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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

[내가 나에게 주는 조언- 뻘글]

by Diligejy 2018. 4. 4.
완벽하진 않지만, 축적된 지식과 경험도 적으면서 남에게 함부로 조언하는 것을 경계하며 살고 있다.

그렇지만 나 자신에게 주는 조언을 주는 건 나 자신이니까 괜찮을거 같다.

어제 면접에서 떨어진 날 뷔페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일을 제대로 못하냐며 최대한 대학생 쓰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생산성 높은 아주머니를 쓸 수밖에 없다고 가게 주인이 그러셨다.

나 때문에 사수역할을 해주시는 아주머니가 정신이 없고 제대로 일처리를 못한다며 가게 주인은 계속 다그쳤다.

반박할 거리가 있었다. 처음 일하러 왔을 때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 배달도 나가지 않았다, 설거지맡겨놓고 이것저것 다 시키는게 말이 되냐, 설거지만 잡들이 하면 달라지냐 등 하고 싶은말이 입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참고 담담히 그 말을 들었다. 그 이유는 사수역할을 해주시는 아주머니 때문이었다. 처음 왔을 때부터 그 아주머니는 1주일에 1번 일하는 것뿐인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셨다. 주인이 뭐라 할라 치면 옆에서 도와주시면서 실드쳐주실려고 노력하셨다.(가게 주인이 사수아주머니에게도 엄청 잔소리를 해서 그런것 같기도 하지만..)

알바 시작하는 날 사수아주머니에게 1주일에 1번 오는 것 뿐이라고 했을 때, "그래도 사람 인연이라는 게 있는거여"라고 하시며 아무에게도 안주는거라는 바나나우유를 주셨다. 그 뒤로 내게 그분은 바나나우유를 주신분이었다.

그 아주머니의 과거사는 너무나 익숙한 패턴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과거에 그토록 위대한 건물주였다고 했다. 그런데 마음이 여리셔서 그런지 보증을 서주셨다가 다 날리고 엄청난 빚에 시달리셨다고 한다. 그런데 열심히 사셔서 다 갚고 지금까지 억척스럽게 일을 하신다고 했다. 보통 '열심히 살면 ~할 수 있어'와 같은 문장을 들으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편인데, 그 아주머니의 얘기는 인품과 그런 과거사 때문인지 몰라도 흘리지 않고 들었다. 아주머니는 그렇게 자신의 기울어진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셨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자식들과 여행을 가지 못한걸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그걸 보며 훌륭한 어머니를 둔 아드님이 부러웠다.

그런 아주머니가 나 때문에 갈굼을 당한다고 생각하니 괴로웠다.

그런데 손재주와 스피드가 부족한 내 특성상 그리 빨리 개선될거 같진 않았다. 개선된다 해도 갈수록 장사가 잘되는 이 뷔페의 속도에 맞추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나는 나 자신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과거의 사례를 떠올렸다.

14년 9월에 전역 한 다음날부터 알바천국, 알바몬 등의 사이트를 뒤져가며 단기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 가장 우선의 목표는 경제적 자립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 티켓배부 아르바이트를 발견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떤 장소로 나오라고 하는게 아니라
편의점에서 만나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어서 돈을 좀 모으고 싶은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갔다.

가보니 10명 정도의 20대와 나이 많은 아저씨 하나가 있었다. 이상했다.

실장인가 하는 직함을 가진 인간이었는데
두가지 말만 반복했다.
쉽다. 간단하다.

배부만 하면 된다고 했다.
뒤탈이 나면 자기들이 책임져주겠다고 했다.

티켓에 쓰인 공연 이름은 "불효자는 웁니다"였다.

실장은 자신들은 어르신들께 강매하는 인간이 아니며
복지차원에서 어르신들께 무료공연을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쉽고 간단한 일이라고 계속 세뇌시켰다.

그런데 무료로 공연하면서 장미칼도 주고 뭐도 주고 한다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매단이었다.

다들 눈치를 챘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들 나가려는 움직임이 없었다.

나는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실장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이런 쉬운일도 못해서 험난한 사회생활은 어떻게 할래?"
이 말을 듣고 나는 확신했다.

이거 사기꾼 맞고만 이거

20대의 심리를 정확히 이용할줄 아는 인간이었다.
실장은 뒤쳐지면 안된다는 20대의 경쟁심리와, 험난한 사회와 비교해서 자기의 뜻에 맞게 이용하는 심리전술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알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법에 대해선 잘 몰랐고 증거도 없어서 그 인간을 신고하지는 못했다. (이런 사람 만나면 어떻게 형사처벌 받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배우고 싶다)

이걸 보며 생각했었다.

그런 말에 속지 말자.
이것도 못해서 험난한 사회생활 어떻게 할래?라고 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되, 바꿀 수 있다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쪽으로 최대한 나에게 맞게 바꾸자.

어제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많이 받는것도 아니고 어차피 최저임금받으며 일하는건데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있으면 그걸 하자. 괜히 이것도 못해서 어떻게 할래?라는 말에 불필요하게 신경쓰고 낭비하는것보다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최대한 나에게 이롭게 선택하자. 비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그 사람들 생각이고, 소중한 내 삶이 아닌가. 오히려 오기부렸다가 관계는 관계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날리는거 아닌가. 그렇게 함부로 할 내 삶이 아니다.

그래서 그만 뒀다. 맘이 여리신 사수아주머니에게 인사하지 못한게 아쉬웠다. 그래도 그 분이 조금 더 행복하시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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