 그리고 경제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무슨 소리냐고?

우리는 돈에 대한 경험과 대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서 돈을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가 없다. 지금 누워있는 이 방도 돈이고, 마시고 있는 물도 돈이며, 지금 이 글을 보여주는 페이스북도 돈이고, 나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연금 등 모든게 돈과 관련되어 있다.
돈이 아닌게 없다.
이런 돈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삶을 이해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삶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돈과 투자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깊어서 인생과 관계를 망치는 경우보다 너무나도 공부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니 적절한 선이 어딘지 몰라서 망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누군가는 돈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의견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생각해보자. 자신의 성향이 돈이 없어도 행복한지.
노후에 쓸 자금이 없어도 자신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지만,
필요한 돈마저 없다면 불행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저 페이스북 광고에 뜨는 주식전문가 X씨가 추천하는 수익률 100%의 종목같은 것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투자와 경제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개론서로서 적합하다.

금융시장의 역사, 금융시장의 구조와 같은 거시적인 이야기부터, 주식, 채권같은 전통적 투자상품, ETF와 TDF와 같은 새로운 상품, ELS와 같은 파생상품, 원자재,사모펀드 같은 대체투자상품, 포트폴리오 투자전략에까지 개인투자자들이 만질 수 있는 투자에 대한 왠만한 지식들은 모두 다루었다.

그리고 저자의 전작 [글로벌투자전쟁]은 약간 교과서 느낌을 주었다면
이번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투자의 법칙]은 해설서 느낌으로 쉽게 풀어 써놓았기 때문에 가독성이 더욱 좋다.

이렇게 난이도를 낮췄음에도 저자의 통찰은 돋보인다.

이 책의 146페이지를 보면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여러 지정학적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특히 최근 들어 세계는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이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 같은 사건을 통해 이를 정말 실감했다. 지정학적 사건의 결과를 바탕으로 중요한 것만을 골라내 금융시장을 예측하는 것, 특히 금융시장의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 역시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지정학적 사건 자체가 아니다. 지정학적 사건이 미치는 경제적인 효과다. 결국은 경제인 것이다."라고 나온다.

흔히 주식전문가/경제전문가라고 해서 평론을 하시는 분들이 하는 실수를 저자는 정확히 지적한다. 이런 조언을 받아들인다면 지정학적 사건은 중요하지만, 투자를 하는 사람은 지정학적 사건을 정제해서 경제적 시각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게 될 것이고 지정학적 사건이 있으니 어떤 상품을 사야한다는 스토리텔링의 오류에 빠지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18 KOREAN WEALTH REPORT에 따르면 한국 부자들의 금융상품 선호도 1위가 ELS/ELT라고 나오는데 부자들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하면 안되는 이유를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 262페이지엔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ELS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간단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투자자한테 받은 투자금을 나누어 일부는 주기적인 채권이자를 주는 우량 채권을 산다. 이때 채권의 만기를 ELS의 만기에 맞추고, 채권의 액면가와 쿠폰이자를 원금에 맞추면 원금이 정확하게 보장된다. 나머지 투자금으로는 옵션을 사고 옵션에서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누어주는 방식이다. 다시 말하면 ELS투자는 채권과 파생상품인 옵션에 동시에 투자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ELS는 일반 기초자산이 아닌, 파생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수료와 다른 것들을 고려하면 전통적 투자자산인 주식과 채권보다 월등히 좋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ELS에 투자할 돈이 있다면, 차라리 전통적 자산인 주식과 채권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 자신의 목표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포트폴리오 전략은 이런 지식을 토대로 구성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무슨 종목이 좋다더라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개별종목은 변동성이 굉장히 크다.
잠자리가 불편해진다는 의미다.
만약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라 치더라도,
자신의 본업이 있는데, 투자 때문에 잠자리가 불편해진다면, 자신의 직업에서 생산성도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투자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주식 1~2종목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 몇 %, 채권 몇 %와 같이 자산배분을 하면서 적당한 수익률로, 자신의 잠자리와 노후를 챙겨보자는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전략은 필수적이다. (만약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 비율이 궁금하다면 http://wisdomhouse.kr/invest/ 에서 진단해보면 비율을 산정해준다)

이런 지식들을 습득한 뒤에 조금씩 실제로 연습해보다보면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투자는 본질적으로 미래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을 거고 그럼 계속해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면 또 다시 자신이 모른다는걸 깨달을 거고 계속해서 공부를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은 끝이 없이 반복되고, 그만큼 다양한 것을 깨닫는 여정에서 많은 것을 얻게 될거라고 생각한다.

그 여정에서 이 책을 잡으면 괜찮은 가이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혹시나 이 책을 읽고나서 조금 더 다양한 걸 공부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내가 읽어본 책들 중에서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책을 적어놓자면

가나다 순
강환국 [할수있다 퀀트투자]
김병규, 이현열 [스마트베타]
김성일 [마법의 돈 굴리기]
영주 닐슨 [글로벌 투자전쟁]
패트릭 오쇼너시 [밀레니얼 머니]
systrader79, 이성규 [주식투자 ETF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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